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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백 년 만에 동북아 철도전쟁 데자뷔에서 깨어나려면?
1백 년 만에 동북아 철도전쟁 데자뷔에서 깨어나려면?
  • 양기대 | 전 광명시장
  • 승인 2018.07.3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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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열강들이 조선의 철도건설권을 선점하기 위해 벌였던 치열한 각축전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 후 100년이 훨씬 지난 지금, 중국·러시아·프랑스 등 열강들의 한반도를 둘러싼 철도전쟁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보이지 않는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렇다면, 동북아시아의 신(新) 철도전쟁 속에서 과연 한국과 북한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동북아 신 철도전쟁은 정책이라는 말로 포장됐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국제경제전쟁이나 다름없다.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철도건설과 운영을 선점함으로써 경제적 이권을 챙기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한편으론 ‘제국의 위용’을 보여주려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우선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과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은 철도연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오랫동안 한반도와의 철도연결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여 왔다. 그러나 북한핵문제 등으로 남북관계가 최악인 상황 속에서 철도연결 정책을 실행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바뀌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으로 남북의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남북철도연결에 ‘청신호’가 켜졌다. 

먼저 남과 북이 물꼬를 트고 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여는데 철도연결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스스로 자존심을 구기면서까지 남북철도연결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과 북은 후속조치로 올해 6월 26일 판문점에서 철도협력분과회의를 열어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연결과 현대화를 높은 수준에서 진행하기로 하고, 철도현대화를 위한 설계와 공사방법 등 실무적 대책들을 구체적으로 세워나가기로 했다. 북쪽 단장인 김윤혁 철도성 부상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경제사업에서 철도는 선행관이자 견인기”라며 “두 줄기 궤도에는 곡선이 있을 수 있지만, 민족의 동맥을 하나로 이어나가는 쌍방의 마음과 의지에는 곡선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유라시아 대륙철도는 꿈이 아니라 현실”

그럼 동북아 신 철도전쟁의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체크해보자.
올해 2월 초 서울의 한 호텔 행사장에서 만난 추국홍(鄒國洪) 주한 중국대사와 나눈 대화는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 일대일로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필자가 추 대사에게 “광명동굴에 초청했는데 방문하지 않아서 아쉬웠다”고 인사한 후, 광명시장으로 일하는 가운데 추진해온 유라시아 대륙철도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추 대사는 대뜸 “그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것”이라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 거침없는 말에 놀랐다. 이어, 추대사는 필자가 묻지도 않았는데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 정책도 예상보다 훨씬 빨리 진행되고 있다”며 자신 있게 말했다. 중국은 올해만 일대일로 사업에 우리 돈으로 120조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그런 추 대사의 말을 뒷받침해주는 ‘사건’이 곧이어 벌어졌다. 시진핑(習近平) 주석 취임 이후, 중국은 중화민국 세력확장의 승부수로 일대일로 정책을 과감히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일대일로가 오래전부터 북한을 향하고 있었고, 그 형체가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였는데 이를 김정은 위원장을 통해 직접 보여줬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6월 20일 올해만 세 번째인 중국 방문을 감행했다. 그는 중국 베이징에서 농업기관 및 철도 인프라 기업을 방문하는 등 ‘경제행보’를 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이 북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추진할 두 개의 큰 역점사업으로 농업발전과 철도망 현대화 등 인프라 정비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오전에 방문한 국가농업과학기술혁신원은 지난 5월 전국 시도당 위원장으로 구성된 북한 노동당 ‘친선참관단’이 왔던 곳이다. 김 위원장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4차 방중 때인 2006년 1월 이곳을 방문했다. 오후에는 ‘베이징시 궤도교통 지휘센터’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한 중국 고속철도 건설현황과 관리실태를 둘러봤다. 경제개발에 필수적인 철도 등 인프라 건설에 높은 관심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 측 인사들은, “앞으로 일대일로에 북한이 참여할 수 있고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일대일로는 한반도로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동남아시아·남아시아·중앙아시아·중동·아프리카 등의 개발도상국들에 대규모 인프라·산업 투자를 쏟아부어 중국의 경제 영토를 확장하려는 프로젝트다. 중국이 2016년 말 오지로 여겨졌던 운남성(雲南省) 쿤밍(昆明)시까지 고속철도를 연결한 것도 공세적인 일대일로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쿤밍시는 이미 인도 등 동아시아와 베트남, 태국, 싱가폴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까지 고속철도를 연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쿤밍시 고위관계자는 “쿤밍이 항공과 함께 고속철도 중심기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의 낙후된 산업·공업 기초 인프라에 대한 투자에서부터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현재의 밀착된 북·중 관계를 바탕으로 대북투자 경제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올해 3차례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장기적인 대규모 대북투자와 지원을 약속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북한의 일대일로 참여를 이미 제안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대일로는 북·중의 경제·안보·전략적 협력을 더욱 끈끈하게 하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런 추론이 가능한 것은 이미 2014년 2월 중국이 북한과 개성에서 평양을 거쳐 신의주까지 가는 고속철도 건설계획에 합의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의 조선국가경제개발위원회와 중국의 상지관군투자주식회사는 계약금 240억 달러, 건설기간 6년 운영기간 30년의 ‘신의주-평양-개성 고속철도, 도로 건설사업’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당시 사업시행자가 중국 측의 JVC(상지관군투자유한공사)와 한국기업인 ㈜G-한신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총 376km 중 평양-신의주 구간 187km는 중국기업이, 평양-개성 구간 189km는 한국기업이 맡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야심 찬 계획은 북한핵문제로 무기한 연기됐으나 최근의 남북 정상회담과 잇따른 시진핑-김정은 회동으로 그 실현 가능성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올해 5월 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중국 리커창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양국정상이 한국과 북한 그리고 중국을 잇는 국제고속철도 건설에 의견 일치를 본 것도 남북·중 간 고속철도건설 전망을 밝게 하는 것이다. 당시 두 정상은 북한의 경제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 북한의 신의주, 중국을 잇는 고속철도 건설사업이 검토될 수 있으며 한중 양국 간의 조사연구사업이 선행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봤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유엔의 대북제재가 살아있는데도 북·중 접경지역은 대북투자에 대한 기대로 들썩거리고 있는 점이다. 앞으로 일대일로 정책에 따른 철도교역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 중국인들이 단둥(丹東) 옌지(延吉) 등 북-중 접경지대에 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이미 북한에 수십 가지 개발 프로젝트를 제안했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중국 내 조선족기업인들은 “대북투자에 한국보다 중국의 관심이 더 크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 시보는 최근 사설에서 “중국은 북한이 개방시대로 가는 데 신뢰할 만한 전략적 후방이자 정치 안보와 관련해 특수하고 믿을 수 있는, 의지할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북-중 관계가 더 가까워지면 우호 차원에 머물지 않고 신형 전략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역시 이런 일대일로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내부정비도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철도 전력기간산업에 외국인의 개방을 허용한 점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상무부는 올해 6월 28일 외국인 투자에 관한 ‘2018년 외상투자진입 특별관리조치(네거티브 리스트)’를 발표했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 선언한 ‘신 개방시대’에 걸맞게 개방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다. 철도·전력·광업 등 국가 기간산업과 관련한 분야에서 외국인 투자자 제한을 푼 것은 주목할 만하다. 한편으론 그만큼 절박하다는 이야기다.

미중 패권 경쟁의 시각으로 보면 일대일로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도전, 대항해 세력권을 확장하기 위한 중국의 전략적 승부수다. 중국은 개발도상국의 기초 인프라 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중국에 진 대규모 채무 때문에 결국 중국에 주권을 제약당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의 일대일로에는 중국 위안화의 영향력을 국제화하고자 하는 의도도 담겨 있다. 이런 일대일로가 정말 북한으로 향하면 북한에 각종 산업 인프라를 건설하고 공장을 지으며 항구 등을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프랑스의 역세권 개발

눈을 러시아 쪽으로 돌려보자. 러시아는 오랫동안 북한을 거쳐 한국의 동해안으로 올 수 있는 철도연결과 경제협력을 한국 정부에 요구해왔다. 일명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단적인 사례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통해 블라디보스토크와 북한, 한국을 연결하려는 계획을 계속 추진해왔다. 문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말로만 계획실천을 다짐하고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특사 자격으로 푸틴 대통령을 만난 송영길북방경제협력위원장에게 푸틴 대통령은 이 같은 ‘약속불이행’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푸틴 대통령과 여러 차례 만남으로써, 이 프로젝트를 포함해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 정책에 대한 지지를 거듭 밝힌 상태다. 올해 6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19년 만에 러시아를 국빈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한·러 경제협력방안, 즉 ‘9개 다리 핵심전략’을 논의했다. 또한 러시아 하원 연설을 통해 “유라시아가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한국과 러시아의 우정으로 활짝 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이들 9개 다리 핵심전략 중 남북·러 삼각협력인 철도연결, 천연가스관 건설, 전력 송전 등 3대 사업이 특히 관심을 끌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이들 3대 사업이 조속히 실현될 가능성이 있을까. 러시아 현지 분위기는 반신반의하고 있다는 게 국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막대한 철도건설 비용을 누가 댈 것이냐는 점이다. 문재인정부 집권 이후 한국의 태도가 적극적으로 바뀐 점은 인정하더라도, 실제 투자로 이어져 하산-나진 프로젝트와 동해북부선 연결이 추진되고, 한·러간 대규모 경제협력으로 성사될 수 있을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신동방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 입장에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을 거쳐 한국의 동해북부선을 연결하는 계획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핵심과제다. 따라서 시간이 문제일 뿐 반드시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송영길 위원장을 비롯한 한국의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대표단이 올해 7월 15일 1박 2일간 일정으로 북한 나진지역을 방문한 점도 그런 진전을 의미한다. 송 위원장은 귀환 직후 “북한 측과 나진-하산 프로젝트 관련 논의를 했다. 남북이 직접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대해 협의한 것은 처음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북방위는 당시 북한 나선 지역을 방문해 나진항 일대를 돌아봤다. 당초 러시아가 주최하는 ‘남·북·러 국제 세미나’에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북측 및 러시아 측과 대화 일정이 길어지며 세미나에는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에서는 민족경제협력연합회 관계자들이 논의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시베리아 석탄 등을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국제철도(54km)로 운송한 뒤 배를 이용해 한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물류 협력 사업이다.

2014~2015년 3차례 시범운송이 진행됐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 등으로 2016년 3월 우리 정부가 외국 선박이 북한에 기항한 뒤 180일 이내에 국내에 입항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 조치를 발표하면서 본 계약에는 이르지 못했다. 다만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유엔의 대북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우리 정부의 의지에 따라 실현 가능성이 높은 남북경협 사업으로 꼽히고 있어 이번 북방위의 방북을 계기로 다시 추동력이 생길지 여부가 주목된다. 

프랑스도 남북고속철도 연결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미 한국에서 고속철도를 개통한 경험이 있는 프랑스 국영철도회사(SNCF)는 코레일과 광명시를 상대로 남북고속철도연결 및 유라시아 대륙철도 시대에 대비한 사전정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 국영철도회사 측은 2017년 10월 광명시에 뜻밖의 제안을 해왔다. 광명시가 추진해온 광명-개성 간 유라시아 평화철도 노선개발 용역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며, 함께 추진하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당시 광명시장이던 필자는 이 제안을 적극 수용해 그 해 11월에 프랑스에 가서 SNCF 본사와 보르도역을 방문해 철도교류에 합의했다. 그리고 2018년 1월 9일 파주 도라산역에서 SNCF 고위임원과 함께 업무협약을 맺고 KTX광명역에서 고양 대곡역~파주문산~ 도라산역~개성까지 각 역세권개발을 위한 공동용역을 하기로 합의했다.

특이한 것은 프랑스 측이 광명~개성 노선개발보다는 그 노선의 역세권 개발에 더욱 관심이 많았다는 점이었다. 경제성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는 이야기다. 프랑스 측이 개성, 평양, 신의주와 중국의 단둥을 연결하는 고속철도연결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내는 것도 향후 한반도와 동북아를 잇는 국제고속철도 건설에 대한 사전포석의 의미도 있을 것이다. 비록 유엔의 대북제재 상황이어서 드러내놓고 광명~개성 유라시아 평화철도 노선에 관해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분위기만 달라지면 언제든지 남북철도 연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태세였다. 프랑스 측 일부 인사들은 유라시아 대륙철도 연결 시 투자 등 어떤 형태로든지 남북한 고속철도 연결에 대해 개입하고 싶어 하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변화 속 갈림길, 남과 북은 어떤 선택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서울에서 신의주를 연결하는 경의선과 부산에서 나진 등 두만강 유역까지 이어지는 동해선 연결은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실제로 남북철도 연결로 이어진다면 분단 이후 실상 경제구조가 섬나라와 같았던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대륙형 경제로 전화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와 연결된다면, 중국의 동북3성과 블라디보스토크 등 극동아시아에 몽골지역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소비시장이자 천연가스 등 자원의 보고에 한국과 북한경제가 다가서게 된다. 

그래서 남북철도 연결로 한반도 북방지역이 신흥 대형경제권역으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 지역은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의 경제권이 될 것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필자는 그동안 전문가들과의 많은 논의와 현장답사를 통해서 남북·중·러 고속철도가 완전히 연결된다면 한국의 수도권에서 북한을 거쳐 베이징, 하얼빈, 블라디보스토크까지 6시간 이내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면 ‘동북아 1일 생활권 시대’가 열리고 ‘동북아 경제 공동체’ 형성이 가능하게 된다.

2014년 국토연구원 자료를 보면 경의선이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될 경우 2030년을 기준으로 경의선을 통한 철도 물동량은 3015만 톤, 동해선이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연결될 경우 물동량은 754만 톤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남북․중․러 고속철도 연결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그 길에서 중국과 러시아, 프랑스, 그리고 아마도 미국과 일본도 어떤 형태로든지 개입할 것이다. 

그렇다면 남과 북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남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국제고속철도 연결은 무엇보다도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체제보장이 이뤄지는 시점에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된다면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그리고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해 대북투자와 철도연결 등 현안사업에 대해 앞다퉈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역시 대북투자 등을 둘러싸고 중국 및 러시아 등과 협력과 경쟁의 이중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 

우선 남북한의 고속철도 연결 사업도 주변 국가들의 물밑경쟁이 치열할 것이 뻔하다. 북한과의 우호 관계에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선점할 가능성이 높은데 특히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과 맞물려 적극적인 공세로 나설 것이다. 이미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자국의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북한 전역에 대한 고속철도건설을 최우선으로 북한과 협의할 것이다. 여기서 한국이 간과하면 안 될 대목이 있다. 북한의 고속철도 건설이 일방적으로 중국방식으로 이뤄진다면 그건 나중에 한국의 고속철도와 연결했을 때도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소위 ‘철도 주권’ 문제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따라서 한국의 도라산역에서 출발하는 남북한 고속철도건설은 북한, 중국과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이 필요하며, 그것은 건설 뿐 아니라 향후 운영과 관련해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사항이다. 여기서 북한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선 남북이 철도연결에 대한 기본원칙을 세우고 미리 준비한 다음 중국 러시아 등 다른 나라와 협상에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이 그걸 먼저 합의해야 한다.

또한 러시아가 계획하고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의 나진을 거쳐 한국의 속초, 나아가 부산까지 가는 동해선 건설은 물류와 관광이라는 측면에서 중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 속초에서 러시아 하산의 자루비노항에 카페리로 가서 중국의 동쪽 끝인 훈춘을 거쳐 백두산까지 가는 ‘국제평화관광코스’ 개발도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철도연결과 함께 해상교통로가 같이 갈 때 남북·중·러의 경협과 인적교류가 훨씬 더 시너지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북한핵문제로 남북관계가 최악인 2015년 말부터 KTX 광명역을 유라시아대륙철도 출발역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한 뒤 유라시아 대륙철도 시대에 대비해 국제적인 철도거점도시를 많이 둘러봤다. 유라시아 대륙철도가 광명역에서 출발했을 때 북한을 거쳐 통과할 중국의 단둥과 훈춘, 러시아의 하산과 블라디보스토크, 바이칼호가 있는 이르쿠츠크시, 그리고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시장을 만나 교류협력을 해왔다.

이런 도시들이 앞으로 동북아 신 철도전쟁의 주요길목이 될 것이다. 그 주요 도시들을 방문하면서 앞으로 전개될 동북아 신 철도전쟁의 미래를 점쳐보기도 했다. 동북아 국제철도전쟁이 전개될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고 대비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한국 정부의 몫이다. 그래야 국제자본과 힘의 논리에 의해 한반도 고속철도건설이 좌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유라시아 대륙철도시대를 앞두고 한국철도의 자력자강(自力自强)이 절실한 때다. 그게 바로 동북아 신 철도전쟁에서, 나아가 유라시아 국제경제전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한국 그리고 한반도의 숙명이다.  


글·양기대 
유라시아평화철도포럼 대표. 민선 5, 6기, 17대 광명시장(2010년 7월~2018년 3월). 동아일보 기자 시절에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비리 및 재벌그룹 부패를 고발한 특종기사로 이름을 날렸으며, 2010년 시장에 당선된 이후, 2014년에는 경기도 최다 득표율로 광명시장에 재선됐다. 그는 폐광이던 광명동굴의 관광자원화, 이케아 유치 등을 통한 KTX광명역세권 개발, 유라시아 대륙철도사업을 통해 대한민국 유권자 대상(2016), 한국의 영향력 있는 CEO 창조경영부문상(2015) 등을 수상했다. 지난 지자체선거에 경기도지사 경선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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