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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포티’ 재계? ‘호식이’ 최 회장은 무고죄를 주장하나
‘영포티’ 재계? ‘호식이’ 최 회장은 무고죄를 주장하나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8.02.02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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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산나와 두 늙은이>, 1610 -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최호식 전 회장 직원 성추행 논란 그 후
…“신체접촉은 있었지만, 강제성은 없었다”

젊은 여성 노리는 기득권 性


‘영포티(young forty)’는 젊게 살고 싶어 하는 40대를 뜻하는 신조어다. 이 단어는 대개 40대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하며, 몇몇 매체는 ‘새로운 소비 주체로서의 영포티!’, ‘지금은 아재시대’, X세대의 진화‘라며 조명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누가 퍼트렸을지 모를) 영포티 트렌드가 실재하는 40대 이상 중년들에게 20대 여성과의 연애까지도 꿈꾸게 한다는 것이다. 이미 영포티와 젊은 여성을 짝 맺은 드라마와 예능은 숱하다. 최근에는 아이유(26)와 이선균(44)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제작된다는 소식에 일부 여성들은 제작 무산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콘텐츠의 확산은 시청자의 도덕관념을 어지럽히거나 심하게는 망상장애까지 만들어 스토커‧성폭력 등 범죄를 양산할 수도, 범죄를 이해‧합리화하는 데 기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직원이었던 20대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공개사과 뿐만 아니라 회장직에서 물러난 호식이 두마리 치킨 최호식(64) 전 회장이 얼마전 “강제성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최 전 회장도 영포티에 동참하는 것일까.
 
 
“강제성은 없었다”의 의미, “합의된 관계, 합의된 행동”

최 전 회장은 지난해 6월 여성 직원과 식사를 했고 강제적인 신체 접촉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은 이 직원을 인근 호텔로 끌고 가려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당시 이 모든 것들이 담긴 CCTV가 공개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호텔에 들어갔던 직원이 뛰어나와 택시를 잡고 승차하려 하자 최 회장이 뒤따라가는 장면도 담겼다. 이 과정에서 여성 3명이 택시에 합승하려는 최 회장을 제지했다. 당시 이 사건의 후폭풍은 대단했다. 최 전 회장을 향한 비난이 빗발쳤고 호식이 치킨 가맹점에 대한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결국, 최 전 회장은 공개사과와 함께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해당 직원은 이후 고소를 취하했고, 본지는 그의 퇴사를 확인(2월 2일)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일단락되는 것 같았던 최 전 회장의 성추행 사건은, 경찰이 관련 수사를 진행하면서 다시금 고개를 든다.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권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최 전 회장 측은 “신체접촉은 인정하지만, 강제성은 없었다”고 주장해 또다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 전 회장의 주장은 결국, 합의된 신체접촉이었음을 뜻한다. 쌍방이 합의한 행동, 하지만 이제와 범죄를 당했다고 하는 ‘꽃뱀론’의 등장이다. 이 주장은 최 전 회장과 해당 직원 쌍방이 아주 가까울 정도로 평등한 관계, 모든 행동이 합의된 관계였음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최 회장의 주장은 20대 여성이 60대 남성과의 관계를 즐긴다는 전제 하에 성립 가능하다. 그도 영포티 트렌드에 취한 것일까.

모든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CCTV에 기록된 쫓김 당하는 자와 쫓는 자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젊은 여성이 언제부터 젊은이를 마다하게 됐을까

미디어는 온통, 여성을 띠동갑을 훌쩍 넘는 연상의 남성과 커플을 맺어주느라 안달이 났다. 미디어는 인식의 창(窓)이다. 미디어에서 내뿜는 콘텐츠는 대중의 습관과 생각을 만든다. 이는 남성의 바람이 깃든, 남성중심적 시각이다. 젊은 여성이 나이 든 남성을 좋아하기를 바라는 기득권 남성의 바람이 꽤 오래 우리 미디어를 잠식해 있다.

젊은 여성은 언제부터 젊은 남성을 마다하게 됐을까. 남아선호가 뿌리박힌 대한민국에서 나이 든 남성까지도 선호하기를 바라는 기대가 유령처럼 만연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사회적 합의와(?) 이제 영포티라는 이름까지 붙은 트렌드는 사랑이라는 따뜻한 껍데기와 야합해서는 최호식 회장을 변호하기에 이르렀다. “신체접촉은 있었지만, 강제성은 없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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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연 기자
최주연 기자 dodu103@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