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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훈의 시네마 크리티크] <고스트 스토리> 심장이 사라진 후, 살아진 이야기
[최재훈의 시네마 크리티크] <고스트 스토리> 심장이 사라진 후, 살아진 이야기
  • 최재훈(영화평론가)
  • 승인 2018.03.05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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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이 있다. 문득 그리워지는 것이다. 그 날의 날씨, 그 날의 감정, 그리고 그 날의 냄새. 하지만 가끔 그 날 나와 함께 있었던 사람의 얼굴과 표정은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그 날의 사람이 아니라, 그때의 나, 그날의 내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같은 일을 겪었지만, 두 사람의 기억과 감정은 묘하게 다르다. 어쩌면 그리워지는 기억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이 더 큰 쓸쓸함 속에 갇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떠나지 못하고 상실을 극복하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더라도, 상대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영화는 상실을 견디는 여인을 보살피는 유령의 이야기가 아니다. 집이라는 추억에 갇힌 유령이 쓸쓸함과 고독을 견디며 묵묵히 살아가는, 혹은 그렇게 살아지는 이야기다. 사랑하는 남자를 잃은 후, 상실을 극복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기대하겠지만, 결국 남겨져 오롯한 고독을 견디는 인물은 남겨진 여인이 아니라, 죽은 남자라는 설정은 관객의 기대를 배반하지만 청량할 만큼 신선하다. 로워리 감독은 아무런 특수 효과 없이, 시트를 뒤집어 쓴 유령의 실루엣만으로 유령의 감정을 담아낸다. 조명과 빛의 변화에 따라 변하는 흰 천의 색감과,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낡아가는 천의 디테일한 변화는 오롯이 유령의 시간을, 유령과 함께 하는 상실의 시간을 관객들이 함께 견디고 감내하게 만든다. 
 
1.37:1의 화면비율에 일부러 크롭을 준 화면비는 반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고스트 스토리>를 캠코더로 기록한 C의 홈 무비를 보는 것처럼 만든다. 그렇게 인위적이고 조금은 답답한 화면비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어쩌면, C라는 인물의 주관적인 프레임에 갇힌 캠코더의 기록처럼 만들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로워리 감독의 <고스트 스토리>는 친절하지 않고 주관적이다. 이해할 듯하면 비틀고, 공감하려는 순간에 냉큼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렇다고 날카롭게 생채기를 내는 것도 아니다. 영화는 줄곧 유령의 입장에서 겪는 쓸쓸한 시간에 집중한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와 이봄씨어터가 함께 기획한 <제1회 이봄영화제> 선정작으로 3월, 단 한 차례 상영 예정이다.
 
재개봉일 : 2018년 3월 13일(화) 오후 7시
장소 : 이봄씨어터 (신사역 가로수길_문의 : 070-8233-4321)
 
글: 최재훈
영화평론가. 제37회 영평상 신인평론상 최우수상 수상. 현재 서울문화재단에서 근무하며 객석, 미르 등 각종 매체에 영화평론과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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