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군부, 무엇을 원하는가?

2019-01-31     라울 시베치 l 작가

작년 10월 28일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포병장교 출신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가 55.1%를 득표하며 브라질 38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투표 날 저녁에 벌써 수천 명의 지지자들이 거리로 나와 ‘군의 재집권’을 축하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주(州) 니테로이 시(市)에서는 브라질 국가대표 축구팀 유니폼 색깔의 티셔츠를 입은 보우소나루 후보 지지자들이 지나가는 군 수송차 대열을 환호하며 ‘브라질 국기는 빨간색이 아니다’라고 구호를 외쳤다.

빨간색 국기는 그들이 보기에 2002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당선되고 2016년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당할 때까지 브라질이 공산국가였다는 것을 암시한다. 장갑차 위에 앉아 있던 군인들 역시 불끈 쥔 주먹을 휘두르며 시민들의 환호에 화답했다. 언론은 이 모습을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군의 지지를 보여주는 예로 취재 카메라에 담았다. 

실제로 올해 1월 1일 공식 취임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정부 주요 요직에 군 출신 인사들을 지명했다. 부통령, 국방부 장관, 과학기술부 장관, 광산 및 에너지 장관 그리고 의회와의 관계를 담당하는 정무부 장관 등 22개 부처 가운데 7개가 예비군을 포함한 군 출신으로 채워졌다. 군 독재 시대(1964~1985)의 몇몇 정권에서보다도 더 많은 수의 군 출신이 입각한 것이다. 브라질에 민과 군 공동 정부가 들어선 것일까? 

브라질은 남미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다. 군산 복합체가 다리를 받치고 있고 여러 개의 전략 연구 센터가 머리 역할을 하는 브라질군은 행정부에 영향을 끼치고 경제정책에 관여하고 심지어 독재시대 끝 무렵 그랬던 것처럼 직접 권력을 행사하기까지 하면서 국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군이 원하는 것은 제툴리우 바르가스 군사정권(1930~1945) 시기에 수립돼 20세기 내내 구축된 국가발전 비전을 지속하는 것이다. 이 시기 군은 산업화를 주창했다. 산업화가 지정학적 주권을 보장하는 필수조건이라 믿었고, 따라서 국가 근대화에 미온적인 대지주 세력에 맞서기까지 했다. 현재 세계적인 브라질 기업 대부분이 이 시기에 국영기업으로 설립된 것이다. 

브라질 고등군사학교(ESG)는 군의 싱크탱크로 군이 정치적,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도구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국방대학(National War College)을 모델 삼아(브라질 군부는 전통적으로 친미성향이 강하다), 1949년에 설립됐고 국방부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 70년 동안 8천여 명의 인재가 배출됐는데 그중 절반이 민간인이다. 고등군사학교 웹사이트에서는 기업인들뿐 아니라 4명의 대통령을 비롯, 여러 명의 장관과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을 배출했다고 자랑하고 있다.(1) 하지만 구체적인 이름은 명시돼 있지 않다.

1952년 고등군사학교 연구부장으로 임명된 지정학 전문가 골베리 두 코우투 이 실바 장군은 브라질군의 장기 전략을 다음과 같이 수립했다. 공산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과 동맹을 맺고(동시에 친미정책이 브라질 이익 우선 정책을 가로막는 일은 피하면서), 태평양 지역으로 진출해 브라질의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 19세기 후반 미국의 팽창주의 이데올로기-역주)’을 실현하고 아마존 지역의 통제권을 확실히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군의 야심 찬 계획은 1990년대를 강타한 신자유주의 물결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정치 불안정(군은 절대 인정하지 않지만)에 더해 경제침체까지 겹치면서 그때까지 “번창 일로를 달리고 있었던 브라질 군수산업이 크게 타격을 입었고 지금까지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조암 에반스 핌의 분석이다.(2) 지금도 브라질의 무기 수출은 로켓 체계인 아스트로스II와 엠브라에르 사(社)가 제작한 경공격기 EMB 314 슈퍼 투카노로 국한돼있다. 이 두 무기는 모두 1980년대에 설계된 것이다. 정치적으로 우파인 군과 룰라 대통령의 동맹이 부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양 진영이 브라질의 주권을 공고히 함에 있어 국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에 뜻이 일치했기에 가능했다.

룰라 대통령의 집권은 단절을 의미하기도 했다. 군사정권을 제외하고 룰라 정권만큼 군의 관심사, 특히 골베리 두 코우트 장군이 제시했던 사안에 관심을 가졌던 정권은 없다. 룰라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지역 통합 정책은 브라질이 아마존 지역을 통제하고 국경을 넘어 특히 태평양 지역으로 진출하려는 군의 야망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더구나 2008년 남미국가연합(UNASUR, 우나수르)이 결성되면서 도로건설, 하천운송망 조성, 통신망 구축 등 국가가 주도하는 거대 기반시설 개발이 진행된 것이 룰라 대통령과 군의 전략 실현에 큰 도움을 줬다.  

 

국가방어전략(END) 사업을 가로막는 문제들

룰라 정권하에서 브라질은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 장기전략 비전을 갖췄다. 이 비전은 ‘국가방어전략(포르투갈어로 END라 불린다)’이라는 이름으로 2008년 발표됐다. 국가방어전략은 야심 찬 기술적 진보뿐 아니라 ‘배우고 일하고 생산 수단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국민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브라질은 진정한 독립국이 아니다’(3)라는 경제적‧사회적 성찰도 담고 있다. 고등군사학교처럼 국가방어전략 역시 주권 수호를 위한 노력에 군사적 주권뿐 아니라 경제, 사회, 지정학적 주권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룰라 대통령의 노동자당 집권 시기에 국가방어전략 사업의 가장 큰 수혜자가 오데브레히트 사(社)다. 오데브레히트는 1940년대에 건설회사로 시작해서 군사정권 하에 사업을 다각화했고(4) 2010년에는 군수산업 분야에서 크게 성장했다. 룰라 대통령 대선 운동을 지원하며 집권 전부터 노동자당에 가까웠고 브라질 해군과 석유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함정 제작사업을 담당하게 됐다. 국가방어전략 사업에 따르면 오데브레히트가 잠수함 여러 척 외에도 초계함 62척, 호위함 18척, 항공모함 2척을 제작하기로 돼 있는데 현재 오데브레히트가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바람에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브라질의 심각한 경제위기 역시 국가방어전략 사업을 늦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계획에 따르면 브라질군은 2047년까지 잠수함 20척, 핵 추진 잠수함 6척, 항공모함 1척을 소유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계획대로 된다면 브라질은 남대서양에서 가장 막강한 해군력을 보유하게 된다), 지금으로서는 모든 분야에서 목표 변경이 불가피해 보인다. 브라질의 첫 핵미사일은 2023년이 아닌 아마도 2029년쯤에 가능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2016년 8월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 2018년 4월 룰라 대통령의 재구속 그리고 보우소나루 대통령 당선 등 일련의 사건들을 브라질군은 내심 반기고 있다.

군의 분위기가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군의 문제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례로 지난 1월 4일 에르네스투 아라우주 신임 외교부 장관은 “대통령이 브라질 영토 내에 미군기지 설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발표했다. “분야에 무관하게 미국과의 협력관계를 확장하고자 한다. (…) 미군기지 건설은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여러 사업 중 가장 광범위한 것이다.”(5) 미군기지 건설 계획은 오는 3월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브라질 국빈 방문 때 확정될 것이다. 그런데 아라우주 외교부 장관의 발표가 있던 당일 3명의 장성과 3명의 고위 장교가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외국 군 기지 설치는 국가가 공격을 받았을 때 반격능력보다 더 큰 외부의 위협이 있을 때만 정당화될 수 있고 ‘그 경우 위협에 맞서기 위해 약자는 강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고 브라질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6)

또 다른 문제도 있다. 군의 ‘정치화’와 민영화 정책이 그것이다. 민영화는 정부 내에서 가장 강력한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고 있고 그 선두에 시카고학파 경제학자인 파울루 게지스 신임 경제부 장관이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당선된 지 겨우 15일 후에 에두아르두 빌라스 보아스 육군 장군은 브라질 최대 일간지 <호랴 디 상파울루>와 가진 인터뷰에서 정치문제로 군에 구멍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 ‘군과 행정부 사이에 경계선을 명확하게 그어야 한다는 것’이 자신의 의지라고 밝혔다.(7) 그런데 빌라스 보아스 장군은 작년 4월 룰라 대통령에 대한 재구속 판결과 관련해 연방대법원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군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이라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는데(2018년 4월 4일) ‘룰라’ 대통령이 석방될 경우 쿠데타를 일으키겠다는 협박이나 다름없었다.

인터뷰에서 빌라스 보아스 장군은 군의 여러 싱크탱크가 구축한 ‘개발 이데올로기’를 강조했다. 개발 이데올로기는 ‘위대성’과 국가를 위한 계획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보우소나루 후보의 당선으로 그동안 표출되지 못하고 잠복해있던 민족주의 에너지가 분출됐고 그래서 대선 결과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라고도 덧붙였다. 페르난두 아제베두 이 실바 신임 국방부 장관 역시 같은 생각이다. ‘예산 문제를 넘어서 군 전체의 전략과 사업에 산소를 제공하는 것’(8)이 자신의 임무라고 밝혔다. 그런데 문제는 긴축 재정과 통화주도정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우소나루 정부의 기조와 국가 개입을 통해 지정학적 주권을 확고히 하려는 군의 야심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것이다. 

대선 기간에, 후에 경제장관이 되는 게지스는 몇몇 에너지 대기업의 민영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물론 보우소나루 후보는 민영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공기업의 민영화가 군의 입장에서는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우려는 광산 및 에너지 장관 지명 과정에서 표면화됐는데 에너지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자신들과 친분이 있는 인사를 장관에 앉히기 위해 애썼고 후보명단까지 제안하며 군이 손을 쓰기 전에 친기업적인 벤투 코스타 리마 해군 제독을 임명시키는 데 성공했다. 

정부가 약 4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의 운명도 불확실해졌다. 게지스 장관은 완전한 민영화를 원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아파트식’ 판매 그러니까 페트로브라스의 일부 사업 부문(영업과 유통)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브라질의 최대 기업을 통째로 팔려고 했다가 잘못될 경우, 크나큰 정치 위기를 불러올 수 있고 의회에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이는 꼭 피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유능한 협상가 기질은 없어 보이는 브라질의 신임 대통령이 과연 자신을 받치고 있는 지지대를 안정감 있게 세울 수 있을까? 브라질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막강한 군사력

브라질의 군 병력은 33만 9,000명이고 연간 국방예산은 220억 달러로 국내총생산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이 수치는 남미 전체 평균인 1.6%보다 낮은 것이다. 참고로 콜롬비아는 3.4%, 에콰도르는 2.2%, 우루과이는 2%, 칠레는 1.9%이다. 

22만 명의 병력을 가진 육군이 3군 중 가장 비중이 높다. 육군은 탱크 581대, 중전차 469대, 100여 대의 수송헬기와 전투헬기를 보유하고 있다. 

해군은 6만 명의 병력과 잠수함 5척, 호위함 8척, 초계함 3척, 헬리콥터 모함 1척, 강습상륙함 3척, 해양 경비정 30척과 하천 경비정 30척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헬리콥터 80대와 소규모 전투기 부대가 있다. 

7만 3,000명의 병력과 770대 항공기를 보유한 브라질 공군은 병력과 화력 면에서 남미 최강이다. 엠브라에르 사(社)를 통해 슈퍼 투카노 같은 경전투기를 생산하고 있다. 공군에 약 200여 대의 슈퍼 투카노가 있다. 

 

글·라울 시베치 Raúl Zibechi
『Brasil Potencia. Entre la intergración regional y un nuevo imperialismo(강력한 브라질: 지역통합과 신제국주의)』 (Desde abajo, Bogota, 2012)의 저자

번역·임명주 mydogtulip156@daum.net 
한국외국어대 통역대학원 졸업

 

(1) ‘Escola Superior de Guerra inicia curso inédito em Brasília’, 국방부, 2018. 3. 27, www.defesa.gov.br
(2) ‘Evolución del complejo industrial de defensa en Brasil’, 주이즈 데 포라(Juiz de Fora). 연방대학교, 2007.
(3) ‘Estratégia nacional de defesa’, 국방부, 브라질리아, 2008.
(4) Anne Vigna, ‘브라질에도 ‘삼성’이 있다(Les Brésiliens aussi ont leur Bouygues)’,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3년 10월호. 
(5) Paulo Rosas, ‘Chanceler confirma intenção de sediar base militar americana no Brasil’, UOL, 2019. 1. 5, noticias.uol.com.br 인용.
(6) Roberto Godoy, ‘Oferta de Bolsonaro aos EUA para instalação de base gera críticas entre militares’, UOL, 2019. 1. 5. 인용 .
(7) ‘Bolsonaro não é volta dos militares, mas há o risco de politização de quartéis’, diz Villas Bôas’, <Folha de São Paulo>, 2018. 11. 10.
(8) ‘A política não está e não vai entrar nos quartéis, afirma futuro ministro’, <Correio Braziliense>, 브라질리아, 2018. 1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