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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투데이’ 러시아판 국영 CNN의 야망
‘러시아 투데이’ 러시아판 국영 CNN의 야망
  • 막심 오디네 | 연구원
  • 승인 2017.04.2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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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부의 도구라고 비난받는 RT는 세계무대에서 경쟁하는 수많은 뉴스 전문 채널들의 단점과 규칙을 답습했다. 서구 정치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 논조를 유지하며 미국과 유럽에서의 시청률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2015년 12월 대외 공영 러시아 방송의 꽃이랄 수 있는 RT(구 Russia Today)의 10주년 기념 동영상이 나왔다. 24시간 뉴스 전문 채널 RT의 편집장인 마르가리타 시모니안은 동영상 속에서 우스꽝스러운 소련 군복을 차려 입고 등장한 채 모스크바의 RT 본사에서 직원을 감독한다. 가정부 리우바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직접 명령을 받는다. 녹색 배경의 스튜디오 안에서 기자가 아랍어로 된 프롬프터를 읽는데 시리아 병사로 위장한 이들이 들이닥쳐 불발탄을 쏜다. 외국인 진행자들은 습한 감옥에 갇히고, 영국인 케빈 오언은 스튜디오 안에서 수갑에 채워진다.

 RT 간부진은 자사 방송에 대해 ‘러시아의 선전 도구’라고 비방하는 이들을 향해 이러한 자조적인 동영상을 (풍자적으로) 내놓았다. 뒤쳐졌던 대외관계에서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오래 노력한 끝에 RT의 10주년을 맞이하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국경을 초월한 국제 채널이라는 목표를 상기시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와 당신의 목소리가 전달되는 것이다. 정치인뿐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시민들에게”라고 대통령은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2004년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을 두고 NGO를 통한 서구의 우크라이나 내정간섭이라고 간주했다. 국제 영향력이 취약함을 깨닫게 해준 오렌지 혁명은 러시아의 대외 정책의 전환점이 됐다. 바로 다음 해에 러시아는 러시아투데이 그룹의 주춧돌을 마련했다. 그러나 시모니안은 “초창기에는 러시아만을 중심으로 한 영어권 방송국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실패한 아이디어임이 곧바로 드러났다. 시청자에게 러시아정치전문가나 러시아 전문가만 소개한다면 이는 극소수의 목소리만을 대변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회상했다.(1)

 2008년 러시아-그루지아 전쟁 당시 서구 주류 매체의 보도가 편파적이라고 판단한 RT 편집국은 매우 공격적인 논조로 대응했다. 사건에 대한 다른 시각을 널리 퍼트릴 수 있는 세계적인 언론이 되는 것이 RT의 임무가 됐고, 이에 RT 채널의 세계화가 가속화됐다. 2007년 RT의 아랍어 방송 <Rusiya Al-Yaum(오늘날엔 RT Arabic)>이 개국했고 2009년에는 스페인어 방송 서비스를, 2010년에는 미국, 2014년에는 영국에 채널을 신설했다. 그리고 2014년 독일어권과 프랑스어권 시청자를 위한 온라인 매체를 신설했다. <RT France> 채널은 올해 추가될 예정이다. 

 19개 국가에 사무실을 갖추고 21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RT그룹은 러시아 정부의 지원으로 성장했다. 조사기관 입소스에 따르면 2016년 3월 기준으로 38개국에서 매주 7천만 명의 시청자들이 RT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국 공영 방송 BBC 시청자수보다는 적지만 독일의 <Deutsche Welle>, 프랑스의 <France 24>보다는 앞선 수치다. RT에게 가장 중요한 타겟층인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8백만, 3천 6백만 명의 주당 시청자수를 기록하며 RT는 국제 방송 채널 중 5위를 차지했다. 개국 이후 방송국 예산은 2천 9백만에서 2억 9천만 유로로 10배가 상승했다. 러시아의 미디어분야 예산의 1/4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RT는 동영상 인터넷 라이브 방송, 증강 현실등과 같은 디지털 기술을 대거 사용하며 발 빠르게 인터넷용 콘텐츠를 개발했다. RT는 유튜브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에는 여러 계정을 열었다. 유튜브에서 RT는 450만 명의 구독자를 갖춘 제 1 국제 뉴스 채널이다. 반응성, 최신성, 정보의 다양성 면에서 CNN의 방송 프로그램은 여전히 제작 분야의 기준 모델로 여겨진다. RT 인터내셔널의 토론 프로그램인 ‘CrossTalk’은 CNN의 토크쇼 ‘Crossfire’(2014년에 폐지됨)를 직접적으로 본떴다. 유명한 진행자인 래리 킹을 미국 방송국에서 RT로 빼내 온 것은 RT의 최고 공적 중 하나로 꼽힌다.

 RT 편집국의 조사에 의하면 총 50여 개에 달하는 서구 주류 언론(2)의 대안처럼 RT가 간주된다고 한다. 2013년 6월 RT를 방문한 푸틴은 “세계적인 정보의 홍수 속에서 거대 영어권 미디어의 독과점을 깨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안드레이 코르트노프 러시아 국제위원회 회장은 “RT의 목적은 러시아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서구의 입장에서 의문을 가지게 만들고, 사건에 대한 서구적인 해석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RT의 슬로건은 ‘Question more’이다.

 RT는 비서구권 공영 방송국들과 다르게 정부와의 주종관계적 모순을 숨기지 않는다. 주주인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는 뉴스를 방송하라는 정치적인 요구와 선동가가 되지 않기 위해 확실한 독립성을 가져야 하는 직업윤리 원칙 사이의 모순이 그것이다.(3) BBC 월드 서비스의 확장을 맞이하여 사장인 토니 홀은 “공정하고 독립적이며 세상을 향해 열려있는 최고의 저널리즘 매체로서 신뢰받는 BBC”라는 비전을 공언했다. 같은 맥락으로 프랑스 미디어 몽드(France Médias Monde)의 부사장인 마리 크리스틴 사라고스는 2016년 12월 5일, <르 푸앙>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France 24>는 시청료를 받고,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지만 정부 방송국은 아니라고 단언했다. 

 이런 딜레마를 무시하고 RT는 러시아 정부와의 관계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2014년 CNN의 크리스티안 아만포가 러시아의 부정적인 이미지에 대한 정부의 대응 수단으로 RT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고 질문하자 RT의 ‘In the Now’ 프로그램의 미국인 진행자인 애니사 나우이는 숨길 것이 하나도 없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모두들 재정이 어디서 지원되는지 알고 있다. (…) 우리 방송이 러시아의 견해를 드러내고 있는가? 물론이다. 왜냐하면 러시아의 견해는 비주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15년 넘게 국무성의 견해를 전파하고 있는 매체가 물어보기에는 불합리한 질문이다”라고 대답했다. 아만포에게는 참으로 신랄한 말이었다. 1990년대 말, 아만포가 코소보에서 CNN의 특파원으로 일하던 당시 그녀의 남편 제임스 루빈은 국무성 대변인이었다. RT의 경영진들은 국제언론 환경이 여러 서술적인 체제가 공존하는 곳임을 자각했다. “객관적인 취재 내용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 객관성이란 없습니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만큼의 진실에 가까운 근사치만이 있을 뿐입니다”라고 2013년 8월 13일 슈피겔 온라인에서 객관성보다는 다원주의를 선호하는 시모니안이 말했다. 

 RT는 서구언론에서 거의 중계하지 않는 사건을 집중조명했다. 예를 들어 RT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미국과 동맹군의 폭격이 계속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취재하고 있다(2월 11일). 또한 RT는 시리아에 가려진 예멘 전쟁에 대해서도 꾸준히 방송하고 있다. 2016년 10월 장례식장 폭격으로 140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에 무기를 판매한 것을 폭로한 영국 언론(4)의 취재 내용을 지난 2월 10일 방송하기도 했다. RT 인터내셔널의 편집 정책은 몇 가지의 강력한 논조로 구성돼있다. 다극 세계 및 국가 주권주의적 가치의 촉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정책에 대한 비판, 반러감정의 폐기. 이러한 노선을 견지하기 위해 RT는 프랑스 극우파 클럽인 시계 클럽(Club de l'Horloge)부터 미국인 평화주의자까지 매우 이상한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SophieCo’라는 방송에 초대된 정치인들은 당파를 초월한 혼합의 도가니다. 이 프로그램에는 독일연방의회의 좌파당의 공동의장 사라 바켄크네히트, 트럼프 대통령의 임시고문 마이클 플린, 오스트리아 대선의 극우 후보 노르베르트 호퍼, 프랑스 전 외교부장관이자 사회주의자 위베르 베드린, 프랑스 국민전선 대표 마린 르 펜이 연이어 출연했다. 또한 파키스탄의 전 외교부장관 히나 라바니 카르, 터키 전 총리 압둘라 굴(정의와개발당), 이란 핵 프로그램의 전 이란협상가와 같은 지역강국의 견해 또한 환영한다. 2월 26일자 뉴스에선 러시아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가 암살당했던 주기임을 보도하는 등 느슨한 검열을 피하기도 한다.   

 RT 인터내셔널의 논조는 현지 방송국 및 인터넷의 논조와 일치시키지 않는다. 러시아가 영향력을 키우기를 원하는 국가마다 미디어의 공급 내용을 달리한다. RT 아메리카는 신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 외교를 비판한다. 이는 CNN부터 폭스뉴스에 이르는 미국 방송국의 논조와 거리가 멀다. 2월 18일 ‘Keiser Report’방송에서는 트럼프의 골드만 삭스 출신 내각 임명이나 고문 임명에 대해 비판했다. 월가에 반대하는 논조는 미대선 기간 동안 공화당 후보를 지원한 혐의로 RT를 고소한 미정보국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 매우 완곡하게 주장하는 RT의 첫 번째 목표는 힐러리 클린턴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힐러리는 러시아의 근심거리이기 때문이다. RT는 힐러리가 전임 국무장관으로서 신보수주의자와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위키리크스와 파트너 관계이며 그녀의 측근인 존 포데스타와 힐러리의 이메일 사건의 위험성에 대해 보도했다. 

 RT 아메리카의 토크쇼에서 좌파성향 인사들은 반트럼프 포지션을 취한다. 언론인 에드 슐츠는 민주당 경선기간 내 여러 번 인터뷰한 버니 샌더스에 대한 호감을 감추지 않았다. 편집위원인 크리스 헤지스는 2002년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노암 촘스키의 친구로 대안 언론 트루스디그(Truthdig)에서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로 정의했다. 트럼프가 당선되고 며칠 후에 방송된 그의 프로그램 ‘On Contact’에서 헤지스는 대선에서 ‘정치 엘리트층과 금융계 리더가 이끄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거부’를 보고 “이미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는 시민의 자유는 인정사정없는 경찰국가에 굴복하게 될 것이다”라고 예견했다. 반체제적인 접근에 충실한 RT 아메리카는 주류 언론에는 잘 초대받지 못하는 녹색당, 자유당 같은 제3당의 후보들에게도 발언권을 줬다.

 2000년대 초부터 세계적인 유수 언론들의 전쟁터가 된 근동아시아 지역에서 RT Arabic은 <알자지라(Al-Jazira)>(5)가 일선에서 취재했던 ‘아랍의 봄’이 야기한 불안정성과 서구열강의 군사개입을 비판한다. 미국 의회에서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아랍권 위성 채널 Al-Hurra는 이 점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미국의 내정간섭을 비판하는 것은 스페인을 비롯한 멕시코,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에서도 RT가 즐겨 쓰는 방식이다. 스페인어권 RT는 라틴아메리카 좌파와 생각의 궤를 같이하는 반제국주의와 반자유주의 담론을 방송한다. RT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는 학자 존 애커먼은 2017년 2월 에콰도르 대선 1차 투표에서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의 황태자 레닌 모레노가 거둔 성과는 ‘남미에서 급진주의 정부의 시대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RT는 2017년 2월 21일 베네수엘라가 겪고 있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해 말하며 경제 위기가 야당 탓인 듯이 ‘반 마두로 경제 전쟁’에 대해서 방송했다. ‘El Zoom’ 방송에서는 국가의 잘못된 재정 운영에서의 정부 역할에 대해 다뤘다.(12월 14일) 

 RT 프랑스어 사이트는 다른 유럽 국가의 RT와 마찬가지로 한층 보수적인 양상을 띤다. 경제나 사회 문제는 거의 거론하지 않고 공공안전 주제만 다룬다. 2016년에는 실업문제 기사 한 건당 17건의 테러 기사가 있었다. 반면 <르몽드>는 테러기사 2건, <르피가로>는 1.7건이었다.(6) RT는 지지율이 낮은 대선 후보들에게 다른 매체들에 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런 균형회복에 있어서도, 장 뤽 멜랑숑보다 드골파 주권론자 니콜라 뒤퐁 애냥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줬다.(7) 영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영국독립당(UKIP)의 당수 나이젤 페라지는 2010년부터 2014년 사이에 RT 영국에 17번 등장한다.(8) 이는 브렉시트 이전 일이다.
 RT는 프랑스에서 친러시아파로 불리는 프랑스와 피용의 사법적 패배에 대해서도, 또 피용의 유세 현장에서 벌어진 냄비시위(카세롤라소)에 대해서도 침묵하지 않았다. RT는 또한 마린 르 펜의 의회 내 허위 고용 의혹에 대해서도 다뤘다. RT는 2월 17일과 20일 르 펜 변호사의 성명과 국민전선의 기자회견을 중요하게 다뤘다. 프랑스의 외국인 정책 비전에 대한 국민전선의 기자회견 전체에서 국민전선 후보의 정책 방향에 대한 RT의 특별한 지지의 증거를 발견할 수 있다. 이 기자회견에서 마린 르 펜은 유럽 대륙에서 러시아가 균형을 잘 잡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2월 23일) 

 RT가 반자유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만큼 전진당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선후보는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RT는 경제학자 대니 랭의 목소리를 빌어 ‘완전한 사기’라고 평가하며 마크롱의 반체제적 입장을 조롱했다. 심지어 RT의 동료인 공영 스푸트니크 통신은 멀티미디어 플랫폼에서 두 명의 공화당원이 마크롱에게 악취 나는 추잡한 언사를 했다. 마크롱은 러시아의 협박에 혀를 내두르며 항의했다.(9)

 RT는 분쟁 특히 사회적 분쟁을 좋아한다. ‘Videos-choc’에 등장할 만한 영상 즉 유리창이 깨지고 화재가 일어나고 경찰과 대치하는 장면을 선호한다.(2016년 12월 30일). 미국에서는 월가 점령 시위나 블랙라이브매터스, 최근의 반트럼프 시위와 같은 사회운동을 취재한다. 이런 영상을 취재하며 서구사회를 가르는 균열을 강조한다. RT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에 위치한 루아야 계곡에 사는 이민자들을 옹호하는 농부활동가 세드릭 에루의 ‘투쟁의 반향’(2월 10일)과, 루카스 벨보의 영화 ‘우리 집’을 겨냥한 국민전선(FN) 당원 에냉 보몽의 ‘네, 우리집에 있습니다’라는 게시물에 대해서도 방송했다. 루카스 벨보의 영화는 국민전선당의 시의회 선거 운동에 관한 내용이다.(2월 22일) RT 방송에서 자유 민주주의는 혼돈의 상태이거나 더 나아가 내전상황처럼 그려진다.(1월 12일) RT는 산업 사고를 자주 취재하며 불안을 증폭시키는 장치를 넣는다. 플라만빌 원자력발전소의 기계실안의 화재(2월 9일 TV 뉴스), 함부르크 공항의 자극성 가스로 인한 50명의 호흡기 중독 증세 사건(2월 12일)등을 취재했다. 이는 러시아 엘리트층에게 매우 중대한 문제인 러시아와 서유럽,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상대화시키는 방법이다. 

 이라크 전쟁동안 미국을 위해 일한 CNN을 본떠서 RT는 러시아의 중요한 전략적 이익을 대변하는 분쟁이 일어난 경우에는 전쟁의 통신수단이 된다. RT는 세계적인 사건의 공식 영상을 열심히 중계했다. 시리아에서는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좌담을 여러 번 방송했다. 알레포 전투 결과는 러시아와 서구 사이의 정보 전쟁의 깊은 대립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시리아 정부군이 마을을 탈환한 후 RT는 서부 알레포 주민들의 환희에 찬 모습을 방송했다. 반면 대다수의 서구 언론들은 동부지역의 인도주의적 상황에 초점을 맞췄다. 이와 정반대로 RT는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군의 도움으로 이라크 군대가 재탈환중인 이라크 모술에서 민간인 사망을 피할 수 없었다는 말을 하기 위해 영국의 전 외교관을 초대하기도 했다. 

 역사의 아이러니일까? NATO는 2014년 1월 라트비아의 리가에 전략적통신센터(전략사령부)를 개설했다.(10) 그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 센터는 앞으로는 현재 유행중인 팩트 체크 기술로 최고의 적인 러시아의 정보 운동을 파괴하고자 하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니셔티브가 반체제 언론으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해주고, 모두에게 대항하는 유일한 반대자라는 카드로 반체제청중을 결집할 수 있게 해주기에 RT는 기뻐할 수도 있다. RT는 쏟아지는 비판을 오히려 활용하는 예술의 경지에 올랐다. RT의 10주년 기념 홍보 동영상의 마지막 부분에서 시모니안은 입술에 미소를 머금고 시청자들에게 말한다. “여러분이 상상하신 게 이런 건가요? 맞습니다. 이게 정확히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에요!”  


글·막심 오디네 Maxime Audinet
박사학위 준비자, 연구원

번역·김영란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졸업. 공역서로는 ‘22세기 세계’가 있다.

(1) <Lunch with the FT: Kremlin media star Margarita Simonyan>, Financial Times, London, 2016년 7월 29일
(2) 프랑스의 일간지 <르몽드>, <르피가로>, <리베라시옹>, 프랑스의 방송국 <TF1>, <France Télévisions>, <Canal Plus>. 전체 리스트는 www.msm.rt.com에서 볼 수 있음
(3) 시릴 블레, <공공외교의 도구, 미디어>, Revue internationale et stratégique, vol. 2, n˚ 78, Paris, 2010년
(4) 앨리스 로스, ‘Boris Johnson urged UK to continue Saudi arms sales after funeral bombing’, <가디언>, London, 2017년 2월 10일
(5) Yves Gonzalez-Quijano, ‘알자지라의 별은 지는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2012년 5월
(6) <르몽드>, <르피가로>, RT사이트의 디지털 베이스를 근거로 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집계 참조  
(7)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집계에 의하면, 2016년 9월 1일부터 2017년 2월 13일 사이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대선 후보인 프랑수아 피용은 ‘일어나라 프랑스’당의 후보 보다 6배 더 기사에 등장했고, <르피가로>에서는 20배, <르몽드>에서는 28배, <리베라시옹>에서는 43배 더 등장했다. RT 프랑스어판에서 장 뤽 멜랑숑 후보보다 프랑수아 피용 후보가 2.3배 더 등장했는데 프랑스 언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다. <르몽드>와 <르피가로>에서는 3.3배 더 등장했다. 
(8) 패트릭 윈터, 로위나 메이슨, ‘Nigel Farage's relationship with Russian media comes under scrutiny’, <가디언>, 2014년 3월 31일
(9) Cf, 리샤 페랑, ‘프랑스 대선을 러시아가 흔들도록 놔두지 마라!’, <르몽드>, 2017년 2월 14일
(10) 세르주 알리미, 도미니크 비달, ‘미디어와 정보조작’,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00년 3월


박스기사 1

냉전부터 이라크 침공까지

냉전 시대의 이데올로기 전쟁과 내재적으로 연관이 있는 ‘공공외교’ 개념은 1960년대 초 에드워드 머로에 의해 대중화됐다. 머로는 완강한 반공주의 관점에서 ‘미국의 소리’ 라디오 방송과 미국의 문화외교를 통괄하는 미국문화정보국의 국장이었다. 대외정책을 이러한 양상으로 이끌기 위해서 미국의 외교는 전체주의와 연결된 ‘선전’이라는 개념에서 해방되기를 원했다. 같은 시기, 소련의 책임자들은 우호국들에 대한 문화 선전을 위해 ‘대중 외교’와 비슷한 개념을 사용하며 모스크바 라디오에서 다국어 방송을 했다. 두 경우 모두 자국의 이익, 기본적인 가치, 자국의 문화를 진흥시키기 위해서 외국의 시민들과 문화, 교육, 언론이라는 수단을 통해 직접적으로 소통하려는 것이다. 넓은 의미로 보면, 외국 정부에 영향력을 끼쳐서 행동을 더 잘 조종하려는 의도다.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미국에 대해 점점 더 적대적으로 돼가는 근동아시아의 ‘마음과 영혼을 사로잡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의지로 공공외교의 개념은 21세기에 외연을 재정립했다. 미국무부는 여러 외교 수단 중에서도 세계적인 미디어의 가치를 회복시키고, 정부 정책과 양립할 만한 활동을 하는 NGO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수많은 국가들이 뒤이어 소프트파워를 강화하는 정책을 따라했다. 조지프 나이 교수는 2004년에 소프트파워를 ‘강압이나 돈보다는 끌림이나 매력으로 타자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1)

러시아 외교부는 2008년도에 공공외교를, 2013년도에는 소프트파워 개념을 공인했다. 2005년도에 RT와 스푸트니크 통신을 설립하며 러시아는 대외 대중 시청각 정책을 빠르게 정립했다. 이들 매체는 외국 시청자에 대한 영향력 추구를 우선시하는 도구로 변했다. 세계 정보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러한 전략은 불가피하다. 1990년대 말부터 카타르의 알자지라Al-Jazira 방송은 국제 뉴스 취재 분야에서 서구 언론의 독과점을 깨트리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2) 1991년 골프전 영상을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했던 미국 CNN을 겨냥한 것이다. 게다가 2000년대에는 여러 국가들이 뒤이어 국제뉴스 전문채널을 설립했다. 2016년 말 중국은 CCTV(China Central Television)를 CGTN(China Global Television Network)으로 바꿨고, 러시아(RT, 스푸트니크), 남미국가들(Telesur), 이란(Press TV)도 뛰어들었다. 모두들 CNN, BBC, Sky News, France24, Deutsche Welle과 같은 서구 경쟁사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러시아 방송사만의 독특한 점은 단순히 소프트파워를 행사할 뿐 아니라, 러시아 정부의 논리대로 공공안전이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방송을 한다는 것이다. 2016년 12월 통과한 정보 보안 교리 대통령령 내용대로 러시아의 정보 주권을 강조하며 연방안보기관들은 사이버네틱스를 도우며, 사이버공격과 편향된 정보 등의 위협을 저지하는 미디어의 잠재적인 방어 태세를 강조한다. 러시아 군 참모총장은 “현시대의 불균형적인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인터넷이나 언론매체에서처럼 지상전에서도 소프트파워를 적용하고, 하이브리드 방식을 개발하기를 원한다”고 발표했다.(2016년 3월 1일, Kommersant).
 
 러시아 정부에는, 정보 또한 그저 전장일 뿐인 것이다.  

글·막심 오디네

(1) 조지프 나이, <Soft Power: The Means to Success in World Politics>, PublicAffairs, New York, 2004년
(2) 모하메든 바바 울드 에트파가, <알자지라 여행>, Outre-Terre, vol. 1, n˚14, Paris, 2006년


박스기사 2 

시리아, 정반대의 CNN과 RT 

2016년 12월 14일,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 체제에 대항하는 반군의 보루였던 알레포 지역을 시리아 정부군이 재탈환했다. 국제적인 방송사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다뤘을까?

 RT는 이미 현지에 출동해 있었다. 12월 7일 RT는 시리아 정부군이 알레포 동부에 진입하는 영상을 처음으로 내보냈다. 시리아 정부군 곁에서 취재 중인 RT 특파원 리지 펠란은 잔해들 사이로 걸어 다니며 버려진 바주카포나 화학무기통을 언급했다. RT 사이트에서는 현장영상을 360도 비디오로 공급했다. 360도 비디오에서는 마우스 클릭만으로 현장을 이동하며 상황을 볼 수 있다. 알 라이라문 거리의 건물들에는 멀쩡한 유리창이 없다. “이곳에서 거주하거나 일하던 모든 주민들이 떠났다. 군인밖에 남지 않았다.” UN인권고등판문관의 대변인의 고발에 반대라도 하듯이 진행자는 말했다. 같은 날 UN인권고등판문관은 시리아 정부군에 의해 여성과 아이를 포함한 민간인 82명이 죽었다고 발표했다. 그 다음날 환희에 찬 군중들 사이에서 특파원 펠란은 알레포가 탈환됐다고 말했다.

 알레포 탈환 이전에 서구 언론들은 민간인 보복을 염려했었다. CNN의 가장 큰 관심은 주민들의 피난 문제였다. CNN은 시리아 정부군의 진격에 공포로 얼이 빠져 맨발로 도망가는 주민들의 모습을 방송했다. 손수레에 아이를 싣거나 양팔에 안고 도망가는 나이든 여인의 모습도 방송을 탔다(알레포의 대 탈출, 12월 12일). 12월 19일 이전에는 민간인을 대피시키기 위해 정부가 준비한 버스가 CNN의 영상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다른 방송사의 영상에서는 버스가 등장했다. 알 아사드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나라의 재정 지원을 받는 카타르의 <알자지라> 방송은 반군 지역인 이들리브로 시민들을 싣고 나르는 버스의 행렬을 방송했다(12월 15일). BBC는 반군 지역으로 도피하는 버스에 오르기 전에 겪은 모욕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활동가들과 이들리브에 도착해서 살아있음을 안도하는 운동가들의 모습을 방송했다(12월 21일).  
 12월 14일 <France24>의 뉴스는 환희에 찬 알레포 거리의 모습과 반군 지역으로 떠나는 차량 행렬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줬다. 특히 <France 24>는 반군에게 포위당한 카프라이아와 쉬트 드 푸아 마을의 주민들이 빠져나가는 게 허용된 점도 방송했다. “이번에는 피난민들이 알레포로 안내됐다”라고 앵커는 강조했다. 유일하게 <France 24>의 인터뷰에 응한 군인은 자유시리아군의 책임자였다. 이 부대는 이슬람과 자하디스트 군대가 아닌 비종교적인 부대다. 그는 험상궂은 날씨에 대해 불평했지만, 시리아군의 약탈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서로 정반대의 논조로 방송했지만 CNN과 RT는 공통적으로 반군의 항복 또는 알레포의 탈환을 매우 감정적으로 다뤘다. CNN에서는 “안녕하세요. 아마도 이번이 제 목소리를 들려드리는 마지막 순간일 것입니다”라고 생존을 열망하는 10세 고아 야스민 카누의 호소를 방송했다. RT는 “서구 매체는 인간의 고통에 초점을 맞추고 더 나아가 고통을 비틀어 열강의 이익을 위하여 정치적인 방송 프로그램을 추구한다”라고 비난했다(2016년 8월 21일). RT는 전쟁의 희생자인 아이들에게 헌정하는 다큐멘터리가 한 주간 하루에도 몇 번씩 방송되는 것을 막지 않았다.   

글·엘렌 리샤르 Héléne Richard  /  번역·김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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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심 오디네 | 연구원
막심 오디네 | 연구원 info@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