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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프롬나드] 추일서정
[안치용의 프롬나드] 추일서정
  • 안치용 / 한국CSR연구소장
  • 승인 2018.09.30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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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위 안의 부담이나 조금 덜려는 생각에 점심을 먹고 슬리퍼를 끌고 나선 산책이 홀린 듯 물가에까지 닿았다. 일요일에도 밀린 일 가득이라 PC 앞에 정위치해야 하는데, 가을 강은 중년을 잡아서 펑퍼짐한 품 안에 두고 놓지를 않는다.

 

바람은 지는 잎새에게 남은 잎새에게 쉴 새 없이 중얼거리고 가끔 속삭이고, 제 몸 위로 사정없이 부서져 내린 햇빛에 전례 없이 당황하여 물길은 우왕좌왕 갈 길을 잊는다. 세월을 견딜 만큼 견뎌낸 물아래 묵직한 잉어, 잔물결로 존재의 흔적 투사하면 황망히 벤치에 앉는다. 허리 펴고 눈을 가만 감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뒤편에서 새가 운다. 몸을 숨기고 운다.

 

가을 기운에 취해서일까, 누구나 착한 사마리아인의 얼굴을 하고 지나간다. 나라도 피를 흘리며 쓰러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여름이 지났고, 9월이 끝난다. 이제 성숙하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자전거를 탄 소녀의 흑단 머리채가 연처럼 떠올라 느릿느릿 멀어져 간다. 벤치에 살짝 등을 기대니 가만한 졸음이 온다. 이대로 잠이 들면 영영 다시 눈을 뜨지 못해도 좋을 것 같다. 좌탈입망(坐脫立亡)할 삶을 살지 못했으니 속세의 연을 찾아 다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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