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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켠 촛불] - 28. 날숨
[바람이 켠 촛불] - 28. 날숨
  • 지속가능 바람
  • 승인 2016.12.26 2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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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다. 해본 적 있다 호기를 부렸지만, 캠프파이어는커녕 장작에 불조차 붙이지 못했다. 타오를 것 같이 흉내를 내던 불씨는 이내 사그라진다. 휴지나 신문지를 구겨 넣어도 진전이 없다. 후우. 바람을 불어 넣는다.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비웃던 친구가 당황하며 입을 막는다.

“그러다 불씨도 없애는 거 아냐?”

부채질할 딱딱한 종이나 화력 좋은 부스터가 있으면 좋겠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입 바람을 불어넣는다. 이산화탄소와 함께 날숨에 섞인 산소가 불완전한 불씨를 타오르게 만든다. 작은 불씨를 뭉갤 듯한 바람은 우려를 날리고 큰 불기둥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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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들이마셨는지 모를 들숨 뒤, 의식적인 날숨이 있다. 날숨께에 밴 생각 하나하나가 불을 살릴지 죽일지 결정한다. 이번엔 좀 더 큰 숨을 내뱉기 위해 들숨부터 신경 쓴다. 허리를 곧게 하고 가슴을 핀다.

후우. 이번엔 불을 살리는 바람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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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모이는 불씨, 그 불씨에 닿는 날숨이 불줄기를 만드는 과정인지 또 다른 불씨를 죽이는 과정인지 알 수 없다. 6월의 믿음이 무너지고 또 다른 구태를 낳았다. 믿을 건 날숨에 섞인 희망이다. “전문 시위꾼, 선동가, 운동권 없는 집회”에 기뻐하는 불순물 섞인 날숨이 불씨를 꺼뜨릴지라도.


집회 현장. <故 백남기 선생을 위한 추모의 벽>에 추모를 마치고 ⓒ 송은하

 

 *이 기사는 지속가능 바람 대학생 기자단이 11월 27일부터 매일 연재하는 [바람이 켠 촛불] 기획기사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저항 중인 촛불에 동참합니다

 

송은하 / 바람저널리스트 (http://baram.news / baramy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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