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의 투쟁, 소녀의 성장 外

[서평]

2010-10-08     알린 샹브라

<위대한 것>  데이브 에거스

미국 소설가 데이브 에거스가 집필한 <위대한 것>은 서문에 나와 있는 것처럼 결사활동 운동가 발렌티노 아차크 뎅의 인생을 그린 소설이다. 수단 출신인 발렌티노는 수단 내전을 겪고 에티오피아와 케냐의 난민촌을 전전한 뒤 미국으로 망명했다. 저자와 주인공의 길고도 깊은 소통을 담은 <위대한 것>은 전기와 자서전의 중간 형태를 띤다. 허구, 진실, 주관적 관점이 교차하는 이 작품은 뎅의 인생 이야기, 나아가 수단 내전 동안 목숨을 잃은 250만 명의 이야기를 힘찬 문체로 전한다. ‘평화협정’이 맺어졌지만 지켜지지 않아 수단을 계속 뒤흔드는 내전, 내전이 가져오는 공포스러운 현실이 이야기로 전해진다.

이 작품은 정치적 분석을 하는 책도, 결의를 다지는 책도 아니다. 실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쓴 ‘폭로’ 문학에 속한다. 뎅이 8살 때 고향 마을 마리알 바이는 카타쿰에서 온 이슬람 민병들의 공격을 받는다. 뎅은 오랜 세월 난민촌을 여기저기 떠돈다. 그로부터 10년 뒤, 뎅은 미국으로 건너온다. 저자 데이브 에거스는 ‘잃어버린 어린 시절’을 겪은 주인공의 비극적인 여정을 글로 전한다.

뎅은 부모와 헤어진 뒤에도 부모가 건강하게 잘 사는지 확인할 틈이 없었다. 어른들이 왜 폭력의 향연을 벌이는지도 모른 채, 뎅은 일단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뎅은 어린이의 시각으로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한다. 뎅은 비극적인 현실, 야만적인 폭력을 씁쓸하게 느낀다. 이 무서운 세상에서 오로지 ‘노란 원피스’에 대한 추억, 에티오피아 카쿠마 난민캠프에서 느낀 풋사랑의 감정만이 뎅의 어린 시절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어린아이의 순진한 시각과 현실의 끔찍함(예를 들어 어린아이들은 걷다가 지쳐 길가 나무 아래에서 죽어간다)의 대비는 수단 내전의 비이성적 광기를 더욱 뚜렷하게 부각시킨다. “수단에서 죽는 일은 어린아이의 놀이처럼 간단하다. 특히 어린아이에게는 더더욱.” 저자는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뎅과 수단에서 보낸 뎅의 어린 시절을 교차시키며 에피소드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저자는 뎅의 이야기를 통해 담담하게 다룰 수 없는 너무나 인간적인 뎅의 여정을 전해준다. 아울러 투쟁의 힘과 해방의 힘을 말로 전하듯 생생한 문체를 보여준다.

글•알린 샹브라 Aline Chambras


반혁명 사상을 연구하는 이유

<계몽주의 비판>   지브 스턴헬

부제는 ‘18세기에서 냉전까지의 전통’이다. 포켓북이지만 총페이지는 무려 900쪽이나 된다. 방대한 페이지 안에 저자 지브 스턴헬이 30년 동안 벌인 연구 결과가 집대성돼 있다. 참고로 저자의 첫 저서 <혁명의 권리>는 1978년에 출간됐다.

이스라엘 대학교수인 저자는 히폴리트 텐에서 샤를 모라스까지, 오스발트 슈펭글러에서 아이자이어 벌린까지, 사상가들 전반까지 연구 분야를 확대했고 프랑스 혁명의 지식적 토대를 제공한 인물들이 남긴 유산을 비난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연대순이 아니라 ‘이성과 자연권에 대한 반항’, ‘편견의 정치 문화’, ‘불평등의 법칙과 민주주의 전쟁’, ‘민족주의의 지식적인 토대’ 등처럼 테마별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반혁명 사상의 300년 역사를 단순히 분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와 관련해 최근의 시사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냉전 시기에 나타난 제2의 ‘반계몽주의 사상’이 세계화 시대에 개인주의와 불평등주의 이데올로기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려주는 전조였다는 평가를 내렸다. 요컨대 저자는 지식인을 대표하는 인물에 속하며, 이 책은 저자의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