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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때 지난’ ATM 점포 사업 추진 1660억여원 손실…수상한 유착관계 의혹
IBK기업은행, ‘때 지난’ ATM 점포 사업 추진 1660억여원 손실…수상한 유착관계 의혹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7.02.2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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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BK기업은행이 ‘때 지난’ ATM 점포 설치사업을 급하게 진행시키며 현재까지 1660억여원의 손실을 보고 있음이 드러났다.
 
 

바야흐로 스마트폰 만능 시대다.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개인적인 업무를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고 이제는 생활전반이 스마트폰을 통해 ‘조율’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구매·송금 등 금융업무의 장(場)이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오면서 직접 돈을 찾는 것이 아닌 이상 은행에 갈 일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유명 모 IT기업은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본인 인증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했으며 우리는 머지않은 미래에 은행 창구가 사라지는 날을 맞이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소비자가 잘 찾지 않는 ‘옛 사업’에 많은 돈을 투자해 1600억원을 웃도는 손실액을 감당하는 기업이 있으니 국책금융기관인 IBK기업은행(이하 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으며 중소기업자를 위한 자금대출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이 ‘때 지난’ ATM 점포 설치사업을 급하게 진행시키며 현재까지 1660억여원의 손실을 보고 있음이 드러났다. 그리고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이 사업에는 부스 제작 및 설치 업체 ‘큐브인사이트’의 특혜 논란과 이 회사 CEO와 지난해 말 취임한 김도진 기업은행장의 커넥션 등 수상한 유착관계에 대한 의혹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지난해 10월, 기업은행이 2011년부터 전국 공중전화에 2000대의 ATM을 설치하는 길거리점포 사업을 운영해 1460억원의 손실을 냈다고 주장했었다. 현재까지(2017년 2월 24일) 손실액은 1662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미래전략실로 직접 지시, 1년도 안돼 사업 현실화
 
…이례적인 10년 장기계약, 부스 제작료 전액 부담
 
기업은행에 따르면 이 사업은 2011년 3월 기업은행 임부장급 회의에서 조준희 전행장의 아이디어로 시작 됐으며, 회의 직후 당시 미래전략실 김성태 실장(현 부행장)의 ‘직접’ 지시로 추진됐다.
 
지시가 떨어진지 3개월만인 2011년 6월, 기업은행은 KT링커스와 시범 사업 계약을 체결한다. 그리고 6개월 뒤인 2012년 1월에 은행권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10년 기간의 2000억원대 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만다.
 
또 기업은행은 부스 제작료 전액을 5년에 걸쳐 용역료에 포함시키도록 했으며 부스 운영을 5년 이내에 중단할 경우, 부스제작원가의 잔존가격을 기업은행이 전액 지불해야 사업을 철회할 수 있도록 했다.
 
길거리점포 사업은 KT로고가 들어가는 공중전화 부스에 ATM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KT자회사인 KT링커스의 자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행은 많은 돈을 부담하는 것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은행들은 ATM의 수익을 고려해 줄여나갔지만, 기업은행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해 정반대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유착 의혹 솔솔
 
점포를 제작·설치한 ‘큐브인사이트’는 금융권 출신인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013년부터 1년여간 자문위원으로 일한 곳으로, 최근 해운대 엘시티(LCT) 금품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됐다. 이 사업과 현 전 정무수석의 연관성에 대한 의혹도 새어나오고 있다.
 
큐브인사이트 설립월은 2011년 6월로, 기업은행이 KT링거스와 공중전화 부스 ATM임대, 광고계약을 체결한 시기와 맞아 떨어지는 면에서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기업은행은 큐브인사이트와 직접적으로 길거리점포 관련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지만, 계약 과정에서 KT링커스, 큐브인사이트와 함께 계약 내용을 조율을 했다. 현재까지 KT링커스에 지급된 용역료 945억원의 약 60%인 600억원 정도가 큐브인사이트에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학영 의원은 “길거리 점포 사업은 금융시장의 흐름에 절대적으로 역행하면서까지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려는 누군가의 의지가 반영된 사업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의혹은 국책은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하락 시킨다”고 지적했다.
 
   
▲ IBK기업은행 관계자는“큐브인사이트와 김도진 은행장과의 커넥션을 비롯한 일련의 부정청탁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사진은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24일 기업은행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0년 계약은 계획대로 추진되며 다만 그 규모가 축소된다”며 “ATM기계는 수익사업이 아닌 공공 편의성 차원의 사업이며 손실을 감안하고 진행시키는 사업”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그는 “큐브인사이트와 김도진 은행장과의 커넥션을 비롯한 일련의 부정청탁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김도진 IBK 기업은행장은 경영지원그룹 부행장에서 지난해 28일 제25대 기업은행장에 취임됐다. 그는 취임식에서 “강하고 탄탄한 은행`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자산의 구성과 질을 개선해야 한다”며 "위기 속에서 발전을 이루어 IBK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겠다"고 강조한바 있다.
 
이미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업을 계약대로 10년 존속시키며, 김도진 은행장의 신념대로 IBK기업은행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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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연 기자
최주연 기자 dodu103@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