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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재개봉작] <울프팩>(크리스탈 모셀, 2015): 영화로 현실을 이긴 아이들
[추천 재개봉작] <울프팩>(크리스탈 모셀, 2015): 영화로 현실을 이긴 아이들
  • 오영숙(영화평론가)
  • 승인 2018.05.11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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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아이들이 과연 잘 성장할 수 있을까? <저수지의 개들>나 <펄프 픽션>과 같은 폭력적 영화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가? 우리의 삶에 영화는 얼마나 개입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줄곧 상식적 답변으로 일관해온 사람이라면 <더 울프팩>(크리스탈 모셀, 2015) 앞에서 꽤나 당황스러워질 듯하다.

뉴욕 맨해튼의 허름한 아파트에 갇혀 자라난 6명의 형제가 있다. 아버지의 고집 때문에 태어났을 때부터 집밖으로 거의 나서보지 못했으며 가족 아닌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다. 그런 그들에게 영화는 놀이 그 이상이다. VHS와 DVD로 본 5000여 편의 영화는 세상을 배울 교실이고 피난처가 된다. 아이들은 쿠엔틴 타란티노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를 좋아하며, 애호하는 영화의 캐릭터와 상황을 따라하며 자아를 형성해간다.

강제적으로 감금생활을 해온 아이들에 대한 기록이지만 고발영화는 아니다. 영화는 의외로 따뜻하다. 학대의 현실에 대한 냉정한 접근은 물론이거니와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죄를 묻는 것은 감독인 크리스탈 모셀의 관심 밖이다. 다큐멘터리에서 자주 사용되는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이나 인증 화면이 등장하지 않으며, 아이들이나 부모에 대한 어떤 단정이나 평가도 배제시켰다. 이들 가족을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은 무엇보다 낙관적이며 관대하다.

현실 고발 대신에 이 다큐멘터리가 공들이는 것은 영화를 경유한 아이들의 탈주와 성장담이다. 바깥 세계로 나오기까지의 그들의 성장은 감동적인 면이 있다. 감금과 감정적 학대라는 민감한 이슈를 건드릴 스토리이면서도 예상 밖의 방향으로 전개되는 탓에, 다큐멘터리의 윤리를 둘러싸고 문제가 제기될 만하다. 감독의 태도나 개입 방식 면에서도 논쟁이 유발될 여지가 있지만, 선댄스영화제에서는 다큐멘터리 부문 심사위원 대상을 수여함으로써 지지를 표한 바 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와 이봄씨어터가 함께 기획한 <제1회 이봄영화제> 선정작으로 5월, 단 한 차례 상영 예정이다.

 

재개봉일 : 2018년 5월 29일(화) 오후 7시
장소 : 이봄씨어터 (신사역 가로수길_문의 : 070-8233-4321)

 

글: 오영숙
영화평론가. 현재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에서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며 월간 『KOREA』에 영화리뷰를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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