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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적인 복지, 버티다 죽어가는 노숙인들
선별적인 복지, 버티다 죽어가는 노숙인들
  • 백승호 미디어리퍼블릭 기자
  • 승인 2018.03.20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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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 행동'의 이동현 선생님을 모셔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현재 일하고 있는 '홈리스 행동' 단체 소개 및 현재 맡은 일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2001년도 12월에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창립이 되었다가 2010년도에 홈리스 행동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저희 사업의 범위는 현장활동, 온라인 매체 등 미디어 활동, 홈리스 야학, 연대 활동 등 크게 네 가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상근자는 총 네 명이고요. 상임 활동가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입니다.

 
우리가 흔히 노숙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최근에는 홈리스라는 개념도 등장했어요. 용어에 혼란이 많은데 정확한 명칭은 무엇인가요?
 
아주 오래전에는 부랑인이란 개념을 썼고요. 2011년에 들어와서 ‘노숙인복지법’이 만들어지면서 노숙인이라는 용어가 ‘법적 개념’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노숙인이라는 의미는 주거가 불안정한 사람 즉 거리나 특정시설에서 거주하는 사람만을 가리키는 의미입니다. 쪽방이나 고시원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하는 사람은 포함하지 못하죠.
 
저희가 홈리스라는 용어를 사용하자고 주장하는데, 단순히 널리 사용하자는 의미보다는 홈리스라는 용어를 법적인 용어로 사용하자는 의미입니다. 바꿔말하면 주거빈곤층의 범주를 지금보다 더 넓게 확장해서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하자는 말입니다. 더욱이 홈리스라는 말은 우리가 무엇을 박탈당했는지 인지하는 데 더 유용하고요. 일본같은 경우는 홈리스의 법적인 개념을 주거상황뿐 아니라 가족관계까지 봅니다. 서구의 경우에는 주거가 불안한 임신여성까지 포함합니다. 단순히 주거뿐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관계까지 포함할 수 있는 개념이 바로 홈리스입니다.
 

이곳에서 일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대학에 입학하고 1학년 때부터 도시빈민운동을 하는 동아리에서 활동했어요. 그때는 철거지역에서 자원교사로 일을 했어요. 4년 내내 그 활동을 계속하고 졸업할 때가 되어보니 공부방이라는 것이 제도화되었어요. 하지만 정부사업으로 진행이 되다 보니 공부방 운동에 있던 주거권과 같은 내용이 빠지고 지역 아동센터로서 ‘저소득층 아동들의 교육복지 지원’ 정도의 기능을 하더라고요.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빈민에 주목해보자고 마음을 먹었고 그래서 눈에 들어온 게 바로 홈리스였죠.
 
2002년 한일 월드컵이 개최된다고 했을 때 서울시에 있는 거리 노숙인들이 청소년 수련원 등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겨지는 소동이 있었어요. 이에 반대하면서 거리 홈리스의 인권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때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과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요.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합류하게 되었죠.
 

꽤 오랫동안 일을 하신 거네요?

제가 찾아본 바로는 ‘노숙인복지법’이라는 게 몇 년 전에 제정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법의 목적을 살펴보면 “노숙인 등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호하고 재활 및 자립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여 이들의 건전한 사회복귀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되어있어요. 그런데 과연 이 법의 책임 주체들이 법의 목적에 맞게 이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실상은 어떤가요?
 
일단 법 이야기만 하자면 이 ‘노숙인 복지법’에는 국가가 노숙인에게 주거, 의료, 급식, 고용 이렇게 네 가지를 지원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항이 ‘임의조항’입니다. 말 그대로 국가가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이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강제할 수 있는 아무런 장치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법문’만 있고 실제로 제도는 유명무실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한 문제제기를 했더니 ‘행정소송’이나 ‘행정심판’을 하면 된다고 대답했습니다. 돈도 없고 평균학력도 낮은 홈리스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건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죠. 하지 말라는 이야기고요. 결국, 이 법으로 보장되는 것이 없다고 봐야 하죠.
 
일반적으로는 특정한 기준을 설정하고 이 기준에 부합하면 지원을 하게끔 설계해야 하는데 노숙인 복지사업 같은 경우에는 이런 기준이 없습니다. 그래서 예산 여하에 따라 총량을 사업비로 설정합니다. 예를 들어 거리 홈리스에게 주거를 제공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사업인데 서울시의 경우에는 연간 350명으로 인원제한을 둡니다. 이 인원이 다 차면 지원사업은 거기서 멈추게 되죠. 사실상 제도가 아니라 프로그램이라고 봐야 하는데 홈리스를 위한 정책이 거의 다 이런 식으로 제공되고 있다는 거죠.
 

저도 서울시가 노숙인에게 월세를 지원한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어요. 뉴스만 봤을 때에는 노숙인 자활에 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말씀하신 내용을 보면 인원도 제한적이고 법적인 의무도 없기 때문에 효과를 거두긴 힘들어 보입니다.
 
지자체 중 그나마 가장 재정상황이 좋은 곳이 서울시인데, 사실 서울시에는 거리 홈리스만 하더라도 1,000명이 넘어요. 쪽방 등 열악한 주거에서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을 다 합치면 약 5,000명 정도인데 정작 지원은 350명이니까 굉장히 적은 수만 지원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이 사업이 효과는 굉장히 좋아요. 지금은 서울시에서 진행을 하고 있지만, 원래는 민간에서 진행했던 사업이었어요. 당시에 민간에서는 600명 정도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했고 4~5년 간 계속하다가 지속적으로 서울시에 제안해서 서울시 사업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는데 당시 민간에서 할 때도 탈노숙비율(지원이 끝난 후 다시 노숙을 하지 않게 되는 비율)이 80%가 넘었는데 현재 서울시에서도 그 정도가 효과가 나오는 걸로 알고 있어요.
 
다만 지극히 선별적인 지원이라는 점이 아쉽죠. 게다가 이 사업의 사례관리 인원이 3명입니다. 사실상 실질적인 사례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거죠. 사례관리라는 것이 굉장히 오랜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부분인데 이 부분을 전문인력이 아닌 공공근로 인력이 형식적으로만 담당하고 있죠.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지원대상자분 중 노인, 임산부, 장애인분들이 많은데 이분들에게 제공되는 임시거주처가 쪽방입니다. 쪽방은 주거환경이 불량하고 엘리베이터도 제공되지 않죠. 제공이 된다고 해도 이분들은 그 임시거처로 갈 수가 없어요. 이런 불량주택을 어떻게 홈리스의 주거자원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죠.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예산 규모가 어느 정도 되나요?
 
1인당 100만 원입니다. 350명에게 지원되니까 총 3억 5천만 원이죠.
 

외국의 사례를 보면 노숙인에게 다양한 기술을 가르쳐 구직활동에 도움을 주는 등 노숙인의 자립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이런 노력을 기울이나요?
 
노숙인 고용정책의 일환으로 직업교육 같은 것이 없지는 않아요. 구색 맞추기 형태로 자격증 취득을 지원하는 등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하기는 합니다만 큰 실효를 거두는 것 같진 않아요. 대표적으로 특별자활 근로같이 일자리를 직접 제공하는 사업이 있는데 급여가 약 42만 원 정도 됩니다. 최장 6개월 동안 일 할 수 있는데 이 특별자활 근로에 참여하려면 거처를 구해야 해요. 이분들이 6개월 일 해서 약 240만 원의 수익을 가져가는데 6개월분 월세만 해도 최소 150만 원 이상 들어가요. 그러면 남는 돈이 90만 원 정도인데 이 90만 원으로 6개월을 버텨야 하고 그렇게 6개월을 버틴다 해도 나머지 6개월은 수입 없이 보내야 하죠. 실제로는 말도 안 되는 제도입니다.
 
특별자활 근로라는 일자리 정책은 사실 노숙인의 자활이나 고용정책으로서의 목적이 아니라 거리홈리스의 숫자 조절정책으로서의 목적이라고 봐야 하죠. 동절기에 지하도에 응급대피소를 설치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노숙인들의 동사 예방의 목적도 있지만, 거리에서 보이는 노숙인의 숫자를 줄이는데에도 목적이 있죠.
 
저는 그래서 공공이 제공하는 직접 일자리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홈리스의 학력이 낮은 수준이고 때문에 단순노무직과 기계기능직이 전체의 60%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요새 산업은 서비스업 중심이잖아요? 노숙인들이 금융사업에 진출할 수 있습니까. 아니면 간접 노동산업으로 진출할 수 있습니까. 결국, 홈리스들은 임노동 시장으로 진출하기 매우 어려운 상태죠.
 
이분들이 장기적으로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직업훈련 차원에서라도 공공이 직접 제공하는 일자리가 많아야 하는데 취업 성공 패키지 같은 정부제공의 자활사업들이 직접고용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동사무소에서 공무원들의 업무를 보조하는 자활 근로 같은 제도가 지금은 거의 남아있지 않죠. 정부정책은 계속 직업훈련을 시켜서 홈리스들이 알아서 임노동시장에 진입하게끔 하는데 이러한 정책 기조가 바뀔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기 때문에 영등포역 서울역 등지에서 노숙인들을 많이 봅니다. 제가 알기에는 서울역 인근에 이러한 노숙인을 위한 시설 및 기관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운영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서울역을 중심으로 두 곳의 남성종합지원센터와 한 곳의 남성 일시보호시설과 한 곳의 여성 일시보호시설이 있습니다. 종합지원센터는 노숙인 시설 중 가장 큰 시설입니다. 일종의 국가의 노숙인 정책의 허브 역할을 하는 곳이지만 국가의 노숙인 복지에 대한 전반적인 전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주로 일시보호시설로서만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 일시보호시설에서 노숙인들은 한 달에 기본 20일, 최대 30일 정도 쉴 수 있습니다. 물론 수용인원의 제한은 있습니다.
 
종합지원센터에서는 주거기능 제공 이외에 노숙인 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상담은 홈리스 정책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상담을 통해 어떠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이 된다고 하더라도 막상 지원을 할 수 없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 거죠.
 
 
생각보다 이러저러한 어려움이 많은 것 같아요. 이 일을 시작하면서 애로사항이나 아쉬운 점 등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말씀해 주신다면?
 
한 달 동안 저희랑 같이 계시던 노숙인 다섯 분이 돌아가셨어요. 부고가 계속 들려요. 한 달 사이에 다섯 명의 부고를 접하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홈리스 복지가 얼마나 허약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아요. 홈리스들이 아프지 않기 위해서 이분들을 위한 의료정책이 강화되어야 하지만 실상은 아파도 병원에 가기 힘들고 만약 입원을 하는 경우 간병인을 구할 수도 없어요. 이분들은 가족도 돈도 없으니까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개인지출에 의존을 하고 있고 여기서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거죠.
 
홈리스에 대한 의료지원제도로 노숙인 1종 의료급여라는 제도가 있는데요. 이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노숙생활 3개월 이상’이란 조건인데 이 조건 때문에 초기 노숙인의 경우 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고요. 또 국가기관과의 상담기록이 전무한 경우에 노숙생활이 증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다른 조건은 ‘6개월 이상 건강보험 연체 또는 미가입 상태’인데 노숙과 건강보험 연체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거죠.
 
사실상 이 제도는 사문화되었다고 보시면 돼요. 그래서 복지부에서는 지자체가 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숙인들을 ‘의료 보호’ 대상으로 지정하도록 하게 했는데요. 결국, 노숙인 의료에 대한 예산부담을 지자체가 떠안게 되기 때문에 핑퐁게임을 하게 되는 거죠. 지자체는 어떻게 해서든 의료급여로 보내려고 하고 복지부는 지자체의 부담으로 돌리려고 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각지대에 노숙인들은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아프거나 죽어가죠.
 
 
한국도 사회안전망이 구축되고 사회보장제도가 잘 짜인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탈락자, 실패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고 위기가 닥쳤을 때에도 재기할 수 있겠죠. 이러한 복지국가 모델로서 평소에 고민해보신 국가나 시스템이 있으신가요?
 
딱히 모델로서 고민해본 것은 사실 없어요. 다만 시설만 짓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홈리스들의 지역사회 정착이 주 정책이 될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단 홈리스 뿐 아니라 장애인, 노인 문제 등 다른 영역에서도 ‘지역사회 정착’이 아닌 시설로 몰아넣는 정책 일변도로 흘러가고 있어요.
 
돈 많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노인들은 삶의 끝을 요양병원에서 보낼 각오를 하는데 왜 그렇게 살다가 죽어야 하느냐는 거죠. 집에서 케어를 받아야죠. 가족이 부담을 감당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가정에 사회복지사가 방문해 케어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단 의미죠.
 
사람들이 자기 부모를 요양병원에 보내고 나서는 자신의 무능력을 탓할 뿐이고 사회복지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그렇다고는 잘 생각하지 않아요. 이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죠. 내 부모가 지역사회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생활하고 필요한 케어를 받다가 생을 마감하는 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하게끔 인식이 변화될 필요가 있는 거죠.
 

오늘 인터뷰로 인해서 많은 부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진행 이영희(사회민주주의센터 집행위원장)
정리 백승호(미디어리퍼블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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