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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프롬나드] 6월이 끝나고 7월이 시작하는 장마철의, 개 있는 풍경
[안치용의 프롬나드] 6월이 끝나고 7월이 시작하는 장마철의, 개 있는 풍경
  • 안치용 / 한국CSR연구소장
  • 승인 2018.07.02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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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마지막 날, 2018년의 반이 끝나는 날은 토요일이었다. 오전 10시에 어딘가에서 특강을 하고, 점심을 먹으며 반주로 막걸리를 몇 잔 마셨다. 집에 도착해 대충 씻고 널브러져 있는 책 몇 권 중 하나를 펼쳐 읽는다. 서너 쪽을 못 읽어 스르륵 잠이 들었다.

 

전날 모기 한 마리와 고된 싸움을 벌인 데다 못 먹는 술까지 먹어서 물 먹은 솜처럼 바닥에 붙어버렸다. 자는 동안 간간이 들리는 비 듣는 소리. 토요일 오후에 술에 취해 자는 잠 사이로 듣는 비 듣는 소리는 행복한 소리라고 생각하며 잠을 잤다.

 

7월의 첫날, 2018년의 새로운 반이 시작하는 일요일. 낙화한 능소화 꽃이 뭉개지도록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비가 약해진 틈을 노려 개들을 데리고 오후에 옥상에 올라갔다. 집에서 볼일을 보지 않으니 장대비가 내려도 빗속으로 내보내야 한다. 옥상 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야속하게 하늘은 다시 퍼붓는다. 그래도 개꼬리가 펄럭인다. 다행이다.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우산들이 둥둥 떠다니는 거리에서 저만치 떨어진 꽃잎들이 달아난다.

 

개똥을 치우느라 몸이 젓은 김에 베란다 청소를 자청한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청소. 하지만 먼지는 보이지 않게 어디든 숨어있다. 타일바닥에 묻은 묵은 때는 어지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지워지지 않는다. 잠깐 마음을 다잡았다가 ‘마음에 묻은 묵은 때는 방치하면서…’ 하는 생각이 들어 건성건성 물을 뿌리고 빗자루로 쓴다.

 

그래도 수선을 떨며 베란다 물청소를 마치니 마음이 개운하다. 마음에 쌓인 때야,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이니 내버려두기로 했다.(어쩌면 보일까?) 빗소리가 잘 들리게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책을 읽는다. 일요일에도 가끔 카톡이 울린다. 귀찮아서 잠시 무음으로 돌려놓고, 잠깐잠깐 빗소리에 집중력을 빼앗기며 하릴없이 책을 읽는다. 개들이 교대로 날 찾아와 잠시 내 옆에 앉았다 간다. 걸리버의 통통한 엉덩이살을 만지며 책을 읽는다. 그러다 존다. 걸리버가 내 발등을 정성껏 핥아서 졸음에서 깨어났다. 창밖에는 여일하게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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