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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켠 촛불] 39. 우산이 되어 너를 지켜내리
[바람이 켠 촛불] 39. 우산이 되어 너를 지켜내리
  • 지속가능 바람 기자
  • 승인 2017.01.0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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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대표적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Umbrella Revolution, 雨傘革命)이 일어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14년 8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내놓은 홍콩 행정장관 선거 법안은 큰 반발을 야기했다. 행정장관 입후보 자격을, 친중국계로 구성된 후보 추천위원회의 과반 지지를 얻은 인사 2~3명으로 제한한 것이다. 100여 년간 영국의 지배를 받으며 중국과는 다른 정체성을 형성한 홍콩 사람들에게 이러한 중국 정부의 태도는 민주주의의 훼손으로 여겨졌다. 

이에 반발하여 홍콩의 대학생들은 일주일간의 동맹휴업에 돌입하였고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휴업을 하며 시위에 힘을 보탰다.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며 시위대를 막자 홍콩 시민단체인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가 시위에 가담하여 대규모 민주화 운동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우산은 최루가루를 막아내는 도구이자 홍콩 시민들을 하나로 묶는 상징이었으며 시위의 이름이 되었다. 센트럴에서 애드미럴티, 코즈웨이베이 등으로 이어지는 홍콩의 차도는 사람이 점령하였고 거리에 붙은 수많은 포스터와 메모지는 민주주의를 향한 홍콩 시민 의지를 보여주었다.

 

한때 10만 명 이상이 참여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시위는 그러나 오래 가지 못했다. 중국 정부의 강경 대응은 차치하더라도 시위 장기화에 따른 홍콩 경제의 악화를 우려하는 홍콩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시위는 약 79일 만에 종료되었고 시위 현장에 남아 있던 학생들은 연행되었다.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홍콩의 우산혁명을 실패라고 단정 짓기는 이르다. 미완의 우산혁명은 반성의 계기가 되었다. 시위대에는 시위가 조직적이지 않았다는 지적과 시위로 생업에 불편을 겪은 시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성찰론이 일었다. 사회적으로는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세대가 민주화에 눈을 뜨게 된 계기로 작용했고 중국으로 반환된 홍콩의 민주주의에 허점이 많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깨닫게 만들었다. 시위를 주도한 조슈아 웡(19, 시위 당시 17세)은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었고 그의 동료인 네이선 로(23)는 입법회 의원으로 당선되었다.

  

민주화를 향한 이들의 앞길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친중국파가 입법회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중국 정부는 홍콩의 독립을 우려하여 매의 눈으로 상황을 주시한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10년 후 초등학생들이 홍콩의 민주화를 위해 시위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며 끝까지 싸울 것을 천명하며 우산혁명을 주도하던 17세의 조슈아 웡은 이제 각 국을 다니며 민주화 운동방법을 강의하는 청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다른 나라의 시스템을 학습하는 등 자신의 목표와 홍콩의 미래를 향해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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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 광화문에는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 전 세계가 놀랐던 홍콩의 10만 우산을 가뿐히 넘는 집회 참여자 수를 들으며 우리는 놀란다. 강력했던 촛불은 첫 번째 목표를 달성했지만 아직 걷어내야 할 어둠은 넓게 퍼져 있기에 촛불이 얼마나 더 지속돼야 할지는 알 수 없다. 그렇게 초의 길이는 점점 짧아지고 결국 초는 모두 녹아버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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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건기에 접어들어 우산 사용이 뜸해진 지금 홍콩에서 시위를 위한 우산을 찾기는 더욱 쉽지 않다. 그렇다고 우산을 들던 마음이 사라지랴.


초가 녹아 사라진다면 촛불은 이내 우리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어둠을 조금씩 걷어낼 것을 알기에 우리는 짧아지는 초의 길이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촛불을 밝힌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바람 대학생 기자단이 11월 27일부터 매일 연재하는 [바람이 켠 촛불] 기획기사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저항 중인 촛불에 동참합니다.

 

이현수 / 바람저널리스트 (http://baram.news / baramy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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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 바람 기자 baramye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