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호 구매하기
[바람이 켠 촛불] 41. 피곤
[바람이 켠 촛불] 41. 피곤
  • 지속가능 바람 기자
  • 승인 2017.01.09 1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랑이 지겨울 만큼 삶이 피곤하다. 몇 해 전 즐겨봤던 드라마에서 들은 구절이다. 당시에는 먹먹하게 느껴졌고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 되기도 했다. 일상이 어느 정도로 바빠야 감정에 쏟을 한 줌마저 아까운 것인지 의아했다. 피곤이라는 게 계속 부딪혀도 무뎌지지 않는 녀석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렇게 피상적으로만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어른들이 흔히 하는 말마따나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알게 되겠지 하고 넘겼다.

아직도 완벽하게 이해한다고는 못 하겠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 공감하지 못했다. 어떤 종류의 피곤함인지, 얼마만큼의 고됨이어야 사랑이 지겨운지 모르겠다. 그럴 만큼의 피로를 느껴보지도 못했다. 일상의 권태라고 할 수도 있겠다. 힘들고 지쳐서 뭐가 됐든 안 내킨다는 거니까.

어쨌든지 멋있는 말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기억해뒀다. 기억이 오래되니까 이제는 이해고 공감이고를 떠나 그냥 참인 명제로 받아들이게 됐다. 눈 뜨고 잠들기까지가 피곤해서 어디에도 발붙일 여력이 없는 그 먹먹함이 이제 나에게는 하나의 사실이 된 것이다. 어른들이 들으면 원래 세상이 그렇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광장에 부는 바람이 차가워졌고, 나는 어른들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내가 으레 믿었던 피곤함의 실체 없음을 깨달았다. ‘작년인가요, 재작년인가요.’ 운운하는 뻔뻔함이 끝날 때까지 피곤함은 의미 없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바람 대학생 기자단이 11월 27일부터 매일 연재하는 [바람이 켠 촛불] 기획기사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저항 중인 촛불에 동참합니다.

 

동지훈 / 바람저널리스트 (http://baram.news / baramyess@naver.com)

지속가능 바람 (baramyess)
지속 가능한 사회로 나아감에 미력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 정기구독을 하시면, 유료 독자님에게만 서비스되는 월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잡지를 받아보실 수 있고, 모든 온라인 기사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온라인 전용 유료독자님에게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모든 온라인 기사들이 제공됩니다.
이 기사를 후원 합니다.
※ 후원 전 필독사항

비공개기사에 대해 후원(결제)하시더라도 기사 전체를 읽으실 수 없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구독 신청을 하시면 기사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 5000원 이상 기사 후원 후 1:1 문의하기를 작성해주시면 1회에 한해 과월호를 발송해드립니다.

지속가능 바람 기자
지속가능 바람 기자 baramye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