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중국의 위태롭고 실용적인 관계의 비밀

2019-01-31     이자벨 파콩 l 에콜 폴리테크니크 조교수

관계 정상화를 목적으로 열리는 미-러 정상회담은 러-중 관계에 혼란스러움을 준다. 러시아는 대체 무엇 때문에 미국과 마찰 중인 중국과 협력하게 된 것일까? 러시아와 중국은 양국관계를 강화했지만 양국 모두 자국의 이익 수호를 우선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익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서구의 논평가들은 러시아와 중국 간의 협력 관계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위태롭다고 지적한다. 한편, 러시아와 중국의 지도자들은 끊임없이 양국 간의 협력관계가 견고하다고 선전하며, 양국은 서로 강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과시하고 있다. 

러시아의 한 정치학자의 말에 의하면, 2014년 크림반도의 병합과 돈바스 지역 분쟁에 따른 국제위기 이후에 양국 간의 관계는 ‘동맹’ 단계로 넘어갔다. 이는 “가장 높은 정치적 차원에서의 공감과 상호이해를 뜻한다. 즉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에 접근할 기회가 증가하고, 중국 인민해방군이 러시아의 군사 기술에 접근하는 것이 용이해지고, 중국-유럽을 잇는 기반시설 건설 프로젝트를 위해 러시아 영토를 사용할 기회가 많아진다는 뜻이다.”(1)

사실상 어려운 국면은 넘어섰다. 2014년, 러시아는 망설임 끝에 중국 공군에 S-400 지대공 미사일 체계와 Su-35 전투기를 판매하기로 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모두 미국이 아시아에 미사일방어시스템을 배치하는 것을 반대했고, 이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결정했다. 이 협력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2014년 5월, 천문학적인 금액의 ‘시베리아 파워(Power of Siberia)’ 가스관(대 중국 수출용 가스관–역주) 계약이 체결됐으며, 중국은 서구의 경제제재(미국과 유럽연합이 크림반도를 병합한 러시아를 비난하며 경제제재를 가했다-역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러시아 야말 LNG 공장 건설 프로젝트의 주요 자금원이 됐다.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는 해당 프로젝트에서 지분 20%를, 중국 국영투자기금인 ‘실크로드 펀드(Silk Road Fund)’는 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불안정한 러시아가 중국의 부상에 맞서

2018년 6월 6일, 막 4선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중국공영라디오인 미디어 코퍼레이션(Media Corporatio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에 대해 긴장을 늦추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중국 간 관계를 “매년 더 높이 올라가고, 점점 더 튼튼해지는 건물”에 비유했다. 그리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신뢰할 수 있는 좋은 친구”라고 표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로봇공학과 컴퓨터공학,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이로운 상호작용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고, 상하이협력기구(SCO) 확대를 축하했다. 상하이협력기구는 구소련 해체 후 결성된 ‘상하이 5국(Shanghai Five)’을 모태로 해서 2001년에 출범했다. 상하이협력기구에는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이 속해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위 국가들이 위치해 있는 중앙아시아 지역의 안정화를 걱정했고, 그 결과 탄생한 상하이협력기구는 2007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가입하면서 ‘전 세계적인 기구’가 됐다고 푸틴 대통령은 말했다.(2)

러시아 국민들은 중국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민간여론조사기관인 레바다 센터가 2017년 12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중국을 러시아의 ‘적’으로 평가한 사람은 응답자 중 2%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미국과 우크라이나, 유럽연합을 러시아의 ‘적’으로 평가한 응답자(각각 67%, 29%, 14%)와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수치다. 2018년 2월에 발표된 또 다른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중 70%가 중국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부정적인 답변을 한 사람은 13%에 불과했다. 

러시아와 중국 당국은 모두 냉전 이후 국내 개발에 관심을 뒀다. 하지만 국내 개발은 우호적인 국제적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양국은 과거의 갈등을 극복하고, 마침내 지속가능한 유대관계를 구축하기를 바랐다. 실제로 19세기에 체결됐던 여러 ‘불평등 조약’에서부터 1950년대 말 이후 두 거대 공산국가 간에 있었던 이념 대립과 우수리 강(러시아에서는 다만스키섬, 중국에서는 전바오섬이라고 부름) 충돌로 절정에 달했던, 지속적인 접경지역 분쟁까지 양국관계는 항상 간단하지 않았다. 1990년대 초, 한 중국학자는 양국 간의 지속되는 긴장 관계가 “각국의 정치·경제·사회적 발전을 크게 저해한다”며, 이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3) 

러시아와 중국은 공통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4,000km에 달하는 국경선을 확정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2004년까지 해당 계획은 완성되지 않았고, 실제로 국경선이 확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러시아와 중국은 양국을 가르는 핵심 장애물을 극복했다. 또한 양국은 군사 및 안보 관계를 안정시켰다. 2009년에 양국은 국경 지역 간의 협력에 대한 10년 계획(세부계획 168개 포함)을 수립했다. 또한 불법이민, 상품밀수, 환경문제 등 향후 긴장관계를 야기할 문제를 전담하기 위해 양국 정부 차원에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양국관계에 있어서 긴장을 완화하고 건설적인 분위기를 정착시키려는 열망은 상대국의 사안에 개입하지 않도록 하는 상호 간의 약속으로 이어졌다. 사실상 양국은 공통적으로 양국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제3국에 대해 불신을 내비치고 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우선순위도 정권유지다. 양국은 냉전 이후 서구국가, 그중에서도 특히 미국이 자국의 지정학적 이익 및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체제전복적인 술책을 지원하거나 더 나아가 조직하기까지 했다고 생각한다. 구소련 국가에서 일어난 ‘색깔 혁명(Colour revolution)’도 이런 방식으로 해석됐다. 

러시아는 조지아의 ‘장미혁명’(2003년)과 우크라이나의 ‘오렌지혁명’(2004년)에 대해 특히 염려했지만, 중국이 가장 염려했던 것은 키르기스스탄의 ‘튤립혁명’(2005년)이다. 튤립혁명으로 인근 지역이 불안정해지고,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분리독립운동이 일지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4) 러시아와 중국은 ‘아랍의 봄’에 서구가 개입한 것으로 생각했다. 양국은 “미군이 양국의 동맹국에 주둔하고, 미국이 이 국가들에 정치적 지원을 함으로써 (…) 용납할 수 없는 제약을 가했다”고 생각하면서, 국경 지역의 안정성 문제를 중대하게 바라보고 있다.(5)

바로 이 점이, 양국이 공통으로 접하고 있는 중앙아시아 지역에 왜, 적어도 현재까지는 강한 긴장감이 존재하지 않는지를 매우 확실하게 설명해준다. 중국은 2000년대 초부터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경제적 영향력을 신속하게 키우면서도, 러시아의 ‘주변국(Near abroad: 구소련 위성국-역주)’에 속하는 이 지역에서 정치·안보 리더십을 두고 러시아와 대립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역사적으로 협력의 토대가 있었다. 양국은 중국-구소련 간 과거 국경선의 경계를 지정하고 지역적 불안정성에 맞서기 위해 1996년부터 ‘상하이5국’이라는 다자간 플랫폼을 구축했다.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와 길게 국경을 접하고 있고(카자흐스탄을 통해서), 중국 역시 북서쪽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를 통해 중앙아시아와 길게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이후 상하이협력기구가 된 ‘상하이5국’은 ‘테러리즘, 과격주의, 분리주의’에 집중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 문제에 대한 합의를 쉽게 도출할 수 있었다. 제2차 체첸 전쟁(1999~2009) 이후 카프카스 지역의 분리주의자들의 위협을 두고 러시아는 이슬람 급진주의자들과 연관시켰으며, 중국은 신장 자치구의 무슬림과 연관시켰다. 이 두 지역 출신 중 일부 사람들은 이슬람국가조직(IS)에 가담하기도 했다. 

중국 관리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인 행동에 찬성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경계하면서도, “중국의 외교관과 지도자들은 (…) (우크라이나) 사태를 초래한 원인을 알고 있다. 그 원인에는 서구가 구소련 국가 내에서 일련의 ‘색깔 혁명’을 지원한 것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동쪽으로 확장함에 따라 러시아에 압력이 가해진 것 등이 포함된다”고 강조했다.(6) 

러시아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미국이 이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중국의 입장을 지지했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취하던 방식에서 조금 벗어나, 2016년에는 중국과 함께 남중국해에서(물론 영유권 분쟁의 대상이 되는 지역에서 벗어난 곳에서) 합동해군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7) 그다음 해에 양국 해군은 수년간 NATO와 러시아가 갈등을 빚어온 발틱 해에서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양국은 양자 간에, 그리고 국제적으로도 많은 문제에 연루돼 있다. 하지만 신망 높은 러시아 외교 심의회는 2017년의 외교성과를 검토하는 보고서에서 2018년의 과제로 중국과의 정치·경제 관계에서 커지고 있는 비대칭성 극복을 언급했다. 해당 심의회는 러시아의 외교적 행동의 주요 목표 중 하나를 중국과의 격차가 심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8)

사실상 양국 간 관계는 지난 사반세기 동안 많은 면에서 특히 경제적으로 러시아에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양국 간의 관계가 좋을 때는 이 불균형이 커진다고 해도 그것이 자동적으로 러시아의 안보와 주권에 대한 위협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양국 간의 불균형적인 관계는 국제적인 지배력을 노리는 러시아의 야망을 좌절시킨다. 국제통화기금에 의하면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GDP는 세계 GDP의 17.7%를 차지하고 있고(구매력평가지수 기준), 이는 세계 GDP에서 3.19%를 차지해서 12위에 오른 러시아의 GDP보다 10배나 높은 수치다. 그리고 러시아에 있어서 중국은 2010년 이래 가장 큰 교역 상대국(대외 무역의 15%)인 데 반해, 중국에게 있어서 러시아는 교역상대국 중 9위에 불과하다. 2014년 중국-러시아 간 무역이 950억 달러였을 때(2003년에는 160억 달러였음), 중국-유럽연합 간 무역은 6,150억 달러에 달했고, 미국과의 무역액은 5,550억 달러에 달했다. 

양국 간의 교역구조도 문제다. 러시아는 주로 원자재를 수출하고 공작기계와 산업장비를 수입한다. 러시아 무기 수출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 경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2014년 이후 중국과 무기(S-400, Su-35) 판매계약을 체결한 것도 교역 의존성 때문이다. 중국의 러시아 투자 규모는 러시아의 중국 투자 규모보다 훨씬 크다.(9)

양국 간의 불균형은 국경지역에서도 존재한다. 러시아 당국의 입장에서 러시아 극동의 상황(탈산업화, 인구 감소 등)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이 지역개발 프로그램이 실패할 경우, 이 지역영토에 대한 주권을 상실할 가능성도 있다. 주권 상실의 위험이 있다는 것은, 부분적으로 인구통계학적 비대칭성(중국 북부 지방은 1㎡당 인구가 100명이지만, 이 지역의 경우에는 1.1명에 불과)과 관련이 있다.(10) 또한 1990년대 이후로 발전한 중국 경제활동과도 관련이 있는데, 경제발전은 이 지역의 민감한 상황과 관련해 역사적으로 깊었던 갈등의 불씨를 다시 지폈다. 19세기 말 무렵, 이미 아무르 지역과 프리모르스키 지역에 대한 러시아 제국의 통제가 약해졌고, 그 결과 중국 상단의 영향을 받는 독립적인 지역들이 형성됐다. 크렘린에서는 이들 중국 상단의 활동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11)

1990년대 초, 중국 상인들은 극심한 경기침체를 보이던 극동 러시아 시장에 투자를 했고, 그곳에 다량의 소비재를 수출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 상인들은 상업뿐 아니라 농업과 건축 등의 다양한 분야에도 진출했다.(12) 그 증거로 2009년의 협력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양국 정부는 수년 전부터 중국 북동부 지역과 러시아 극동지역 간에 경제관계를 잘 조정하고 규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러시아 극동지역은 중국 북동부 지역의 ‘천연자원’ 시장과 마찬가지여서 중국은 지역발전을 염려하는 반면, 러시아는 통제를 염려한다.(13) 러시아 측이 이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항상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아니었다. 이는 재정 자원 부족과 무기력한 관료들이 이유이기도 했지만, 중국의 경제 영향력에 대한 지방정부와 연방정부 간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지배력을 유지하고 싶어 했고, 그 결과 2012년에 극동 개발부를 창설했고,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로켓 발사대를 건설했으며, 바이칼-아무르 철도를 현대화했고, 아시아에 대한 외교정책을 재조정했다.

물론 러시아는 극동지역의 발전에 외국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외국인 투자가 여러 곳에서 나오기를 원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력 없이는 지역개발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외국인 노동력이 다양한 곳에서 유입되기를 선호한다. 러시아가 적용한 방법의 성공 여부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다. “이웃 국가인 중국에 과도하게 경제를 개방하는 것이 아닌가, 극동지역은 다각화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고 단순히 원자재 공급지가 돼버리는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들이 그 예다.(14)

러시아는 또한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의 경제적 팽창을 억제하려 노력 중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는 상하이협력기구 내에서 자유무역지역의 창설이나 개발은행의 설립을 (카자흐스탄과 함께) 반대했다.(15) 이는 유라시아경제공동체 설립 당시 세웠던 초기 목표에도 속한 것이었다. 유라시아경제공동체는 러시아와 구소련 공화국 4개국(타지키스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사이의 경제 통합을 목표로 2015년 1월에 설립됐다. 하지만 현재 러시아에 남은 선택권은 제한적이다. 왜냐하면 위 국가들은 중국과 양자 간 협정(에너지, 투자 등)이 자국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면 협정체결을 망설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중국의 금융 경쟁력에 맞서기에는 영향력이 별로 없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중국은 중앙아시아 국가에 융자 및 신용을 더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중국 또한 중국국영은행으로부터 아주 혹독한 협상 조건으로 해당 자금을 차용해야 한다).

더욱이 크림 반도 합병 이후 유라시아경제공동체 회원국들은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해 큰 불신을 드러냈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간섭에 걱정을 표했다. 러시아는 우려스러울 만큼 영향력을 지닌 중국과 인접해있다는, 지정학적 이점 덕택에 얻을 만한 공감대를 잃은 듯 보인다. 또한, 러시아는 중국의 투자가 중국-러시아 간의 ‘광범위한 합의’ 및 경제적 합리성과 연관된 지정학적 고려사항을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목격해야만 했다. 게다가, 러시아가 염려한다고 해서 중앙아시아 내에서의 중국의 동력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이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속한 코카서스 지역과 우크라이나에서도 마찬가지다).(16) 

그나마 러시아는 2015년 5월에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유라시아경제공동체가 연결될 것이라는 양국 대통령의 공동발표 덕분에(당시로써는 꽤 피상적인 방식이었지만) 체면을 차릴 수 있었다. 3년 뒤로 예정된 중국-유라시아경제공동체 경제·무역협력협정(세관검사, 지적재산권, 부문 간 협력, 공공조달, 전자상거래, 경쟁 등)의 체결이 가시적인 효과를 가져올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견고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양국 모두 안정을 원하고, 미국을 필두로 한 서구 국가들이 양국의 인접국가에 개입하는 것을 양국 모두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국이 주요 국제문제에 대한 견해를 어떻게 표명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면, 상대국을 불편하게 하는 계획은 거부할 것으로 보이지만 말이다. 또한 양국관계에서 강자의 입장인 중국의 경우, 스스로 길을 만들고 자국만의 노선을 개척할 것이다. 중국은 러시아에서의 프로젝트가 경제적인 이익이 될 때, 그리고 선례를 따라 러시아가 서구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하지 않는다면, 러시아에 투자할 것이다.

양국 간 힘의 차이를 좁히는 것은 러시아의 몫이다. 양국 간 힘의 차이는 러시아의 이미지를 망가뜨리고, 아마도 앞으로 안정을 해칠 수도 있다. 이에 러시아는 새롭게 방어태세를 취했다. 이는 중국 화신에너지(CEFC)가 러시아의 국영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Rosneft)의 지분 14% 매입을 포기하게 했다. 지금까지 러시아는 갈등의 근원을 줄이고 신뢰관계 수립에 많은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중국의 위험’을 한 방향으로 모으는 데 만족해왔다. 러시아가 중동에서 활발한 외교·군사적 활동을 벌임으로써 양국 간 권력관계가 확실하게 재조정됐고 ‘중국의 위험’은 일시적으로나마 잠잠해졌다. 중국의 국방비 예산은 러시아의 국방비 예산보다 훨씬 높지만(국제 전략 연구소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중국의 국방비 예산은 1,500억 달러, 러시아의 국방비 예산은 456억 달러), 러시아는 핵무기 측면에서 중국을 훨씬 앞서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이 산업협력과 러시아에 부족한 기반시설 개발에 기여함으로써 양국 간 경제적 비대칭을 극복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도 같은 생각인지는 알 수 없다. 중국은 상대국인 러시아를 존중하지만, 어떤 문제에 관해서든 자국의 페이스를 러시아에 맞출 의무는 없다. 이제 공은 러시아 측에 있다. 현 상황에서 러시아는 경제적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국제관계에 있어서 보다 개방적인 접근을 맞이할 것인가?  

 

글·이자벨 파콩 Isabelle Facon

프랑스 전략연구재단(FRS) 연구원 및 에콜 폴리테크니크 조교수.

번역·이연주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Dmitri Trenin, ‘Russia’s Asia strategy: Bolstering the eagle’s eastern wing’, Russie.Nei. Visions, n° 94, Institut français des relations internationales (IFRI), Paris, 2016년 6월.

(2) 사실상 상하이협력기구(SCO)는 이념적으로 동질성이 없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카슈미르에서 대립하고 있고, 인도와 중국은 국경 문제를 계속 해결하지 못했다. -편집자 주

(3) Yang Cheng, ‘Sino-Russian border dynamics in the Soviet and post-Soviet era: A Chinese perspective’, Discussion Paper, septième conférence de Berlin sur la sécurité en Asie(아시아 안보에 대한 제7차 베를린 회의), 2013년 7월 1-2일.

(4) Marc Lanteigne, ‘Russia, China and the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Diverging security interests and the “Crimea effect”’, dans Helge Blakkisrud et Elana Wilson Rowe(sous la dir. de), Russia’s Turn to the East: Domestic Policymaking and Regional Cooperation, Global Reordering Series, Palgrave McMillan, Basingstoke, 2018.

(5) Dmitri Trenin, ‘Russia’s Asia strategy: Bolstering the eagle’s eastern wing’, art. cit.

(6) Fu Ying, ‘How China sees Russia’, Foreign Affairs, New York, 2016년 1월-2월. 푸잉은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외사위원회 위원장이다.

(7) Didier Cormorand, ‘Et pour quelques rochers de plus…(국제법의 중심에 놓인 남중국해 분쟁)’,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6년 6월호‧한국어판 2016년 7월호.

(8) ‘La politique étrangère de la Russie: regard sur 2018(러시아의 외교정책: 2018년을 기준으로)’ (러시아어), n° 36, RSMD, Moscou, 2017.

(9) 상동

(10) Jean Radvanyi, ‘Les paradoxes de l’Extrême-Orient russe : façade maritime dépressive cherche nouveaux moteurs de croissance(러시아 극동의 역설: 움푹 들어간 해안선이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Regards de l’Observatoire franco-russe>, Le Cherche-Midi, Paris, 2015.

(11) Malin Østevik & Natasha Kuhrt, ‘The Russian Far East and Russian security policy in the Asia-Pacific region’, dans Helge Blakkisrud et Elana Wilson Rowe(sous la dir.), Russia’s Turn to the East, op. cit.

(12) Jean Radvanyi, ‘Les paradoxes de l’Extrême-Orient russe(러시아 극동의 역설)’, op. cit.

(13) Tobias Holzlehner, ‘Economies of trust. Informality and the State in the Russian-Chinese borderland’, dans Caroline Humphrey(sous la dir. de), Trust and Mistrust in the Economies of the China-Russia Borderlands, Amsterdam University Press, coll. ‘Asian Borderlands’, 2018.

(14) Jean Radvanyi, ‘Les paradoxes de l’Extrême-Orient russe(러시아 극동의 역설)’, op. cit.

(15) Alexander Gabuev, ‘Taming the dragon: How can Russia benefit from China’s financial ambitions in the SCO?’, <Russia in Global Affairs>, 2015년 3월 19일, http://eng.globalaffairs.ru

(16) ‘Chine-Russie: Moscou à l’initiative face aux nouvelles routes de la soie chinoises(중국-러시아: 중국의 뉴실크로드에 대항하는 모스크바의 이니셔티브)’, <Revue Défense nationale>, n° 811, Paris, 2018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