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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言③>삼성 이재용의 가면놀이, ‘백치’가 ‘피해자’로
<이재용言③>삼성 이재용의 가면놀이, ‘백치’가 ‘피해자’로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7.01.0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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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6일 국회 청문회에서 최순실 씨 금전적 지원에 관련한 모든 질문에서 ‘몰랐다’는 입장을 시종일관 유지했다. 그리고 삼성은 한 달도 안 돼 권력의 협박과 강요로 어쩔 수 없이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대응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다른 가면을 바꿔 썼다.
 
 

페르소나는 ‘가면’을 뜻하는 그리스 어원의 단어로, ‘가면을 쓴 인격’, ‘외적 인격’ 즉 사회 속에서 한 인간이 수행하는 다양한 역할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 단어는 연극배우의 탈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했다. 개인은 대개 다양한 페르소나를 갖고 있으며 이것을 바꿔 써가며 ‘다양한’ 집단에서 ‘다른’ 사람, 다양한 역할로 살아간다. 이것을 전 국민 앞에서 바꿔 쓰며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달리하는 이를 우리는 최근 지켜보고 있다. 바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6일 국회 청문회에서 최순실 씨와 관련한 모든 질문에서 눈을 껌뻑이는 특유의 얼떨떨한 표정으로 ‘몰랐다’는 입장을 시종일관 유지했다.(관련기사 : 삼성 이재용으로 완성된 ‘버뮤다 삼각지대’, 대한민국을 휘몰다그리고 삼성은 한 달도 안 돼 권력의 협박과 강요로 어쩔 수 없이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대응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전제가 바뀌어 버렸다. 그 사실을 ‘몰랐다’에서 ‘알았다’로 바뀐 것. ‘백치’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피해자’로 바뀌는 것은 한 순간이다. 이 부회장은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다른 가면을 바꿔 썼다.

현재 특검은 삼성전자의 최순실 씨 지원과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깊게 관련돼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은 어떤 드라마‧예능도 청문회가 주는 재미를 따라갈 수 없었다. 여명숙 게임물 관리위원장과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의 ‘사이다’ 증언과 손혜원‧박영선‧장제원 의원의 날카로운 심문은 국민들에게 위로를 주기까지 했다. 또한 이번 청문회는 국내 재벌 총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었다. 그중 압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증언 내용과 태도였다.

이날 이 부회장은 ‘정유라 씨에게 지원한다는 것을 누구에게 보고받았느냐’는 질문에 “나중에 문제가 되고 나서 알았다”고 답했다. 또한, ‘지원할 때는 보고를 안 받았느냐’고 묻자 “네. 일일히 제가…”라고 말했다. ‘삼성이 186억원을 들여서 정유라 지원하려 했던 건 알고 있느냐’는 질의에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 눈을 껌뻑이며, 말을 흐리는 이 부회장의 모습은 과연 대한민국 최고 기업을 이끌 인물로 적합한지에 대해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그가 바뀌었다. 이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강압과 협박으로 삼성이 최순실‧정유라 모녀에게 금전적 지원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몰랐다’에서 ‘알았다’로 바뀌었다. 이는 명백한 위증이다.
 
 
이재용의 전략적 태세전환?

왜 알고서도 몰랐다고 했나


 
현재 삼성은 “박근혜 대통령의 강한 압박에 못 이겨 지원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권력의 압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순응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가 된 것이다.

지난 2일 재계·법조계에 따르면, 12월 21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를 본격화하자 삼성은 이 부회장의 청문회에서 증언과는 정반대로 ‘태세전환’을 하게 된다. ‘지난해 7월25일 청와대 안가 독대 때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승마 선수 관련 지원이 늦어지는 문제에 대해 이 부회장을 강하게 압박했다’로 입장을 공고히 한다.

삼성 측에 따르면 박 대통령과 독대 당시 이 부회장이 승마 지원 관련 사항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여서 크게 당황했고, 독대 후 이 부회장이 황급히 회의를 소집하게 됐다는 것이다. 회의 후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은 7월 27일 독일로 급히 출국했고, 한 달 뒤(8월26일) 최씨의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를 통해 정씨 등 승마선수를 지원하는 200억원대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계약 직후인 9∼10월 코레스포츠에 약 35억원을 송금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재용에게 뇌물공여죄란?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최악수’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달리하는 데는 그들만의 사정이 있다. 뇌물죄를 어떻게든 피해야했기 때문이다. 특검이 박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는 혐의는 ‘제3자 뇌물죄’인데, 만약 이들 간에 대가성 있는 ‘교류’였음이 증명되면(삼성전자의 최순실 씨 지원과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지원) 이 부회장 역시 ‘뇌물공여죄’로 처벌받을 수밖에 없다. 뇌물공여죄는 ‘5년 이하의 징역’이 법정형이며, 더 크게는 이 부회장의 삼성 승계를 위한 그간 모든 노력들이 무너질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분할한 뒤 이 부회장 중심의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것을 위해 ‘외국 기관투자자들의 동의가 필수적인데, 뇌물공여로 기소되면 UN 반부패협약이나 유럽연합(EU) 뇌물방지협약 등을 따르는 기관투자가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 청문회 증언 전 삼성은 위증죄가 낫다고 판단하고 전략적인 ‘멍함’을 결정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증죄 역시 구속이 가능하며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에 처해질 수 있는 법정형이 무거운 죄다.
 
 
   
▲ 뇌물공여죄는 ‘5년 이하의 징역’이 법정형이며, 더 크게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승계를 위한 그간 모든 노력들이 무너질 수 있다.
 
 
이재용 턱 끝으로 겨누어진 칼끝…삼성 ‘가신들’ 줄소환
 
지난해 12월 29일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사장을 기점으로 이재용의 ‘가신들’이 특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이, 9일에는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이 공개 소환됐다. 하지만 최 씨 모녀에 대한 지원방식을 협의했던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은 ‘폐쇄병동 입원 치료와 약물 치료 필요한 상황’이라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삼성의 수뇌부가 공개 소환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소환도 시간문제라고 법조계는 관측하고 있다. 현재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국회 청문회 위증 혐의도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턱 끝으로 검찰의 칼날이 드리워졌다. 이 부회장의 가면 놀이는 명백하게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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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연 기자
최주연 기자 dodu103@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