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보수주의자, 오바마
[서평]
이른바 ‘보수주의 세력권’에는 두 가지 전통이 있다. 하나는 에드먼드 버크와 벤저민 디즈레일리 같은 영국 출신 정치가들에게서 영감을 얻은 전통적 보수주의다. 전통적 보수주의는 이데올로기와 급작스러운 변화에 부정적 태도를 취하며, 무엇보다 기존의 질서를 추구한다. 또 하나는 반동적 보수주의로, 과격하고 단호한 태도를 취한다. 반동적 보수주의는 엘리트와의 투쟁을 통해 세상을 해체해 더 나은 세상을 새로 만들려고 한다. 그러므로 혁명적인 것까지는 아니어도 급진적인 사조라 할 수 있다.
이런 반동적 보수주의는 미국 역사에 늘 존재해왔다. 반동적 보수주의가 새롭게 도약한 것은 매카시즘 시대 이후부터다. 1965~75년에는 자유주의가 최고의 가치 중 하나가 되었고, 민주당은 의원들의 탈당을 겪었으나 공화당은 전통적 보수주의와 반동적 보수주의, 민주당에서 탈당한 의원들을 규합했다.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집권 시절에는 이런 변화가 더욱 뚜렷해졌다.
하지만 ‘미국의 당통’이라 할 수 있는 뉴트 깅리치, ‘미국의 로베스피에르’라 할 수 있는 토머스 드레이는 저자가 ‘보수주의의 쇠퇴기’라고 표현한 시기의 시작을 열었다. 토머스 프랭크가 ‘해체팀’(2)이라고 명명한 사람들이 새롭게 신봉하려는 가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집권 아래서 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이런 가치는 실제로 신보수주의자와 기독교 우파가 손잡고 전통적인 보수주의가 소외되면서 힘을 얻게 된다.
라디오 사회자 러시 람보와 인기 정치인이자 전 알래스카 주지사인 세라 페일린이 주축이 되는 반동적인 보수주의는 정치·경제·국제와 관계된 이슈에는 점점 관심을 보이지 않는 대신 ‘문화 전쟁’과 ‘전통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투쟁에 열정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 라디오와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미디어 덕에 공화당은 계속 기반을 유지하고 선거에도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아울러 새로운 미디어는 현 대통령 오바마가 사회주의자이며 나아가 반미주의자라며 비난의 공세를 퍼붓는다.
그러나 전기작가이자 위태커 챔버스, 윌리엄 버클리처럼 영향력 있는 보수주의자인 타넨하우스는 공화당 출신의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1953~61년 집권),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 빌 클린턴(1993~2001년 집권), 그리고 현 대통령 오바마가 진정한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이런 패러독스가 나온다. 전통적 의미에서의 보수주의가 현재 잘나가고 있는데, 자칭 보수주의자라고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들(미국인이 영국 식민지 권력에 대항한 1773년 보스턴 차 사건에 영감을 받음)은 오히려 정치권 전반에 대한 민중의 투쟁을 요구하고 있다.
글•이브라힘 와드 Ibrahim Warde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각주>
(1) 샘 타넨하우스, <보수주의는 죽었다>, 랜덤하우스, 뉴욕, 2009.
(2) 토머스 프랭크, <랙킹 크류: 보수주의자가 어떻게 정부를 망쳤고 자신의 배를 불렸으며 국가를 거덜냈는가>, Metropolitan Books, 뉴욕, 2009. ‘조지 W. 부시, MBA 대통령’,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9년 2월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