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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임원, 술 취해 장애인 폭행 논란…“기억 안 난다”
대기업 임원, 술 취해 장애인 폭행 논란…“기억 안 난다”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7.01.26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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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 임직원이 보행하는 데 장애를 갖고 있는 지체장애인 4급 시민을 공중화장실에서 술이 취한 상태에서 시비를 걸고 폭행한 혐의로 검찰 조사 중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퍼지고 있다.
 

문화지체현상은 제도, 관념, 의식, 가치관 등 비물질 문화가 물질문화의 급속한 변동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뒤처지는 현상을 말한다. 대한민국은 지난 100년 동안 성장위주 정책으로 성장한 것이 사실이고 물질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도덕과 공동체의식,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 등 정신적인 성숙 부분이 상대적으로 발달하지 못해, 삶은 윤택해졌지만 고질적인 ‘강약약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공중화장실서 “왜 쳐다보느냐, 건방지게” 얼굴 가격

정씨 측, 물증 없는데 일방적 폭행이라 단정지을 수 있나 반박
 
 
대기업 A사 임직원들이 보행 장애를 갖고 있는 지체장애 4급 시민을 공중화장실에서 술이 취한 채 시비를 걸고 폭행한 혐의로 검찰 조사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사건 이후 쌍방 폭행이라 주장하며 합의를 요구하다가, 일이 커지자 사과편지를 보내는 등 그 대처도 부적절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A사 임원 측은 먼저 폭행한 사실 자체에 ‘기억이 안 난다’고 밝히고 있는 상태다.
 
지난 24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9일 A사 상무 정모 씨와 부장 박모 씨는 오후 10시께 저녁 회식을 하고 서울 마포구 상암 DDMC 건물 지하 1층 화장실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지체장애인 B씨에게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B씨 진술에 따르면, 정씨는 ‘왜 쳐다보느냐. 건방지게’라며 먼저 시비를 걸었고 이어 박씨는 B씨가 저항하지 못하게 몸을 붙들고 정씨는 B씨의 얼굴을 가격했다. B씨는 바닥에 쓰려졌고 근처에 있는 직장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다시 바닥에서 일어서는 순간 박씨가 B씨를 다시 붙잡았고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또다시 얼굴을 가격했다. 전화를 받고 달려온 B씨의 동료들이 사건 현장으로 달려왔고 그때 정씨는 자리를 피해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리고 화장실 밖에서 박씨와 B씨의 동료들이 항의하며 싸우게 됐고 A사의 직원이 경찰 지구대에 신고를 하며 일단락 됐다.
 
B씨는 119구급대를 통해 병원에 이송됐고 상해 2주, 외상 후 스트레스 6개월 치료 진단을 받았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싸움에 가담한 이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정씨는 진술을 번복한다. 정씨는 경찰조사 초반 ‘기억이 없다’고 주장하다가 ‘자신이 먼저 맞았다’고 진술, 쌍방 폭행임을 강조하며 B씨에게 합의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경찰도 쌍방폭행에 혐의를 두고 조사를 진행했다.
 
결국 B씨는 합의를 거부하고 국가인권위에 진정했고 CCTV 녹화본과 동료에게 보낸 구조문자, 상해진단서 등을 관련내용을 제출한다. 정씨는 B씨가 A사의 그룹사 윤리국에 항의하는 등 사건이 커질 기미가 보이자, B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처벌불원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경찰은 정씨와 박씨, B씨가 제출한 증거자료를 토대로 기소, B씨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정씨는 사과하기 위해 B씨의 직장과 성당에 찾아갔으며,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는 내용의 장문의 사과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B씨는 억울함을 느껴 합의보다는 법적인 처벌을 원하는 것으로 입장을 전하고 있다.
 

정 상무 일방적 폭행 물증 없어…쌍방폭행 다시 불거지나
 
정씨 측은 먼저 시비를 걸고 폭행한 것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며 언론에 보도된 사건 내용이 B씨 측의 일방적인 진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씨와 박씨는 사측의 징계 없이 정상적으로 출근하고 있다.
 
25일 A사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 상무님은 당시 워크샵 회식이 있었고, 술이 만취된 상태였다. 대리기사를 불렀고 화장실에 간 사이 B씨를 만난 것 같다”며 “A사 직원도 폭행당했고 쌍방폭행”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현재 검찰조사중이고 변호사를 선임해 원만하게 합의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징계나 그 밖에 조치는 법적인 결과가 나오고 나서가 순서인 것 같다”고 답변했다. 또한 A사 관계자는 정확하고 자세한 사실관계는 변호사를 통해 확인해 볼 것을 권유했으며, 본지는 실제로 정씨 측 변호사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같은 날 정씨 측 변호사는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주장에 대한 증거가 없다”며 “CCTV를 확인한 결과, 화장실 안 상황은 보이지 않고 화장실 바깥이 기록으로 남아있다. B씨의 동료들이 화장실로 몰려오기까지 시간은 ‘2분’정도 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CCTV상으로 B씨는 화장실로 들어갈 때와 나갈 때 걸음걸이나 옷차림 등이 같았고 폭행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며 “화장실에서 나온 B씨는 동료들에게 폭행을 지시했고, A사 직원이 폭행을 당했다”고 반론했다. 화장실 안 상황에 대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판단내릴 수 없으며, CCTV상으로 봤을 때 A사 임원의 일방적인 폭행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정씨가 B씨를 폭행했다는 물증이 없다는 것.
 
결정적으로 정씨는 당시 화장실 안에서의 “기억이 안 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 사업장 확대…진정성 있는 걸까?
 
A사는 지난해부터 장애인 관련 공공기관과 협약을 맺으며 사회 공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장애인을 상대로 한 폭력 논란은 이 회사의 사회공헌 활동 진정성에 의구심이 들게 할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이 회사의 그룹사는 장애인표준사업장을 지속적으로 설립하며 장애인 고용 확대에 독려하고 있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A사 뿐만 아니라 이 그룹의 많은 계열사가 장애인 고용 촉진 위한 사업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거짓과 눈속임이 횡행한 이때, 허무한 구호와 허울뿐인 활동으로 착한 그룹으로 ‘가장’할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진정성 있는 마음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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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연 기자
최주연 기자 dodu103@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