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고등학교들의 수난

2018-12-31     아나벨 알루크 외

현재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한 정부 부서의 불안감은 이메일 한 통만으로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프랑스의 고등학교들이 술렁이기 시작한 것은 2018년 12월 12일부터였다. 교육부의 한 책임자가 해당 학교의 교장단에 이메일을 보냈다. “우리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고등학교 및 바칼로레아 개혁과 관련해서, 누락되거나 왜곡된 정보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공동집회를 열지 않도록 학교에서 각별히 신경 써주기를 요청하는 바입니다.”(1)

반대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해 논의를 금지하는 이런 방식은, 교사들을 희생시킴으로써 ‘공화국의 관리자들’(2)이 된 교장들이 얼마나 비대한 권력을 거머쥐었는지 여실히 드러낸다. 고등학교 및 고등교육 접근과 관련한 개혁은 이런 식의 변화를 증폭시켰다. 모든 사태의 발단은 11월 30일, 전국고등학교조합(UNL)의 호소에서 비롯됐다. 조합은 ‘젊은이들도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학생들에게 학교 건물을 봉쇄하라고 부추겼다. 고등학교의 선택식 수업, 대학의 선발권, 학군의 폐지, 전문계열에서 일반교육의 축소뿐 아니라, 확대 사회 보호세(CSG) 인상, 프랑스국영철도(SNCF)의 개혁, 의무병역제 시행 등을 규탄하기 위해서였다.

지난봄, 전국고등학교조합은 새로운 고등교육 온라인 등록 플랫폼, ‘파르쿠르쉽(Parcoursup)’에 대한 반대세력을 동원하는 데 실패했다(파르쿠르쉽: 대학에 지원자의 학생부 열람을 허용해, 사실상 학생 선발권을 부여한 제도-역주). 조합이 제기한 문제들이 많은 학생들의 눈에 추상적으로 보였고, 주로 고등학생들과의 관계를 통해 움직이는 교사조직이 분열된 탓도 있었다. 몇 달 후 대학입학자격자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했고, 이제 상황은 다른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앞서 언급한 11월 30일, 100군데가 넘는 고등학교 건물이 완전히 봉쇄됐다. 이런 운동에 익숙한 대도시 중심부가 아니라, 농촌과 도시 주변 지역 및 중소도시에서 일어난 일이다. 예를 들면 기앵, 앵그레, 라발, 보장시, 파티비에, 생프리스트, 기보르, 뇌빌, 게랑드, 투르, 세트, 비트레, 블라냑 등이었다. 시위는 며칠 동안 계속됐고, 곧이어 유명 교외도시와 대도시들로 확산됐다. 12월 11일에는 450개 이상의 학교 건물이 봉쇄되거나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고, 시위에 수천 명의 학생들이 운집했다. 

예상치 못한 도시들에서 발생한 이 시위 지도는 ‘노란 조끼’ 시위의 파급효과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도시 외곽지역들은 현재 진행 중인 개혁으로 가장 먼저 피해를 보게 될 수도 있다. 고등학교 개혁은 현 과정 편성(과학, 문학, 경제·사회 등)을 ‘선택식’ 시스템으로 대체할 예정인데, 이 시스템에서 학생들은 대학에서 전공하려는 분야에 따라 12개의 ‘전공과목’ 중에서 교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수학, 역사·지리, 물리·화학 등의 과목은 어디에서든 미리 선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과목들(디지털 및 정보과학, 생태학, 농업 및 토지, 예술 등)은 특정 학교에서만 선택 가능하게 돼 있는데, 이에 대한 결정권은 교장단의 요청에 따라 각 교육청에 있기 때문에, 특화 논리를 조장할 위험이 있다. 대도시에는 적절히 배합된 교과과정을 제공하는 학교가 있다. 따라서 대도시 학생들이 이 개혁으로 피해를 볼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소도시 고등학생들은 원하는 과목에 대한 선택권을 포기해야만 할까? 아니면 원하는 교과목을 제공하는 학교를 찾아 수십 km의 통학거리를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

 

비달 장관이 말하는 ‘진정한 성공’이란?

이런 우려뿐 아니라 산더미 같은 등록 서류들, 기나긴 대기자 명단, 탈락의 불안감, 불투명한 절차 등, 거의 재난에 가까운 파르쿠르쉽의 초기 운영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누가 어떤 과목에 등록하고자 했는데 다른 과목에 배정됐다거나, 희망 계열에 합격했지만 집에서 300km나 떨어진 곳까지 가야 한다는 사실이 누구에게나 공개됐다. 신학기 기자회견에서 고등교육부 장관 프레데리크 비달은 이런 난관들을 사소한 문제로 축소했다. 그녀는 파르구르쉽이, 선발제도를 도입한 것이 아니라 “고등교육의 민주화를 촉진했고” 모든 지원자들이 “그들이 선택한 지망학과에 가장 근접한” 제안을 받았다는 점에서 “진정한 성공”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학생들의 만족도를 측정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제도권 내 담론에서는 이 요소를 거의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니, 학생들의 불안감을 측정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고등학교 3학년 지원자들은 3월에 순위를 매기지 않고 지망학과를 제출하게 된다. 지원자들은 학업제안서를 받을 수는 있지만, 지망하는 학과의 대기자 명단에 자신이 포함될지 여부를 알 수 없다. 따라서 지원자들이 원하는 학과를 자신 있게 지망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기 쉽다.(2018년 3월에 등록한 81만 2,000명 중).

학업 제안서를 받은 58만 3,000명의 지원자 중 7만 1,000명 이상이 다른 대기 지망학과의 주요 절차를 마친 상태가 될 것이고(9월 15일), 그들은 자신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학과에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3) 한편, 시스템에서 삭제됐거나 장기간 학교생활에 소극적이었던 약 4만 명의 ‘비활동’ 학생들도 존재한다. 또 ‘이런 절차를 포기한’ 18만 명의 지원자들도 있다. 이런 학생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칼로레아에 불합격했거나(약 절반), 시스템 반경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고등교육을 포기한 것일까? 아니면 사립학교에 등록한 것일까? 고등교육부는 어떤 상세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사립학교들이 문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을 자축하는 분위기다.

파르쿠르쉽에 따른 불안감은 특히 빈곤층이 속해 있는 학교의 학생들에게 타격을 가했고, 파르쿠르쉽의 초기 결과물들은 이런 불안감을 심화시켰다. 낭테르에서는 문학 계열 학생들의 76%가 부정적 답변이나 ‘대기’라는 답변만 받았다. 이 비율은 보베의 기술계열 3학년에서 82%까지 증가했고, 아니에르쉬르센의 기술반은 심지어 92%에 달했다.(4) 평균적으로 일반계열 학생들의 71%가 처음부터 긍정적 답변을 받은 반면, 기술계열은 50%, 전문계열은 45%의 긍정적 답변만 받았다.(5)

 

“모든 사람이 대학에 갈 자격이 있는 건 아니다”

이런 결과들을 보고도 개편된 제도를 거부할 결정적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많은 학생들은 그 때문에 좌절하거나 실망할 것이다. 또한, 가장 원하는 학과를 선택할 기회를 고려하지 못한 채 일단 합격한 학과에 등록해버릴 것이다. 이처럼 파르쿠르쉽은 전문과정 대학입학 자격 취득자들에게 불이익을 줬으며, 대학 등록률은 2017년과 2018년 사이 13.7%로 추락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당선 직후 “모든 사람이 대학에 갈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말에 의하면, 파르쿠르쉽이라는 플랫폼은 실로 ‘진정한 성공’을 거둔 셈이다.

시간 관리는 고등교육에 접근할 수 있느냐 마느냐를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2018년에 진학절차는 1월에서 9월까지 9개월 가까이 진행됐다. 여름 내내 약 6만 6,000명의 응시자가 여전히 대기자 명단에 있었다. 이런 상황 때문에 고등교육 과정에 혼란이 생기고, 등록자 명단을 작성할 수 없게 되며, 자신이 어떤 학교에 다니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기숙사 신청이 지연돼 기숙사에 들어가기도 어렵게 된다. 비달 장관은 “지원 절차가 길어 불안을 초래했다”고 인정했다. 2019년 학기에는 지원 기간이 1월부터 6월까지로 줄어들어, 불안에 떨어야 하는 기간이 두세 달 줄어들었다.

문제점은 비단 기술적 영역에서 기인하는 것만은 아니다. 파르쿠르쉽 제도는 고등학생들이 수행해야 하는 일련의 단계들을 학생들에 대한 등급 산정, 평가, 채점 등의 학업평가로 세세하게 구분한다. 파르쿠르쉽은 어떤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단조로운 과정에 따라 오리엔테이션과 지원절차를 구조화한다. 즉 12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지망 대학에 대한 정보 수집과 서류를 작성하고, 4월부터 5월까지 결과를 기다린 뒤, 5월에서 7월까지는 지망대학을 선택한다. 이처럼 이 플랫폼은 말 그대로 ‘징계적’ 수단이 돼버렸다. 학과정보 검색이나 자기소개서 준비 등 모든 것이 평등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 플랫폼은 각 가정과 학생에게 형식적인 과정과 과제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여러 달 동안 고등학생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련의 선별, 등급 분류, 성적 산출 작업의 산물이 된다. 학생의 미래는 그가 전혀, 혹은 거의 알지 못하는 기준들에 근거한 알고리즘에 좌지우지되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 속에 실수할 권리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체의 일탈이나 지연은 경고를 받는다. 이미 한 학교에서 승인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대기’ 중인 학생들에게 고등교육부가 어떤 경고를 했는지 생각해보자. 장관은 “학업 제안서를 받은 모든 학생들에게, 등록을 장려하는 바입니다”라는 말을 끊임없이 되풀이했다. 학생들이 지체하지 않도록 시행 중에도 규칙이 바뀌었다. 7월부터 등록자들은 3일 안에 지망학과를 확정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모든 제안이 취소된다. 아직 결정하지 못한 이 지원자들은 분명 더 나은 제안을 기다리고 있겠지만, 빨리 자리를 비워주지 않으면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그들은 자신의 대기 순위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대기 순위에까지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사회학자들은 학교평가의 적합성은 그 절차가 어떤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판단해왔다. 그것이 수용할 만한 절차인지를 판별할 때는 기준의 투명성과 기준의 공정한 활용도 중요하지만, 납득할 만한 기간 내에 결과를 발표하는 것도 중요하다. 바칼로레아 일반과정 학생은 4일이면 결과를 알 수 있지만, 서민층 출신이 많은 전문과정 학생들은 평균 17일을 기다려야 첫 번째 긍정적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대기’는 사회적 불평등을 비추는 거울이 됐으며, 계급 구분의 폭력성을 구체화하는 동시에 심화하고 있다.

파르쿠르쉽이 생기면서 수만 명의 젊은이들은 그들에게 애매하고 어떤 때는 부당해 보이는 이유로 몇 달을 불안 속에서 보냈다. 이런 식이다 보니 학생들은 제도에 대해 신뢰를 잃었고, 계급을 양산하는 학교, 사회, 정치 시스템에도 불신을 갖게 됐다. 이는 학생을 준비시키는 교사나 학생의 가족들에게도 적용되는 사실이다.
자, 마크롱 대통령의 교육 개혁이 남긴 주요 성과가 과연 무엇일지, 잠시 생각해보자.   

 

글·아나벨 알루크Annabelle Allouch
에콰도르 정치학 연구 교수
글·브누아 브레빌 Benoît Brévill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조민영
서울대학교 불문학과 석사 졸업.

(1) 전국 중등교사 노조(SNES)가 공개한 이메일 내용.
(2) Anne Barrère, 『Sociologie des chefs d’établissement. Les managers de la République(교장단의 사회학. 공화국의 관리인들)』, Presses universitaires de France, coll. ‘Éducation et société(교육과 사회)’ Paris, 2013년.
(3) ‘Tableaux de bord Parcoursup(파르쿠르쉽 성과표)’ et ‘Parcoursup 2018:propositions d’admission dans l’enseignement supérieuret réponses des candidats(파르쿠르쉽 2018: 고등교육에서 입학 제안 및 지원자의 응답)’, ministère de l’enseignement supérieur, de la recherche et de l’innovation(고등교육연구혁신부), Paris, 2018년 11월.
(4) ‘Parcoursup: les premières remontées montrent une nette inégalité entre lycées(파르쿠르쉽: 최초의 반등은 고교 간 명백한 불평등을 보여준다)’, Sud Éducation, 2018년 5월 25일, www.sudeducation.org
(5) Jean-Michel Dumay, ‘Les lycées professionnels, parents pauvres de l’éducation(전문 고교, 교육의 가난한 부모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8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