▲ 중소기업중앙회가 소상공인연합회의 기능을 유명무실하게 하고 소상공인을 이간질하려는 목적으로 새로운 단체를 후원한다는 의혹으로 논란이 일면서 소상공인의 분노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성남시 현대백화점 판교점 앞에서 열린 개점 반대 집회 모습.(사진제공=뉴스1) |
소상공인은 창구 단일화 요구하는데…동일한 역할 새 단체 출범
중앙회 언론홍보 담당, 고객서비스팀 담당에게 답변 ‘미루기’…‘왜?’
약자는 상대적인 강자와 각개전투로 싸우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약자끼리 뭉쳐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치는 쪽을 선택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적의 최대약점 파악과 어떻게 효율적으로 힘을 모아 공격할 것인가이다. 이때 급소를 알았다고 해도 힘이 분산된다면 집단 자체가 위험에 빠지게 된다.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이 있고 농민에게 농업협동조합이 존재하는 이유다. 더불어 중소기업의 권익 대변을 위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있는데, 최근 이 단체가 기존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소상공인연합회의 기능을 유명무실하게 하고 소상공인을 이간질하려는 목적으로 새로운 단체를 후원한다는 의혹으로 논란이 일면서 소상공인의 분노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새 단체로 소상공인을 분산시켜 힘을 약화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강원도 소기업소상공인회 출범식이 지난 22일 강원도 춘천시 소재의 한 컨벤션 홀에서 열렸다. 이날 출범식에는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동일 강원도의회 의장, 도내 소기업 관계자 등 200여명이 단체의 무게감과 권위감을 증명하듯 참석했다.
이날 강원도 소기업소상공인회 이금선 회장은 “서민경제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소상공인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의 존재이유와 의의를 밝히자면 나쁠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단체의 역사와 탄생 배경에 대해 살펴보면 이것이 곧 권력과 정치싸움에 의해 만들어진 ‘대변 기구’임을 추론해 볼 수 있다. 강원도에는 소상공인을 대변하고 그들의 권익향상을 위한 ‘소상공인연합회’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강원지역 소상공인연합회는 소기업소상공인회 출범을 강하게 반발하는 활동을 벌이며 출범식이 있기 하루 전인 21일 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한다. 이미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법정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가 지역별로 설립돼있고, 효율적인 소통을 위해 창구 단일화가 절실한 시점에서 역할이 유사한 새로운 단체를 출범시키는 것은 소상공인들을 ‘현혹시키는’ 행위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 언론인터뷰에서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의해서 ‘소상공인연합회’를 결성했고 소상공인의 애로사항과 건의사항 등을 수렴해 정책적인 행동을 하도록 해야 하는데 중소기업 중앙회에서 별도의 단체를 설립해 소상공인을 이간질 시키고 이원화 시키려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본지는 23일 중소기업중앙회의 입장을 듣기 위해 언론홍보 담당자에게 접촉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고객서비스팀’에 문의하라는 소리뿐이었고 이는 고객서비스팀 담당자도 의아해했다. (일반적으로 취재기자는 언론홍보팀 담당자와 소통을 하는데, 알고 보니 고객서비스팀 담당자는 홍보팀에서 5년 동안 업무를 보던 담당자였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노란우산공제에 가입한 고객들이 소통과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조직된 단체일 뿐 중소기업중앙회가 이 단체에 지원하는 것은 없다”며 “우리 보고 이 단체를 해체하라는 소리인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힘이 더 세져서 기존 소상공인연합회를 유명무실하게 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객들의 자율적 조직이기에 중앙회가 말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답변했다.
노란우산공제는 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생활안정을 기하고 사업재기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중소기업중앙회가 운영하는 공적 공제제도이다.
▲ 강원도 소기업소상공인회 출범식이 지난 22일 강원도 춘천시 소재의 한 컨벤션 홀에서 열렸다.(사진제공=뉴스1) |
소기업소상공인회 본질은…
노란우산공제 고객 소통창구? vs 소상공인연합회 상대 대항마?
중소기업중앙회는 소기업소상공인회를 노란우산공제 가입 고객들이 자율적으로 만든 조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란우산공제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운영하고 있는 기구이며, 22일날 진행된 출범식도 노란우산공제가 후원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소기업소상공인회가 중소기업중앙회와 따로 떨어진 독자적인 단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또한, 노란우산공제 고객들의 정보교환 촉진과 소통, 네트워크 유지를 위한 단체일 뿐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러한 조직으로 앞으로 유지될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출범식에서만 강원도지사, 강원도의회 의장, 강원경제단체연합회장 등 지역 내 유력한 인사가 참석했고 이 단체의 회장마저도 소상공인의 모두를 대변할 것 마냥 인사말을 했다.
마지막으로, 소상공인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의 역사와 관계를 살펴보면 ‘소기업소상공인회’의 본질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볼 수 있다.
▲ 노란우산공제 가입 고객들로 한정된 소기업소상공인회가 중소기업중앙회와 따로 떨어진 독자적인 단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사진은 중소기업중앙회 박성택 회장.(사진=중소기업중앙회 홈페이지) |
소기업소상공인회가 순수하게 소통창구만 하는 단체라고 하더라도, 소상공인의 힘이 분산될 것은 분명하다. ‘자율적인’ 조직이기에 소기업소상공인회는 강원도 뿐 아니라, 앞으로 전 지역에 설립될 것도 추측해볼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의 갈등은 지속적으로 지켜봐야할 문제이며, 국내 소상공인이 만든 그들의 권익향상을 위한 기구가 잘 나아갈 수 있어야만 700만에 이르는 경영주체들을 온전히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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