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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새겨본 <르디플로>의 정체성
다시 새겨본 <르디플로>의 정체성
  • 성일권 | 한국어판 발행인
  • 승인 2018.10.31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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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창간 10주년의 열기를 가라앉히고, 이제 평상시로 되돌아와 11월호의 마감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지난달엔 세르주 알리미 프랑스어판 발행인이 축하차 다녀갔고, 프랑스 극단 ‘앙벨리 튀르쿠와즈’의 내한 축하공연도 성황리에 잘 마무리됐습니다. 함께 자리를 해주신 독자 여러분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알리미 발행인은 짧은 체류 기간 중 문정인 대통령외교 특보와의 대담, 경희대 조인원 총장과의 공개토론, 한국외국어대 특강, 그리고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르디플로>의 가치와 의미를 강조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또한 많은 독자들이 알리미를 반갑게 맞이하고, 사인을 받고 사진을 함께 찍으며 환호했습니다. 알리미의 ‘스타성’을 새삼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저와 저희 편집진은 독자분들이 알리미에 대해 환호하는 이유를 너무도 잘 압니다. 독자분들이 꼽는 <르디플로>의 미덕은 결코 시류에 영합하지 않은 것이며, 그 지휘자가 알리미 발행인이기 때문입니다. <르디플로> 지면은 현대사회의 물신화, 자본화, 몰가치성을 늘 올곧게 비판하고, 사상과 철학에 바탕을 둔 인문학적 사유와 성찰을 끊임없이 되뇌며 국적과 민족, 인종, 남녀, 세대, 인종, 학벌의 차별 없이 모두가 동등한 가치 아래 해방의 공간에서 자신들의 독립된 삶의 영위를 지향합니다.
흔히 호텔이나 프레스센터가 치러지는 여타 매체들의 시끌벅적한 창간 행사와는 달리, 저희는 그 ‘흔한’ 축하화한도 받지 않았고, 또 그토록 ‘흔한’ 정치인들이나 경제인들의 축하방문도 사절(?)했습니다. 그 대신 저희는 <르디플로>를 사랑하고, 격려하는 독자 여러분과 함께 알리미 발행인을 초청해 <르디플로>의 지향점과 정체성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보고자 했습니다. 11월호를 준비하면서 알리미 발행인이 한국외국어대 특강 후에 학생들의 질문에 답한 다음과 같은 발언이 자꾸 떠올라, 강연장에 오시지 못한 분들을 위해 인용합니다.

“정보를 공짜로 읽는 것, 뉴스가 무료로 제공됐을 때 그것에 누가 돈을 지불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공짜신문은 100% 광고수익으로 운영되고 있다. 광고주가 자동차 회사라면 불편한 진실에 대해 취재하는 기사를 싣지는 못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광고주가 자신들의 뉴스를 검열하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몇 년 전에 광고수익을 전체 매출액의 5% 이하로 제한한다는 규칙을 만들었다. 이 규정이 마련되고 나서, 회사 운영이 예상보다 더 잘 돼 광고수익은 1%도 채 안 된다. 그리고 나는 발행인으로 일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단 한 번도 광고주가 협박전화를 하지 않았다. 신문이 공짜였을 때는 광고주에 휘둘리는 등 여러 종속적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기업들은 여러분을 타깃으로 삼아서 물건을 광고한다거나,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여러분의 삶을 유혹할 것이다.”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하다. 광고가 많지 않다고 했는데, 수익 대부분은 구독자에게 나오는 것이다. <르디플로> 프랑스어판을 보면, 프랑스에서만 종이신문 정기구독자가 10만 명이고, 인터넷판 아카이브에 유료가입한 사람이 4만여 명이다. 또한 우리들은 매번 발행할 때 7만 부를 프랑스와 프랑스어권 국가에 개별 판매한다. 이 정도면, 우리 신문사가 생존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우리 수익률은 매력적이다. 주식시장에 상장되면 투기 자본가들이 매혹될 만큼 수익률을 창출하고 있다. 물론, 우리가 계속 독립성과 지속성을 보장받는 것은 바로 독자 덕택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는 항상 독자에게 세상에 공짜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독립언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냐고? 답은 아주 쉽다. 후원이다. 신문을 사는 것. 여러분이 그저 ‘좋구나’라고 감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신문을 사야 한다. 후원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르디플로> 한국어판 구독을 하는 일이다. 독립언론을 후원하는 구체적인 방법이다.”

“우파는 좌파언론을 안 믿고, 반대로 좌파는 우파언론을 믿지 않는다면, 세상의 한 편만을 보게 된다. 우파언론만 보는 우파사람들, 좌파언론만 읽는 좌파 사람들만큼 끔찍한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난 나의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 우파의 신문도 같이 읽고 있다. 심지어 좌파 언론보다 우파 언론을 더 많이 읽고 있다. 오늘 아침에 난 일어나 <파이낸셜 타임스>를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다만, 정보의 원천에 대해 알아보고, 이 언론사가 누구의 소유인지 파악한 후에 읽는 것이 좋다.
<르디플로> 기사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끌었던 기사가 하나 있는데, 2년 전 우리는 프랑스 언론 지도를 만들었다. 소유의 연결 관계에 대한 지도였다. 이걸로 모든 걸 다 말할 순 없지만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를 한번 알고 나면, 편안하게 모든 매체의 진실을 어느 정도 볼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신문위기의 시대에 기자가 돼야 하냐고 묻는다면, 난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기자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저널리즘의 종말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기자가 돼야 한다. 다만 여러분이 현 체제에 반대하는 독립언론에서 일하면 좀 더 힘들 것이다. 독립언론은 대체로 보수가 적다. 그리고 권력층에서 당신을 덜 좋아할 것이고, TV에 등장하는 일도 적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런 것 없어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 더욱이 내가 세상에 유익한 일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

 

 

성일권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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