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스타 게임스, 펑크 정신은 어디에?

2018-12-31     도미니크 팽솔 | 역사학자

 

게임기업 ‘록스타 게임스(Rockstar Games)’는 얼마 전 새로운 게임 <레드 데드 리뎀션 Ⅱ>를 야심 차게 출시했다. <그랜드 테프트 오토(GTA)>로 세계적 유명세를 얻은 이 회사는 파괴적이라고 평가받는 게임들을 선보이며 독창적인 기업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트러블메이커’라는 평판이, 철저히 상업적인 이들의 전략을 덮고 있다.

 

1998년 스코틀랜드인 새뮤얼 하우저와 댄 하우저가 테이크 투 인터렉티브(Take-Two Interactive)의 자회사인 록스타 게임스를 설립했을 때도, 비디오게임은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청소년들을 위한 여가활동 정도로 인식됐었다.(1) 그러나 대상이 점점 성인 고객층까지 확대되면서 록스타 게임스는 참신함과 도발성으로 이목을 끄는 게임들을 개발했다. GTA의 다양한 시리즈 안에서 게이머는 개방된 도심 공간 속 악당이 되는데, 이는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청소년들에게 범죄와 폭력을 부추긴다는 하우저 형제 회사를 향한 비판은, 곧 명성으로 변했다.

두 사업가는 성인고객층을 게임으로 끌어들이려면 단순한 욕구 발산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들의 게임은 대규모 투자(GTA V의 경우 2억 5,000만 달러 이상)와 디테일한 그래픽 작업을 거쳐 작품 수준으로 만들어졌다. 댄 하우저는 설명했다. “우리의 게임은 우리가 타깃으로 삼은 대중을 위한 것이었다. 콘솔을 가지고 게임을 하고, 책을 읽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말이다.”(2)

이들의 비법으로 2008년 출시된 GTA Ⅳ는 눈부신 성공을 거뒀다. 이 게임에는 아메리칸 드림을 좇는 이민자가 등장한다. 이 게임에 대해 <리베라시옹>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게임”이라 칭찬했고 이후에는 “발자크나 에밀 졸라, 웰스의 작품처럼 사회를 광대하게 분석하고 묘사하는 전통을 되찾은 중요한 작품”이라고 평했다.(3) 2013년에 나온 후속 에피소드는 내용상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극도로 폭력적이고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액션 영화 세계 속 블랙 유머는 비평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하여 록스타 게임스의 대표적인 게임 시리즈에는 다음과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게 됐다.

<렉스프레스>는 “파괴적 액션 게임”이라 묘사했고(2013.9.14.), <스트라테지>는 “파괴의 원천”이라 했으며(2013.11.14.), <르몽드>는 이 게임에서 “반체제 정신”을 찾아내기도 했다(2013.12.20.). <르피가로>는 이미 “(록스타 게임스 같은) 제작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파괴적’이라는 단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2012.6.6.). <레쟁로큅티블>은 이 게임에 “펑크 정신”이 있다고 했는데(2010.5.22.), 이런 다양한 형태의 해설을 포함해 비슷한 논평이 쏟아졌다.

풍자와 패러디 그리고 각종 위반사항은 GTA를 비롯한 다른 록스타 게임스의 상품들을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됐다. 댄 하우저는 <레드 데드 리뎀션(멕시코 혁명기 동안 진행되는 서부극 게임)> 안에서 게이머에게 주어진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사 상품들이 경쟁사의 액션 게임보다 “아마도 좀 더 무정부주의적 정신을 가졌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4) GTA 시리즈의 경우에는 심지어 “반자본주의적”일 수도 있는데, 왜냐하면 게임의 과도한 폭력성이 미국 사회의 폭력성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하우저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늘 최고의 길을 가야만 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가장 강한 이들이 살아남는 것도 아니고, 단지 운이 좋았던 이들이 살아남는 것이다.”(5)

게임 내용에 대한 이념적 해석은 끊임없이 모순된 분석을 야기하는 반면, 파괴적이라 간주되는 게임의 특징에 대한 일관된 칭찬은 명백한 이치 하나를 보여준다.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 시장에서 이런 독특한 위치 선점 역시 돈을 벌기 위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9,000만 개 이상의 판매량과 60억 달러의 수입으로 GTA-Ⅴ는 전례 없던 수익을 거뒀다.

게임의 ‘파괴적인’ 특징을 내세운 방법들로만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니다. 비디오게임 분야에서 ‘크런치 타임(게임 등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서 마감을 앞두고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며 고도의 긴장이 요구되는 순간-역주)’은 아주 치열하고, 또 그렇다고 해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지도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댄 하우저는 자신들이 “새로운 종류의 기업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의기양양해 하지만, 록스타 게임스의 직원들에 대한 처우가 경쟁 업체들보다 더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2006년에는 록스타 게임스 샌디에이고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추가근무 수당을 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6) 4년 후에는 <레드 데드 리뎀션>의 마무리 작업을 위해 같은 스튜디오에서 일하던 개발자들의 고충을, 그들의 배우자들이 세상에 알리기도 했다. 이곳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뉴욕에 있는) 본사의 프로젝트 운영방식을 권위주의적이고 불안정하다고 묘사했다. ‘사우론의 눈(J.R.R. 톨킨의 3부작 소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기관으로, 어둠의 군주가 적들을 감시할 수 있게 하는 곳)’에 비교되는 록스타 게임스 경영진은 이런 비난을 조롱하는 배경화면을 게재하면서 논란에 당당하게 응수했다.(7)

비디오게임 산업의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일하는 북아메리카 단체 국제 게임개발자 협회(IGDA)는 이 논란을 통해, 조합 결성이 거의 전무한 이 분야에서 대부분의 경우 젊고, 자녀가 없는 직원들이 일반적으로 겪게 되는 어려움을 다시 알릴 수 있었다.(8) 2015년, GTA ‘품질 책임자’ 한 명도 대부분 야간에 이뤄진 “끔찍했던” 주 72시간 노동에 대해 얘기했다.(9) 그럼에도 불구하고 댄 하우저는 <레드 데드 리뎀션 Ⅱ>의 마무리를 위해 직원들이 2018년 여러 차례 감수했던 주당 수백 시간 노동을 자랑스러워했는데, 이는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10) 게다가 록스타 게임스의 GTA 개발전문 자회사 록스타 노스의 전 회장은, 회사를 위해 일하던 1천여 명의 사람들에게 이렇게 경고하기도 했다.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해야 한다. 나사(NASA)는 달에 우주선을 보냈다. 나사가 직원들을 하루에 6시간씩 일하게 하면서 그 업적을 이뤄낸 것이 아니다. 비디오게임 산업은 게임을 좋아해야만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무언가를 좋아하면, 그것에 시간을 바친다.”(11)
이런 뻔뻔함과 당당함은, 경제순응주의와 잘 맞아떨어진다.

 

글·도미니크 팽솔 Dominique Pinsolle
역사학자, 보르도-몽테뉴 대학교 교수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졸업

(1) ‘L’empire des jeux vidéo(비디오 게임 제국)’,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3년 12월호.
(2) <리베라시옹>, 파리, 2008.4.28.
(3) Olivier Mauco, <GTA IV. L’envers du rêve américain. Jeux vidéo et critique sociale(GTA Ⅳ. 아메리칸 드림의 이면. 비디오 게임과 사회 비판)>, Questions théoriques, coll. <Lecture play>, Paris, 2013.
(4) LesInrocks.com, 2010.5.22.
(5) ‘Unsere Spiele sind antikapitalistisch’, Spiegel Online, 2012. 11. 12.
(6) Ben Gilbert, ‘Rockstar quietly settled class-action lawsuit with “over 100” ex-Rockstar San Diego employees’, Engadget.com, 2010. 1. 15, San Diego Reader, 2010. 2. 10.
(7) David Kushner, ‘Jacked. L’histoire officieuse de Grand Theft Auto(그랜드 테프트 오토의 비공식적 이야기)’, Pix’n Love, Houdan, 2013
(8) Marie-Josée Legault와 Johanna Weststar, ‘Quality of life in the game industry. Report of the quality of life survey 2009’, IGDA, 2012년 10월, http://r-libre.teluq.ca
(9) <더가디언>, 런던, 2015. 2. 18.
(10) <르몽드>, 2018. 10. 16
(11) Michael French, ‘Inside Rockstar North-Part 2: The Studio’, MCV, 2013. 10. 4, www.mcv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