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자본주의, 당신의 칫솔이 당신을 염탐한다

2018-12-31     쇼샤나 주보프 | 교수

 

디지털 산업은 사용자의 행동을 예측하는 광고업자에게 개인 데이터를 추출해서 파는, 다소 뻔한 원칙 덕분에 번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익을 증대시키려면 이 예측이 확실성 안에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예상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제부터는 인간 행동 전반을 대대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데이비드에게 2016년 7월의 그날은 유난히 힘든 날이었다. 전날 있었던 정전으로 냉방시설이 고장 난 뉴저지의 한 법원에서 그는 보험 분쟁과 관련된 증인들을 심문하느라 긴 시간을 보냈다. 집에 돌아와서야 바닷물에 잠수하듯 상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데이비드는 하루 중 처음으로 숨을 깊이 들이쉬고, 식전주 한 잔을 마신 후 샤워를 하러 위층으로 올라갔다. 샤워기의 물이 그의 아픈 근육에 흘러내리기 시작한 순간 초인종이 울렸다. 데이비드는 티셔츠와 반바지를 걸치고 급히 계단을 내려갔다. 문을 열자 두 명의 청소년이 서있었다. 그들은 데이비드의 얼굴 앞으로 휴대폰을 흔들어댔다.

- 저기요, 아저씨네 정원에 포켓몬 한 마리가 있어요. 그거 우리 거예요! 가서 잡아도 되죠?
- 포... 뭐?

그날 저녁 데이비드의 정원에 들어가려고 안달하다가 결국 쫓겨나 분노한 낯선 이들이 네 번이나 더 찾아왔다. 그들은 손에 휴대폰을 쥔 채 소리를 지르며 그 유명한 ‘증강현실’의 피조물을 찾으려고 데이비드의 집을 유심히 살폈다. 그들의 화면을 통해 나타난 세상의 일부는 포켓몬을 출현시켰지만 나머지 것들에 피해를 줬다. 게임은 집과 주변 세상을 점령했다. 이것은 새로운 상업적 요구였다. 이들의 이익을 위해 빈 공간을 어떻게든 활용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인 것이다. 데이비드는 알고 싶었다.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무슨 권리로? 이 상황을 중단하려면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는가?”

데이비드도, 데이비드의 초인종에 매달려있던 게이머들도 그날 저녁 자신들이 모이게 된 것이 ‘감시자본주의’라는 대담하고 유례없는 논리에 의해서였다는 사실을 짐작하지 못했다. 구글은 클릭 한 번이면 열람이 가능한 웹 페이지와 점점 더 발전하는 정보처리 기술 능력을 갖추고 구글만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1999년 당시 구글에는 자사의 명망 높은 투자자들의 돈을 불려줄 전략이 전무했다.

사용자들은 ‘행동데이터’라는 형태의 원재료를 가져왔다. 이 데이터는 검색의 속도와 결과의 정확도 및 연관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수집된 것이었는데, 번역 같은 부가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였다. 사용자를 위한 검색엔진 유료화는 자칫 재정적 위험성을 높일 뿐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었다. 검색결과 유료화는, 웹크롤러(Web crawler 조직적, 자동화된 방법으로 월드 와이드 웹을 탐색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역주)가 얻어낸 정보들에 가격을 매겨 판매하는 것으로, 이 다국적 기업에 위험한 전례를 만들어낼 수도 있었다. 애플의 아이팟 같은 기기도 없고, 디지털 포맷의 노래처럼 판매할 상품도 없고, 마진도 없고, 결국에는 이윤도 없는 것이다.

당시 구글은 광고를 구석에 처박아 뒀다. 구글의 광고 대행사인 애드워즈의 직원은 7명이었고 이들 중 대부분이 구글 내 광고 분야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0년 4월, 그 대단한 ‘신경제(New Economy, 첨단 기술 정보통신 산업이 주도하는 경제-역주)’가 갑작스레 침체기에 들어갔고, 금융지진이 실리콘밸리의 에덴동산을 뒤흔들었다. 구글의 대응은 결정적인 변화로 이어졌고, 이 변화는 애드워즈와 구글, 인터넷 그리고 정보 자본주의의 본질을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감시 프로젝트로 전환시켰다.

구글의 가장 뛰어난 정보처리 기술자 3명이 2003년에 등록한 ‘타깃광고를 목적으로 사용자 정보를 생성하다’라는 제목의 특허에 구글의 성공을 보장했던 축적논리가 명확히 드러난다.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그런 개발은 “사용자의 프로필 정보를 작성하고, 이 정보를 광고 게시에 사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1) 달리 말하면, 구글은 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해 행동데이터를 추출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만족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제는 광고를 사용자의 관심사에 맞추고자 사용자의 생각을 읽기로 한 것이다. 이 관심사는 온라인상에서 사용자의 행동과 나란히 존재하는 흔적으로부터 추론된 것이다. ‘사용자 프로필’이라 불리는 새로운 데이터 수집은 예측의 정확도를 현저하게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정보들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개발자들의 말에 의하면, 이 정보들은 “추론됐을 수 있다.” 개발자들은 새 기술을 이용해 누리꾼의 검색습관을 통합하고 분석하면서 프로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누리꾼이 필요로 하는 자료들과 무수히 많은 다른 온라인 행동신호들을 만들어내는데, 누리꾼이 직접적으로 이런 정보들을 제공하지 않는 순간에도 이런 것들이 가능하다. “시스템 내에 아무런 명시적 정보가 주어지지 않더라도 사용자 프로필은 생성(또는 업데이트, 또는 확장)될 수 있다”고 개발자들은 경고한다.

행동데이터는 검색기능 향상 면에서는 가치가 ‘고갈’됐을지 모르지만, 역동적인 온라인 광고시장 건설에서는, 구글이 독점한 주요 원재료가 될 수 있다. 서비스 향상 이외의 용도로 수집되는 정보들은 자본소득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바로 이 행동적 자본소득을 토대로 젊은 기업이 자사의 생존에 필요한 ‘주기적이고 천문학적인’ 이윤을 얻게 되는 것이다.

구글의 개발은, 당사자들의 인지와 동의는 무시한 채, 반투명 거울처럼 작동하는 자동화된 추출구조를 통해 개인과 집단의 생각, 감정, 의도와 관심사를 추론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했다. 이런 절대적인 추출의 필요성은 개인들의 행동예측이 사고 팔리는 하나의 가치가 되는 시장에서 세상 유일한 경쟁 우위를 가져다주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 한다. 특히 ‘반투명 거울’은 엄청난 지식과 힘의 불균형을 토대로, 특수한 사회적 감시 관계를 상징한다.

큰 반향만큼이나 갑작스러웠던 애드워즈의 성공은 상업적 감시 논리의 확산을 이끌어냈다. 구글은 증가하는 광고주의 클릭 요구에 따라 인터넷 전체를 광범위한 구글의 타깃광고 매체로 변환시키고자, 자사의 검색엔진을 넘어서는 모델 확장을 시작했다. 구글의 수석 경제학자인 할 바리안의 말에 따르면 이렇다. “이 캘리포니아 거인 기업(구글)에는, 유의미한 추론이 가능한 분석 및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해 추출 및 분석에 관한 자사의 새로운 경쟁력을 아주 사소한 인터넷 페이지의 내용에라도 또 사용자들의 어떤 사소한 행위들에라도 적용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때부터 구글은 페이지의 내용과 사용자들이 페이지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평가할 수 있었다. 구글이 특허를 등록한 방법들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관심 기반 타깃광고’는 마침내 애드센스라 명명됐다. 2004년 구글의 계열사는 1일 매출 100만 달러를 기록했고, 2010년에는 이 수치가 25배 이상 증가했다.

행동의 자본소득, 데이터 과학, 물질 인프라, 알고리즘 시스템 그리고 자동화된 플랫폼 등 수익성 프로젝트의 모든 재료들이 한데 모였다. 유례없는 ‘연관 키워드’와 수십억의 광고 경매를 일으키고자 모든 것이 동원됐다. 클릭률은 급증했다. 이제 애드워즈와 애드센스를 통한 작업은 검색엔진 작업만큼이나 중요해졌다. 클릭률에 따라 연관성이 평가되기 시작한 이후, 행동의 자본소득은 광범위한 온라인 감시에 의존하는 새로운 상업형태의 핵심이 됐다.

2004년 구글의 주식 상장은 이 새로운 시장의 재정적 성공을 세상에 보여줬다. 구글의 옛 임원이었다가 페이스북으로 옮겨간 셰릴 샌드버그는 소셜네트워크를 광고 거대기업으로 변환시켰다. 이렇게 감시자본주의는 모든 분야의 경쟁자들을 조금씩 끌어당기며, 웹에서 정보 자본주의의 디폴트(시스템의 미리 정해진 값이나 기준-역주) 모델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감시경제는 종속관계 및 위계의 원칙에 근거한다. 예전에 기업과 사용자 사이에 존재했던 상호성은, 다른 이들이 계획한 목적, 즉 광고판매 목적을 위해 우리 행동의 자본소득을 추출하려는 프로젝트 뒤로 사라졌다. 우리는 더 이상 가치 실현의 주체가 아니다. 누군가 얘기했듯이 우리는 더 이상 구글이 파는 ‘상품’이 아니다. 우리는 재료 추출 및 수용의 대상이다. 추출되고 수용된 이 재료는 구글의 인공지능 공장에 주입된다. 구글은 고객들에게 팔릴 예측 가능한 상품을 만들어낸다. 이 기업 고객들은 여기에 돈을 지불하며 새로운 행동 시장에서 다시금 활동을 시작한다.

 

‘개인화’라는 명목

구글 브랜드의 최고 책임자인 더글러스 에드워즈는 2001년 창립자들과 함께 했던 “구글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 했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고 한다. “만약 우리에게 ‘범주’가 정해져 있었다면 그건 바로 개인 정보 범주였을 것이다. 우리가 본 장소들. 우리의 대화들. 캡처는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저장은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카메라도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사람들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생성할 것이다. 당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모든 것이 열람 가능해 질 것이다. 당신의 인생 전체가 열람 가능해질 것이다.”(2)

래리 페이지의 전망은 자본주의 역사의 충실한 반영이다. 자본주의는 외부의 정보를 상품으로 만들고 상업영역으로 포함시키는 데에 의의를 둔다. 경제학자 카를 폴라니는 1944년 발표한 에세이 <거대한 전환>에서 세 가지 “가상 상품”을 만들며 자기조절이 가능한 시장경제의 도래를 설명하기도 했다. 첫 번째 상품은, 시장에 종속돼 사고 팔리는 ‘노동’ 형태로 다시 태어난 인간의 삶이다. 두 번째는 ‘토지 소유권’으로 다시 태어난, 시장 상품이 된 자연이다. 세 번째는 시장경제를 통해, ‘돈’으로 되살아난 교역이다.

감시자본의 현 소유자들은 인류의 경험적 현실에서 강탈한 네 번째 가상 상품을 창조해냈다. 인류의 육체와 생각 그리고 감정들은, 시장에 흡수되기 전의 자연이 품은 초원과 숲이 그러했던 것처럼 순결하고 순수했다. 그러나 이제 인간의 경험은 감시자본주의에 의해 ‘행동 데이터’로 재탄생하고 상품화됐다. 데이터로 변환된 행동들은, 사고 팔릴 예측을 위해 고안된 기계에 양분을 주는 끝없는 파일들 속에 자리 잡았다.

개인의 실제 욕구를 충족시키는 서비스는 개인의 행동 예측을 판매하는 것보다 수익성이 적고 그래서 중요성이 덜하다는 것을 이 새로운 형태의 시장은 인정하고 있다. 구글은, 다른 이들이 우리의 행동에 대해 행하는 예측보다 우리의 가치가 더 적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것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인터넷에서 ‘연관성 높은’ 온라인 광고를 만들어 내기 위해 광범위하게 추출된 데이터들로 예측상품의 첫 번째 물결이 밀려왔다. 다음 단계에서는 예측의 질이 문제였다. 확실성의 경쟁에서 최고의 예측은 최대한 실제 관찰 결과와 가까워야 한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추출 다음으로 예측의 절대적 필요성이라는 두 번째 경제적 요구가 생겨났다. 예측은 규모의 경제를 위해 필요한 조건이다.

행동데이터는 풍부해야 하고, 또 다양해야 한다. 가상 세계의 추출작업을 우리의 현실 세계로 확장시키는 것도 이런 다양성에 포함된다. 감시자본주의자들은 그들의 미래자산이, 도로 위, 숲 한가운데, 도시를 통하는 새로운 광역망 개발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들은 당신의 혈관계통에, 당신의 침대에, 당신의 아침 대화에, 당신의 여정에, 당신의 조깅에, 당신의 냉장고에, 당신의 주차장에, 당신의 거실에 접근하려 한다.

다양성보다 더욱 중요한 심층 분석은 데이터 수집의 특징을 결정짓는다. 아주 명확하고 그래서 아주 수익성이 높은 행동예측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의 가장 사적인 특성을 살펴야 한다. 이 심화작업은 우리의 성격, 기분, 감정, 거짓말 그리고 연약함을 겨냥한다. 우리 개인적인 삶의 모든 차원은 자동으로 포착돼 데이터 스트림으로 압축된 뒤 확실성을 생산하는 조립 라인으로 보내진다. ‘개인 맞춤형’이라는 명목으로 실행되는 이 일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사적인 측면을 침범하여 추출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스마트’ 보드카 병부터 인터넷이 연결된 직장 온도계까지, 데이터를 해석하고, 추적하고, 기록하고 전달하도록 만들어진 제품은 넘쳐난다. 슬립 넘버는 “수면 모니터링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 침대”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생체 데이터, 당신이나 아이 또는 다른 모든 사람이 침대를 사용하는 방식과 관련된 데이터, 특히 잠자는 사람의 움직임, 자세, 호흡 그리고 심박 수”도 수집한다. 또한, 슬립 넘버는 당신의 방 안에서 나는 모든 소리를 녹음한다.

우리의 집도 감시자본주의의 조준선 안에 있다. 2017년 스마트 가전제품 분야에서 경쟁한 기업들의 시장규모는 147억 달러에 달했는데 2016년 시장규모는 68억 달러에 불과했었다. 이 속도대로라면 2021년에는 시장규모 총액이 1,010억 달러에 이를 것이다. 몇 해 전부터 상품화된 엉뚱한 물건들도 집 안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다. 스마트 칫솔, 스마트 전구, 스마트 커피잔, 스마트 오븐, 스마트 착즙기 그리고 소화를 도와준다는 스마트 식기도 빼놓을 수 없다. 다른 제품들은 더욱 염려스럽다. 안면 인식 가정용 감시 카메라, 불법 침입 전에 나타나는 비정상적 진동을 탐지하는 경보 시스템, 내부 GPS, 모든 물체에 적용 가능한 움직임과 온도 분석용 센서, 게다가 소리를 탐지하는 사이보그 바퀴벌레까지 있다. 젖먹이 아기의 방마저도 행동의 공급원이 될 수 있도록 연구된다.

감시를 통해 발생하는 이익에 대한 경쟁은 격화되고 있는데, 자본주의자들은 규모의 경제로는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행동을 예측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근본에 개입하는 것이다. 행동을 가공하면서 말이다. 이를 위해 개발된 과정들, 사람과 사물의 실제상황에 개입하도록 구성된 소프트웨어들을 필자는 ‘행위의 경제’라 부른다. 연결과 통신에 관련된 모든 디지털 시스템은 이제 이 새로운 목표를 위해 동원된다. 이런 개발은 행동 패턴에 영향을 주면서 예측의 확실성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을 갖는다. 그래서 조절하고 맞추고 조작하고, 집단 사고(Group think)를 주입하고 개입한다.

이런 개입은 우리 행동의 방향을 특정한 방향으로 바꾸는데, 예를 들자면 우리의 타임라인에 타깃이 분명한 한 문장을 입력해두고, 우리의 스마트폰에 적절한 순간 ‘구매’ 버튼이 나타나도록 프로그래밍하면서, 자동차 보험료 납부가 너무 늦어질 경우 자동차 엔진을 차단시키면서, 아니면 포켓몬 탐색 시 GPS를 통해 우리의 방향을 결정해 주면서 말이다. 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음악을 작곡하는 법을 배운다. 그러고는 음악이 그들을 춤추게 만들도록 내버려 둔다. 우리는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 특정 행동을 둘러싼 맥락을 만들어낼 수 있다. 냉장고에게 ‘그는 먹으면 안 되니까 네 문을 잠가라’라고 말할 수 있고, 아니면 당신이 좀 더 일찍 잠자리에 들도록 텔레비전이 스스로 꺼지게 명령할 수 있다.”

기존 재화 및 용역 공급자들 역시 감시를 통해 발생한 수익에 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특히, 자동차 내비게이션 및 제어 시스템 같은 텔레마티크(Telematique, 통신과 컴퓨터에 의한 정보 처리의 융합-역주) 설치에 안달이 난 자동차 보험업자들이 그렇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사고의 위험도와 운전자의 행동 및 성격 사이에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의 한 재무 서비스 보고서는, ‘행동보험’이라 명명된, 보험 가입자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및 제재를 통한 ‘리스크 최소화(보험업자들이 이익보장 필요성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완곡어법)’를 권장한다. 딜로이트의 보고서에 의하면, “보험업자들은 보험 가입자가 이동할 때, 시간과 장소, 교통상황 등을 저장하면서 보험 가입자가 액셀을 빠르게 밟는지, 과속운전을 하는지, 브레이크를 밟는지 급회전을 하는지, 깜빡이를 켜는지 등 보험 가입자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할 수 있다.”(3)

확실성이 불확실성을 대신함에 따라 그전에는 일상생활의 불가피한 돌발 상황을 반영했던 보험료가 1/1,000초 차이로 급격히 오르거나 내려갈 수도 있다. 이는 아픈 아이를 돌보느라 특히 힘든 아침을 보낸 뒤 당신이 일터를 향해 운전했던 속도나 마트 주차장에서 어느 정도 제어가 됐던 차량의 미끄러짐에 대한 정확한 인지 덕분이다.

그러나 텔레마티크 도구들은 단순히 알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대응까지도 목표로 한다. 그래서 행동보험은 운전태도를 변화시키고 이익을 증대하고자 고안된 메커니즘을 통해 리스크를 줄인다고 약속한다. 이것은 실시간 이자율 인상, 보험료 할증, 엔진 차단 같은 제재나 할인, 보너스 또는 향후 서비스 이용을 위한 포인트 적립 등의 보상을 통해 이뤄진다.

자신을 업계에서 “가장 큰 텔레마티크 기업”이라 소개하는 스피레온은 렌터카 업체, 보험업자 그리고 주차장 소유주들을 위해 차량과 운전자들을 모니터링하고 감시한다. 이들의 ‘렌트 피해 운영 시스템’은 연체 중인 운전자들에게 경고하고, 일정 기간 이후까지 문제가 지속될 경우 원격으로 차량 작동을 중단하며, 해당 차량 회수를 위해 위치까지 파악한다.

텔레마티크는 ‘행동제어 시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안전벨트, 속도, 정차시간, 급출발 또는 급정거, 과속시간, 면허증이 유효하지 않은 곳에서의 운전, 제한구역 침범 등 보험업자들이 운전과 관련한 변수들을 정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정보가 가득 주입된 알고리즘은 운전자들을 감시하고, 평가하고, 등급을 매긴 다음 실시간으로 보험료를 조정한다. 이 시스템이 작성한 ‘특징들’ 또한 광고업자들에게 판매되는 예측 상품으로 변환되고, 이것들은 전화기 속 광고들을 통해 보험 가입자들을 겨냥한다.

그날 저녁, 현관문을 열었을 때 데이비드는 자신과 포켓몬 사냥꾼들이 행위의 경제에서 행해지는 실험에 참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들은 실험용 쥐였고, 흰 가운을 입은 실험 조교의 이름은 존 행크였다. 구글 맵스의 부사장이자 스트리트뷰의 책임자였던 그는 2010년 구글 내부에서 자신만의 발판을 만들어냈다. 다름 아닌, 포켓몬고를 개발한 기업인 나이안틱 랩스를 설립한 것이다.

존 행크는 세상을 지도로 만들어 소유하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었다. 그는 또한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재정 지원한 위성 이미지를 바탕으로 가상지도를 만드는 스타트업 키홀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 스타트업은 구글에 팔려 ‘구글 어스’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존 행크는 나이안틱과 함께 가상현실 게임을 만드는 데 전념했다. 이 게임 속에서는 스트리트뷰를 통해 이미 대담하게 지도에 등록해 놓은 땅에서 사람들을 추격하고 원격조종할 수 있다.

이 게임은 ‘증강현실’이라는 원칙을 기반으로 보물찾기처럼 진행된다. 나이안틱의 앱을 다운로드하면 당신은 포켓몬이라 불리는 가상의 창조물을 찾기 위해 당신의 GPS와 스마트폰 카메라를 사용한다. 이 가상창조물들은 마치 당신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화면에 나타난다. 아무것도 모르는 한 남자의 정원 안에, 도시의 길거리에, 피자가게 안에, 공원 안에, 약국 안에 말이다. 이 게임은 게이머들이 도시나 시골 외곽의 야외 공간으로 “나가게”하고 “걸어서 모험을 떠나도록” 부추긴다. 2016년 7월 6일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에서 출시된 포켓몬고는 1주일 만에 미국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된, 가장 수익성 높은 애플리케이션이 됐고, 안드로이드 운영 체계에서 트위터만큼의 이용자 수를 빠르게 달성했다.


실제 규모의 게임공간

게임이 출시된 지 6일 밖에 안됐을 때, 온라인 뉴스 사이트 버즈피드의 조지프 번스틴 기자는 포켓몬고 이용자들에게 해당 애플리케이션이 이용자들의 전화기에서 거둬들이는 데이터의 양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타트업과 신기술에 대한 소식을 전문으로 하는 사이트 테크크런치도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시 요구되는 긴 승인 목록’에 대해 비슷한 우려를 드러냈다.

2016년 7월 13일, 게임 뒤에 숨겨진 데이터 사냥의 논리가 명확히 밝혀졌다. 존 행크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게임의 부가옵션을 위한 유료결제와 함께, “나이안틱의 경제모델은 ‘장소의 광고협찬’을 포함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사실 이 새로운 수입창출 가능성은 시작부터 예상됐다. 기업들은 “가상게임 공간의 장소들 중 자신들이 포함될 수 있도록 나이안틱에 돈을 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의 방문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청구서 작성은 ‘1회 방문 당 비용’을 기준으로 행해지는데, 이는 구글 검색엔진의 광고에서 시행되는 ‘클릭 1회당 비용’과 유사하다.

이 아이디어는 단순함이 특징이다. 나이안틱이 사람들을 특정한 장소로 가도록 부추길수록 현실세계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증가하게 돼 있다. 이는 마치 구글이 온라인 광고를 특정한 사람들에게 노출되도록 하는 방법으로서 항상 더 많은 데이터를 추출하는 방법을 배운 것과 비슷하다. 증강현실이라는 최첨단 기술과 결합한 게임의 구성요소들과 역동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현실 세계의 장소에 모여, 나이안틱의 행동 예측 시장에 속한 상업 세계에서 돈을 쓰도록 유도한다.

2016년 여름, 포켓몬고의 엄청난 인기는 감시자본주의의 꿈을 실현시켰다. 장소 그리고 행위와 결합하는 살아있는 ‘행동 변화 연구소’라는 꿈이다. 포켓몬고의 성공비결은 단순한 오락거리를 아주 다른 종류의 게임으로 변화시킨 데에 있다. 바로 감시자본주의 게임으로, 게임 속의 게임이다. 공원과 피자가게를 배회하며 도시를 유희의 장처럼 포위한 사람들은 모두 무의식적으로, 훨씬 더 중요한 이 두 번째 체스판 위로 말을 옮겼다.

데이비드의 잔디밭 앞에서 휴대폰을 흔들어 대며 흥분했던 이들과 달리 또 다른 현실게임에 열광한 이들이 있다. 이들은 나이안틱의 진정한 고객들, 즉 높은 수익 약속에 현혹돼 돈을 낸 ‘투자자들’이다. 투자자들은 각자 남겨둔 돈을 놓고 영원한 이 두 번째 게임에서 겨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상인들 그리고 인구 유입을 바라는 상업지에서 수익의 원천으로 이용될 이 게임의 영향력은 강력한 투자 유혹을 부른다”며 기뻐했다.

우리가 수단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보장된 수익도 있을 수 없다. 새로운 행동변환 기술은 자율적 자본과 타율적 개인을 양산했다. 민주주의의 성숙과 인류의 성숙이 이뤄지려면 정반대의 상황이 필요하다. 이 역설적인 재난은 감시자본주의의 중심에 있다. 고유한 프리즘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새로운 종류의 경제인 것이다. 이 새로운 영향력은 무엇이며, 그 영향력은 앞으로 자신의 영리적 확실성이라는 명목으로 인간의 특성을 어떻게 변환시킬까?  

 

글·쇼샤나 주보프 Shoshana Zuboff
하버드 경영대학원 명예 교수. 저서로 『The Age of Surveillance Capitalism: The Fight for a Human Future at the New Frontier of Power』(Public affairs, New York, 2019)가 있다.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졸업

(1) 쇼샤나 주보프의 저서 참조.
(2) Douglas Edwards, 『I’m Feeling Lucky: The Confessions of Google Employee Number 59』, Houghton Mifflin Harcourt, New York, 2011.
(3) Sam Friedman & Michelle Canaan, ‘Overcoming speed bumps on the road to telematics’, Deloitte, 2014. 4. 21, www2.deloit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