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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건설, ‘골품’ 따져 채용하나…가족 월수입‧직위‧직무까지 기입 요구?
서희건설, ‘골품’ 따져 채용하나…가족 월수입‧직위‧직무까지 기입 요구?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7.07.06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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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희건설이 입사지원자 이력서 기입항목에 업무에 관련이 없는 가족정보와 인맥을 기입하게 해 논란이 일었다.
 
 
 
가족사항 양식 수정 계획 없어…“사회통념상 문제 시 삭제 고려”

최근까지 지원자 인맥 기입 요구…‘지인이 매출 기여 시 보상’ 공지

 


골품제도는 신라시대 신분제도로서, 골품(骨品) 즉 뼈에 등급을 매겨 정치적 출세를 비롯한 혼인, 가옥 규모, 의복 색깔 등 사회생활 전반에 영향을 끼치며 개인에게 제약을 가했다. 이렇듯 골품제는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타고난 ‘귀속지위’를 중요시한 제도로서, 이 귀속지위는 개인의 후천적 노력의 결과로 얻은 ‘성취지위’와는 정반대다. 신분제가 사라진 현대에는 개인이 ‘획득’한 사회적 지위로 사회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으며, ‘갑질’, ‘차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속지위를 휘두르는 개인 혹은 집단에 의해 발생한다.
최근 국내 건설기업 서희건설이 입사지원자 이력서 기입항목에 업무와 관련이 없는 가족정보와 인맥을 기입하게 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말 잡음을 일으켰던 ‘각계지인기록서’는 삭제됐지만, 아직도 가족의 월수입‧직장명‧직무‧직위 등의 내밀한 가족사항 기입 항목은 삭제되지 않고 있다.


 

서희건설이 2017년 상반기 건설현장 기술직 신입‧경력과 미래신사업개발 경력 채용공고에서, 입사지원서에 지원자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소지가 있는 항목 뿐 아니라 지원자 가족들의 신상정보까지 기재하게 해 논란이 있었다.
 
입사지원서 항목에는 '신장', '체중', '가족월수입', '종교', ‘주거형태’는 물론, 지원자 가족들의 '생년월일'과 '학력', 그리고 '직업', '직장명', '직위', '직무' 등을 요구했고, '흡연량'과 '주량'은 자기소개서에 적게 했다.
 
이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흙수저’ 시대를 살고 있는 청년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사회계급에 따른 채용 차별로까지 문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희건설은 지난해까지 직원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가 ‘인맥’을 기입해야하는 ‘각계지인기록서’라는 항목이 따로 지정돼 있었다.
 
각계지인기록서에는 재계, 학계, 언론계, 정치계, 종교계, 문화계 등 분야별로 지인의 성명, 근무처, 직무, 직위(급), 관계, 특이사항 등을 기입하도록 했었다. 게다가 ‘상기 지인이 매출 기여 시,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추천인에게 주어짐’이라는 별도의 공지까지 달려있었다.
 

이봉관 회장 ‘인맥경영’ 논란…
MB 정권실세 유착설‧지역주택사업 인맥활용 주장까지
 
   
▲ 포스코 출신인 이봉관 회장(사진)은 MB정부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력의 형을 비롯해 정권실세들과의 유착관계에 휩싸인 바 있다.
서희건설의 ‘수상한 이력서’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이력에서 추적해 볼 수 있다. 포스코 출신인 이봉관 회장은 MB정부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 형을 비롯해 정권실세들과의 유착관계에 휩싸인 바 있다. 또, 회사 설립 초기엔 포스코 관련 사업을 주로 수주하며 성장했다. 이렇듯 과거 건설사의 ‘담합’ 문화에 익숙한 이 회장으로 인해, 현재 서희건설의 사원채용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수월한 진행을 위한 인맥활용이 지적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을 주력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서희건설이, 지자체 인허가에 직원들의 인맥을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전국에서 진행 중인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사업추진과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 관할 지자체로부터 사업계획 승인을 받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승인 받지 못하면 착공이 무한정 연기되고 사업 자체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각계지인기록서는 현재 삭제된 상태이며 문제 제기된 가족사항 항목과 관련해서는 ‘참고자료’일뿐 합격 당락과는 무관하다”며 “사회통념상 문제가 된다면 삭제돼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수정 계획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4년 새 정규직 100명 줄고, 비정규직 142명 늘고
 
서희건설의 정규직 노동자 수는 최근 4년 사이 100명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701명, 2014년 642명, 2015년 630명, 2016년 602명으로 꾸준히 감소, 비정규직 노동자(기간제 근로자·계약직)은 2013년 239명, 2014년 290명, 2015년 370명, 2016년 381명으로 매년 증가한 것으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서희건설 관계자는 “건설업 특성상 현장 인부를 쓰다 보니 비정규직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건설현장이 늘어나다 보니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 뿐”이라고 답변했다. 4년 사이 정규직 수가 100명이 줄고, 반대로 비정규직이 같은 기간 동안 142명 증가한 것을 건설업 특성으로 돌리고 있는 것.
 
한편 서희건설 실적은 2013년 매출 8000억 원대·영업이익 180억 원대에서 2016년 매출 1조 원대·영업이익 800억 원대로 큰 폭으로 늘었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에는 ‘문재인 수혜주’로 떠오르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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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연 기자
최주연 기자 dodu103@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