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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SK케미칼·애경이 쏘아 올린 작은 '독'
가습기살균제, SK케미칼·애경이 쏘아 올린 작은 '독'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8.02.12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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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지는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 2016년 4월부터 취재를 진행 중이다.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고’와 관련해 시리즈로 기사를 연재했으며, 특히 [가습기 살균제③CMIT/MIT] 애경 ‘가습기메이트’와 숨은 ‘협력자들’에서는 이 사건을 정리하고 공모자들을 고발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가장 근원에 있는 가해 집단을 들추어내는 데 골몰하고 있다.


▲ ‘가습기메이트’의 살균제 물질 CMIT/MIT를 생산하고 이들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한 SK케미칼과, 이들을 판매한 애경은 인체 유해성 정보나 경고 등을 은폐·누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케미칼발(發) 가습기살균제, 애경이 판매해 소비자까지

공정위, 과징금 총 1억3400만 원 부과
…피해자 단체 “살인기업에 솜방망이 처벌”

 
김상조 체제의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 살균제 인체 위해성에 대한 무혐의 판결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2016년 8월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공정위는 가습기살균제를 각각 제조‧판매한 SK케미칼과 애경에 시정명령(공표명령 포함)과 과징금 총 1억3400만 원을 부과했다. 또 SK케미칼 법인 및 전직 대표이사 2명, 애경 법인 및 전직 대표이사 2명을 각각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가습기메이트’의 살균제 물질인 CMIT/MIT를 생산하고 이들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한 SK케미칼과(SK케미칼은 옥시의 가습기살균제 물질로 알려진 PHMG를 생산했다.), 이들을 판매한 애경은 인체 유해성 정보나 경고 등을 은폐·누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신에 삼림욕‧아로마테라피 효과 등의 표현을 제품을 광고하는 데 사용했다. 그러나 애초에 이 물질들은 사람의 호흡기관으로 들어가서는 안 될 물질들이다.(참조 : 본지 92호 [가습기 살균제③CMIT/MIT] 애경 ‘가습기메이트’와 숨은 ‘협력자들’)

미국 환경청(EPA) 보고서는 SK케미칼이 생산한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에 대해 흡입독성을 이유로 반복적으로 경고한 바 있다. ‘이 화학물질’이 공기 중에 노출되지 않도록 가습기를 철저히 헹궈야 한다는 것이다. 2016년 8월 공정위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해 위해성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의절차 종료를 의결했다. 사실상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말 심의가 재개된다.
 
공정위 김상조 위원장은 TF 조사 결과 발표 당시 "공정위 대표로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게 사죄 말씀을 드린다"며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싶을 만큼 판단에 아쉬운 대목이 많다"고 말했다.
 

 
“피해자 외면한 SK케미칼‧애경 추가 소송할 것”
 
공정위의 결정으로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를 향한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과 환경단체 소송은 급물살을 탔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모임은 대표적으로 가피모와 너나우리 등이 있다. 너나우리는 CMIT·MIT 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사용했다가 3·4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 모임이다. 이들은 피해자를 외면했던 SK케미칼과 애경에 추가 소송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은영 너나우리 대표는 12일 "진행 중인 소송에 더해 추가 소송을 검토 중"이라며 "다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분들과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CMIT·MIT 성분이 든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했다가 피해를 입었다. 2017년 4월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SK케미칼과 애경을 상대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가해 기업인 SK케미칼과 애경은 계속해서 자신들은 관련 없다며 철저하게 외면했다"며 "애경은 SK와의 계약관계를 이유로 SK가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애경은 가습기살균제 사태에 대해 발뺌하고 있다. 판매자로서 판매를 한 것 뿐, 제품에 대한 인체유해성에 대해서는 몰랐다는 것이다.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애경 측 관계자는 “애경은 SK케미칼이 제조한 가습기 살균제 ‘완제품’을 2001년부터 판매하다가 2011년 자발적으로 회수했다”며 “‘판매원’으로서 법적 책임이 있다면 충실히 임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었다.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사과하는 공정위 김상조 위원장.
가습기참사넷(가습기살균제피해모임, 너나우리 등)은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관련 공정위 조사결과 발표에 대한 피해자와 가습기넷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공정위가 뒤늦게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가해기업 일부에 대해 기존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일부지만 이를 바로 잡았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바로 잡게 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공정위의 결정은 미흡하다"며 "살인기업에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2016년 7월 작성된 공정위 사무처장의 심사보고서에는 애경에 81억원, SK케미칼에 2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이날 김상조 위원장이 발표한 과징금은 1억3400만원"이라며 "이는 내부보고서에 적힌 금액의 0.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수많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인체에 해를 가한 참사다. 참사를 불러일으킨 기업들에 그에 맞는 징계를 내리고, 특히 근본적인 사고이유를 밝혀 책임자들을 밝혀내고 재발되지 않게 방지해야 한다. 진상규명은 그럴 때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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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연 기자
최주연 기자 dodu103@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