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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권오준 회장이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까닭은
포스코 권오준 회장이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까닭은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7.06.19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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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사진)이 회장 선임 당시 ‘최순실 유착’을 통한 낙하산 의혹, 19대 정권 들어서는 미국 경제사절단 적극 참여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협조 의사 개진 등 지속적으로 친정권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회장 선임부터 최순실 입김 의혹…친정부적 성향 논란

美 경제사절단 참여 적극 환영‧노동자 정규직화 협조 반응

 

 

…기회주의적 친정권적 행보 지속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국내 대표 철강 기업인 포스코가 든든한 국민 기업과 편안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동시에 잡은 광고 카피였다. 당시 소비자의 포스코에 대한 고정관념을 전환시켰다는 평을 받으며 유명 광고상을 휩쓸었다. 그런데 이 카피는 이 기업의 최고 수장을 함축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2014년 1월 포스코 회장 선임 당시 ‘최순실 유착’을 통한 낙하산 의혹, 19대 정권 들어서는 미국 경제사절단 적극 참여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협조 의사 개진 등 지속적으로 친정권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포스코가 노동‧산업 분야에서 새 정권의 정책방향에 적극적인 협조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 18회 철의 날’ 행사에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한미경제사절단 동행 요청에 대해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표현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하는데 좋은 성과가 나와야 할 것”이라며 "저희가 가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가야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권 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에도 ‘비교적’ 협조적인 답변을 했다. 구체적으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청인데, 그는 “아직 비정규직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며 정부 지침이 나오는 대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규직 전환? “정부 하는 대로”…말로는 협조, 행동은 ‘정체’
 
문재인 정부는 ‘경제민주주의’를 화두로 던지며 좋은 일자리 만들기가 우선 과제임을 강조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화를 약속하면서, 앞으로 ‘정규직 바람’은 거세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재계 10대 그룹 중 가장 많은 정규직화 압박을 받을 곳으로 포스코그룹으로 손꼽히고 있다.

포스코의 비정규직은 300여명 정도지만 사내 하청, 협력 업체를 포함할 경우 비정규직 비율은 전체 50%를 넘는다. 그런데 대부분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하도급 형태가 아닌, 포스코 기업 특수성에 따라 설비 유지 및 보수에 특화돼 있다는 점이 다른 제조업체와 다르다. 이때 정규직으로 전환할 비정규직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지정할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권오준 회장이 ‘비정규직 범위’를 거론하며 이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답변이다. 일각에서는 권 회장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8월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 하청업체 직원 양모씨 등 16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정규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포스코는 사내하청 근로자의 정규직 요구에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다. 금속노조는 포스코에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을 위한 특별단체교섭권을 요구하고 있지만 포스코 측은 응하지 않고 있다.

권 회장이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협조적 반응을 보였지만, 실제로 얼마나 정부의 정책 방향대로 따를지는 미지수다.
 

포스코 미스테리, 최순실 입김과 낙하산 회장

 
지난해 말 최순실 게이트 수사에서 권오준 회장은 2014년 1월 회장 선임에 대한 정권유착 의혹이 불거지며 회장 연임에 큰 위기를 겪었다.

포스코 8대회장을 선임하는 후보자 선정 당시, 최종면접에서 전례 없는 영어인터뷰가 진행됐다. 미국 석‧박사 출신인 권 회장에게 다른 경쟁자에 비해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졌고, 결국 엔지니어출신으로 기술총괄 사장을 맡고 있었던 권 회장이, 실제 내정됐던 인물을 제치고 회장으로 선정될 수 있었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포스코 한 관계자는 “포스코에서 발생한 가장 미스테리한 사건 중 하나”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손’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권 회장의 부인이 떠올랐다. 권 회장 부인인 박충선 대구대 교수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박 교수는 1972년 서강대학교를 입학한 박 전 대통령의 2년 후배다. 박 교수는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으로 일하면서 당시 국회의원이던 박 대통령과 인연을 갖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박 교수는 최순실 씨와의 연관설까지 제기됐고, 결국 권 회장의 회장 선임 의혹 퍼즐을 맞추는데 결정적 요소로 거론됐다.
 

세상 움직이기 위해선 ‘쉿’…친정부적 기업가의 탄생
 
권 회장은 지난달 ‘포스코 글로벌 볼런티어 위크(POSCO Global Volunteer Week)’ 전개를 기념하며 “100년 기업으로 발전 위해 사회적 역할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포스코 글로벌 볼런티어 위크’는 전 세계 52개국 사업장 임직원 7만9000여명이 1주일간 장애아동과 어르신 등 사회약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사회봉사활동이다. 국외 뿐 아니라 서울, 포항, 광양, 인천 등 국내 사업장 인근 지역에서 임직원들의 재능을 활용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한미경제사절단 참여 약속도 이러한 ‘사회적 책임과 역할’ 완수의 같은 맥락 안에 있다.

이러한 대대적인 선행에도 불구하고 포스코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권 회장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진정성은 포스코 울타리 안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좋은 노동조건 구축에서 시작돼야 할 것이다. 사회적 책임 위한 진정성 있는 행보인지, 이미지 구축을 위한 구색 맞추기 인지는 미래가 아닌, 현재에 평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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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연 기자
최주연 기자 dodu103@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