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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아기와 나> ― 행복한 삶과 끔찍한 삶 그리고 비참한 삶
[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아기와 나> ― 행복한 삶과 끔찍한 삶 그리고 비참한 삶
  • 서곡숙(영화평론가)
  • 승인 2017.11.2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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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나> 11월 23일 개봉
 
1. <아기와 나> 그리고 <아기와 나>
 
장근석이 주연한 <아기와 나>(2008)는 19살의 반항아 준수(장근석)를 혼내기 위해 부모가 아기를 맡긴다는 내용의 가벼운 가족코미디이다. 동명의 영화 <아기와 나>(2017)도 20대 젊은이가 육아로 고군분투하는 내용이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 영화를 연출한 손태겸 감독은 단편 <야간비행>(2011)으로 2011년 칸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 3등상을 수상하였고, <자전거 도둑>(2012), <여름방학>(2012)을 연출하여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손태겸 감독의 <아기와 나>는 군대 제대를 앞둔 도일(이이경)이 아내 순영(정연주)의 가출과 아들 예준의 육아로 인해 막막한 상황을 겪게 되는 내용을 묵직하게 다루고 있는 드라마이다. 이 영화에서 인물에게 닥친 세 가지 문제와 딜레마가 무엇인지, 주제를 표현하는 스타일상의 특징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2. 세 가지 문제와 딜레마
 
<아기와 나>에서는 세 가지 문제, 즉 순영의 불륜·가출·매춘, 엄마의 병환, 육아/생계의 딜레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 
 
첫째, 도일은 사실혼 관계에 있으며 곧 결혼할 순영의 불륜, 가출, 매춘 문제로 친구들, 엄마와 갈등한다. 제대를 앞두고 있는 도일은 상냥한 아내 순영과 귀여운 아들 예준과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어느 날 예준의 알레르기 검사로 병원에 간 도일은 예준의 혈액형으로 자신의 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음날 순영이 가출해 버리자 도일은 순영의 친구와 주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순영의 행방을 찾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매춘 사실까지 알게 된다. 이 문제가 제기되자 순영을 둘러싸고 두 가지 입장이 대립된다. 
 
먼저 순영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인물들은 순영을 포기하라고 한다. 도일의 친구들은 서로에게 “순영이 따먹은 거 너잖아?”라고 말하면서, “걸레 중에 상걸레”, “한번 걸레는 세탁소 맡겨도 걸레”라고 순영을 비하한다. 그래서 친구들은 도일에게 순영을 잊고 딴 여자를 만나라고 조언한다. 순영의 매춘 상대, 즉 예준의 친아버지로 추정되는 인물도 결혼할 여자를 신중하게 고르라고 도일에게 충고한다. 
 
다음으로 순영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인물들은 순영을 찾으라고 한다. 순영은 도일의 엄마에게는 착한 며느리이고, 남동생에게는 알콜중독자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가출한 이후에도 자신을 챙겨주는 자상한 누나이다. 특히 도일의 엄마는 도일에게 순영을 때려서 순영이 가출한 거냐며 도일을 혼내기까지 한다. 이 말에 도일은 “내가 깡패야?”라며 화를 낸다. 도일은 이 두 입장에서 갈등하면서 계속 순영을 찾아다니다가 결국은 그녀를 찾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도일이 자괴감에 빠져 “제대로 하는 게 없다”며 괴로워하자, 엄마는 “그냥 살면 되지. 너 잘 살고 있어”라며 도일을 위로해 준다. 
 
둘째, 도일은 엄마의 병환 문제로 형과 갈등한다. 형은 도일에게 엄마의 병원비 등에 대해서 한 번도 신경 쓴 적 없으며, 엄마의 병도 도일 때문이라고 비난한다. 도일도 화가 나서 “엄마야 죽든지 말든지”라는 말을 내뱉다가 “난 양심도 없냐?”라고 반문한다. 또한 엄마의 암이 재발해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같이 사는 도일이 술을 마시고 외박해서 엄마가 쓰러진 것을 몰랐다는 사실을 알고는, 형이 격분하여 도일의 뺨을 때린다. 하지만 나중에 쓰러진 엄마가 의식을 되찾자, 형은 엄마의 병은 도일 때문이 아니라고 말하며 도일과 화해한다. 
 
셋째, 도일은 육아와 생계 문제로 딜레마에 빠진다. 우선 아들 예준에 대한 육아 문제이다. 아내 순영이 가출한 후 아내의 불륜의 결과로 생겨난 예준, 즉 자신의 자식이 아닌 예준의 육아 문제가 대두된다. 형과 친구들은 아내가 가출한 상황에서 친자식이 아닌 아기를 키울 필요가 없다며 시설에 맡기라고 충고한다. 아기의 친아버지로 추정되는 인물도 각서를 쓰고 아기를 시설에 맡기고자 한다. 
 
하지만 도일은 순영을 찾으러 다닐 때 형제나 친구들에게 아기를 잠깐씩 부탁하거나 아기를 데리고 헬스장에 출근하는 등 아기를 키우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엄마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여 육아와 생계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헬스장 대표가 트레이너로 고용하면서 아기를 더 이상 헬스장에 데려오지 말라고 하자, 도일은 딜레마에 빠진다. 결국 육아와 생계 문제로 지친 도일은 아기를 교회 소속 보육원에 맡기게 된다. 하지만, 핸드폰에 저장된 아기 사진을 보고는 교회에 찾아가, “제가 예준이 아빠인데 다시 데려가서 키워 보겠습니다.”라며 눈물을 흘리며 사정하여 아기를 다시 데려온다.
 
이 영화에서 도일과 순영은 성격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도일은 철없는 망나니와 책임감 있는 가장이라는 상반된 면모를 드러내 성격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도일은 전반부에서는 생계문제에 대해 무책임하고, 엄마의 병에 무관심하고, 아내의 불륜과 가출에 대해 분노하는 인물로 나온다. 하지만, 후반부에서는 생계문제에 대해 책임감을 보이고, 엄마의 병을 염려하고, 아내의 불륜과 가출에 대해 관용적 태도를 보여준다. 
 
  
 
 
 
3. 더블링과 생략을 통한 대조와 반전
 
<아기와 나>는 핸드폰, 운동복, 섹스, 동물원 사진, 헬스장 취직 등의 전반부의 장면들이 후반부에서 다시 반복되는 더블링의 축적을 보여주고 있다. 전반부에서 순영이 시어머니에게 핸드폰에 사진을 넣는 것을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순영이 도일에게 운동복을 선물하자, 도일은 자신의 선물은 키스라며 순영과 사랑이 담긴 키스와 섹스를 하고, 동물원에 가서 순영과 아기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사진을 찍는다. 헬스장 사장인 선배에게 거리에서 전단지나 돌리는 관리직은 싫다며 화를 낸다. 
 
하지만, 후반부에서는 도일이 엄마에게 핸드폰에 사진을 넣는 것을 가르쳐주지 않자, 그의 어머니가 “서방복 없는 년은 자식복도 없다더니”라며 섭섭하게 생각한다. 도일은 클럽에서 만난 여자에게 유부남이 아니라고 거짓말한 후, 키스를 하고는 모텔에서 단순히 성욕을 풀기 위한 섹스를 한다. 도일은 거리에서 헬스장 전단지를 돌리며 생활비를 번다. 수소문하여 찾아간 고시원에서 순영의 티셔츠를 보고는 그 옷에 얼굴을 묻고 오열하고, 동물원에서 찍은 순영과 아기의 사진을 보고는 슬퍼한다. 이러한 수미상관식 구성과 더블링의 축적으로 통해 배려/무시, 행복/불행, 사랑/성욕, 무책임/책임 등 전반부와 후반부의 차이와 대조가 두드러지게 된다. 
 
그리고 <아기와 나>의 연출에서 독특한 것은 앞 장면에서 내용을 생략하고 다음 장면에서 앞 장면과 상반되는 내용이 나오는 점이다. 마지막 휴가 때 놀 계획에 대해서 의논하면서, 순영은 아기가 좋아하는 동물원에 가자고 하지만, 도일은 T익스프레스(에버랜드 롤로코스터)를 가자고 계속해서 우긴다. 하지만, 다음 장면에서 도일이 순영, 아기와 함께 동물원에 와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도일이 순영을 찾기 위해 핸드폰 대리점에 일하는 친구 광우에게 순영의 핸드폰 통화 내역을 부탁하자, 광우는 개인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힘들다고 거절한다. 그러나 다음 장면에서 도일은 광우가 준 순영의 핸드폰 통화 내역을 보며 순영이 통화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건다. 도일이 순영의 친구 혜미에게 순영이 있는 곳을 캐묻지만 순영은 모른다며 가르쳐 주지 않는다. 하지만, 다음 장면에서 도일은 혜미가 알려준 고시원에서 순영의 이름을 부르며 애타게 찾는다. 도일이 거리에서 순영을 다시 만나지만 안 잡을테니까 너 마음대로 하라며 돌아선다. 그러나 다음 장면에서 도일은 순영과 함께 엄마의 병실을 방문한다. 이러한 생략을 통한 반전의 묘미로 호기심을 가지고 다음 장면을 지켜보게 되고, 불확실의 기대를 통해 극적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간결한 압축을 통해 극의 전개를 빠르게 진행시킨다. 
 
이 영화에서는 생략을 통한 반전으로 야기되는 상황의 아이러니 외에도 극적 아이러니, 순진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순영의 불륜, 가출, 매춘 등의 사실에 대한 인지의 순서는 도일>형제>친구>엄마이며, 이런 사실에 대한 인지/오해/무지 등의 극적 아이러니를 통해 관객의 기대감과 극적 흥미를 고조시킨다. 도일의 엄마는 며느리 순영에 대해 가장 정보가 적지만, 가장 진실에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순진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도일의 엄마는 모두가 비난하는 순영을 착한 며느리로 생각하며 그리워하고, 도일에게 찾아오라고 독촉한다. 하지만, 나중에 도일이 순영 찾기와 아기 돌보기를 포기하자, 그를 이해하며 감싸준다. 이런 점에서 가장 정보가 적은 도일의 엄마가 가장 관용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순진의 아이러니를 통해 주제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복선을 통해 관객이 확실성과 불확실성의 혼합으로 인한 기대로 정보를 추측하게 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한다. 늦은 밤 순영이 집 앞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장면, 엄마가 구토할 때 피가 나오는 장면, 도일이 혜미의 핸드폰을 들여다보려는데 혜미가 거부하는 장면, 순영이 준 라이터에 있는 업소 문구 등의 복선은 이후의 상황을 암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아침에 일어난 도일이 옆에 순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에서 흔들리는 카메라와 사선 앵글 등으로 인물의 혼란을 표현하고 있다. 
 

 

 

   

 

 

4. 현실에 대한 비판과 따뜻한 시선

<아기와 나>는 행복한 삶(전반부), 끔찍한 삶(중반부), 비참한 삶(후반부)을 차례대로 제시한다. 가치값의 상승과 하강의 기준에서 후반부의 비참한 삶은 바로 앞에 제시된 중반부의 끔찍한 삶보다는 낫기에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인생은 비참한 삶과 끔찍한 삶으로 나뉘는데, 현재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면 당신은 행복한 것’이라는 우디 알렌의 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불륜, 가출, 매춘, 청년 실업, 육아, 노인 봉양 등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주요한 문제를 건드리며,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해서 따뜻한 시선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또한 이 영화는 더블링의 축적, 생략을 통한 반전의 묘미, 복선, 다양한 아이러니 등 주제의 깊이를 더하는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어서 감독의 차기 작품에 대해서도 기대를 하게 만든다.
 
사진 출처: 네이버 - 영화 - 아기와 나 - 포토
 
 
글: 서곡숙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영화평론가협회 기획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코미디와 전략』, 『영화와 N세대』등의 저서가 있으며, 현재 장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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