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거인 광산업체의 지구를 파헤칠 ‘권리’

2010-10-08     필리프 르벨리

3개 회사가 세계 철광석 생산을 독점하고 있다. 브라질 회사 ‘발리’가 이 카르텔을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이 회사는 몇 해 전부터 샐러리맨, 생태학자, 농부들이 채광에 따른 사회와 환경의 피해를 규탄하면서 새로운 저항에 부딪혔다. 설상가상, 시위대의 ‘세계화’로 다국적기업의 이미지에 먹칠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11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남동부 서드베리. 토론토에서 북쪽으로 400km 떨어진 이 작은 마을에 브라질 최대 다국적 광산업체인 발리-인코(Vale-Inco)의 광산 노동자들이 파업 찬반 투표를 하기 위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8개월째 파업 중이었다. 그 지난주에 회사 쪽과 철강노조(USW)가 협상을 시작했지만, 새로운 단체협약 초안 때문에 결렬됐다. 3년간 임금동결, 인플레이션과 연계한 물가연동제 재고, 연금제도 수정, 기업의 수익과 연계한 연간 상여금(지금까지는 기본 급여의 평균 25%) 삭감 등이 문제의 협약 초안이었다. 기표소를 나서던 한 파업자가 경영진이 제안한 협약안을 불살랐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라했다. 투표 결과는 명료했다. 노동자의 88.7%가 파업 지속을 결정했다. 광부들의 강경 파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캐나다의 국제적인 니켈 회사 '인코'는  1세기 전부터 이 지역에서 니켈 광산을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USW가 노사분규 때마다 경영진과 중재를 벌여왔다.

헬기를 타고 지역 시찰을 하다 보면, 지속적인 파업투쟁으로 지역 공동체가 누리던, 아니 ‘누렸던’ 중요한 사회적 권리들은 사라지고, 광산 활동이 환경에 남긴 상흔만 눈에 띈다.

2006년, 브라질 다국적기업 ‘발리’가 캐나다 회사 인코를 인수·합병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새로운 다국적기업 ‘발리-인코’의 본부가 캐나다에 있지만, 노사 갈등은 더 이상 캐나다의 카드리유(Quadrille·4명이 한 조를 이뤄 추는 사교댄스) 리듬이 아닌 브라질의 삼바 리듬으로 해결됐다. 광부들이 이기기 힘든 해결 방식이었다.

발리-인코 경영진은 외국 경쟁 기업인 발리의 캐나다 기업 인코 인수·합병에 대한 오타와 광산의 반발을 진정시키기 위해 내걸었던 약속을 금융위기를 빌미로 단숨에 파기했다. 이어 캐나다 광부들은 발리-인코의 경영 방식에서 황당무계한 새로운 관행을 발견했다. USW 현지 노조 지부장인 파스칼 부셰는 “파업에 가담하지 않은 황색 노조원들이 전례 없이 파업 참가자를 강제 해산시켰다”고 했다. 이와 함께 경영진은 파업 참가자에게 ‘사회적 대화’라는 이상한 이름의 일방적인 대화를 재촉하고, 경비업체 직원을 고용해 이 수칙을 이행하고 있다. 부셰 지부장은 또 “저들이 우리를 미행하고, 집 앞에 차를 세워두고 빤히 보이는 데서 우리가 집에 드나드는 것을 촬영한다”고 했다. 전례 없던 일이 서드베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 노동자 파업 탄압

USW의 국제업무 담당관 더글러스 올투이스는 이런 변화를 새로운 힘의 역학관계, 즉 회사 윗선의 변화에서 찾았다. 그는 “과거 서드베리의 니켈은 인코 매출의 30%를 차지했다. 이는 발리 매출의 3%밖에 되지 않는다. 어떤 광산도 저들에겐 더 이상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상대적으로 노조의 협상 능력은 그만큼 감소했다”고 말한다. 그러면 발리 그룹은 이곳 노조가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성장했단 말인가?

발리 그룹의 요람은 브라질의 전통적 광산 지역인 미나스제라이스주에 뿌리를 두고 있다. 18세기 황금시대 이후 철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이 지역은 동맹군에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가 됐다. 1942년 미국·영국·브라질은 워싱턴 협약을 체결하고, 그때까지 브리티시 이타비라 컴퍼니가 갖고 있던 광산채굴권을 미국 차관으로 세운 브라질 혼합 경제회사 ‘콤파냐 발리 두 히우 도시’(CVRD·Companhia Vale do Rio Doce)로 이양했다.

10년 뒤 브라질 정부가 CVRD를 국영화했으며, CVRD는 ‘광산 요충지’인 미나스제라이스에서 입지를 굳혔다. 이 회사는 세라 두 카라자스 철 광맥을 발견한 이후, 아마존 지역에 위치한 파라나주까지 광산 개발을 확장해 1980년대에 세계 최대 철광석 수출 기업이 됐다. 1997년 발리 그룹이 세계에서 최대 수익을 올리는 기업 중 하나가 되자, 전 브라질 대통령 페르난두 엔히크 카르도주는 민영화할 시기가 됐다고 판단했다. 민영화 작업은 미심쩍은 여건 속에서 진행됐다. 결국 회사는 31억4천만 달러에 매각됐다. 일부는 “바겐세일했다”고 비난했다. 회사의 현재 가치는 매각가의 40배인 1390억 달러에 달한다. 매각 전날 이 회사 광산의 철광석 매장량이 20억t이라고 평가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후, 매장량은 3배로 늘어났다. 브라질 대형 은행인 브라데스쿠의 도움을 받아 실행한 자산평가서에는 이 회사의 60여 개 자회사가 누락돼 있었다. 이어 브라데스쿠는 민영화된 이 회사의 최대 주주 중 한 명이 됐다.(1)

브라질 정부 ‘수상한’ 민영화

2001년 발리 회장에 취임한 호제르 아그넬리는 공격적인 해외 확장에 나서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다국적기업이 된 회사는 중국의 최대 철광석 공급업체로 부상한 데 이어, 활동 영역을 비철금속인 니켈·구리·망간·보크사이트·인광석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2006년 인코를 인수·합병한 발리는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BHP빌리턴을 이어 두 번째로 큰 광산회사가 됐다. 한편 회사는 이 작업으로 캐나다, 인도네시아, 뉴칼레도니아에서 확고한 기반을 잡았다. 이듬해 발리-인코는 회사 이름을 ‘발리’로 바꾸고 확장을 이어갔다. 회사는 석탄 확보를 위해 세계 최대의 미개발 석탄 매장 지역인 모잠비크의 모아티즈 지역과 광산개발권에 대한 양도계약을 체결하는가 하면, 번지사가 보유한 브라질 최대의 비료 원료 제조업체인 포스페르틸의 지분을 인수해 화학비료 분야로의 확장에도 박차를 가했다.

이제 이 기업은 5대륙에 걸쳐 30개국 이상에서 활동하고 있다. 60여 개 자회사를 거느린 이 복합기업은 15만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고, 9천km의 철도와 8개 항구 그리고 수많은 수력발전소를 소유하고 있다. 2008년 133억 달러에 이르는 사상 최대의 수익 창출을 기록한(2) 발리는 주주들에게 27억5천억 달러를 배당했다.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건넨 ‘봉투’가 월급봉투(19억 달러)보다 훨씬 두둑했다.

불행하게도, 모든 브라질 국민이 발리의 주주는 아니다. 또 브라질 북부의 카라자스 광산과 상루이 항구를 잇는 긴 철도 공사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은 다른 곳에 투자한 주주들보다 재미를 보지 못했다.

돈 앞에선 사법부도 두렵지 않다

진행 중이거나 준비 중인 광산 개발 프로젝트가 5개나 되는 카라자스 주정부에서 농민노조를 이끌고 있는 호세 리바마는 “폭발과 기계음, 수백 대의 트럭이 드나들며 내는 소음이 주민의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미치고, 동물을 놀라게 한다. 야적장에 쌓인 찌꺼기와 폐기물 수백만t이 빗물에 쓸려 물과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다”,(3) 게다가 “발리는 새로 사들인 땅 주변에 철책을 쳤다. 땅을 팔고 싶어하지 않는 농민들은 철책에 둘러싸인 신세가 됐고, 농장 노동자는 추방 위협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 50여km 떨어진 파라우페바스시에 발리의 지역 본부가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촌락에 불과했던 이 도시에 현재 주민 15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번성하고 있는 이 도시의 주변에 환경이 열악한 주거지가 끊임없이 증가해 이 지역의 45%가 수돗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90%가 하수도 시설이 없다. 이런 시설의 ‘로열티’를 챙기는 시청이 이 지역에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새로운 주민들에게 시의 인프라를 쓰도록 허락하지 않고 있다.(4)

매주 수십 가구가 발리에 취직을 희망하며 이 도시에 몰려들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취직은 환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환상은 ‘예비 병력’ 규모를 키우고, 회사는 ‘못 쓰게 된’ 노동자를 예비 병력 중에서 충원해 대체한다. 그래서 노동자가 다치는 것은 일자리를 잃는다는 걸 의미한다. 산재사고 희생자를 지원하는 협회는 요즘 산재로 해고를 당하거나 살던 주택에서 쫓겨난 노동자 63명의 사례를 주시하고 있다.

노동법을 별로 개의치 않는 브로커를 통해 채용된 직원의 60%가 임금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반면 지역 당국과 경찰, 사법부는 이런 상황을 이용해 뜻밖의 선물인 선거 캠페인 지원, 뇌물, 그 밖의 ‘타협’을 통한 이득을 챙기며 업무에 열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예외는 있다. 올해 상파울루 마라바 법원의 노동분쟁조정위원회의 한 판사는 발리에 수백 명의 노동자에게 3억 헤알(약 1억3500만 유로)을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는 모험을 감행했다. 며칠 뒤, 브라질리아 고등법원은 이 판결의 집행을 중지했고, 발리는 판사를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철길을 따라 들어선 도시 아사이랑디아는 1990년대 카라자스의 광석 덕분에 철강업의 핵심 도시로 발돋움했다. 철길 공사 뒤 시작한 상루이 마라냥 광산항 확장 프로젝트가 어업 공동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세계에서 몰려온 투쟁가들

지역 갈등이 확산되면서 2007년 철도 분쟁을 다루는 사법부 ‘쥐스티사 로스 트릴호스’(Justiça nos trilhos)가 출범했다.(5) 2년 뒤 브라질 벨렝 세계사회포럼 때, 브라질의 발리 반대 세력은 발리와 분쟁 중인 세계 각지의 그룹들과 만났다. 이들은 “다국적기업이 너무 강력해 현지나 국가적인 차원에서 상대하기엔 무리라, 투쟁을 글로벌화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것이 발리에 반대하는 국제운동 아이디어의 단초가 됐다. 몇 달 뒤 시작한 발리-인코 캐나다 광부들의 파업은 이 운동의 촉매 구실을 했다. 지난 4월, 발리의 산재 희생자들은 회사 본부가 있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첫 국제 모임을 열었다.

두 대의 밴이 미나스제라이스주의 라세라두강다렐라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차 안에는 농부, 원주민, 생태학자, 노조원으로 구성된 단체 대표 15명이 타고 있다. 이들은 페루, 칠레, 모잠비크, 캐나다에서 미나스제라이스 ‘국제 캐러밴’ 일주에 참가하기 위해 왔다. 이자벨라 캉사도는 “라세라두강다렐라주(州)는 국가 전체 물의 40%가 보존된 자연보호 구역”이라고 말했다. 숲과 물을 지키는 환경운동가이자 생물학자인 그녀는 “발리가 이 지역에서 철광석 생산을 5배로 늘리는 광산 확대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 회사가 취득한 광산개발권은 비정상적인 부분이 많고, 수자원과 생물 다양성 보호 규범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교류행사를 한 뒤 광산 경로를 따라 일주하는 동안, 이들은 계속 광산 활동 때문에 생기는 수질 악화, 기존 물 보존량과 지역 주민의 물 가용성을 둘러싼 분쟁에 대해 얘기했고, 이 얘기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캐나다인들은 발리가 래브라도 지방의 뉴펀들랜드에 위치한 폰디 샌드 호수에 독성 폐기물을 버린다고 주장했다. 칠레 대표들은 초아파 지역에 들어설 새로운 광산들이 광물 처리에 필요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물을 뽑아내 “공공자원을 횡령”하고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농부들은 일상적인 하천 오염과 강 제방의 회색 진흙 퇴적물, 물고기의 실종을 우려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것을 막는단 말인가?

페루의 환경단체인 ‘리오카하마르키노강(江) 유역 보호 전선’ 대표인 호세 레즈마는 “2006년 발리가 카하마르카 지역에 구리 광산개발권을 땄다. 그 곳은 우리가 이미 광산 채굴로 쓰라린 피해를 경험한 지역이었다. 발리가 약속한 직원 채용 규모와 농업에서 잃게 될 일자리 규모를 계산해서 우리는 광산을 저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국의 지원 아래, 발리는 모든 농부의 반대 투쟁을 와해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며, 전과자와 마약 밀매에 연루된 하수인까지 보안요원으로 채용했다. 이들은 레즈마를 납치하고 그의 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2007년 농부 500명은 광산 설비 기계를 철거할 것을 주장하며 광산을 점령한 채 3개월 동안 농성을 벌였다.

농민은 쫓겨나고 하천은 오염되고

발리의 산재 희생자 160여 명이 리우데자네이루 국제모임에 참가했다. 대학교수, 농부, 어부, 원주민, 노조원, 생태학자, 그리고 회의에 참석한 패널 모두는 이구동성으로 광산 활동에 내재된 환경 분쟁을 기술 및 법적 조처로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발리의 소관임을 지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안타까웠다! 뉴칼레도니아의 개발회사 ‘카낙’의 고문 자크 보앵지크는 뉴칼레도니아의 고로 공장의 내부 지침서를 거론하며, “모니터들이 시간이 날 때 상황을 봐가며 하는 것이 일부 시설물의 통제 및 감독 조처”라고 했다. 이것은 특이한 사례가 아니다.

사회 분야의 분쟁은 끝없이 이어진다. 조상들이 살던 영토에서 추방당한 인도네시아 소로와코의 카론시 동기 지역 원주민은 발리의 골프장 인부로 열악한 환경 속에 사는 모잠비크의 모아티즈 지역 출신 농부 5천 명에 기대어 삶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과거 소유했던 땅에 비해 비옥하지도 않고, 게다가 시장도 멀어 물품을 내다 팔기에도 곤란한 지역에서 산다. 티센 크루프와 발리 컨소시엄이 철강공장을 짓고 있는 리우데자네이루 서쪽 세페티바만(灣)에서 일하는 보안요안 중에는 민병대 요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살해 협박을 받은 이 지역 어부 노조위원장은 국가 인권보호 프로그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집을 떠나 숨어 지내고 있다.

이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국가 당국의 지원 없이는 발리가 지금처럼 되었을 리 만무하고, 지금처럼 국법을 탈 없이 위반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모잠비크 일간지 <오 파이스>는 “발리 사장이 아르만두 게부자 대통령의 국제문제 자문위원”이라고 했다.(6) 보앵지크는 “발리 고로 공장 내부에는 경찰 막사가 들어섰다. 기업이 경찰식당을 무료로 운영하며 그들에게 차량을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 정부가 20년간 고로 니켈 공장에 준 금전 혜택(기업에 대한 관세와 세금 면제, 토지세 등)은 390억 유로에 달한다.(7) 브라질 정부는 처음부터 발리에 대출, 건설 인프라, 전기세 등에서 특혜를 줬다.(8) 선거소송을 맡았던 고등법원은 국회(하원)의원 46명, 상원의원 6명, 주지사 7명과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등이 2006년 대선 때 발리의 후한 인심을 누렸다고 했다.(9)

룰라도 선거 때 덕을 보다

국가 고위층과 발리를 잇는 교량 노릇을 하는 존재들도 여러 의혹을 사고 있다. 예를 들어 2008년 브라질 경제사회개발은행(BNDES)의 사무국장 루시아누 시아니 피레스는 발리에 역사상 가장 많은 73억 헤알(약 33억 유로)을 대출해준 뒤 얼마 되지 않아 발리의 전략 기획부서의 이사에 임명됐다.

회의 참가자들이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이 회사의 이미지에 흠집을 냈지만, 별로 복잡할 것도 없는 이런 행사를 실행에 옮기는 데 동의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 만남을 주선한 사람 중 한 명인 안나 카르시아는 “이 운동은 첫걸음을 뗐다. 우리에겐 거대한 임무가 주어졌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이를테면 다양한 관점과 정치 상황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이 운동의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이며, 피해 국민의 즉각적인 요구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노조의 요구와 천연자원 추출을 기반으로 한 개발 모델을 어떻게 재검토할 것인가? 발리를 다시 국유화하자는 주장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서드베리와 포트콜버른에서 1년 동안 파업을 벌여온 발리-인코의 캐나다 광부들은 마침내 파업을 중단했다. 이들이 얻어낸 성과는 승리를 외칠 만한 것은 아니어도 자존심은 지켰다. 한편 발리의 니켈 광산이 있는 보이지베이에서는 파업투쟁이 지속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모임에 참석했던 광부 제이미 웨스트는 지난해 “우리는 사주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았다. 우리는 자신뿐 아니라 노조운동과 연대의 중요성, 즉 현지나 우리 단체의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전세계 노동자와 함께하는 연대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우리 중 많은 이들이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기회를 엿보는 투사임을 알았다”고 썼다.(10)

글•필리프 레벨리 Philippe Revelli
대학교수, 인도양위원회 전 사무총장. 저서로는 <라레위니옹, 프랑스의 해외 영토, 유럽의 최변방 지역> 등이 있다.

번역•조은섭 chosub@ilemonde.com
파리7대학 불문학 박사. 주요 역서로 <착각>(2004) 등이 있다.

<각주>
(1) 이 회사의 민영화에 대한 분노가 가시지 않고 있다. 2007년 ‘발리는 우리 것’이라는 캠페인 아래 기획한 투표에서 370만 브라질인이 발리를 다시 국영화해야 한다고 했다.
(2) 2009년의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발리는 53억 달러의 수익을 냈다.
(3) 바위 속에는 개발 가능한 광물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4) 2008년 시청이 ‘로열티’로 챙기는 액수가 추출한 광물 가격의 1.7%에 달했다.
(5) 사이트 www.justicanostrilhos.org 참조.
(6) 모잠비크 일간 <오 파이스>, 2010년 2월 23일.
(7) 사이트 www.actionbiosphere.com/op=254에 실린 뉴칼레도니아 니켈 활동에 관한 기사 참조.
(8) 브라질 전력의 5%를 소비하는 발리는 전기세 특혜를 누리고 있다.
(9) 브라질 경제 전문지 <Valor Econ?mico>, 상파울루, 2007년 5월 16일.
(10) ‘Vale Inco Strikers Weigh Their Year of Sacrifice and Vote on Deal’, 2010년 7월 7일, http://labornotes.org.


[박스기사] 정부 고위층을 잇는 가교 역할

호제르 아그넬리는 2001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바로 직전, 콤파냐 발리 두 히우 도시(CVRD) 회장에 취임했다. 경제학을 전공한 아그넬리는 당시 브라질 최대 민간 은행인 브라데스쿠에서 경력을 쌓았고, 브라데스쿠가 감독과 주주로 활약한 CVRD가 논쟁 끝에 민영화된 1년 뒤인 1998년 이 은행의 총재가 됐다. 아그넬리의 지휘 아래 CVRD는 회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거대 다국적기업 발리로 탈바꿈한다. 브라질은 이 시기, 룰라 대통령의 두 번의 임기 동안 국제 무대에서 정치와 경제적으로 주요한 국가 반열에 오른다. 아그넬리와 룰라의 이런 공존 관계가 우연의 일치가 아닌 것처럼, 아그넬리가 ‘브라질 경제 및 사회 발전 자문위원회’와 2004년에 출범해 두 강대국 간의 무역관계에 극적인 붐을 일으킨 바 있는 ‘브라질과 중국 기업 자문위원회’에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대통령 보좌관 역할을 한 것 또한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다. 거시경제 측면에서 보면, 브라질의 성과는 광산 활동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채광산업에 좌우되고 있다. 국가가 채광산업의 핵심 역할을 했다. 우선 정부가 광산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다. 1999년, 브라질 경제사회개발은행(BNDES)이 광산 분야에 지원한 자금 규모는 2억8550억 헤알(약 1억2800만 유로)이었지만, 2008년에는 33억 헤알(약 15억 유로)에 달했다. 주요 브라질 기업들이 거대한 인프라 공사(댐, 도로, 수로, 항구 등)가 동반된 이런 지역 통합 정책의 수혜자였다.

이런 연결고리 때문에 연방정부가 경제활동을 조직하고 중재하는 힘을 갖추게 된다. 발리의 경우, 비록 국가가 회사 지분의 (황금비율이라 부르는) 3%밖에 소유하지 못했지만, 국가는 이 지분으로 그룹의 전략적인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더군다나 영향력 있는 주주 중에는 연기금을 다루는 은행인 방코두브라질, 석유 채굴 및 유전개발 회사인 페트루브라스, 카이샤연방은행, 특히 전력 분야의 파울리스타 등 국영기업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물론 룰라도 2009년 경제위기를 핑계로 직원 1900명을 해고하고, 브라질 현지 투자 규모가 미흡한 것에 대해 발리 경영진을 성토했다.

이것을 아그넬리 회장이 퇴진한다는 소문의 진원지로 봐야 할까? 발리의 후임 회장으로 ‘룰라 팀’의 보수적인 예산 관리인으로 정평이 난 전 재무부 장관 안토니우 팔로치와 그의 후임인 구이두 만테가가 거론되고 있다. 이런 시도들은 거대 광산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국가의 의지일까, 아니면 다른 국가들처럼 브라질도 내각과 기업 간에 가교가 존재한다는 새로운 증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