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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지난한 여정, <페미니즘과 섹시즘> 3월 20일 발간
페미니즘의 지난한 여정, <페미니즘과 섹시즘> 3월 20일 발간
  • 성일권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
  • 승인 2018.03.1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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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과 섹시즘> 3월 20일 발간 예정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에 이어, 영국 테리사 메이가 국가의 수반에 오르고,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의 유력한 후보로서 떠올랐을 때 성급한 이들은 ‘가부장적 사회의 종말’을 예견했을 것이다. 더욱이 한국의 박근혜를 비롯해 몇몇 중남미 국가들의 대통령이 여성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힐러리 클린턴은 백악관 최초의 여성 주인이라기보다는 지독한 남 성우월주의의 출현을 도운, 비웃음 받아 마땅한 부패한 계층의 상징이 돼 버렸다. 그녀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여성 문제를 미국 외교정책의 핵심으로 삼겠다”고 약속했으나, 사람들은 오히려 그녀가 오바마 정권의 국무장관 시절에 관심을 가진 여성주의 정책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 채 리비아를 폭격하고 시리아에 개입하도록 미 대통령을 설득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한국의 박근혜도 후보 시절부터 스스로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 자임하며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당선됐음에도, 재임 시절에 여성인권을 크게 후퇴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녀의 임기 4년 동안 한국의 성 격차지수는 2012년 108위에서 2016년 116위로 하락했다. 성별 임금 격차는 임기 내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컸다. 케이티엑스(KTX) 여승무원들의 복직투쟁이 대법원의 최종심에서 패소했고, 몰래카메라와 여성혐오범죄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으며 보건복지부는 낙태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다 반발에 못 이겨 원상 복귀하기도 했다. 

지도자가 여성이라 해서 페미니즘 정책에 더 큰 관심을 두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여성이기에 여성의 사정을 더 잘 이해해주리라고 어느 정도 기대했을 법하다. 그러나 박근혜의 종말에서 확인했듯, 그녀는 가부장적 권력집단의 카르텔과 연결된 반 페미니즘의 공범자들 중 한 명이다. 어쩌면 영국의 테리사 메이,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도 가부장적 권력집단의 카르텔에서 성장하고 성공한 만큼, 페미니즘적 범주에서 그녀들의 정체에 대한 질적 우위를 논하기 어렵다. 

문학비평용어 사전에 따르면 페미니즘은 ‘여성의 특질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페미나(femina)’에서 파생한 말로서, 성 차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시각 때문에 여성이 억압받는 현실에 저항하는 여성해방 이데올로기를 말한다. 여성을 여성 자체가 아니라 남성이 아닌 성 혹은 결함 있는 인간으로 간주함으로써 야기되는 여성 문제에 주목하면서 올바른 전망을 제시하려는 일련의 움직임을 포함한다. 때문에 페미니즘에서 문제 삼는 것은 생물학적인 성인 섹스가 아니라 사회적인 성인 젠더이다. 이런 페미니즘적 인식에서 가장 논쟁적인 문제는 ‘평등’과 ‘차이’의 대립이다. 여성과 남성의 동등함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는 의견과, 여성과 남성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서로 맞서왔다. 이런 입장의 차이는 다양한 관점에서 제기돼 왔다. 만일 남녀의 평등을 주장한다면, 어떤 문제에 관해서 평등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은 기회의 평등인지, 결과의 평등인지, 이와 반대로 남녀의 차이를 인정한다면, 그것은 자연적·생물학적 차이인지, 사회·경제적인 차이인지….

역사적으로 페미니즘의 ‘제1의 물결’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본서 2부, 마리옹 르클레르의 글)의 영향을 받아 1890~1920년대에 미국과 영국에서 일어난 참정권 운동을 말한다. 특히 1903년 영국의 여성 투사들은 여권 신장을 명분으로 자신의 힘으로 싸워서 투표권 쟁취의 첫 승리를 기록했다. 이어 여성들의 선거권과 교육권, 출산권, 노동권, 그리고 남성과의 ‘평등’을 주로 주장했다. 

‘제2의 물결’은 1960년대 후반의 학생운동, 반전운동, 흑인 운동 같은 반체제 운동과 맥을 같이 하면서 일어났다. 특히 『제2의 성』(1949)에서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만들어진다”라고 말한 시몬 드 보부아르(본서 2부, 실비 티소의 글)의 영향이 컸다. 그들은 여성의 평등권에서 더 나아가 보다 적극적으로 여성의 ‘해방’을 주장했다. 여성들은 정당과 노조가 여성들의 권리 따위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단지 법 앞에서의 평등만이 아니라 사회적 정의를 획득하고자 자체 조직을 강화했다.
 
1980년대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새롭게 부상한 페미니즘은 다양한 여성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에 주목했다. 인종·계급·민족에 따라 거의 같지만 똑같지는 않은 여성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진단과 처방이 요구된다고 보았다. 예를 들면, 영국과 미국의 페미니즘은 19세기 여권운동의 전통 아래 사회·경제적인 여성의 억압을 주로 평등주의적 시각에서 다루는 반면에 프랑스의 페미니즘은 부브아르의 ‘제2의 성’을 비롯해, 데리다의 해체론과 프로이트나 라캉의 정신분석학의 영향 아래 철학적이고 심리학적인 경향을 주로 보여준다. 물론 지역 간 페미니즘의 상대적인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에 저항하고 여성의 권리와 평등을 추구한다는 점에는 차이가 없다.  

이 책은 여성들이 자신의 존엄성을 찾기 위해 한 세기 넘도록 힘겹게 투쟁해온 지난한 여정을 담고 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실린 저명한 외국 필진 22명과 국내 필진의 글, 총 24편을 담은 이 책은 여성들의 문제의식과 투쟁, 성취를 담고 있지만, 결코 여성만을 위한 기록이 아니라, 인간 존엄성을 믿는 모든 이들에게 유익한 텍스트라 여겨진다. 단행본 출간을 위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실린 글들을 갈무리해 재편집한 까닭에 치밀함과 정치함이 다소 부족해 보이지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주제의식은 놀랍도록 한결같다. 

1부 ‘존재로서의 여성’ 에서는 시대에 따른 여성들의 역할과 성차별, 그리고 페미니즘의 새로운 변이에 대해서 살펴본다. 2부 ‘미완의 투쟁’에서는 역사적인 관점에서 여성의 투쟁사를 다룬다. 이와 관련, 프랑스 혁명시기의 올랭프 드 구주, 영국 산업혁명 시기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68혁명 당시의 시몬 드 보부아르 등 여성 선각자들의 사상과 철학이 소개된다. 
 
3부에서는 인류 역사 이래 ‘성의 대상’이었던 여성들이 ‘성의 주체’로 전환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4부에서는 인간 존엄성을 향한 여성들의 투쟁과 성취를 다룬다. 

이 작은 책이 페미니즘을 심대하게 공부하려는 독자들에겐 충분하진 않겠지만 우리 사회와 지구촌 곳곳에 확산되는 미투운동과 관련하여 페미니즘의 본질과 그 의미를 쉽게 파악하는 데는 적지 않게 기여하리라 기대해본다. 

목차

추천의 글 “여성은 무엇을 원하는가” -손현주
들어가는 글 페미니즘의 지난한 여정 -성일권

1부 존재로서의 여성
섹슈얼리티 vs. 섹시즘 - 미셸 보종
페미니즘…‘같음’을 향한 ‘다른 갈망’들 - 소니아 다양-에르즈브렝
희생하는 엄마는 신성하지 않다 - 상드린 가르시아
에코 페미니즘, 여성성의 발현 또는 신화화? - 재닛 비엘
여성으로서 늙어간다는 것 - 쥘리에트 렌
특권층 여성에게만 혜택을 주는 ‘여성할당제’ - 마리옹 라비에 오트

2부 미완의 투쟁
여성의 진보가 민주주의를 발전시킨다 - 지젤 알리미
시몬 드 보부아르, ‘매니큐어 짙게 바른 여성투사’ - 실비 티소
마리옹 르클레르, 페미니즘의 서막을 연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올랭프 드 구주, ‘페미니즘의 세계적 아이콘’ 부활하다 - 니콜 펠레그랭
18세기 ‘대중 모럴’에 맞선 ‘올랭프 드 구주’ - 올리비에 블랑
페미니즘, 거리에서 화면으로 - 소비 부불

3부 성의 대상에서 성의 주체로
국가가 방조한 강간범죄의 민낯 - 소피 부불
엄마와 창녀의 귀환, 최근 프랑스 영화계의 한 경향 - 모나 숄레
성매매를 하고 싶어서 하는 여성은 없다 - 윌리엄 이리구아이엥
성매매 여성들을 보호한다는 ‘가짜친구’들 - 릴리앙 마티외
여성해방이라고? 성매매에 대한 엉뚱한 합의 - 모나 숄레

4부 그리고 평등
직장에서 차별받고 은퇴 후에도 불리한 여성들의 이중고 - 크리스티안 마르티
무너뜨리기 힘든 ‘남성 지배권력’에 관해 - 피에르 부르디외
당신의 귀한 시간 지키는 우리의 저렴한 시간 - 프랑수아자비에 드베테르&프랑수아 오른
페미니즘이 본 가사서비스 - 모나 숄레
홍상수의 ‘로맨스’와 이윤택의 파렴치 너머에는 - 안치용
더 이상 여성들은 ‘소비재’가 아니다 - 최주연
출처
역자
들어가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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