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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범법자'인 삼성 이재용의 덫에 빠지나
문대통령, '범법자'인 삼성 이재용의 덫에 빠지나
  • 심정택 | 『이건희전』 작가
  • 승인 2018.07.31 10: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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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용돌이>, 1962 - 메디오스 바로

2014년 5월 이후 이건희 삼성 회장이 만 4년 넘게 병상에 누워있다. 이 회장이 쓰러지고 2~3개월 후부터 삼성의 컨트롤 타워인 미래 전략실을 중심으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사업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삼성의 방산부문과 일부 화학산업이 한화 그룹으로 매각되는 작업이 이뤄졌다. 삼성그룹 순환출자 고리 과정에서 이건희 장녀인 삼성종합화학 대주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지분도 넘겨졌다. 이후 이부진보다 2년 위인 오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글로벌 기업이며 가족기업인 삼성그룹 경영권 찬탈작업을 본격화했다. 찬탈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의 부친 이건희가 상속을 개시하지 않았음에도 즉 사망하지 않았음에도, 이재용이 삼성경영권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최근, ‘최순실-박근혜-이재용’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삼성의 한화그룹으로의 사업이양 과정에서 매각 부대조건으로 한화 그룹이 맡았던 승마협회장을 삼성이 넘겨받는 조건이 명기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삼성이 이건희가 쓰러진 이후 이재용으로의 경영권 찬탈을 위해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과 그의 딸인 승마 선수 정유라를 정확하게 겨냥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대통령 주변을 떠도는 삼성맨들: 김상조, 홍석현, 김현철…

2017년 2월 17일 이재용은 구속됐다. 이재용 구속 후, 삼성뿐 아니라 이재용의 외가에 일련의 사태가 일어났다. 2.28, 삼성 미래전략실 해체, 팀장 전원사임과 전직임원 예우 배제, 3.6, 홍라희·홍라영 자매의 리움 미술관장 및 부관장 사퇴, 3.18,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사퇴…. 2016년 10월 24일, JTBC의 태블릿pc 보도가 없었다면 결과적으로 이재용은 구속되지 않았을 것이다. 태블릿pc 보도가 최순실 국정농단의 결정적인 스모킹건이었다. 이 보도로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재용은 JTBC 회장인 홍석현을 원망할 수밖에 없다.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사퇴는 황태자 이재용의 감옥으로부터의 저격인 셈이었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이재용은 주주권을 행사했을 뿐’이라는 삼성의 발언이 흘러나왔다.

홍석현은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다녀왔다. 홍석현은 2017.04~2017.11 한반도포럼 이사장, 2017.11 이후 (재)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직위를 가지고 있다. 2018년 4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홍석현 자문위원과 나란히 앉아 대화했다. 문 대통령이 홍석현과 코드가 맞을 수 있었던 데는, 홍석현이 참여정부 때 잠시나마 주미대사를 지냈고 남북대화를 중시한다는 점이 배경이 됐다.

대통령 주변에서 가장 특이한 인물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다. 김상조는 이재용 구속 전, 박영수 특검팀에 참고인으로 소환됐다. 마치 1차 영장청구 기각으로 난관에 빠진 특검팀에 김상조가 도움을 준 것으로 언론에 비쳤다. 과연 그런가? 구속 5일 전인 2017년 1월 17일, 김상조가 기고한 <경향신문> 칼럼을 보자.

“특검이 매일매일의 브리핑을 통해 언론에 흘린 단편적인 정보들을 모아보면, 그림이 너무 커졌다. 2014년 9월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독대한 것을 시작으로, 2015년 1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승마협회 회장에 취임한 것을 거쳐, 2015년 7월 삼성물산 합병과 2015년 8월 이후의 상납으로 귀결되기까지 모든 일들이 마치 하나의 잘 기획된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된 듯한 느낌을 주기에 이르렀다.(…)

엘리엇이 등장한 것은 2015년 6월이다. 물론 (구)삼성물산은 (…) 국민연금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했지만,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넘기지 않고 투자위원회에서 독단적으로 찬성 결정을 하도록 로비·압박해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에 몰릴 것을 예견한 이는 없었을 것이다. 적어도 엘리엇의 등장 이전까지는. 따라서 엘리엇 등장 이전의 대통령 독대와 승마협회 회장 취임을 그 이후 국민연금의 잘못된 행동으로 바로 연결하는 것은 아무래도 매끄럽지가 않다.”

공개적으로 이재용의 혐의 사실을 구체적으로 부정하고 변호해준 이가 불과 며칠 후, 이재용 구속의 스모킹건 역할을 한 것으로 언론에 비친 것은 모순이다. 그는 특검에서 이재용의 입장을 대변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는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사장이 미래전략실 팀장으로 있을 때부터 미래전략실의 사장, 부사장인 팀장급들을 수시로 만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미래전략실의 장충기 라인에서는 김상조와의 회동을 반대한 인물도 있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 TF는 미래전략실의 업무를 대체했다. 김상조는 홍석현이 만든 리셋코리아 지배구조 분과위원장을 맡았었다. 자신의 스승인 정운찬이 리셋코리아에 들어오면 자신은 사퇴할 것이라는 말이 정운찬 캠프에서 나왔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출마를 선언했던 전 국무총리 정운찬은 홍석현과는 경기고 선후배지간이고, 김상조와는 사제지간이다. 

이런 행보는 참여연대 출신이며, 자신이 만든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지낸 이로서는 이례적이다. 삼성 컨트롤타워의 핵심인력들이 김상조를 만난 것도 이례적이다. 결국 그가 촛불정부에서 첫 공정거래위원장이 됨으로써, 삼성 최고위층의 인물판단이 적중했음이 증명됐다. 김상조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는 취임 후 1년 동안 ‘재벌개혁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다녔다. 김상조는 2018년 3월 9일, 호텔 조찬 세미나에서 “재벌개혁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 더 지속 및 예측이 가능한 방식으로 접근할 때 성공할 수 있고 그것이 우리의 소중한 자산(대기업)을 더 발전시키는 방안”이라고 했다. 요즘 들어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 김상조는 마치 문재인 정권의 2~3인자처럼, 대통령의 대리인처럼 말했다. 

“(진보진영은) 국가권력과 대통령이 의지를 가지면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등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정부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요술 방망이’를 가지고 있지 않다. (…) 정부의 정책수단은 제한적이어서, 다양한 시민단체들의 요구를 모두 충족할 수 없다. 정부의 역할은 정책의 우선순위, 속도와 강도를 판단하는 것이고, 결국 선거에서 심판을 받는다.”( <한겨레>, 2018.7.6.)

공정거래위원장이라는 자가, 선거를 운운한 것이다. 다음 선거는 2년 뒤다. 김상조가 몸담았던 참여연대 내에서도 뒤늦게 비판의 소리가 나온다. 참여연대가 1년이 넘도록 공정위와 관련해 입장을 표명한 것은 고작 2건이다. 김상조는 국민과 시민의 여망을 몇몇 시민단체의 요구로 격하해버리고 시민사회의 개혁 요구를 ‘조급증’이라는 프레임에 가둬버렸다. 

이재용의 구속으로 창업 이래 최대 위기에 몰린 삼성은 수백 명의 전문 로비스트들이 하지 못한 일을 김상조가 혼자 대신해 주어 기사회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용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여론이 들끓었다. 2심 판사를 면직시켜야 한다는 청와대 청원이 등장했다. 청와대는 사법부 인사는 삼권 분립의 정신에 훼손된다는 취지의 공지를 올렸다. 그런데 3심 재판을 앞둔 이재용을 집권 2년 차의 살아있는 권력, 대통령이 만나는 것은 사법부에 직접 관여하겠다는 것 아닌가.   
    
문재인-이재용 인도 회동

지난 7월 5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8일부터 시작된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싱가포르 방문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의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문 대통령이 삼성그룹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왜 안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전문경영인이 다 오는데,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라고 답했다. 한국 사회에서 기업이라기보다는 사실상의 비선출 권력집단인 삼성의 수장인 이재용과의 회동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달리 어떻게 해석하겠는가? 애써 정치적 해석을 피하자는 건 강변이다. 대통령에게 정치적인 타격을 줄 걸 뻔히 알면서도 정무라인들이 침묵하는 것도 이상하다. 

여기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현철 경제보좌관으로 보인다. 김현철은 이재용과 깊은 인연이 있다. 일본 게이오대 비즈니스스쿨에서 이재용이 MBA 석사과정을 밟고 있을 때 김현철은 박사과정에 있었다. <경향신문>은 2005년 10월 7일 자 신문에서 경제보좌관인 김현철 교수(서울대 국제대학원)와의 인터뷰를 다음과 같이 밝힌 적이 있다. 

“그는 ‘이 상무(이재용)에 대한 내 개인적인 소감을 말하지 않겠다고 전제한 뒤 ‘게이오대 교수들은 이 상무의 인간적인 면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 이 상무가 학교에 잘 다니지 않았다는 소문에 대해 김 교수는 ‘게이오대 비즈니스스쿨은 세계적으로 알아준다’며 ‘이 상무가 졸업했다는 것은 그만한 실력이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일축했다. 게이오대 비즈니스스쿨 입학 때 삼성저팬에서 로비를 하는 등 삼성 측이 이 상무의 학업에 관여했다는 소문에 대해 ‘게이오나 하버드나 왕족·기업오너 등 로열패밀리들이 많이 다니는 곳으로 유명하다’면서 ‘이 상무가 게이오대를 다닐 당시 삼성은 일본 내에서 가전부문 10위권 정도로 별로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어서 특별대우를 받았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게이오 시절 이후에도 이재용과 김현철의 관계는 상당히 친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문 대통령의 인도 및 삼성전자 공장 방문에도 김현철이 깊숙하게 개입한 듯하다.  

문 대통령의 인도 일정에는 의미 있는 시급한 현안들이 보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과 이재용의 회동에 포커스가 맞춰진 듯하고, 나머지는 억지로 꿰맞춰진 듯하다. 인도 노이다 공장 투자 확대는 2017년 6월 결정됐다. 삼성전자에서도 서남아 본부장인 부사장급이 주관하는 정도의 프로젝트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체성은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그의 부모는 이북출신이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3년에 출생했다. 그는 통일을 바라는 마지막 세대의 대통령이 될 것인 반면, 어쩔 수 없는 개발연대 시대 인물이기도 하다. 경제와 기업관 측면에서 보면 문재인은 처음부터 친재벌, 친삼성맨이다. 2016년 10월 13일, 문재인은 4대 민간기업 경제연구소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우리 경제를 살리는데 재벌 대기업이 여전히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벌 대기업이 자신의 성장이나 이익만을 도모하지 말고 우리 경제를 공정한 경제로 만들고 우리 경제를 혁신해서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드는 노력을 해달라.” 

당시 같은 당의 박영선 의원은, “이미 문재인의 경제개혁은 시작도 전에 끝을 보인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2017년 초,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과정에서 모 후보는 이재용이 유죄를 받을 시 사면불가 방침을 밝혔으나 문재인은 밝히지 않았다. 문재인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종종 모호한 스탠스를 취할 때가 있다. 문재인은 2016년 11월 박근혜 게이트 정국에서 처음에는 신중론을 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 등 당내 2~3위권 대선후보들이 명확하게 박근혜의 탄핵을 요구한 반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한동안 지키다 2016년 11월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퇴진운동에 나서겠다며 강경노선으로 전환했다. 

노무현 정부인 2005년 삼성 엑스파일 사건의 주연은 홍석현과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다. 엑스파일은 1997년 대선 정국을 다루고 있다. 이는 결국 조선일보 이진동 기자가 국정원의 도청 업무를 담당한 미림팀을 보도하면서 사건의 프레임이 ‘안기부 엑스파일’로 이동해 버렸다. 

2005년 8월 18일, 고 노회찬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은 ‘엑스파일’에 등장하는 전·현직 검찰 인사들의 이름과 함께 검찰에 대한 삼성의 ‘떡값’ 전달 과정을 상세히 공개했다. <한겨레>가 보도한 X파일 녹취록에 따르면 홍석현 회장의 뇌물지시 발언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석조(홍석조 고검장, 홍석현 회장 동생)한테 한 2천 정도 줘서 아주 주니어들, (이건희) 회장께서 전에 지시하신 거니까, 우리 이름 모르는 애들 좀 주라고 하고….”(<한겨레>, 2005년 8월 18일)

노회찬 의원은 또 2005년 12월 14일, CBS와의 인터뷰에서도 “참여정부에서 재벌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보느냐”라는 질문에 “재벌개혁에 있어 오히려 과거정부보다 소극적이고, 재벌의 비리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국민을 등에 업고 재벌개혁에 나서도 될 텐데 재벌 앞에서 작아지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당시 검찰을 포함한 청와대 사정 총괄 책임자는 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문재인(2005.01~2006.05)으로, 사건이 ‘삼성 엑스파일’로 프레임이 잡히는 걸 원하지 않은 듯하다. 노회찬은 떡값 검사 명단공개건 때문에 2013년 2월 대법원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진정한 진보정치의 아이콘 고 노회찬이 참여정부에 대해 우려했던 현상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노회찬이 고발한 홍석현을 문재인은 끼고돌고 있고, 심지어는 그의 조카인 부패의 시대적 상징인 이재용을 만나고 있지 않은가? 일자리를 명분으로 문 대통령과 이재용 간 맞춤형 인도회동 이후 대한민국을 삼성공화국에서 삼성제국으로 승격시키기 위한 일사불란한 움직임들이 보인다.

삼성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가?

불가능하다. 삼성전자의 발전과정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2004년 실적으로 삼성전자가 103억 달러(당시 약 10조 7,800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는 발표는 일본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당시 순이익 100억 달러가 넘는 기업은 엑손모빌(210억 달러), 시티그룹(179억 달러), GE(105억 달러), 도요타(105억 달러)등 8곳뿐이었다. 이는 윤종용 부회장 체제에서 90년대 말 무자비한 구조조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97년 1월, 외환위기의 파고가 밀려오던 시점부터 시작해서 3년간에 걸쳐 약 2만 4천 명을 구조 조정했다. 삼성에 노조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기업의 경쟁력은 매출액보다는 이익이다. 이익은 전자산업의 특성상 낮은 인건비와 지속적인 구조조정이다. 다음 수순은 글로벌라이제이션을 명분으로 한 해외진출이다. 우수하면서도 인건비가 싼 고졸 여직원을 구하지 못한다는 것도 주된 이유였다. 삼성은 베트남에만 10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 공동화의 주범이 삼성이다. 인도공장은 인건비 때문에 중국공장을 이전하는 수준이다. 대법원 재판을 앞둔 이재용은, 당장은 국내에서 인력을 추가 충원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얼마나 갈까? 삼성전자 국내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7~8년으로 알려져 있다. 좋은 직장의 필수요건은 안정성이다. 

영국의 유력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2018년 7월 5일 자에 분석 기사를 실었다. 기업의 규모가 너무 커져 버려 국가 권력이 개입한 6개 사례(영국의 동인도 회사, 미국의 스탠다드오일, 유에스스틸, IBM, AT&T, MS)를 분석했다. 거대 기업의 매출액보다는 순이익의 크기가 중요하며, 이들이 해체되거나 제재를 받는 경우는 ‘순이익/(해당 국가의) GDP’가 0.08%~0.54%(평균은 0.24%)에 이를 때였다. 삼성그룹에 이 기준을 적용하면 21조 원/1800조=1.1%로 영국과 미국 기준으로는 벌써 해체됐어야 한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는 한국 사회에 잘못 알려져 왔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는 재벌의 해체를 통해 발전해왔다. 재벌이 무한정 커져서는 안 된다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제시한 것이다. 

인도 회동 이후
  
여전히 전 대통령 박근혜와 비선실세 최순실은 구속돼 있고, 이재용은 국정농단 혐의로 1년여 구속돼 1심에서는 유죄, 2심에서는 경영승계 목적이 없었다면서 뇌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사의 궤변에 따라 풀려났으나 ‘박영수 특검’의 즉각적인 상고로 대법원에 심리계류 중에 있다. 이재용 경영권의 핵심인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시 회사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한 변수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재용의 경영 승계 목적의 명백한 분식 회계 혐의를 받고 있다. 

대통령과 이재용 회동 이후,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있다. 인도 회동에 대해 진보매체들조차 정상적인 비판의 목소리가 없다. 이는 삼성 홍보라인들이 재무력이 취약한 매체를 상대로 광고비나 협찬 등 사전 마사지가 있을 수도 있었다는 걸 암시한다. 민주당 내 사실상 유일한 전문 보좌진을 갖춘 삼성저격수 박용진 의원을 상임위 배정에서 찍어내기로 금융위에서 배제, 왕따 시켰다. 박 의원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이끌어내는 등 정무위에서 재벌개혁에 앞장섰다. 정부·여당이 실체가 없는 구호성에 그칠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김상조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은산(은행과 산업)분리 완화’를 추진하던 중, 박 의원을 배제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2016년 문재인과 4대 재벌 경제연구소장의 만남을 비판한 박영선 의원을 포함, 당내 어떤 비판의 목소리도 없다.  
 
참여정부의 정체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정권을 제대로 알려면, 이 정권의 기반이 된 참여정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2002년 초 노무현 지지율은 한 자리에서 출발했다.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대선 직전 단일화 파기의 과정을 거치며, 준비 없이 정권을 인수하게 됐다. 대통령의 책상에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가 놓여있었다. 

김상조 역시 현 정부에 대한 비슷한 얘기를 한다. 대통령 탄핵에 따른 갑작스런 선거로 당선됐기에 ‘개문발차한 정부’라고. 참여정부는 재계에서는 PK출신의 로비스트들이 활약했다. 국정농단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장충기 문자로 대변되는 장충기 라인은 본인을 포함, 실무자들이 이때 성장한 PK출신들이다. 참여정부 시절 삼성 이건희 회장의 대리인 이학수 부회장 역시 PK라인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때의 PK출신들이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의 주역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모태인 참여정부는 기대와 달리 친재벌 정권이었다. 대중들은 참여정부가 처절하게 실패했으나 노무현의 탈권위주의와 비극적인 죽음의 미장센만을 기억한다. 현대 극장정치의 한계다. 

‘삼성의 늪’에서 빠져 나와야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출발 시 좌측 깜빡이를 켰으나 노골적으로 우회전하고 있다. 거대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극우로 치달으면서 기사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뚜렷한 진보성향의 정의당의 지지율이 두 자릿수로 오르는 건 의미심장하다. 촛불 이후 한국사회는 당연히 변화의 국면에 들어서는 줄 알았다. 문재인 정부와 집권당은 경제문제 때문에 지지 세력의 비판을 받겠다고 한다. 

대한민국 현대사는 시민이 대통령은 탄핵시켰으나 국회를 해산시켜 본 경험이 없다. 분단 체제에서 오랫동안 적대적 공생 관계인 국회를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결과적으로 남북 화해무드, 한반도의 긴장완화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오르자 재벌들에게는 유리한 국면이 조성됐다. 이런 식으로 높은 국민 지지율을 재벌에게 면죄부를 주는 정치적 자산으로 써 버리면 2020년 국회의원 선거가 제대로 치러지겠는가? ‘2016년 촛불 어게인’으로 현 거대 양당 중심의 국회 체제가 무너질지 두고 볼 일이다. 

삼성은 노무현 정부 이후 당대의 정치권력 및 언론과 경제 관료들을 완전히 장악했다. 2016년 겨울 촛불은 대통령 탄핵에만 집중했다. 이재용은 대통령에게 뇌물을 줘 자신의 아버지 이건희가 상속하지 않았음에도 공적 기관인 국민연금을 동원, 삼성의 경영권을 훔치지 않았는가? 자기 집 닭을 서리하는 멍청한 이에게 언제까지나 삼성이라는 정경유착의 괴물을 맡길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이재용을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는 ‘삼성의 늪’에 빠져버린 듯하다. 지금이라도 사태 파악을 제대로만 하면 이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겠으나, 대선 과정에서부터 바늘 하나 꽂을 틈이 없는 인의 장막에 계속 파묻혀 있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나는 진심으로, 문재인 정부가 걱정스럽다.  


글·심정택
칼럼니스트, 산업분석가. 쌍용자동차 입사 후 1993년 삼성그룹으로 옮겨 삼성그룹 21세기기획단을 비롯해 삼성자동차 경영기획실과 자동차소그룹 조사 부문 간사, 삼성그룹 대외협력단, 에스원을 두루 거쳤다. 현재는 홍보 및 미술 컨설팅을 수행하며 저술 활동에 매진 중이다. 저서로 『삼성의 몰락』, 『현대자동차를 말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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