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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임원 장애인 폭행 재논란…“쌍방폭행? 말도 안돼”
대기업 임원 장애인 폭행 재논란…“쌍방폭행? 말도 안돼”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7.02.17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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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 임원 장애인 폭행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씨의 일방적인 폭행이었다고 주장하는 B씨가 본지에 취재요청을 하며 증거자료들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은 사건 당시 B씨가 목 부위를 가격당한 흔적.
 
 
화장실에서 먼저 시비 걸고 일방적으로 폭행당해
 
장애인 폭행에 초점 맞춰야
 
…화장실 밖 상황은 화장실 안 폭행으로 불거진 일
 

본지는 지난달 1월 26일 <대기업 임원, 술 취해 장애인 폭행 논란…“기억 안 난다”>(기사보기)를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사건 정황에 집중했고 대기업 A사 측과 변호사 진술에 무게를 두고 기사를 작성했으며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 사업장 확대의 진정성에까지 문제제기했었다.
기사가 보도된 후, 본지는 A사 측과 정반대 주장을 취하고 있는 한통의 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메일 발신자와 직접 만나 인터뷰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사건 당시 화장실에서 정 상무와 박 부장에게 폭행당한 장애인이라고 소개했으며, 쌍방폭행이 아닌 일방적 폭행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 실었으며 취재원을 B라고 일컫는다.


 

- 정 씨 측은 쌍방폭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상황 설명을 부탁한다.
 
2016년 11월 9일 밤 9시 55분경, 지하 1층 남자 공중화장실에서 정 씨, 박 씨, 나 그리고 나의 동료가 있었다. 동료가 먼저 화장실에서 나가자 정 씨가 “뭘 봐 자식아”라며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자리를 피하려 했지만 박 씨가 내 오른 팔을 잡았고, 정 씨는 “내가 누군 줄 알아?”라며 얼굴과 목을 가격했다. 그 바람에 화장실 바닥에 넘어졌으며 그 상태에서 동료에게 휴대폰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일어서자 다시 심한 욕설과 함께 목덜미를 잡고 흔들어대며 손찌검을 했다. 동료가 올 때까지 이들을 잡아보려 했지만 바닥에 넘어뜨리고(이때 안경이 분실됐다) 도주하려 했다. 동료가 화장실에 도착했고 정씨가 먼저 도주, 박 씨도 뒤따라서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 화장실 안에서 정 씨와 박 씨에게 대항할 수는 없었나.

본인은 키 160cm, 몸무게 59kg의 왜소한 체구에, 보행이 불편한 지체장애 4급 장애인이다. 물리적 저항은커녕 너무 심하게 넘어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고, 공포 때문에 소리도 지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전치 2주의 상해진단과 외상 후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과 진단 치료 6개월을 진단받았으며 근무지 변경을 해야만 했다. 현재까지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 정 씨 측 변호사는 CCTV 확인결과, 화장실 안에서의 시간이 2분밖에 되지 않아 폭행이 이뤄지기에 짧은 시간이었고, A씨가 화장실에서 나오는 모습을 봤을 때 걸음걸이나 옷차림 등에서 폭행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한다.

2분이 짧은 시간인지 모르겠다. 한번 때리는데 한 순간인 것 아닌가. 또한 오히려 쌍방폭행이 아니기 때문에 옷은 멀쩡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CCTV를 확인해 보면, 나는 화장실 안에서 안경을 분실해 쓰지 않고 나온다.

(취재진은 CCTV 영상을 통해 A씨의 진술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다.)
 
 
- 이 사건은 화장실 안 상황과 밖 상황으로 나눠진다. 화장실 안은 CCTV 증거가 없고 화장실 밖은 CCTV 증거가 있다. 정 씨 측은 화장실 밖 CCTV 증거를 통해 쌍방 폭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CCTV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은 양측이 싸우는 장면이다.)
 
이 사건의 본질은 화장실 안에서 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 시비를 걸고 폭행했다는 것이다. 정 씨 측이 내게 먼저 시비를 걸었고 폭행했다. 화장실 밖에서의 상황은 정 씨와 박 씨의 행동에 대한 ‘반작용’이었을 뿐이다. 몸이 불편한 직장 동료가 건장한 남자 2명에게 맞는 것을 확인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었겠나. 정 씨 측은 화장실 밖에서 양측이 같이 싸웠다고 쌍방폭행이라고 주장하는데, 그 싸움이 왜 일어났는지 생각해보면 될 것 같다.

 
- 정 씨 측 변호사는 화장실 밖에서 B씨가 동료들에게 폭행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사실인가.
 
말도 안 된다.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은 폭행을 지시한 것이 아니라, 나를 직접적으로 때린 (도주하려던) 사람인 정 씨를 가리킨 것이다. 화장실에서 첫 폭행을 행할 때부터 계속 욕설과 함께 내뱉었던 “내가 누군 줄 아냐?”라는 발언에 “당신 신분을 밝혀라”는 대응 제스쳐 장면에 대해 황당한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 정 씨가 언제 어떻게 잘못을 시인했나.

사건이 있고 두 달 넘게는 내게 어떤 연락도 없었다. 처음에 그는 경찰서에서 기억이 안 난다고 하다가 쌍방폭행이라 입장을 바꿨다. 나는 A사의 그룹사 감사실과 국가인권위원회에 민원을 넣었고 언론사에서도 취재가 시작됐다. 그러던 중 1월 13일 A사 CEO가 이 사건을 알고 회사를 방문했다. 그때부터 정 씨가 사과하겠다고 내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정신적 충격으로 6일간 휴가를 내고 출근을 하지 못하고 근무지까지 변경한 나는 정 씨를 대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성당 신부님까지 만나 나의 일정을 알아냈고, 신자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내게 무릎을 꿇었다. 심각한 사생활 침해라고 강하게 항의했고 이메일로 소통하자고 했다. 그날 저녁 정 씨는 사과 메일을 보냈고 나는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 1월 15일 저녁 정씨는 B씨에게 사과 이메일을 보냈다.
 
- 무엇을 요구했나. 요구사항이 제대로 이행됐나.
 
나를 쌍방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인정하고 경찰서와 검찰에 정정진술서를 접수하라고 했다. 또한 언론에 왜곡 보도된 내용을 정정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어떤 움직임도 보여지지 않았고 1월 19일 정씨와 대면하게 됐다.
 
 
- 만나서 어떤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나. 정씨가 B씨를 피해자로 인정했나.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쌍방가해자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정 씨의 진술을 녹음해서 확보하기 까지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아직도 제가 당신을 때렸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정씨는 분명하게 “안 때렸다고 생각한다. 절대 그럴 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내가 쌍방폭행의 가해자로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그는 “아니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상호 폭행사실을 부인하고 정정 진술서를 제출할 것을 약속했다.
 
(취재진은 청취 파일을 직접 듣고 확인할 수 있었다.)
 

- 현재 정씨 측 변호사까지 나서서 '쌍방폭행'이라 주장하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인가?
 
정씨를 직접 만나고 변호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응하기 시작했다. 변호사는 정씨의 처남이다. 그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법적 자문 역할을 했는데, 더 적극적으로 언론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 정 씨 측은 계속해서 화장실 안 상황이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하고 있다. 당시 그는 기억이 안날 정도로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었나.
 
아니다. 폭행 당시 “나이가 얼마나 되시는데 이렇게 욕을 하냐, 신분을 밝히시라”고 하자 정씨는 나이를 똑똑히 답변했다. CCTV를 보면 안경까지 제대로 쓰고 화장실에서 걸어 나온다.
 
 
   
▲ B씨는 이 사건으로 인해 전치 2주의 상해진단과 외상 후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과 진단 치료 6개월을 진단받았으며 근무지 변경을 해야만 했다.
- 잘못 시인 당시 정 씨가 화장실 안 상황에 대해 기억하던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내가 정 씨와 박 씨를 때린 기억도 없다고 이야기했다. 화장실 안에서의 상황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이제는 화장실 밖 상황에만 의도적으로 집중하고 있다.
 
 
- 정 씨 측은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거듭 말하고 있다. 현재 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설명 부탁한다.

서부지검 검사실에서 조사 중이다. 나는 집단폭행의 피해자가 상호폭행의 가해자가 된 억울함과 경찰수사의 미흡함을 호소하기 위해 A사의 그룹사 감사실과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한 경찰청,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억울함을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 사건은 화장실 안과 화장실 밖으로 상황이 나눠지고 있다. 무엇보다 화장실 안에서 비장애인 2명이 장애인 한명을 상대로 불거진 일이다. B씨는 장애인에 대한 폭력에 대해 집중하고 있고, 최근 강남역 인근 공중화장실에서 있었던 살인사건과 관련한 범죄 사각지대에서의 환경개선까지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 씨측은 화장실 안 상황을 외면하고 있다. 정 씨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CCTV 영상도 남아있지 않다. 대신 화장실 밖에서 B씨의 동료들과 정씨 측의 싸움에 집중하며 쌍방폭행이라 주장하고 있다. B씨는 장애인 폭행에 우선 집중하고 있지만, 화장실 밖 싸움도 결국 화장실 안 ‘작용’으로 불거진 ‘반작용’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 양측은 검찰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서로 다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건의 인과관계가 잘 따져져 억울하지 않은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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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연 기자
최주연 기자 dodu103@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