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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상속자 이재용, 한국 자본주의를 병들게 하는 자
삼성 상속자 이재용, 한국 자본주의를 병들게 하는 자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8.05.03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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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 대한민국은 이 한자성어를 충실하게 따르는 국가 중 하나다. 돈이 있다면 죄는 사라질 것이요, 없다면 형벌이 따라붙는다. 한국식 자본주의는 양심과 도덕이라는 가치를 저평가하게 만들었다. 돈이 곧 권력인 사회에서 양심을 지키면 손해가, 양심을 져버리고, 오직 돈을 불리려는 행동을 열심히 하면 권력과 추종세력을 불러 모았기 때문이다. (어느 누가 양심을 지키려할까) 돈은 곧 힘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힘이 없는 자의 아프다는 소리, 저항을 말하는 입을 틀어막는 데 익숙하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 원칙을 말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노동자가 자본가에게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노조 없이 기업을 경영하겠다는 것은 제왕적인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노조가 없다면 배를 가득 불리기 위해 노동자 눈치 보지 않고 마음대로 쉽게 부려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제국’은 적확한 표현이다.
 
 
삼성에게 노조는 세척이 필요한 오염물질

삼성 노조와해 공작을 기획하고 추진, 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던 삼성전자서비스 상무와 전·현 협력사 대표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영장전담판사는 영장 기각과 관련해 "일부 범죄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 도망 및 증거 인멸의 가능성 등에 비춰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노조와해 사건을 맡았던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노조와해 공작이 실행됐다는 의혹이 있는 지역센터, 임직원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노조활동 전반에 대한 대응지침이 담긴 '마스터플랜'을 확보하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삼성의 노조 ‘그린화’(노조탈퇴) 작업은 핵심 ‘행동대장’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 사건의 심각성을 ‘무르게’ 만들었다. 이는 본격적인 심리(審理)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삼성의 노조 파괴 시스템은 어느 날 우연히 세상에 드러났다. 지난 4월 초 검찰이 ‘다스 소송비 대납’ 수사를 위해 삼성그룹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삼성의 노조와해 전략 등이 담긴 문서 6천여건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아직 다스 소송비 대납 건은 남아있다.)

사실 삼성의 노조 파괴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그룹 내 노조가 설립될 경우 모든 역량을 투입해 조기 와해하고 노조가 있는 8개사에 대해 해산을 추진하라”는 내용이 담긴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공개한 바 있다. 이에 삼성은 해당 문서에 대해 "삼성에서 만든 자료가 아니다"라며 의혹을 잠재웠다. 그리고 삼성에버랜드 임직원 4명만이 500만~1000만원 수준의 벌금형을 받았다.
 
삼성의 노조파괴 시스템에 대한 뉴스는 날마다 새롭게 업데이트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직원이 직접 노조 관계자를 만나 수당을 미끼로 노골적인 회유에 나서며 "그린화”를 직접 언급했던 것이 드러났다. 노조를 마치 세척해야할 오염물질 보듯이, 노조탈퇴 권유(협박)를 ‘그린화’ 작업이라고 인지한 것이다.

2016년 삼성전자 본사 직원이 두 차례 안동센터 노조 관계자를 만나 ‘그린화’(노조 가입자의 노조 탈퇴)를 종용하며 “어떻게 하면 원하는 대로 그린화가 되겠냐”, “그린화가 되면 너희가 원하는 교육비나 인센티브가 다 (기본급에서) 빠져나온다”며 회유한 사실이 밝혀졌다. 삼성전자서비스는 교육비와 인센티브를 기본급에 포함해 지급해왔는데, 노조에서 탈퇴하면 별도 수당으로 지급하겠다는 회유책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삼성은 노조원 자살을 노조 파괴 공작의 성과로 취급하기도 했다. 노조탄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조원을 노조에서 탈퇴한 것으로 본사에 보고한 것이다. 이는 이번에 기각된 구속영장 청구 대상자 중 양산 센터 대표 도모 씨의 행위였다. 뿐만 아니라 도씨는 ‘노조장’으로 장례가 치러지길 바란 사망자의 유서 내용과는 다르게, 사회적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해 본사의 지시대로 유가족에게 6억 원을 건네 시신을 몰래 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가훈 : 무노조경영

삼성이 기업의 중추에서 노조원의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노골적으로 와해시키려했음이 드러났다. 이는 직원 일부의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 무노조경영은 삼성 오너 집안의 가훈이기 때문이다.

무노조경영은 삼성 창업자 이병철의 유훈으로 시작됐다. 삼성은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유훈을 섬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법적인 노조파괴 공작을 실행했다. 어용노조를 해산하고 노조파괴를 위해 삼성그룹 및 전 계열사에 조직과 인력들을 배치하는 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6천여 건이 넘는 문서를 만들고 실행했으며 지속적인 노조원 탄압으로 사람이 죽기까지 했다.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이병철의 유훈을 성실하게 따른 아들과 손자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삼성은 거대 자본을 불려갔고, 한 나라를 버티게 하는 동력원이 됐으며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됐다. 그리고 그들의 가훈으로 삼성 그늘 아래 있던 사람들은 하나둘 스러져 갔다.
 

자본이라는 이름의 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근혜 뇌물’ 혐의에 대한 2심에서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이 선고돼 석방됐다. 박근혜 정부에 의해 협박을 당했고 “삼성은 피해자”일 뿐이라는 주장이 재판부에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석방 이후에도 삼성은, 끊임없는 적폐 논란으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노조 파괴 공작을 비롯해 다스 소송비 대납,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삼성의 정경유착과 황제경영 논란은 반복적이고 일관된 논리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건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과 같이 이재용 승계 작업의 후속판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국민연금공단이 이재용 승계 작업과 관련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며 한국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의 전 단계인 중재의향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그러나 삼성 이재용은 여전히 건재 한다. 삼성 이재용으로 인해 자본가의 비행과 비양심적 행동은 누구도 단죄할 수 없음이 입증됐다. 그의 2심결과는 돈이 많고 권력이 있다면 무슨 일이든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판례를 만들었다. 신의 아들인 이재용은 고비를 하나 넘었고 그로 인해 더 세졌다. 자본이라는 이름의 신, 그 신의 적자(嫡子)인 그는 한국의 배금주의 사회를 이끌고 부추긴다.

현재(5월 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중국 출장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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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연 기자
최주연 기자 dodu103@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