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교육을 약탈당하다

2019-02-27     디디에 줄로 l 경제학자

68혁명을 계기로 등장한 자유주의적 이상과는 정반대로, 오늘날의 직업교육은 비숙련 인력들을 위한 혜택을 축소하면서 고용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겠다며 정부가 도입한 새로운 제도는, 급여노동자들에게 직업교육 비용을 전가하면서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68혁명 이후 조르주 퐁피두 정권의 국무총리였던 자크 샤망-델마스는 더 이상의 사회운동을 막기 위해, 강력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었다. ‘새로운 사회’를 꿈꾸던 그는 1971년 투표를 통해 ‘지속가능한 평생 직업교육’ 관련법을 제정했다. 직업교육의 개념에 처음 주목한 이 법은 당시 사회 및 문화 고문이었던 자크 들로르에 의해 추진됐다.(1) 훗날 프랑수아 미테랑 정권에서 장관직을 지낸 들로르는, 10년 후에는 EU 집행위원장을 역임했다. 이 법은 ‘국가는 교육, 직업교육, 문화에 대한 모든 어린이와 어른의 평등한 접근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1946년 헌법 전문을 근거로 한다. 

고용주들은 이에 격렬하게 반대했지만 결국 교육비 지원의 의무와 급여노동자들의 장기유급개인교육휴가(CIF)의 권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급여노동자들은 이 법을 “1936년에 도입된 유급휴가 제도처럼” 받아들였다.(2) 그러나 그 후로도 고용주 단체들은 이 법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으며, 그 결과 직업교육 비용의 일부를 급여노동자들에게 부담시키기 위한 법들이 다수 제정됐다. 

 

직업교육에서도 두드러지는 ‘빈익빈 부익부’

지난 20년 동안의 여정을 되짚어보면, 우선 2003년 개혁에서는 ‘교육에 관한 개인권’에 의거해 직업교육 시간의 일부를 근로시간 외에 이행할 수 있게 하고 이에 대해 세후 임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3) 그리고 2014년 법은 교육지원금의 고용주 의무부담 최소비율을 임금의 1.6%에서 1%로 낮췄다. 1971년 법에서는 이 비중을 2%로 높였던 것과 상반된 결정이었다. 2018년 9월 5일에 도입된 ‘직업적 미래를 선택할 자유에 관한 법’의 경우에는 이전 법들의 연장선상에서 자유주의적인 측면들을 더욱 강조했다. 정부정책들 중 가장 중요한 ‘사회’ 정책으로 제시된 이 법은, 기업이 주장하는 노동시장의 ‘경직성’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평생교육과 직업훈련 시스템을 민영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권리와 접근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시스템에는 개혁이 필요하다. 오늘날 임원은 일반 노동자에 비해, 고학력 노동자는 저학력 노동자에 비해 2배의 교육을 받고 있다. 대기업 직원들도 교육의 혜택을 더 많이 누린다.(4) 그렇게 격차는 점점 더 벌어져,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대기업 소속의 임원보다 교육의 기회가 약 1/6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10명 미만 기업에 소속된 노동자가 직업교육을 받는 경우는 약 12%에 불과한 반면, 대기업 임원의 경우 약 68%가 교육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즉, 급여노동자 중 이미 교육의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은 직업교육의 혜택에도 가까운 반면, 교육의 혜택을 적게 받은 사람은 계속 교육의 혜택과는 멀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명백하게 드러난다. 5년 이상 일한 급여노동자들 중 졸업 이후 아무런 교육도 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이들의 대부분이 비숙련 노동자들(비숙련 노동자의 40% 이상, 임원의 15%) 또는 저학력자들(저학력자의 50%,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20%)이었다. 그리고 직업교육의 경험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중장년층보다 젊은 세대에서 더 적게 나타났다.(5) 

그러나 고용주 측의 주장과는 달리, 비숙련 급여노동자들이 교육에 관심이 없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최근 1년 이내에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비숙련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계속 교육을 받기를 원했다. 임원과 고학력 전문직 노동자의 경우 이 비율은 38%에 그쳤다. 결국 비숙련 급여노동자들의 ‘의욕 부족’은, 저학력자가 직종 분리(Occupational segregation) 모델에서 상위 단계로 올라가는 데 필요한 교육비용을 부담하지 않기 위해 고용주가 내세우는 핑계에 불과한 것으로 판명됐다.

 

교육지원은 줄이고, 기업예산은 늘려주고

그렇다면 새로운 법의 조항들은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 직업교육을 받을 권리를 과연 모두에게 보장할 수 있게 될까?

이번 법에 따라 실습생의 교육비용은 고용주가 부담하게 되지만, 그동안 비숙련 노동자들에게 교육에 대한 자유와 접근을 보장하는 몇 안 되는 제도 중 하나였던 장기유급개인교육휴가(CIF)는 폐지된다. CIF는 직종변경을 위한 직업교육개인계정(CPF, Compte personnel de formation)으로 대체되는데, 이는 재교육의 경우에만 사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프랑스가 성인이 된 이후 학업을 재시작하는 비율이 유럽 내에서 가장 낮은 국가그룹에 속해 있는 것은 상당히 아쉬운 점이다.(6) 

이와 같은 대대적인 변화는 급여노동자들의 새로운 자격증 취득을 위한 직업교육을 받을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프랑스 경제인협회(Medef)의 끈질긴 이의 제기에 의한 것이었다. 한편, 2014년 법으로 만들어진, 교육적립 계정의 일종인 CPF는 이제까지는 시간 단위로 계산됐으나, 2019년부터는 금액 단위로 계산법이 변경됐다. 이로써 급여노동자의 직업교육 기회는 약 절반으로, 특히 비숙련 노동자의 경우 1/3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 법이 공표되기 이전에 급여노동자는 CPF 제도에 따라 시간당 평균 35유로의 직업교육을 150시간 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최소 5,250유로의 ‘자본’을, 그리고 직업 자격증(CAP, Certificat d'aptitude professionnelle)이나 직업교육 수료증(BEP, Brevet d’études professionnelles)도 없는 경우, 최대 1만 4,000유로에 달하는 금액을 지원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오늘날에는 시간당 직업교육지원금이 최대 14.28유로까지만 허용돼, 지급액이 최소 2,142유로에서 최대 5,712유로까지로 제한됐다. 줄어든 지원금은 3,108유로에서 8,288유로에 달할 전망으로, 여기서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 아닌 비숙련 노동자들이다. 이 법보다 먼저 등장한 직업 간 협정(Accord national interprofessionnel)에 동의하지 않은 유일한 노조단체인 프랑스 노동총동맹(CGT)은 이런 변화가 “노동자들 간의 연대 및 상호부조 원칙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7) 

이 법은 크게 세 가지 논리를 근거로 한다. 첫 번째는, 개인의 권리를 공동체 차원에서 보장하던 기존 시스템에서, 급여노동자가 ‘고용성’ 향상에 대한 대가를 스스로 부담하게 하는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전환이다. 이로써 급여노동자들의 경제적인 부담은 커졌다. 이는 의료서비스 접근에서의 정책 변화와도 같은 맥락이다. 차기 연금 개혁안은 사회보장비용을 개인에게 부담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두 번째로, 자유주의적 시각에 기반을 둔 이 법은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바탕으로 직업교육에 대한 접근을 자율화함으로써 ‘직업교육 시장’을 개방시키고자 한다. 이제 급여노동자들은 공공 중재기관이나 합동기구 등을 통하지 않고 교육기관에 직접 연락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이 사설인 7만 개가 넘는 교육기관이 제공하는 무수히 많은 교육과정들 중 선택해야 하는 급여노동자들에게 이는 무의미하고 거짓된 자유일 뿐이다. 게다가 자신의 경력을 고려해 적절한 선택을 내릴 만한 인맥이나 배경이 없는 이들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 예상된다.

이득을 보는 측은 민간 부문이다. 민간 교육기관에서는 기업들이 보유한 약 80억 유로의 예산의 주인이 될 기회를 얻었다. 주로 급여노동자들과 비숙련 구직자들을 위한 공공직업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립성인직업교육청(AFPA)의 센터들 중 40여 곳의 폐쇄가 이미 결정됐으며, 2020년까지 약 1,500개의 센터들이 추가로 문을 닫을 것이라는 전망은, 이 법이 초래할 씁쓸한 결과를 예고하고 있다.

 

교육비용 부담, 고용주에게서 노동자로

해당 법은 직업교육에서의 불평등 현상을 타파하기는커녕, 오히려 직업교육기관들이 고수익의 가능성을 믿고 공격적인 판매경쟁에 돌입하도록 부추긴다. 이는 “(직업교육의) 중재가 기업들 간의 건전하고 합법적인 경쟁을 방해한다”는 고용주 단체의 최근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8) 또한 직업교육 시스템 개혁의 목적은 ‘직업교육 시장을 부흥시키는 것’이라 정의했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고용 및 수입 부문 총괄자이자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경제학자 서클(Cercle des économistes)’의 회원인 스테판 카르실로의 발언도 상기시킨다.(9)

물론 정부는 가격을 통제하고 실습 기간의 품질을 관리하겠다고 하지만, 효율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민간 부문의 특성상 직업교육의 질 하락이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이 법과 비슷한 논리로 2000년대 초반에 영국에서 도입됐던 개인학습계좌제(Individual Learning Account)가 결국 어떤 운명을 맞이했는지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 제도의 평가결과가 도출된 뒤 영국 정부는 제도의 폐지를 결정했다. 선택지가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극빈층은 혜택에서 소외됐고 직업교육 수요자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는 데도 실패했기 때문이다.(10)

세 번째로, 오로지 기업들의 요구 조건에 부합하기 위해 만들어진 페니코드(Pénicaud) 법에 따라 기존의 ‘직업교육 계획’은 ‘경쟁력 개발 계획’으로 대체됐다. 새로운 법은 급여노동자를 해당 직무에 최적화시키기 위한 활동에 집중하면서, 연봉책정 시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자격증 취득의 목표는 과감하게 버리고, 노하우와 ‘처세술’에 기반한 모호한 개념인 실무 능력의 향상만을 주된 목표로 삼았다. 고용주는 또한 다양한 접근법이 허용되는 교육 콘텐츠 덕분에 직업교육센터가 아닌 기업 내(또는 원격) 실습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 모든 조치들을 정착시키기 위해 정부는 직업교육의 지원방식을 바꿨다. 이로써 가계지출은 지난 20년 동안 거의 2배나 증가했고 고용주들의 투자는 점차적으로 감소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동 투자’라는 논리 안에서 급여노동자는 자신의 직업교육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게 됐다. 1993년과 2013년 사이에 직업교육의 총비용은 GDP의 1.5%에 달하는 320만 유로로 증가했지만(정부, 지역, 지자체, 전국상공업고용연합(UNEDIC), 기업의 직접 지출 등) 고용주들의 직업교육 비용 부담 비율은 3.4%에서 2.4% 이하로 줄었다. 

OECD는 2015년 발표한 ‘프랑스 경제 연구보고서’에서 이런 경향에 대해 ‘주로 임금공제를 통해 직업교육 비용을 충당하던 방식에서 좀 더 다양한 출처에서 비용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점차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자금조달 경로는 대대적인 수정을 거쳤다. 자금을 모집하는 주체는 합동기구에서 사회보장분담금 및 가족수당 징수조합(URSSAF)으로 바뀌었고, 직업교육 및 실습 시스템의 ‘거버넌스’는 국립 규제청(France compétences)에 일임됐다. 

또한 노조단체들이 합동기구 내에서 누리던 특혜들도 조정됐다. 물론 재고가 필요했던 부분도 있었지만, 이와 같은 개혁안은 급여노동자들의 직업교육을 장려하지 못한다. 경제적으로는 비효율적이며, 사회적으로는 불공정하다. 시민교육이 지녀야 할 해방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노동자에 대한 고용주의 권한을 강화시킬 뿐이다.  

 

 

 

글·디디에 줄로 Didier Gelot
경제학자, Copernic 재단 회원

번역·김소연 dec2323@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Lucie Tanguy, 『Former pour réformer. Retour sur la formation permanente(1954-2004)(개혁을 위한 교육. 평생 교육으로의 회귀)』, La Découverte, coll. <Recherches>, Paris, 2007년
(2) Jean-Marie Luttringer, ‘Formation: Delors 1971 vs Macron 2018(직업교육: 1971년 들로르 vs 2018년 마크롱)’, <Metis>, 2018년 3월 31일, www.metiseurope.eu
(3) Didier Gelot, Frédéric Neyrat, Agnès Pélage, 『Pour l’éducation permanente. Propositions pour la formation des salariés et des chômeurs(평생 교육을 위해. 임금 노동자 및 실업자 교육에 관한 제안)』, Syllepse–Fondation Copernic, Paris, 2005년
(4) ‘Bilan formation-emploi(직업교육-고용 종합평가)’, 프랑스 통계청(Insee), Paris, 2018년
(5) Jean-Michel Dumay, ‘Les lycées professionnels, parents pauvres de l’éducation(직업 고등학교, 저학력 부모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8년 3월호. 
(6) Jean-Louis Dayan, Agence Éducation et Formation(교육 및 직업교육청), 2017년 12월 28일
(7) Catherine Perret & Denis Gravouil, ‘Formation, chômage: pour la CGT, le gouvernement montre une volonté de déconstruire le système social français(직업교육, 실업: 정부가 프랑스의 사회 시스템을 붕괴하려 한다고 주장하는 CGT(프랑스 노동총동맹)’, <르몽드>, 2018년 6월 8일
(8) ‘Formation professionnelle, faire décoller l’investissement dans les compétences(직업교육, 경쟁력 향상을 위한 투자의 증가)’, Fédération de la formation professionnelle(직업교육협회), Paris, 2018년
(9) Stéphane Carcillo, ‘Big bang de la formation: les enjeux d’une réforme(직업교육의 빅뱅: 개혁의 관건)’, <Les Echos>, Paris, 2018년 3월 7일
(10) Jacques Freyssinet, ‘Royaume-Uni: formation professionnelle, des tentatives répétées pour sortir d’un équilibre de basse qualification(영국: 직업교육, 저숙련균형(Low Skill Equilibrium)에서 벗어나기 위한 반복적인 시도)’, <Chroniques internationales de l’IRES>, n° 163, Paris, 2018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