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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갤러리아 유연근무제는 악법인가, 노동자와 사측 엇갈린 주장
한화갤러리아 유연근무제는 악법인가, 노동자와 사측 엇갈린 주장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8.06.12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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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노동 강도 악화·임금 하락 우려”
…사용자 위한 제도 주장

한화갤러리아 “노동자 복지 취지 제도, 교섭 중”

 


한화갤러리아가 지난해 11월부터 ‘유연근무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더니 점차 적용 사업장을 확대하고 있다. 유연근무제는 노동자 개인 여건에 따라 근무 시간대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제도로, 한화갤러리는 시간대를 A~E형 5개로 나눠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로 노동자는 점심시간 1시간과 간식시간 30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일하게 됐다. 사 측은 이 제도 도입을 직원들의 복지와 업무 효율성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의 입장은 이와 달랐다. 소속 노동자들은 이 제도의 시행으로 노동 강도가 세졌다고 주장하며 임금 하락까지 우려하고 있었다.

 
 
한화갤러리아가 지난해 말부터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유연근무제가 시작부터 지금까지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는 노동자 선택의 자유가 없고 회사 측의 일방적인 지정 근무시간에 맞춰 운영되고 있으며, 줄어든 근무시간에 일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업무 강도는 악화됐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간 외 연장수당이 줄거나 없어져 급여 실수령액이 줄어들었고 결과적으로는 임금 하락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 제도 취지가 노동자를 위한 것이라고 사 측은 주장하고 있지만, 노동자 대부분은 이 제도를 원하지 않고 있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한화갤러리아 노조에 따르면 테스트 운영 한 달째에 접어든 지난 12월 ‘유연근무제 도입 관련 전 직원 설문조사’에서는 896명의 응답자 중 89.7%가 도입 반대 입장의 뜻을 밝혔다.
 
위 조사에서 절반 가량(49.6%)의 응답자는 ‘업무 가중으로 노동 강도가 강화돼 힘들다’고 답했다. 이는 인력 충원 없는 유연근무제는 오히려 개별 노동자의 업무 가중도를 높힐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전에는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완료했던 업무를 인력은 늘리지 않고 시간만 줄이니 노동자가 해당 일을 짧아진 한정된 시간 안에 완료해야 하는 상황만 온 것이다. 인원충원이 필요하다며 문제제기 해도 사 측은 외면하기만 했다고 소속 노동자는 전했다.
 
무엇보다 한화갤러리아 백화점 노동자들이 해당 제도의 전격 도입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급여하락 우려에 있다. 매월 고정적으로 지급되던 고정연장수당이 없어지게 돼 급여하락이 불가피해지고 그로 인해 퇴직금과 국민연금 불입액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기본급 인상과 구체적인 급여보전 조치가 없는 한 유연근무제는 노동자를 위한 제도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그리고 해당 제도는 사용자의 인건비 절감을 위해 악용될 가능성이 크며 ‘저임금 고강도 노동’ 구조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제도는 한화갤러리아 백화점, 사용자를 위한 제도라는 것이다.
 
한화갤러리아 노조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가 수년간 지속적으로 정규직을 감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력이 감소한 부서에서는 인력 충원 없이 일하거나 비정규직 사원으로 충원해 결과적으로는 정규직원 수를 감소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갤러리아 정규직 직원 수는 2014년에서 2017년까지 181명이 줄었다.
 
뿐만 아니라 노조는 사 측이 교섭준칙에 대한 서명 거부로 유연근무제와 관련한 논의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사 측이 지금처럼 성실히 교섭에 임하지 않는다면 강력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한화갤러리아는 노조와는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일부 소수 노조원의 입장일 뿐이라며 부족한 부분은 교섭을 통해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교섭준칙 서명 거부 사실과는 다소 상반된 온도였다.
 
12일 한화갤러리아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효율적인 사업 운영과 동시에 직원 복지 취지의 제도이지 임금하락을 목표로 해당 제도를 시행하지 않았다”며 “임금하락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못 박았다.
 
또한 “임금(기본급)하락은 없을뿐더러 제도 취지대로 노동자가 원하는 시간대를 선택해서 운영되고 있다. 일방적으로 회사가 노동 시간대를 정하지 않는다”며 “소속 노동자의 문제 제기 부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교섭 중”이라고 답변했다.
 
끝으로 “유연근무제는 (테스트를 거쳐) 적용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변하며 한화갤러리아의 유연근무제 전격 도입에 뜻을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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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연 기자
최주연 기자 dodu103@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