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령 '저지'섬, 세계 제일의 '탈세 천국'

르포 - 자본주의의 탈선 지대

2008-12-01     올리비에 뮬러 시란 | 언론인

 투기 자본 물밀듯… 은닉·도피 자본 9조 유로
탈세 천국에 대한 프랑스의 공세가 관련자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은 빗나갔다. 10월 15일 프랑스 대통령은 브뤼셀에서 국제 금융 분야의 어두운 곳을 제거하자고 호소하면서 완강하고 충격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지역 신문은 이 사실을 몰랐다.
그 다음 날에도 이 섬의 유일한 일간지인 <저지 이브닝 뉴스>는 인도에서 열린 영연방 대회에서 저지 선수들이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는 것을 헤드 기사로 실었을 뿐이다. 프랑스의 유력 미디어들이 전 세계에 미칠 충격을 강조하는 판국에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벽력같은 경고에는 주의를 보내지 않았던 것이다. 술렁거리는 위험을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힘의 역학 관계를 냉철하게 알고 있다는 것인가!
프랑스 해변에서 20여 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이 섬은 공식적으로는 자치국이라지만, 영국 왕실에 소속되어 있다. 주민 1인당 국민 총생산은 룩셈부르크와 버뮤다에 이어서 세계 3위에 랭크된다. 미국의 경제 분석가인 마틴 설리반의 분석에 의하면 2006년에만 이 섬에 뿌려진 자본은 6천 250억 유러에 달한다. 이 중엔 물론 서민들의 몫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에 의해서 이 섬에 은닉되어 있는 9조 2천만 유로에 비한다면 너무나 작은 액수다.
전 세계에 걸쳐서 상존하는 70여 탈세 천국들의 과도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저지섬은 분명 시장에서 자신의 몫을 확고히 하려 한다. 지난 해까지 저지는 외국계 회사들에게 10%의 세금을 부과했다. 그런데 가장 근접한 경쟁 상대인 르만섬이 한 발 앞서 나가 돈벌이가 되는 이들 자본에 매기는 세금을 완전히 없애 버렸다. 이에 충격을 받은 저지섬이 한 술 더 떠서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자국 금융 서비스 회사들에게만 10%의 세금을 부과하되, 다국적 기업 자본으로부턴 1센트만을 받기로 하였다.    
이처럼 경쟁이 과다해지면서 새로운 기금을 유인하기 위한 조치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2008년 1월 1일부터는 최소 100만 달러를 소지한 자는 누구라도 별도 통제나 허가 없이 설립되는 차명회사를 통하여 투기행위를 할 수 있게 하였다. 이와 같은 '혁신'적인 조치들은 투기 자본이나 규제를 받지 않는 이윤을 바라는 다른 대체 투자 관리회사들의 요구에 크게  화답하고 있는 것이다. 속칭 백만장자들의 관광 안내소에 따르면 2008년 2~10월 사이에 만 24개의 '회사'를 설립했다고도 한다. 물론 그 동안 증시가 붕괴했고, 수익성이 악화되어 그 명성에 금이 가긴 했지만 헤지펀드는 이 섬에서 더없는 만족을 느끼고 있다.



부자 면세, 세금 포탈 '신탁' 활성화
그러나 이 지역의 강점은 신탁회사에 있다. 신탁회사는 매우 편리한 제도다. 이는 배우자나 후손 혹은 차명을 통해서 개인 자산이 쉽게 세금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한다. 형식적으로는 자산 보유자가 아니면서도, 실제로는 소유할 수 있는 것이다.
예외적인 상황에서 몇 몇 불행한 희생자들이 발생할 뿐이다. 2004년 아스말의 축구 선수가 이혼 때문에 영국 당국의 추적으로 이 섬에 은닉된 자산을 들킨 경우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축구 클럽이 티에르 앙리 등 소속 스타들에게 지급한 상여금의 세금 포탈이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는 그야말로 예외적인 경우다. 섬 당국도 이런 상황을 즐기는 듯 하다.
신탁의 이점은 신탁이 거의 모든 통제로부터 벗어나게 할 뿐만 아니라, 위기 여부를 불문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으로부터도 안전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제도가 자본주의 개편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이 같은 해외 지역에서의 '블랙홀'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일갈한 사르코지 정부의 수상인 프랑수와 피용의 칼날로부터 안전할 것인가? 저지 섬의 수상인 프랭크 워커는 이에 응답을 피했다.  
<저지 이브닝 포스트>의 전 소유주인 워커 수상은 10명으로 구성된 정부를 이끌고 있는 데, 그중 6명이 백만 장자들이다. 당연히 이들로 시선이 옮겨갈 수 밖에 없다. 상원의원이자 사업가인 필립 오즈노프는 런던 비즈니스 스쿨 출신으로 명예 직함을 소지하고 있다. 그는  2008년 금융 용역을 제외한 모든 용역과 모든 재화에 3%의 세율을 부과하는 '재화와 용역세(GST)'를 만들어냈다.
이 세금은 외국계 회사에게 세금을 면해줌으로써 생기는 1억 1천 600만 유러의 재정 결손을 충당하려는 것이었다. 의약품이나 학생용품 등 모든 일차 필수품에는 세금이 부과되나, 요트의 유류는 면세됨으로써 '저지섬답다'는 소리를 들었다. 요트 소유자들이 이미 충분한 구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기상 천외한 제도인 셈이다.
그래서 모든 섬 사람들이 화를 내고 있다. 그들은 "GST야말로 정말 미친 짓이다. 노숙자보고 부자들의 세금을 대신 내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분을 삭이기도 한다.

 병적 사회 환경…민주주의와 거리 멀어
이 섬에선 그러나 반대를 공적으로 표명하는 데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조직화된 반대당도 독립적인 미디어도 존재하지 않는다. 영국 총노조 소속의 유일한 노조가 있는 병원과 운송 분야마저 탄압의 위험에 처해있다. 노동시간에 대한 법적 규제, 해고나 실업 수당, 파업권을 가로막는 불법 조치들에 대한 규제도 없다. 이 섬의 거의 유일한 반대 조직인 '변화를 위한 시대'라는 단체의 설립자인 닉 르 코뉴는 "우리는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 자신이 한 금융 회사의 법률가이기도 한 그는 "사회 정치적 자유의 부재는 금융 제도에 유리하게 작용하며, 이것이 이 나라를 사로잡아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서는 가난한 자들까지도 다른 계층에 속하는 일원과 연결되기 때문에 두려움을 갖게 됩니다. 문화적 요인도 더해집니다. 본질적으로 시골 출신들이기 때문에 계급 의식이나 영국에서와 같은 노동자 의식도 없습니다"
이처럼 병적인 사회적 환경은 개혁의 정당성을 지지하는 사람들마저 체념하게 만든다. 상인들은 세금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GST를 반대하며 상원의원 오주푸의 세금에 반대하는 서명에 1만 9천명이 참여했다. 이 조그만 섬의 역사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저지 이브닝 포스트>나 BBC 저지국, 기타 민간 TV 채널에서는 아무런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저지 이브닝 포스트>의 크리스쳔 허버트 기자는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의 확고한 가치들'이라는 기사에서 "현재와 같은 세금 폭풍 속에서 저지가 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들은 안정과 사회 통합, 그리고 안전이며, 이를 위해 지혜를 발휘할 것"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GST에 대해선 양보가 없다.

 그 와중에 어부 출신 닐 맥머리는 그 자신이 저널리스트가 되어서 손자를 돌보지 않는 시간이면 카메라를 손에 들고 오주프를 열심히 추적한다. 세금에 관한 '코멘트'를 얻기 위해서다. 그러나 '오주프 씨!'라고 연거푸 부르는 소리에도 손사레를 치면서 도망치듯 빠져나가는 모습이 볼 만하다.

투기 장려, 자본 도피·은닉의 보고, '자본주의 이방 지대'
부유한 이주민에 면세…세금 포탈 전문가들의 본고장

 

 탈세 천국 아닌 세금중립지역?
우리도 오주푸에게 면담을 신청했으나 그는 거절했다. 대신 그의 대변인인 전 HSBC 은행의 금융 책임자였던 제프 쿡에게 인도했다. 맥머리의 말처럼 이 곳에선 금융과 정치가 한솥밥을 먹는다. 그나마 솔직하다는 제프 쿡은 그가 회장직을 맡고 있는 저지 금융 주식회사의 4층 건물에서 우릴 만났다. 이에 앞서 <저지 이브닝 포스트>와의 대담에서 그는 리만 브라더스의 파산을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허약한 주인공들은 무대를 떠나야 하며, 금융 시스템이 바로 이 시점에서 자유화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금융 시스템의 자유화? 상당히 놀랍다. 프랑스 대통령이 처방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는 "먼저 저지는 탈세 천국이 아니라 세금 중립 지역"이라고 강변했다.
"우리는 미국, 독일, 네델란드와 정보 교환 협약도 맺고 있으며, 스칸디나비아 국가와 프랑스와도 같은 조약을 맺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들 중 어느 국가든 자국민이 자산을 저지에 은닉하여 탈세하고 있다고 의심이 들면, 우리에게 케이스 별로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누구든 은밀한 사생활을 지닐 권리는 있습니다. 우리 고객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사태가 정말 심각하다면 우리는 기꺼이 협조할 것입니다"
게다가 그는 "국제 사회가 틀리지 않았다"고 했다. 2002년 OECD는 바하마나 쿠크 섬, 지부롤터, 파나마 등 26개 지역과 함께 저지 섬을 '탈세 천국'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같은 해 IMF는 저지 섬이 "금융 통제와 자본 세탁과 테러리즘 지원 자금 방지 분야에서 국제적 기준을 확실히 준수하고 있다"고 축하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럼에도 저지 섬에서는 금융이 통제를 받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그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쿡은 "역시 저지 금융 서비스 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일하면서 이를 잘 감시하고 있다"고 변명했다.
'저지 섬은 유럽의 저금통'
그럼에도 쿡은 상당히 무거운 논쟁거리를 꺼내 들었다. "프랑스의 경우 개인의 비밀 존중과 협력 관계라는 맥락에서 우호적인 협력 조약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세금의 '블랙홀'을 사라지게 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앞서 상원 의장인 제라르 라세르가 프랑스의 상·하원에 '저지가 국제 규약을 준수하는 잘 통제되는 금융 허브'임을 보장하는 수상의 편지를 대신 전달하는 형식으로 협정이 조인됐다.
홍보와 판매에 노련한 전문가답게 쿡은 이 섬에 넘쳐나는 '현금'의 위력을 인용하며 프랑스 의원들의 힐난을 가볍게 일축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풍족한 지불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저지 은행들은 높은 수준의 현금 보유고를 자랑합니다. 구대륙에서 현금이 절실하게 필요하게 될 때 이는 더욱 위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언젠가는 프랑스도 저지가 유럽 경제에 기여한 공로를 감사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이 '저금통 논리'는 프랑스가 이 섬에 파견한 재무관들의 숫자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 곳에서 'SG 프라이비트 뱅킹'으로 불리는 '소시에테 제네랄'이나 '베엔페-파리바'는 "완벽하게 정직한 거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 '거래'는 부엌가구를 사는 협상 수준이 아니라, 유전 개발 프로젝트 수준이다. 그 때문에 '거래 수당'을 받는 자가 프랑스인이 아닐 경우, 파리와의 관계가 삐걱거릴 가능성도 농후하다.
쿡은 "우리나라에서는 부자들이 가난한 자들보다 더 적은 세금을 낸다"고 했다. "이는 문화의 차이겠지요. 당신네 나라에서는 그들이 지불하는 세금에 의해서만 부자들이 유용한 존재가 된다고 판단합니다. 여기서는 부자들이 자선을 하는 등 사회공동체에 기여하는 다른 방식이 있습니다."
이 곳에선 가장 부유한 계층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20%의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자산에 따라서 감세 혜택을 누린다. "수입이 많은 사람들은 처음 50만 유로에 대해서 20%를 내고 그 다음 순차적으로 적게 낸다"는 것이다. 결국은 아무 것도 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부자들, 자신이 낼 세금 '협상'
저지 정부는 이미 억만장자들로 넘쳐나는 이 땅에 더 많은 부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1 K 1'이라는 특별 범주를 설정했다. 이는 결국 소중한 이주민들이 직접 당국과 자신이 낼 세금 액수를 협상하는 것이다. 또 혜택을 받는 자가 어떤 단체에 기부를 함으로써 택지 사용을 약속받기도 한다.
여기서 법이라는 것은 별 의미가 없고, 오직 변호사와 회계사가 언제나 그 틀을 마련한다.저지 금융 전문가인 죤 크리스쳔은 "일련의 법률가들이 어떤 정부가 내놓은 통제나 감시 제도를 하나하나 검토해서 그 약점을 찾아내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일하는 자는 그 누구라도 세세한 것까지 다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운이 나빠서 조사 당국이 의심스럽다고 간주되는 자금 유입을 탐지했다 해도, 언제나 먼저 알아차립니다. 한발 앞서가는 것이죠. 그래서 경고가 뜨자마자 먼저 자금을 이동시키고 새로운 비밀 계좌로 이체시킵니다. 물론 그 비용은 상당합니다만 그들이 지닌 자산에 비한다면 무시해도 좋을 액수죠"
진정 프랑스는 저지를 퇴출시키기를 원하는 것인가. 저지의 주택부 장관 테리 르 메인은 이를 믿지 않는다. 그는 적긴 하지만, 중고 자동차 사업에 손을 대어 그런대로 재산을 축적했다. 70세인 이 노인은 프랑스와 저지의 관계에 대해서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프랑스 인들이 걱정하는 것은 탈세 천국이 아닙니다. 오히려 세금을 경감받지 않고는 사업을 벌일 수 없다는 것이겠지요. 당신네 나라에서는 기업이 노조에 의해 운영됩니다. 사르코지는 그 상황에 종지부를 찍기를 원하고 있고요. 우리 정부가 그의 개혁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이유입니다"   
    번역 | 이진홍  memosia@ilemonde. com *

'옛 해적의 고장', 유령회사·금융 사기로 맥 이어

 "우리에게 해적질은 오래된 역사의 전통입니다. 영국령 노르망디 섬은 예전에는 바다의 해적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했으며, 오늘 날에는 금융 해적들에게 천국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독학으로 공부해서 역사학자가 된 마이틀 던은 자신의 저가 임대 주택 방에 쌓여있는 고문서를 뒤적이면서 먼 옛날 카리브해의 해적에서부터 오늘날의 탈세 천국에 이르는 역사를 설명했다. 원래 건축가였던 그는 해적질과 그 변천사를 연구하기 위해서 역사학자가 되려고 그 직업을 그만 두었다. 탈세 천국은 저지섬 말고도 많다. 검시 섬, 르만 섬, 지브롤터, 카리브해의 버진 열도, 버뮤다, 바하마, 카이만 열도, 앤티카, 말타, 세이셀 등등.
노련한 역사학자가 아니더라도 지난 세기에 이 조그만 땅 덩어리에 얼마나 많은 해적들과 밀렵꾼, 탈세꾼들이 지나갔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당국은 언제나 이러한 비정상적인 행위를 막는 데 무기력했으며, 이는 오늘 날에도 마찬가지다.
저지 섬은 그 법적 위상도 불완전 하다. 필요할 때는 종속국이 되기도 하며,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면 자치국이 되기도 한다. 17세기엔 그 유명한 모건 대위가 자마이카 총독에 임명되었고 그 삼촌인 토마스가 저지 섬의 지사로 임명되었다. 둘 다 세금을 징수하고 밀매를 막으려는 런던의 시도를 사사건건 방해한 것으로 유명하다. 오늘날의 저지섬 지도자들도 똑같다.
던은 1990년 마이클 버트 변호사 사무실이 옛 소련에 지급했던 국제 보조금의 상당 부분을 전용하기 위해, 피마코라는 유령 회사를 저지에 세웠다는 서류를 보여준다. 그러나 한번도 이 사건은 추적 된적이 없다는 것이다. 버트는 오늘 날 저지의 대법관보이다.

공적자금 '꿀꺽'… 먹고 튄 '포르티스'

 금융위기 와중에 10월 초 해체된 포르티스는 새로운 소유주에게 탈세 천국의 자회사를 덤으로 넘겨주는 효과도 주었다. 다국적 기업연구소가 최근 발행한 서류에 따르면 포르티스는 전 세계 곳곳에 약 300여 개의 사무소를 소유하고 있다. 그 중엔 포르티스 가문의 문장을 자랑스럽게 부착한 곳도 있다.
기실 수 십년 전부터 거대 은행들은 자산과 일부 계좌들을 감추고 무한정 자산을 유인하기 위해 온갖 종류의 혼란스런 이름으로 탈세 천국에 의존해 왔다. 이처럼 일반화된 현상에 대해선 당국의 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은행 주식을 94억 유로에 베엔페-파리바에 넘기기 전에 포르티스는 112억 유로의 공적 자금을 삼켜버렸다. 이 돈은 베네룩스 국가가 지불한 것이었다.
그러면 이 추락한 그룹의 해외 지사들은 어찌될까. 베엔페-파리바에 소속되는 것인가? 그래도 베엔페는 포르티스의 건전한 자산분만 손에 넣었다고 선언했다. 소액 주주들은 차치하고 베네룩스 삼국과 베엔페-파리바의 투기에 부담을 느껴온 고객들은 어찌할 것인가? 더욱이 저지 섬에서 매우 활발한 활동을 해왔던 포르티스 소유의 스칼디스 캐피탈 주식회사는 180억 유로에 달하는 투자금을 고 위험성 투기에 쏟아넣었다. 인터넷 사이트 포르티스 비즈니스 컴에 의하면 이 자금은 완전히 익명이다.
지난 10월 2일 한 네덜란드 신문은 스칼디스가 2007년 회계에서 1억 유로의 순손실을 감추었다고  폭로했다. 이 그룹의 관계자는 그러나 "정상적인 관레에 따른 것이었다"고 강변했다. 재무부 장관인 부테르 보스는 "전 세계적으로 건전하다고 명성이 자자한 은행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발표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일주일 후, 새 소유주가 된 포르티스 사장단은 모나코에서 가장 비싼 고급식당에 자산 중개인들을 불러 들여 연회를 배풀었다. 1인당 케비어 가격이 무려 3천 유로였다.

 


*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독일인 프리랜서로, 금융 분야의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