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의 대통령에겐 서민이란 없다

2019-01-31     미셸 팽송, 모니크 팽송-샤를로 l 사회학자

프랑스의 지배계층과 과두정치에 대한 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미셸 팽송과 모니크 팽송-샤를로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대한 사회 연대기를 출간한다. 이들의 글은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다. 책에서는 프랑스인들을 봉기하게 한 두 가지 기폭제, 잘못 선출된 대통령의 하위계층 경시 그리고 특권층에 의한 권력독점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2017년 5월 7일 대선 1차 투표 때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얻은 득표(약 865만 표)에 비해, 같은 해 6월 11일에 치러진 총선 1차 투표에서 그가 속한 ‘전진하는 공화국(LRM)’당의 득표수(약 639만 표)는 200만 표 이상 하락했다. 더욱이 총선 2차 투표에서 LRM당의 득표수(약 782만 표)는 기권자 수(약 2,712만 명)의 절반에도 훨씬 미치지 못했다. 등록된 유권자의 절반이 넘는 2,000만 명 이상이 투표 대신 피크닉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LRM당은 782만 6,432표를 얻으며 국회에서 308석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는 마크롱 대통령이 자신의 신자유주의 공약을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만드는 절대적 과반이었다.

2017년 6월, ‘복종하지 않는 프랑스’당에서 새롭게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프랑수아 뤼팽은 새 국회의 사회직능별 구성비율을 나타낸 도표를 공개했다. 이 도표에선 국회의원 중 76%가 간부와 고위 직업군에 치우쳐 있음을 보여줬다. 국립통계경제연구소(Insee)에 의하면, 2017년 경제활동 인구 중 해당 직업군의 비율이 18%에 불과했음에도 말이다. 

사회 계층의 반대편 상황은, 놀랄 것도 없이 정반대였다. 프랑스 사회에서 20.8%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은 도표에서 0.2%에 불과했다. 경제활동 인구 중 27.2%인 사무직은 국회의원 가운데 4.58%였고, 25.7%인 중간 직업군은 국회에서 6.3%에 그쳤다.

 

‘부자들의 정부’

2017년, 32명의 장관 및 국무차관 중 15명이 백만장자로 구성된 마크롱 정부는 단번에 첫 ‘부자들의 정부’가 됐다.(1) 뮈리엘 페니코 노동부 장관이 750만 유로가 넘는 가장 많은 재산을 신고했는데, 장관은 오드센 주에 130만 유로짜리 주택과 솜 주에 34만 유로의 별장을 소유하고 있다. 페니코 장관의 재산 중 가장 큰 부분인 590만 유로는 주식, 채권, 생명보험 등 유가증권으로 구성돼있다. 미리암 엘콤리 전 장관의 후임으로, 급여생활자들에게 불리하게 노동권을 개편한 이 인물은 이런 종류의 재산에 대한 연대 부유세 폐지를 틀림없이 기뻐했을 것이다(흔히 부유세로 불리는 ‘자산에 대한 사회적 연대 세금(ISF)’은 금융, 부동산 등의 자산 총합이 130만 유로가 넘는 개인에게 그 규모에 따라 0.5~1.5%의 세금을 부과한다-역주). 마크롱 대통령이 첫 조치로 폐지한 부유세는 국가 재정에서 연간 46억 유로에 달하는 비용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두자.

백만장자 장관 명부의 두 번째 자리는 니콜라 윌로 환경부 장관이 차지했다. 윌로 장관은 코르스에 100만 유로 상당의 300㎡ 규모 주택 한 채, 사부아 그리고 코트다르모르에 190만 유로에 달하는 여러 부동산을 포함한 720만 유로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가 신고한 재산 중에는 6대의 자동차와 배 한 척, 오토바이 한 대, 전기 스쿠터 한 대도 포함됐다.

에두아르 필리프 첫 번째 행정부의 문화부 장관이자 출판사 악트쉬드의 소유주인 프랑수아즈 니셍은 60만 유로 이상의 부동산과 아를에 설립한 자기 회사와 관련한 400만 유로의 자산을 기재했다. 아녜스 뷔쟁 보건부 장관은 300만 유로 이상 자산가 중 맨 앞자리를 차지했다. 플로랑스 파를리 국방부 장관은 파리에 위치한 200㎡ 규모의 아파트 한 채와 루아레의 별장 한 채를 포함한 200만 유로 이상의 자산을 보유했다고 밝혔다.

이들 다섯 명의 부자 장관들이 이 부자 정부의 가장 부유한 사람들임은 틀림없다. 그리고 이들의 동료 장관들 역시 가난한 삶과는 거리가 멀다. 예를 들자면, 나탈리 루아조 유럽연합 담당 장관은 190만 유로에 가까운 재산을 보유했다고 밝혔고, 필리프 총리 역시 파리의 아파트 한 채(125만 유로), 센-마리팀의 아파트 한 채(40만 유로)를 포함해 170만 유로 상당의 자산을 보유한 부호다. 그의 자산 중 유가증권은 5만 6,000유로 수준에 머물고 있다.

브뤼노 르메르 경제부 장관은 민간기업 한 곳의 지분 150만 유로와 금융투자금 16만 8,000유로를 신고했다. 이어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정부 대변인(134만 유로), 소피 클뤼젤 장애인 담당 국무차관(133만 유로), 무니르 마흐주비 디지털 담당 국무차관(126만 유로), 자클린 구로 내무부 차관(127만 유로), 엘리자베트 보른 교통 담당 장관(122만 유로), 자크 메자르 영토 통합부 장관(114만 유로) 그리고 장바티스트 르무안 유럽 및 외교 담당 국무 차관(100만 유로)이 뒤따른다.

 

사기업으로 이직 그리고 이해 충돌

계층을 가르는 것은 경제적 부 하나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재산 외에도 인간관계가 필요하다. ‘국가의 봉사자’라는 옛날의 모습과는 달리, 오늘날 정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무수히 많은 사적 이익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또 그런 관계를 위해 많은 노력을 들인다. 

필리프 총리는 총리가 되기 전인 2007년에서 2010년까지 원자력 거대기업 아레바에서 공무 담당, 다른 말로 로비 담당 이사였다. 뱅자맹 그리보 정부 대변인은 ‘유니베일-로담코(유럽 최대 부동산 투자기업-역주)’에서 로비스트로 일했다. 브륀 푸아르송 환경 변화 담당 국무차관은 ‘베올리아(물·에너지 관련 다국적 기업-역주)’의 고위직이었고, 페니코 노동부 장관은 예전에 ‘다논’에서 인사담당 책임자로 일했으며, 앙투안 푸셰 노동부 사회문제 담당 국장은 프랑스 산업연맹의 부대표를 지냈다.

마크롱 대통령의 측근 보좌관들 역시 기업계와 민간분야 출신이다. 세드릭 오 경제 보좌관은 항공기업 ‘사프랑’에서 일했고, 클로디아 페라치 문화 보좌관은 ‘캡제미니(디지털 서비스 컨설팅 기업-역주)’와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오드리 부롤로 농업 보좌관은 와인 양조업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뱅에소시에테’에서 일했다. 298명의 정부 부처 직원 중 43명이 로비활동 경력을 가졌다.(2)

이들 기술 관료들에게 이해관계 충돌은 예외가 아닌 규칙일 만큼 이들은 공직과 사기업 경영 사이에 밀접히 연결돼 있다. 간혹 너무 명백한 상황에서는 작은 스캔들이 언론에 폭로되기도 하지만 나무 한 그루가 숲 전체를 가려버리는 꼴이다. 뷔쟁 보건부 장관은 정부에 합류했을 때 국립보건의학연구원(Inserm)에 대한 감독권을 포기해야 했다. 자신의 남편인 이브 레비가 연구원을 이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친이 설립했고 자신이 오랫동안 대표로 일했던 악트쉬드 출판사의 공동 소유주인 니셍 문화부 장관은, 공직 청렴 고등위원회(HATVP)의 요구에 따라 2018년 7월 10일 이후부터는 도서 분야에 더 이상 개입할 수 없게 됐다. 

 

‘콜러 사건’

국립행정학교(ENA), 고등경제상업학교(Essec), 파리 정치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했으며, 전 유럽연합 고위 공무원의 아들인 알렉시 콜러는 엘리제궁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다. 그는 2018년 6월 1일, 변호사 윌리엄 부르동이 이끄는 부정부패 퇴치 시민단체 앙티코르에 의해 ‘불법 이익 취득’ 및 ‘독직’ 혐의로 국립 금융 검찰청에 고발당했다. 

2018년 5월, 인터넷 언론사 <메디아파르>는, 콜러 비서실장이 세계 2위 해운회사 MSC의 소유주인 이탈리아 아폰테 가문과 외가 쪽으로 친척 관계라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 기업은 생나제르 조선소와 아브르 항구의 가장 중요한 고객이다. 그런데, 2010년 국가 출자기구(APE)에서 양도 관련 업무를 맡고 있던 콜러는 그 자격 덕분에 (아브르의 시장이었던 필리프 총리와 동시에) 아브르 항구 감시위원회 위원으로 자리하게 된다. 선주와의 가족관계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는 이해관계에 관련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재정경제부 부국장이 돼 2012년에서 2014년까지 피에르 모스코비치 장관 밑에서, 그리고 2014년 8월부터 2016년 8월까지는 마크롱 장관 밑에서 일한 콜러는 재정경제부의 요직을 맡았지만 그럼에도 생나제르 조선소와 아브르 항의 관련 업무는 여전히 그곳에서 주기적으로 논의됐다. 하지만 콜러가 2016년 9월, 매출이 200억이 넘는 스위스 법인 이탈리아 기업 MSC의 재무이사로서 제네바 본사로 합류하는 데에 이런 사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콜러는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이렇듯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는 과두정치 권력이 다방면으로 맺은 긴밀하고 복잡한 관계를 잘 드러낸다. 이 인물이 쓴 여러 감투는 그를 재정경제부의 옛 고위 관료이자, 조선소와 이해관계가 있는 가족기업의 전 재무이사이며, 공화국 대통령의 최측근 협력자로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 검찰청이 앙티코르가 제기한 고소에 대해 사법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까? 어쨌든 현재로서는 2017년 통과된 정치생활 윤리법에서 고위 공직자들이 제외된 사실만 안타까워 할 수 있을 뿐이다. 

 

티에리 솔레르, 이익을 위해 몰두하는 법

오드센에서 전진하는 공화국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티에리 솔레르는 2018년 7월 17일 낭테르 사법경찰서에 감치됐다. 그는 탈세, 독직, 부패, 사회재산 남용, 불법 선거자금 조달, 공직 청렴 고등위원회 미신고 등의 혐의로 2016년 9월부터 수사 대상이었다. 국회에서 가장 부유한 10명 중 1명인 이 국회의원은 자신이 일하던 기업들에 유리하도록 자신의 지위를 이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자신의 전 고용주들 중 한 명의 부인을 ‘국회 보조’라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일자리에 채용하기도 했다.

솔레르 의원은 마크롱 대통령의 당에 합류하기 전에는 공화국 당원이자 프랑수아 피용의 대변인이었다. 그럼에도 사회주의자인 장자크 우르보아 법무부 장관이 2017년 대선 1, 2차 투표 사이에, 형사범죄 및 특별 사면청(DACG: 법무부 산하 기관-역주)로부터 솔레르 의원을 상대로 개시된 사전 수사 관련 기소 파일을 받아 솔레르 의원에게 전달해 작은 호의를 베풀었다. 이 두 사람은 만일에 대비해 암호화된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이용해 대화했다.(1)

2018년 6월 19일, 우르보아 장관은 ‘직업상 비밀 유지의 의무 위반’으로 공화국법원 예심위원회로부터 심문을 받았다. 법무부 장관이 이런 위험을 감수했다는 사실은 (징역 1년형 및 1만 5,000유로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임), 그가 마크롱 지지자들 중 떠오르는 별처럼 나타난 인물에게 자신이 한 일에 대한 감사 인사를 받기 바랐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2018년 12월 17일, 최고법원 소속 대검찰청은 우르보아 장관을 공화국법원 예심위원회로 돌려보냈다.

기업 문화부 장관

2018년 10월 16일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된 프랑크 리스테르는 대중운동연합(UMP) 소속 센에마른 지역 전 국회의원으로, ISG 경영대학교에서 학위를 받았고, Essec에서 지자체 관리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이력은 비즈니스와 정치 생활의 변함없는 공존을 잘 보여준다. 그는 아르튀르 앙데르센 사무소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쿨로미에 코뮌 의회 의원이 됐고, 시장, 국회의원 그리고 공화당 중앙정치국 위원직을 수행하면서 주식회사 리스테르(푸조 판매 대행사)의 대표를 맡았다. 

경영학 학위를 받았고 ‘후즈후’ 인명사전(세계적으로 이름난 현존 인물에 관한 인명사전-역주)에 스스로를 기업 대표이자 “동시에” 정치인이라 소개하는 문화부 장관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마크롱 대통령이 창작과 예술, 그리고 문학에 대해 어떤 개념을 지녔는지 알려주는 아주 강력한 신호다.

 

글·미셸 팽송 Michel Pinçon, 모니크 팽송-샤를로 Monique Pinçon-Charlot
사회학자, 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연구 디렉터. 본 기사는 2019년 1월 31일 파리 Zones 출판사에서 출간되는 이들의 저서 『Le Président des ultrariches. Chronique du mépris de classe dans la politique d’Emmanuel Macron(초부유층들의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의 계층 경시 정치 연대기)』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Cédric Pietralunga, Anne Michel, ‘De nombreux millionnaires parmi les membres du gouvernement(정부 각료들 가운데 수많은 부자들)’, <르몽드>, 2017.12.16, Jean-Louis Dell’Oro, ‘Voiture, immobilier, actions…, Le patrimoine du gouvernement Philippe ministre par ministre(자동차, 부동산, 주식…, 필리프 정부 장관들의 재산)’, <Challenges>, Paris, 2017.12.26.
(2) Linh-Lan Dao, ‘Les stratégies des lobbys(로비의 전략)’, <France Info>, 2018.06.18, www.francetvinfo.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