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중국인, 나쁜 중국인

2018-12-31     르네 라파엘, 링 시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기자

중국에서는 공공 또는 민영, 지역 또는 전국, 개인 또는 단체 등을 막론하고 ‘사회신용제도’라고 불리는 신용평가제도가 퍼져가고 있다. 채무를 곧바로 상환하는 채무자들에게 좋은 점수를 주는 미국의 신용시스템을 본뜬 것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그 영역이 개인 정보에까지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신용평가를 담당하는 평가단의 등장으로 변화하고 있는 사회적 관계들을,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항저우 시와 산둥 성의 시골 지역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상하이의 남쪽, 저장 성 항저우 시. 항저우 제1 인민병원의 뒷문 앞 도로는 잠잠하다. 무릎 높이의 경계석으로 분리된 보도블록 위에 나이 지긋한 여성 한 명이 한참 서 있다. 택시를 기다리는 듯하다. 그 앞에는 과속방지턱이 연달아 설치돼 있어 차들이 느린 속도로 운행하고 있다. 독일산 세단 한 대가 느리게 다가왔다. 바로 그때, 여성이 경계석을 뛰어넘더니 차도로 내려갔다. 세단 앞쪽을 향해 몸을 숙이던 그녀는 갑자기 어린 염소처럼 펄쩍 뛰어오르더니, 팔을 모으고 땅에 주저앉는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젊은 청년이 차에서 내려 당황한 기색으로 여성을 향해 다가간다. 근처에 있던 경찰관 한 명과 고민스러운 표정의 간호사들이 다가오고 한 시간 남짓한 토론이 오간 뒤, 마침내 당사자들은 합의금을 협의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펑츠(Pengci)’의 현장이다. 펑츠란 ‘건드리면 깨지는 도자기’라는 뜻의 단어지만, 지금은 고의로 가짜 교통사고를 내 돈을 갈취하는 공갈 사기를 가리키는 표현이 됐다. 이미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도 유머러스하거나 드라마틱하게 편집된 펑츠 영상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을 정도로 중국 사회에서 펑츠는 흔한 일이 됐다. 이런 공갈 사기에 대한 공분이 커지고 있는 한편 그 외에 위생 및 식품관련 안전이나 불법 모조품 등의 분야에서도 사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덕분에 이제 중국 국민들 사이에서는 뭐든지 사회적 해악의 철폐를 앞세우기만 하면 승승장구가 보장될 정도다.

‘사회신용제도’라는 이름의 감시체계가 잡음 없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여름부터는 ‘성실’과 ‘신용’을 의미하는 단어들이 중국 내 선전 포스터들을 수놓고 있으며, 이와 함께 개인, 공무원, 정부 관계자, 기업, 전문직 등을 평가해 착한 사람에게는 보상을 주고, 나쁜 사람에게는 벌을 주는 민영 및 공공 평가제도들이 생겨나고 있다. 베이징에서 신용관련 연구원으로 일하는 린준웨는 사회신용제도의 이론가 중 한 명이다. 1999년 당시 주룽지 총리의 요청에 의해, 관련 연구팀을 구성하고 수석기술자로 임명된 바 있는 그는 사회신용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미국 기업들은 거래 업체로 고려 중인 중국 기업들에 대한 더 많은 자료들을 요구했다. 그래서 본 연구팀은 미국과 유럽 등지를 다니며 현장 연수를 받았고, 중국의 경우 더 발전된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중국 기업과 국민들의 채무상환능력을 자료화하기 위한 견고한 제도를 구축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2000년 3월 양회(1)를 앞두고 ‘국가적 신용관리 체제를 위해’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회신용’이라는 단어는 2002년 당시 한 정부관계자가 사회보장 관련 용어들의 통일을 제안하면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6년, 중국인민은행-중국의 중앙은행-이 미국처럼 신용평가점수(credit score) 방식을 도입했다. 이 신용점수는 일반적으로 300점(매우 좋지 않음)에서 850점(매우 좋음) 사이로 평가된다.(2) 린준웨 연구원은 그 이후로도 관련 연구를 이어갔다. “우리는 넓은 의미의 신용을 모색하고자 했다. 예를 들면 국가안전부, 산업정보부 등에게서 조달받은 정보들을 대거 수집해 사용하는 것이다. 2012년, 이 프로젝트는 국무원의 승인을 받았다.” 한편 그는 조지 오웰의 소설을 연상시키는 내용으로 서구권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블랙 미러’와의 단순비교는 전면 거부하고 나섰다.(3) 또한 “국가 차원의 국민평가”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4)
“채무상환능력만을 따지는 표준적인 평가제도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은 사실이나, 비판들과는 다르다. 개인 또는 단체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은 점진적으로 수집될 예정이다. 이렇게 세워질 새 기준들을 통해, 아무런 신용 문제가 없지만 과거 금융기록이 없어 이를 증명할 수 없었던 개인 및 기업들도 이제 대출, 경쟁 입찰 등 여러 기회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늘의 그물’과 ‘날카로운 눈’

사회신용제도는 오는 2020년까지 43개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된다. 각 지역은 자체적인 평가기준과 등급 또는 점수 체계를 갖췄으며, 평가제도 자체의 이름도 쑤저우에서는 ‘매화신용제도’, 샤먼은 ‘자스민신용제도’ 등 지역별로 다르게 불리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들은 SNS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물론, 점점 더 정교해지는 감시카메라를 통해서도 데이터를 수집해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2020년까지는 ‘톈왕(하늘의 그물) 프로젝트’에 따라 주요 도시의 모든 공공장소에 안면인식 카메라가 설치될 예정이다. 농촌 지역의 경우 ‘쉐량(날카로운 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주민 개개인이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마을 진입로에 설치된 감시카메라 화면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개최되기 전인 지난 2017년 10월,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된 한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안전하다는 느낌은 국가가 국민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선물”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영화는 그와 함께 현재 전 세계에 설치된 감시카메라 중 거의 절반(42%)에 달하는 카메라가 중국에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린준웨 연구원은 시범 지역들이 그가 구축한 사회신용제도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를 관찰하고 있다. 그는 “쑤첸 시에서는 교통법규 준수 여부를 신용평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룽청 시는 도덕과 시민의식에 중점을 뒀고, 항저우 시는 IT 혁신 도시다운 기준들을 내놓고 있다. 어느 정도의 틀이 필요한 만큼 우리는 개인정보 보호에 만전을 기하며 이런 과정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이 문제에 관련해서는 ISO/TC 290과 같은 국제표준도 존재한다. 하지만 보호주의가 과하면 경제에는 방해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2020년에는 관련 규칙들이 수립되고 상벌 규정도 만들어질 것이다. 인프라가 갖춰지면 국가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단, 베이징의 경우에는 그 시기가 2021년이 될 예정이다.

항저우 시에서는 2015년부터 두 종류의 평가제도들이 혼합돼 사용되고 있다. 하나는 시 당국이 운영하는 공공 신용평가제도인데, 인터뷰한 시민들 중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정도로 그 수준이 아직 걸음마 상태다. 다른 하나는 대중에게도 잘 알려져 있고 당국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는 민간 신용평가제도로, 항저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국 온라인거래 분야의 대표주자 ‘알리바바’의 자회사 ‘앤트 파이낸셜’의 신용서비스 ‘세서미 크레딧’이 바로 그것이다. 세서미 크레딧은 현재 중국에서 거의 독점에 가깝게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는 결제 애플리케이션 ‘알리페이’의 사용자들에게 최소 350점부터 최대 950점까지의 신용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여기서 높은 평가를 받은 사용자들은 여러 ‘특권’을 제공받을 수 있고, 고수익 금융상품을 이용하거나 ‘화베이’라고 불리는 알리페이의 소비자 소액대출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게 된다.

미국 시애틀의 건축회사가 디자인을 맡은 빌딩 ‘Z-Space’는 앤트 파이낸셜이 창립 4년 만에 세우게 된 신사옥이다. 앤트 파이낸셜의 직원 수는 현재 3,600명‘밖에’ 되지 않지만 신사옥 건물의 수용 인원은 8천 명에 달한다. 건물 입구에는 군인 같은 차림을 갖추고 무전기 이어폰을 귀에 꽂은 경호원들이 얼룩덜룩한 반바지에 최신형 비츠 헤드폰을 낀 채 전기자전거나 스포츠카를 타고 밀려 들어오는 젊은 회사원들의 모습을 주시하고 있다. 알리바바 그룹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 중 하나인 알리페이(중국어로는 ‘즈푸바오’)는 휴대폰 결제 서비스로, 2018년 9월 기준으로 이용자 수가 7억 명을 넘어서고 있다. 일 년 사이 약 2억 명이 늘어난 셈이다. 알리페이를 통한 결제는 QR코드(Quick Response Code, 2차원 형태의 바코드)를 스캔하는 것만으로 이뤄진다. 덕분에 이제 잔돈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거리의 걸인들조차도 목에 QR코드를 걸고 구걸을 할 정도다.

알리페이를 이용한다는 것은 결국 홍수처럼 쏟아지는 개인정보들을 앤트 파이낸셜의 손에 맡기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정보에는 택시 탑승이력, 마트 구입내역, 의료비 및 기부금 등도 모두 포함된다. 페이스북이 이용자의 사용패턴을 분석해 광고를 게시하듯이, 세서미 크레딧의 신용평가점수도 알리페이에서 이루어지는 집중적인 구매이력을 기반으로 결정된다. 심지어 그 이상의 정보들도 기준이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앤트 파이낸셜의 대변인 러션은 이렇게 설명했다.

“세서미 크레딧은 이용자의 동의하에 다섯 종류의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하고 있다. 알리페이를 비롯해 당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주요 플랫폼들을 통해 수집되는 정보들로, 이용자의 구매이력, 소비자 소액대출 상환 여부, 부동산 자산 보유 규모, 금융 상품 이용 내역, 개인 정보 등이다. 개인 정보로는 학력, 여가활동, 알리페이 내 송금 이력 등이 해당한다.”

한편, 러션은 “세서미 크레딧에서는 이용자의 GPS 이력이나 온라인 메시지, 통화내역 등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다”는 말을 덧붙였다.
2015년 2월, 세서미 크레딧의 기술 디렉터 리잉웬은 경제매체 <차이신>을 통해 자사의 신용점수 계산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유료게임을 매일 10시간씩 이용하는 사람의 경우 게으를 것이라고 간주된다. 또한 기저귀를 자주 구입하는 사람은 자녀를 둔 부모로 보고 비교적 높은 책임감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5) 하지만 그 이후 평가 알고리즘에 대한 다른 정보가 공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편 최근에는 앤트 파이낸셜뿐만 아니라 다수의 기업, 심지어는 중국 영사관에서까지도 세서미 크레딧에서 높은 평점을 받은 사람들을 서로 데려가려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 ‘바이허’에서도 높은 평점을 받은 독신 남녀들을 내세우고 있으며, 대형 호텔 체인이나 주요 공유 자전거 서비스 및 렌터카 업체들 역시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높게 책정된 보증금을 신용평점 650점 이상의 이용자들에 대해서는 면제해주고 있다. 사진 및 영상 촬영 기기나 컴퓨터 기기를 대여해주는 플랫폼은 오로지 평점이 높은 사람들만이 이용 가능하고, 싱가포르나 캐나다를 가기 위한 비자를 신청할 때도 별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역방송에 포착된 반시민적 행위들

항저우 시의 경우 2004년부터 16세 이상의 시민에게 ‘시민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마그네틱 칩이 부착된 이 카드는 사회신용서비스 이용부터 교통비 결제, 적정선 이하의 교통범칙금 납부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으며, 카드를 소지하면 시내 모든 공원 시설에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시행 초기 항저우 시 당국은 카드 발급을 통해 폭넓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시민들의 필요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시민카드 소지자들은 올해 6월부터 본인의 의사에 따라 카드 대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동일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려면 안면인식을 통해 검색된 세서미 크레딧 정보를 제출해 본인인증을 하면 된다. 이와 같은 기술적 연동은 알리바바와 항저우 시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세서미 크레딧에서 높은 평점을 받았다면 시 당국에서도 좋은 시민으로 여기는 셈이다.

중앙은행의 경우 2015년 당시 전체 국민의 4분의 1에 대한 신용평가를 내리는 데서 그친 뒤로, 세서미 크레딧을 포함한 총 여덟 개 금융회사가 전 국민의 은행 및 금융 정보를 이용하는 것을 오랫동안 용인해왔다. 린준웨 연구원은 “2018년 5월부터는 중앙은행이 마침내 자체적인 신용평가서비스인 ‘바이항’을 시행하고 있으며, 8개 금융회사는 이 서비스에 소주주로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는 항저우에서 조금 더 동쪽으로 올라가 보자. 산둥 성 소재의 항구도시 룽청에는 전적으로 공권력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공영 사회신용시스템이 시행 중이다. 린준웨 연구원은 “항저우는 첨단기술기업을 중심으로 도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세서미 크레딧에 많은 역할을 할당하고 있는 반면, 룽청의 경우 시 당국이 시민들의 신용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룽청 시는 시민들의 도덕성 고취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룽청에는 이 문제에 대한 열정과 신념, 그리고 여러 장치들이 뒤섞여 나타나고 있다.

저녁 무렵의 룽청 시청 앞 광장은 텅 비어 있었다. 군데군데 기운 흔적이 있는 코트 차림의 노년 부부가 “지금은 ‘시민생활 360도’가 방영되는 시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텔레비전 앞으로 발길을 재촉했을 것”이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룽청의 지역방송국에서는 매일 저녁 지난 24시간 동안 지역 내 감시카메라에 포착된 반시민적 행위들을 모아 방영해주고 있다. 아파트 울타리에 널린 속옷들, 길에 무단투기 된 낡은 소파, 심지어는 횡단보도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는 자동차부터 무단횡단을 서슴지 않는 보행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화면들이 빠른 속도로 이어진다. 카메라에 포착된 자동차의 번호판이나 위반행위를 하는 사람의 얼굴(때로는 이름까지)이 그대로 노출된 채, 앞뒤로 프롬프터에 눈을 고정한 채 무표정한 얼굴을 한 경찰의 훈계사항이 방송된다.

이곳이 룽청이다. 어업과 캠핑카 제조업, 그리고 백조들의 겨울 서식지로도 유명한 룽청은 본래 마을 규모의 행정구역이었으나 6년 만에 반경 20km 내의 마을들을 흡수하며 시로 승격됐다. 2013년부터는 룽청 시 산하 행정구역 919개에 사회신용제도가 도입됐고, 이는 시민들의 행동과 사회적 관계에 실제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룽청 시의 경우 시민들에게 기본적으로 신용등급 A와 신용점수 1천 점을 부여하며, 여기서 점수가 올라갈 경우 A+로, 내려갈 경우 B, C, D등급으로 조정된다. 기본점수에서 1점이 깎여 999점만 돼도 곧바로 B등급으로 하향조정되고, 은행에서 더 이상 부동산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떨어진 점수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공인 도장이 찍힌 증명서를 가지고 시청의 번쩍이는 새 사무실을 방문해야 한다. 실제로 쓰레기 무단 투기에 3점 감점이 적용된 이후로 룽청의 거리와 시내버스 안은 당황스러우리만큼 깨끗해졌다. 담배꽁초는커녕 빈 깡통조차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반드시 그 자리에서 경찰에 적발돼야 감점되는 것도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보안카메라 업체로, 중국 정부가 대주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하이크비전의 감시카메라가가 곳곳에 설치되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제 큰길에서는 보행자가 나타나면 운전자들이 차를 멈추기 때문에 예전처럼 위험천만하게 길을 횡단하지 않아도 된다. 중국에서는 실로 낯선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무거운 벌을 받게 되는데, 최대 벌금 50위안, 운전면허점수(총 12점) 3점 감점, 사회신용점수 5점 감점이 부과된다. 룽청 시민 위안 씨는 억센 만주 말투로 “2017년 봄부터 갑자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운전자들이 보행자 앞에서 차를 세우게 된 것이다. 당황스러울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룽청 내 여러 구에서도 거주자들의 서명으로 만들어진 ‘바른 행실’ 헌장을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칭산 구에는 예의범절에 대한 내용이 적힌 커다란 파란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가장 중요한 항목 중에는 ‘황색’ 영화와 도서(즉 성인물) 시청 금지, 공공거리에서 식물재배 금지, 미등록 교회 출석 금지, 무례한 행동 금지, 결혼식 및 장례식에서 고가의 자동차로 과시 금지 등도 포함돼 있다. 이를 위반하면 신용점수가 대폭 깎이게 된다.

사회신용점수의 영향력은 특히 대부분이 주거지인 작은 마을의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 이미 100여 개 마을에 ‘사회신용공원’이 조성됐고, 이곳에 설치된 알록달록한 게시판에는 지켜야 하는 규칙들, 칭찬받아야 마땅한 이웃의 사진, 지난 1개월간 점수내역 등이 게시돼 있다. 최근에야 포장도로가 깔린 작은 마을 둥다오루자의 주민들은 지난 7월 10일 사회신용평가제도에 대한 안내문을 받았다. 12페이지에 달하는 이 안내 책자에서는 이웃의 과일나무를 벨 경우 1점 감점 등 평가 기준들을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웃어른을 병원 또는 시장에 모셔다드리면 월 최대 2회까지 1점 득점, 진흙에 빠진 차를 빼주면 1점 득점, 수도계량 검침을 돕거나 공구를 빌려주면 0.5점 득점 등이다. 반대로 닭을 축사 밖에서 키우면 벌금 200위안과 10점 감점, 싸움을 일으킬 경우 벌금 1,000위안과 10점 감점, 강에 쓰레기를 버릴 경우 벌금 500위안과 5점 감점,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벽화 또는 스티커를 만들어 사용할 경우 벌금 1,000위안과 50점 감점 등도 명시돼 있다. 가장 큰 벌을 받는 경우는 마을의 지도자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상위기관으로 민원을 올리는 행위다. 이는 적발 시 벌금 1,000위안이 부과되고 신용등급도 B등급으로 강등된다.(6)

술판은 이웃 마을에서

군복바지에 꽃 남방을 입은 밝은 표정의 리우젠이 씨는 “예전에는 마을 차원에서 미화원들을 고용하기도 했었지만, 일을 제대로 하지 않더라. 지금은 우리가 비질을 한다. 직접 청소를 하면 신용평점도 얻을 수 있고 돈도 아낄 수 있어 좋다”라고 말했다. 올해로 64세인 그는 평생 전국을 누비며 공사 현장을 찾아다니다가 이제야 자신이 태어났던 회색 벽돌집으로 돌아온 경우다. 그는 말했다.

“지금도 이웃집 굴뚝을 고쳐주고 오는 길이다. 내가 이 사실을 당 지도부에 신고하고 이웃이 관련 사진을 증거자료로 제출해주면 1점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점수내역이 매달 말 위챗 페이지에 공개된다는데, 아쉽게도 스마트폰이 없어 확인하지는 못하고 있다.”

리우젠이 씨는 최종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춘절 명절에 굴이나 식용유 등을 상품으로 받을 수 있다고 알려주기면서 이렇게 덧붙이기도 했다. “그런데 예전에 지도부에서 시내에 장애인들이 근무할 수 있는 공장을 짓기 위해 일할 노인들을 모으고 있다는 말을 이웃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그 중 관련 자격을 갖춘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뇌물 몇 번으로 별문제 없이 넘어가더라. 결국 그런 사람이 우리에게 점수를 매기고 있는 것 아닌가? 과연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많은 어류가 서식하는 강물이 마을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이웃 마을 시무자에서는 약 250명의 마을 주민들이 검은 직물 아래에 인삼을 재배하며 살아가고 있다. 시무자 마을 어귀에 위치한 똑같이 생긴 집들 중 한 곳에는 건물 외벽에 반짝이는 도기조각들이 둘려 있고 시멘트 지붕에 커다란 빨간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개신교 교회인 이곳은 20명 남짓한 신도들을 위해 매주 두 번 문을 열고 있다. 짧은 머리를 한 작은 키의 한 여성이 교회 건물 입구에 서 있었다. 문 위에 걸려 있는 에나멜 판에는 다른 집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신용 모범가정”이라고 적혀 있다. 자신을 무 씨라고 소개한 그녀는 연신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3년 전, 공무원들이 마을 동쪽에 사는 가정들에 이런 보상을 주더니 그다음 해에는 서쪽에 사는 가정들에 보상을 줬다. 채워야 하는 할당량이 있는 것이다. 올해는 더 심화돼서 마치 학교처럼 마을 사람들 모두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적힌 안내책자를 받았다. 착한 일을 할 경우 이를 알리고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평가단의 연락처도 같이 적혀 있었다.”

마을 주민들이 아침 일찍부터 내기 장기를 두곤 하는 마을회관 마당에는 매달 ‘착한 주민’ 목록이 게시된다. 무 씨는 이번 달 목록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그녀는 “아직 평가단에 연락해서 내가 이웃들을 도와줬다고 말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하며 “친구 중에는 남편이 빚을 제때 갚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딱 한 달을 넘겼을 뿐인데 곧바로 블랙리스트로 이름이 올라갔다고 하더라. 모든 이웃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됐고, 그 일 때문은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 부부는 결국 이혼을 했다”며 목소리를 낮췄다. 무 씨는 곧 문을 닫았다. 아마도 중국 정부가 매달 인터넷 사이트 ‘신용중국(www.creditchina.gov.cn)’에 갱신하고 있는 ‘경제 분야 위반자 명단’에 올라온 내용을 참고했을 것이다. 최신 내역만 확인할 수 있는 탓에 지금까지의 전체 기록을 알 수는 없지만, 2018년 9월 기준으로는 개인 22만 8,000명과 기업 5만 5,000개가 채무, 세금, 범칙금, 벌금 등을 미지불한 것으로 게재돼 있다.

이렇게 위반자로 이름을 올린 사람들 중 일부는 중국의 대표적 SNS인 ‘웨이보’를 통해 자신들이 공개적으로 굴욕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제재를 받게 됐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기업들은 입찰 제안이 금지되며, 고급 호텔에 숙박할 수도 없고 자녀를 명문학교에 등록시킬 수도 없으며 1년 동안 비행기와 기차도 이용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채무를 즉각 상환해 명단에서 이름을 빼는 것이 급선무다.

남쪽으로 몇 km를 더 내려가면 텅 빈 4차선 도로변에 돌기둥 하나가 세워져 있다. 돌에는 빨간색으로 이 앞의 마을이 사회신용의 전초기지라는 내용이 새겨져 있었다. 이 마을의 사회신용 담당자는 지역여성연맹의 대표를 역임한 위젠샤 씨로, 출산억제를 담당해온 그녀는 중국 정부가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하면서 직무를 잃게 됐다. 이후 2018년 5월부터는 사회신용 평가단의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다. 평가단은 착한 행실과 나쁜 행실을 신고 받는 역할로, 신망이 두터운 주민 세 명으로 구성돼 있다. “18일에 정보를 수집한 뒤 20일에 보고서를 작성해 마을과 지역 지도자에게 보내면 25일에 신용점수의 득점 및 감점에 대한 논의와 최종 처리가 이루어진다. 특히 착한 행실을 인증하려면 최소한 사진 두 장 또는 영상 한 개가 필요한데, 이 마을에는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이 50명이 채 되지 않기 때문에 평가단이 그 일을 담당하고 있다.” 한편 그녀는 주민들의 신용점수를 깎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길거리에 낡은 고물을 내다 버린 사람이 있으면 직접 치울 수 있도록 사흘간의 유예기간을 준다. 이 제도의 목적은 주민들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교화하는 데 있다. 우리는 ‘하오런 하오시’(착한 사람과 착한 일)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이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갈대밭을 지나면 마오리우자라는 이름의 마을이 있다. 마오리우자 마을 주민들은 꼭두새벽부터 마위링 씨의 집에 모여든다. 신용점수를 얻기 위해서다. 올해 44세인 마위링 씨는 15년 전부터 캉―중국의 온돌 침대―위에 몸을 뉜 채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손이 닿는 거리에는 리모컨과 물통만이 놓여 있다. 신경계 질환 때문에 받았던 수술이 잘못된 이후로 그녀의 사지는 조금씩 마비돼가고 있다. “1998년에는 산둥 TV로부터 휠체어를 선물 받은 적도 있었다. 그때만 해도 걸을 수는 있었는데 이제는 목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게 돼 고통스럽다.”

그런데 2년 전부터는 매달 두 차례 룽청 시의 자원봉사자들―매번 다른―이 와서 곳곳에 금이 간 낡은 집을 청소하고 가족들을 돌봐주는 일을 해주고 있다. 이는 신용점수 4점을 얻을 수 있는 착한 행실에 해당한다. 가끔 봉사자들이 만두를 만들어오기라도 하면 마위링 씨의 남편은 그걸 냉동실 깊숙한 곳에 얼려둔다. 그는 싸구려 술 한 잔을 내놓으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원래 적게나마 3,000위안(약48만원) 정도의 보조금이 나오긴 했는데 아들이 일할 나이가 되자 그나마도 없어지고 말았다. 게다가 아내가 사용하는 다량의 기저귀, 붕대, 소독제품 등은 의료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 금액만도 해마다 6천 위안에 달한다.”

마위링 씨도 덧붙였다. “우리는 지역 병원의 승합차로 나가 소변줄을 교체 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결코 이 마을을 나갈 수도 없다. 그러니 집에 사람들이 찾아와 화장을 받기도 하고 마을 아줌마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 그들이 점수를 얻기 위해 오는 것일지라도 상관없다.”

 

“통합 신용점수는 의미가 없다”

산둥 성의 경우 마을 수만큼 각기 다른 신용평가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매주 금요일마다 신용점수가 낮은 사람들의 이름과 점수를 마을 방송으로 공개하고 있는 텅자 마을의 주민들은 감시단이 돼버린 평가단의 눈을 피하기 위해 싸움이나 술판을 벌일 때마다 이웃 마을로 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예일대 소속 연구가이자 중국 법률 전문가인 제레미 다움은 개인 블로그 ‘차이나 로우 트랜슬레이트(China Law Translate)’에 중국의 신용평가제도와 관련된 법규들을 모아 번역해 게재하고 있다.(7) 대대적인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어떤 식당에 들어가면 식품의약안전국이 평가한 이 식당의 청결점수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식당의 주방장이 자기 할머니를 네 번 시장에 데려다줬다는 것이나 기차에 무임승차한 적이 있다는 것까지 알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은행원의 경우도 대출승인을 결정하기에 앞서 해당 고객이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는지 확인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고 해도 말이다.”

그리고는 덧붙여, “어쩌면 언젠가 아주 정교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무임승차하는 사람은 위생규칙을 준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거나, 환경보호를 중시하지 않는 사람은 항상 채무 상환 기일을 어긴다는 사실이 증명된다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정부에게 있어 통합 신용점수가 가지는 의미는 전혀 없다”고 비꼬면서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도 블랙리스트와 그것이 야기할 수 있는 공개적 굴욕감이 더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 내 수입·수출, 건설, 철도, 항공, 통계, 법률상담, 공증, 기획·광고, 공제, 지적재산권 보호, 결혼정보 분야의 기업과 경영자들에 대한 평가 목록은 이미 공개돼 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의 경우는 불투명한 운영(미국의 대형 온라인 서비스들과 비교해도 뒤처질 것 없는 수준의)으로 인해 사회신용제도가 악몽으로 바뀌어버릴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글·르네 라파엘 René Raphaël, 링 시 Ling X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번역·김보희 sltkimbh@gmail.com

(1) 중국의 양회란 매년 3월에 열리는 두 번의 개별적인 회의로.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가리킨다.
(2) Maxime Robin, ‘Aux Etats-Unis, l'art de rançonner les pauvres(미국에서 빈곤층을 갈취하는 기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5년 9월호.
(3) Thibault Henneton, ‘Science et prescience de “Black Mirror”(“블랙 미러”의 과학과 예측)’, ‘Ecrans et imaginaires’, <마니에르 드 부아>, no.154, 2017/08-09.
(4) Jamie Horsley, ‘China's Orwellian social credit score isn't real’, <Foreign Policy>, Washington, 2018/11/16.
(5) Celia Hatton, ‘China “social credit”: Beijing sets up huge system’, <BBC News>, Beijing, 2015/10/26.
(6) 중국의 경우 마을, 구, 시, 성 등 상위기관에 민원이나 항의를 제출하려면 반드시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 Isabelle Thireau, ‘Les cahiers de doléances du peuple chinois(무구하던 ‘농민공’ 분노의 대장정에 나서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0년 9월호.
(7) ‘Legal documents related to the social credit system’, China Law Translate, www.chinalawtransl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