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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귀영 안무가, 춤으로 세계의 수재들과 통하다
배귀영 안무가, 춤으로 세계의 수재들과 통하다
  • 최주연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기자
  • 승인 2018.06.22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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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귀영 안무가가 브라운대학교 'Festival of Dance'에서 펼친 <Trip to Myself>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 내면의 소리와 소통함으로써 존재의 중요성을 알렸다.
 
 
 
 
미 브라운대 무용단 7년째 이끌어

차별 없는 다인종‧다문화 접하며 ‘무용한류’ 전파

“무용은 나의 삶이자 가족”

 
해외에서 춤을 배워 국내에 전수하는 안무가들은 많다. 반면 국내에서 무용을 전공해 세계인에게 한국식으로 춤을 가르치는 국내파는 드물다. 여기 배귀영 안무가는 드문 케이스 중 하나다. 지난 5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인 브라운대학교에서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이 대학의 개교 250주년 졸업식 축하공연 등 매년 해당 대학의 대표 3대 축제에서 안무가로 활약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모인 다양한 문화권의 수재들과 함께 예술가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는 배 안무가. 그는 현재 창원대학교에서 춤을 가르치고 있다. 햇살이 뜨겁던 6월 어느 오후. 배귀영 안무가를 합정동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사무실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 무용은 언제부터 시작한 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한국 무용을 시작했다. 선화예중 2학년 때 클래식 발레에 입문해 선화예고, 세종대학교를 거쳐 이화여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96년 창원대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 브라운대학교 개교 250주년 기념 공연은 어떤 계기로 하게 됐는지?
창작자로서, 더 넒은 세상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싶었다. 2008년 UC Riverside 대학에 교환교수로 갔다 왔고, 2012년에는 브라운대학 교환교수로 지원해 학생들에게 발레를 가르쳤다. 최선을 다했다. 교환교수 중 주요 축제에서 매번 새 작품을 올린사람은 처음이라고 하더라. (배 안무가는 그때를 회상하더니 금방 새 에너지가 발산되는 것 같았다.)
 
2012년 9월부터 2013년 9월까지 브라운대학에서 발레를 가르쳤다. 당시 브라운대학에는 현대무용 수업만 있어, 학생들이 발레에 목말라 있었다. 밤 12시부터 새벽 3~4시까지 무용연습을 하며 순수하고도 열정적인 시간을 보냈다. 2012년 열린 Family Weekend Dance Concert에서 <falling flower>와 2013년 Festival Of Dance에서의 <Deja Vu>를 비롯해 한 해 3번씩 개최되는 브라운대학 대표 축제에서 학생들과 함께 공연을 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2014년 10월, 2015년 5월에 초빙돼 브라운대학 개교 250주년 기념 공연 안무를 맡게 된 것이다. 지금도 브라운대학 축제마다 매년 1~2회 공연 안무를 맡아서 하고 있다.
 
 
- 공연의 개략적인 설명 부탁드린다.
<falling flower>의 경우 인간의 젊어지고자 하는 본질적 욕망을 떨어지는 꽃잎에 비유해 인간의 욕망, 좌절, 그리고 망각에 대해 다룬 작품이다. 또한 <Deja Vu>는 삶의 가치를 동양의 윤회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표현한 작품이었다.
 
 
- 생활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교환교수로 임용된 지 얼마 안 돼 브라운대학 교수님 집에 초대를 받았던 적이 있다. 즐겁게 대화를 나누던 중 태풍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브라운대학은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절대 휴강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태풍이 불어왔다. 신호등이 떨어질 정도였다. 집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학교를 차를 몰고 겨우 도착했더니, 다들 놀라더라. 그만큼 춤을 가르치는 것에 온통 집중해있었다.
 
영어가 원어민에 비해 부족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현지 교수들은 영어 정말 잘한다고 얘기해줬다. 교수회의가 있을 때면 영어를 밤새 외워갔기 때문이다!
 
 
▲ 공연 기념 사진 촬영.
 
 
 
▲ 안무 지도 모습.
 
 
- 다양한 인종이 모이는 만큼 다채로운 문화들을 접했다. 창작자로서 작품을 만들 때 좋은 영향을 받았을 것 같다.
물론 그렇다. 초반에 국내 지인들이 인종차별 우려를 했었다. 그러한 우려에 답을 하자면. 전혀 걱정할 필요 없었다는 것이다. (배 안무가는 교환교수임에도 불구하고 연구실을 할당받았고, 전공수업도 2강좌나 편성될 수 있었다.)
 
좋은 에너지를 받고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청했고, 배 안무가는 금세 이야기를 풀어냈다.) 내가 학생들과 발레 수업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강의실 문을 두드리더라. 노벨상을 수상한 극작 교수가 아프리카 무용 교수 2명을 데리고 와서는 함께 수업을 받고 싶다고 요청했다.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들에게 발레를 가르치고 아프리카 춤도 배웠다. 이건 창작자로서 굉장히 중요한 경험이다. 아마 예술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변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대학교(Rhod Island School of Design) 학생들도 찾아와 발레를 배우고 싶다고 찾아오기도 했다. 기꺼이 발레를 가르쳐줬다.
 
 
- 국위선양을 하고 오셨다. 재능 뿐만 아니라 열정과 노력의 결과물인 것 같다.
흐뭇하고 뿌듯할 뿐이다. 한국 사람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미국에서 유행했을 때 무용 뿐 아니라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간단한 한국어를 알려주며 인사했다. 한국 노래로 짠 안무를 꼭 만들었고 한국 음식을 가져가서 나눠 먹기도 했다. ‘한국의 날’에는 부채춤 안무를 짜 공연을 했다.
 
아이비리그에는 전 세계인들이 투어를 많이 온다. 당시 통유리 너머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내 수업모습을 관람하는 데 보람과 자부심을 느꼈다. 악수를 청하고 사진을 찍자는 사람도 있었다.
 
 
- 학생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큰 것 같다.
물론이다. 학생으로 인해 나도 성장한다. 서로 배우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식구 같다. 바쁘더라도 학생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시간을 쪼개 함께 하려 한다. 2명이든 3명이든 개인교습을 한다. 브라운대학에는 미국 전국 투어를 하는 발레 동아리가 있는데, 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배 안무가는 암 투병 끝에 목숨을 잃은 제자를 추모하는 공연 <Missing>을 2015년 브라운 졸업식 공연으로 올린 바 있다.)
 
 
- 현재는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신가.
올해 창원대학교에서 공연을 올린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배 안무가는 1996년 창원대학교 교수로 임용된 이후에 교환교수로 다녀온 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신작을 만들어 무대에 올렸다.) 얼마 전에는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본래 20주년 공연을 크게 만들어보려고 생각을 했었는데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로 만들어볼까 한다. 안무에 맞는 다양한 음악들을 고르고 있다.
 
또한 외국에서 무용을 공부하고 온 지인과 함께 10~11월에 ‘명상 춤’이라는 컨셉으로 공연을 올릴 계획이다. 샤머니즘적인 색채도 들어가면서 명상과 춤을 복합적으로 콜라보 할 예정이다. 이 무대는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브라운대학에까지 실험무대 형태로 구성해볼 생각이다.
 
 
- 안무 작업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관객과의 소통과 힐링이다. 그것을 이루려면 구성을 잘 짜야 한다. 관객에게 각인이 돼야 한다. 조명이나 세트의 멋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정말 좋은 춤 그 자체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 평소, 골몰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안무다. 유행을 타지 않는 동작 개발에 늘 골몰하고 있다. 자다가도, 비행기 타면서도 동작 개발에 빠져있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배귀영 안무가.
국경에 경계가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다양한 문화를 접한 무용가는 거기서 오는 춤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예술가 자신의 역량을 확장시킬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사람, 문화를 접하고 교류하는 데서 오는 힘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배 안무가는 브라운 학생들과 창원대 학생들의 합작 무대를 세계무용대회에 올리는 꿈을 갖고 있다.)
 
 
- 안무가님에게 무용이란 무엇인가.
삶이자 가족이다.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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