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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5월 혁명의 텍스트
다시 읽는 5월 혁명의 텍스트
  • 세르주 쿠아드루파니
  • 승인 2018.04.3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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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바인스타인이 『리옹에서의 68년 5월 혁명(Mai 68 à Lyon)』을 출간했다. 그는 리옹에서 일어난 3월 22일 운동에 참여한 당사자로 <카이에 드 메(Cahier de Mai)>(프랑스 5월 혁명 직후 발간돼 1974년 폐간된 진보성향의 노동자들을 위한 잡지-역주)의 운영위원이었다. 이 책에서 펼쳐지는 시위 선두대들의 증언은 자크 바인스타인이 현재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는 ‘텅 크리티크’(1)의 자본주의를 반대하는 급진주의적 분석으로 이어진다. 


 노동운동의 측면에서, 저자는 이 운동(5월 혁명)의 두 가지 본질을 강조한다. 프랑스노동총연맹(CGT)이 중시하는 노동자의 정체성 재확인과 ‘노동의 이데올로기’가 그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노동자의 자치권을 주장하고 (사용자에) 종속된 노동을 비판하는데, 이는 1967년 로디아세타 직물공장의 연좌농성 때 이미 제기된 내용이다. 저자는 68년 5월 혁명이 있기 전에 로디아세타 공장의 시위를 비롯해 캉, 생 나제르, 낭트 등 전국 곳곳에서 시위가 이어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각 지역의 토박이 노동자들 바로 곁에는 이주 노동자들이 있었다. 이주 노동자들의 다양한 경험이 아우러지며 투쟁으로 맺게 된 결실은, 68혁명의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지역의 새로운 프롤레타리아이면서도, 진정한 노동자가 되지 못한 이주 노동자들은 투쟁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1960년대 말 이탈리아 북부에서 있었던 대규모 파업에서 남부 이주민들의 주요한 역할을 상기시킨다.

리옹에서 일어난 3월 22일 운동은 두아 캠퍼스(리옹의 주요 대학들과 연구단지가 포진해 있음-역주)와 고등학교에서 시작된 학생운동의 성격도 있다. 시위대의 핵심인물이었던 한 여교사(트로츠키적인 혁명공산주의청년회/JCR 소속)를 비롯해, 좌파의 확산, 상황주의(일상을 비일상화함으로써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새로운 개인과 사회를 만들어보자는 이념-역주)의 확대, 가톨릭 사제와 기독교 단체의 지원은 격동적이었던 3월 22일 운동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독자들은 『리옹에서의 68년 5월 혁명』을 통해서 5월 24일 시위대가 경찰의 강경 대응에 단단히 맞섰던 바리케이드의 밤, 사회적 소수 및 노숙자 같은 ‘부랑자’들의 역할, 학생과 노동자들의 만남, 공장 점거의 장단점 등 다양한 정보와 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다소 생소한 주제일 수도 있는 ‘여성의 역할’이다. 당시 여성들은 그들의 일터였던 학교와 공장에서 경영진의 문건을 불태우는 등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성별, 연령, 사회적 출신에 대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시민들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자, 사회적 출신에 대한 문제가 날카롭게 제기된다. 그 중심인물로 파비엔느 로레(2)가 있다. 1968년 격동의 해에 고등학생이었던 그녀는 “시간이 멈췄다”라는 말을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며 젊은 트로츠키주의자들의 대열에 합류한다. 서민층 출신이 많은 트로츠키주의자들은 1971년에 르노 플랭공장 부근에 자리를 잡고 ‘사회 전반’을 쇄신하려는 투쟁을 벌인다. 파비엔느 로레는 르노 플랭공장의 자동차시트 봉제담당자로 입사한 후 급진 좌파 성향의 프랑스민주노동연맹(CFDT)에서 노조임원이 돼, 남성 우월주의, 인종차별주의, 이주노동자들의 인신매매에 맞선 모든 투쟁에 참여한다. 그녀는 그곳에서 시위 참여자들의 자부심을 함께 느끼기도 하지만, 노조가 경영진이 추진하는 조직 개편에 참여하는 이중성을 발견한다. 이후 파비엔느 로레는 일부 노조 위원들마저 물들게 한 사측의 감시방법에 맞서다가 퇴직 전에 사내 미디어 도서관직을 맡으면서 한숨을 돌린다. 그러나 그녀는 퇴직 후에도 1980년대부터 “68혁명에 대한 기억과 유산을 청산하려는 각계각층의 보수주의자들”과 맞서 싸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글·세르주 쿠아드루파니 Serge Quadruppani

번역·권경아 jaimelapomme@naver.com

(1) Jacques Wajnsztejn, 『Mai 68 à Lyon. Retour sur un mouvement d’insubordination(리옹에서의 68혁명. 시민 불복종 운동으로의 회귀)』, Éditions À plus d’un titre, La Bauche, 2018년, 192 쪽, 12 유로. Jacques Guigou 와 Jacques Wajnsztejn의 신판도 참고할 것, 『Mai 68 et le Mai rampant italien(프랑스의 68혁명과 이탈리아의 자율주의 운동)』, L’Harmattan, coll. Temps critiques, Paris, 2018
(2) Fabienne Lauret, 『L’Envers de Flins. Une féministe révolutionnaire à l’atelier(플랭 공장의 이면. 공장에서의 혁명적 페미니스트)』, Annick Coupé의 간행사, Éditions Syllepse, coll. 『Les années 68(68혁명의 시대)』, Paris,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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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주 쿠아드루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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