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를 약탈당하는 아프리카
대양이 치열한 개발대상이 되면서, 수많은 종의 번식이 위태로워지기도 한다. 프랑스, 스페인, 중국, 한국, 일본 그리고 러시아의 기업형 저인망 어선들이 물고기가 많은 아프리카 해양을 독점하면서, 대륙의 식량안보가 위협받고 있다. 물론 협정을 통해 부유한 국가들의 선박이 해안지대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합법적 권한을 얻기도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대규모 약탈이 더해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약탈에 맞서기란 험난해 보인다.
매우 탐나는 자원
1982년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에 의해 인정된 배타적 경제 수역(EEZ)은 외국 저인망 어선이, 허가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 연안에서 200해리 내로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들이 유럽 연합과 함께 ‘지속가능한 어업’ 협약을 체결했는데, 양자 협정, 자유 면허 또는 어업 협정 형태의 기업과 국가 간 개별 협정, 아프리카 기업들에 의한 외국 선박 임차 등 다수의 불투명한 시스템도 이 협약에 더해졌다. 외국 선박의 연안 인근 점유를 줄일 길은 자원고갈뿐이다. EEZ를 벗어나면, 포식 국가들이 필요 이상의 장비를 갖춘 자국 선단과 함께 지배자로 군림한다.
보츠와나의 수도 가보로네에 위치한 아주 넓은 사무실 안, 페르 에리크 베르흐 씨는 동아프리카해 먼바다의 해상교통 상황을 나타내는 위성 이미지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화면 속에서 이동하던 10여 개의 점들 중, 점 하나가 그의 주의를 끌었다. 건장한 체격을 지닌 백발의 이 노르웨이인이, 법과 규제를 무시한 채 아프리카 대륙의 수산자원을 차지하러 온 기업형 어선들을 추격해온 지도 20년이 넘었다. 해마다 그는 대부분 의욕이나 시설장비가 한참 부족한 지역 당국에 경고해, 그물로 수천 톤의 불법어획물을 실어 나르는 바다의 범죄자들을 감시하도록 하고 있다.
인도양에 머물고 있는 유럽연합 해군이 제공한 자료들을 현지에서 얻은 사진들과 대조해 확인하고, 위성 및 레이더 기록을 이용한 덕분에 베르흐 씨와 비정부기구 ‘Stop Illegal Fishing(SIF, 불법어업 중단)’ 소속인 팀원 10여 명은 지체 없이 용의자를 식별해냈다. 바로 그레코 1호다. 2016년 10월, 이미 수차례 어선의 깃발을 바꿨던 이 그리스 저인망 어선은 해안의 소규모 자영 어민들에게만 할당된 소말리아 영해에서 쇼핑 중이었다.
베르흐 씨는 SIF의 협력하에, 소말리아에서 모잠비크에 이르는 이 지역 연안 8개국이 참여하는 FISH-i 중재단에 즉각 이 사실을 알렸다. 빈약한 재원 때문에 지역 당국과 단체 사이에는 업무 분담이 이뤄진다. SIF가 지침과 자료들을 제공하면, 그린피스와 시셰퍼드(Sea Shepherd, 국제해양환경단체-역주)의 활동가들이 배를 타고 수색을 하고, 다른 이동수단이 없는 경찰 대원들을 태워 이들이 불법어획자들을 체포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 대표들이 개입하고 나섰다.
노르웨이인의 메시지가 사이드 자마 모하메드 어업 수자원부 차관에게 도착했을 때, 그레코 1호는 모가디슈 항 인근에 있었다. 차관에게 선박의 이름은 낯설지 않았다. 그레코 1호는 이미 여러 차례 자국 영해에서 탐지됐었다. 선박을 현행범으로 붙잡고, 또 선원들이 위조 서류들을 가지고 배에서 내리기 전에 그들을 막기 위해서는 재빨리 행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하메드 차관은 잘 안다.
모든 것을 앗아간 ‘강철 괴물’
그는 경찰에서 빌려온 스피드보트에 올라 적진에 뛰어든다. 어업부가 보유한 몇 안 되는 모터보트에는 해양출동을 위한 디젤이 늘 부족하다. 수색은 성과가 있었다. 저인망 어선 선창에는 약 30톤의 물고기들이 쌓여있었는데, 그중에는 꼬리돔이나 노랑촉수 같은 소말리아 바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종도 포함돼 있었다. 당국은 한 무더기의 위조서류도 찾아냈다. 10월 12일, 모하메드 차관은 사법수사 개시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그레코 1호는 이미 멀어진 상태였다. 모하메드 차관은 말했다.
“우리는 FISH-i 회원국들에 소말리아에서 오는 모든 선박들을 조사해 그들의 서류를 확인할 것을 요청했다. 우리는 절대 그레코 1호에 2016년도 허가를 내준 적이 없으니 회원국들에 그들을 체포해달라고 말했다. 정말 많은 선박들이 위조문서를 이용해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항해를 한다.”
언제나 변함없는 이야기다. 부유국의 중대형 선박 한 척이 세계 최빈국의 중요자원을 약탈한 후, 피해자들을 비웃으며 달아난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긴 3,000km의 해안을 감시하고자 소말리아가 보유하고 있는, 언제나 휘발유가 부족한, 몇몇 볼품없는 초계정으로 이런 조직적 포식에 맞서기는 역부족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물고기가 풍부한 영해와 더불어, 돈도 능력도 없는 정부를 가졌다. 그 덕택에, 러시아와 아시아 그리고 유럽 고기잡이 기업들에는 행운의 땅이다. 자국해역에는 어획자원이 고갈됐기 때문에 이들은 공선(Factory ship, 어획물을 냉장·냉동·가공할 수 있는 설비 등을 갖춘 선박-역주)을 보내 세계일주를 시키는데, 아프리카의 엘도라도가 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해상 당국은 대륙의 동쪽 해안에서 인도양을 휩쓸고 있는 저인망 어선 수백 척의 탐욕을 막아내는 것만으로도 이미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대륙 반대편 서쪽 해안에 쇄도하는 거대한 선박 무리 역시 또 다른 규모의 문제를 낳고 있다.
선박 식별 전문 플랫폼인 피시 스펙트럼 데이터 센터의 추산에 따르면, 지브롤터에서 케이프타운에 이르는 서아프리카 일대에 흩어진 600척의 선박 전부가 중국 소유다. 유럽, 러시아 그리고 터키의 경쟁자들 역시 이 공간을 두고 중국과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모리타니의 해변에서는 밤새 빛나는 화환처럼 수평선을 밝히는 저인망 어선들의 활발한 움직임을 지켜볼 수 있다.
“저녁부터 아침까지 사방이 불빛이다. 마치 대도시처럼….” 두두 세네 씨가 조용히 말했다. 이 어부가 세네갈과 모리타니의 국경해역인 생루이 해안에서 그물을 끌어 올린 지도 이제 35년이 됐다. 그는 외국 저인망 어선의 숫자가 조금씩 늘어나다가 급기야 자신의 생업환경까지 점점 위태롭게 만드는 것을 지켜보았다. 고기잡이가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인 세네갈 북부 해안에서, 거의 매일 움직이는 2만여 척의 쪽배들은 마을 공동체의 경제적 생존과 사회 통합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네 씨의 쪽배 규모는 14m다. 그는 문어를 잡기 위해 이틀이 멀다 하고 그 쪽배를 바다로 밀었다. 모든 것이 산산이 조각난 2017년 1월의 그 날까지도 말이다. 예전의 그는 근육 잡힌 팔과 청년의 민첩함을 가졌고, 민소매 선원복을 입고 니트 모자를 머리에 눌러 썼다. 하지만 지금 세네 씨는 침실에 틀어박혀 천장을 응시하며 자신이 마지막으로 바다에 갔던 날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일곱 자녀들 중 유일하게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고 싶어 하던 장남 유수파와 함께 새벽이 오기 전 출항 준비를 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유수파는 아버지에게, 이제는 걱정 말고 집에 계시라고 말할 수 있을, 좋은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들 중 한 명이 집안의 쪽배를 물려받아 모든 가족들의 부양까지 책임지게 되는 것이 세네갈의 관습이다. 장남 유수파는 뱃일의 혹독함에도, 점점 더 어려워지는 고기잡이 때문에 점점 더 멀리 항해를 해야 했음에도 낙담하지 않았다고, 아버지 세네 씨는 자부심을 가지고 말했다. “내가 일을 시작했을 때에는 해안가에서 30~40km 이상 멀어진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물고기를 찾으려면 최소한 130km는 나가야 한다”고 세네 씨는 말한다.
1월 16일의 그 새벽, 세네 씨와 그의 아들 그리고 세 명의 선원들은 해안에서 겨우 8해리(15km) 떨어진 곳에서 첫 번째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들이 막 아침기도를 마치고 그물을 던졌을 때, 유수파가 배의 뒤편에서 자신들을 향해 돌진하는 저인망 어선 한 척을 발견했다. 눈 깜짝할 새에 유수파의 아버지가 모터를 다시 켜고 가스를 넣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그 강철 괴물은 전속력으로 그들에게 돌진했다. “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물속에 있었다. 배와 한참을 멀어지고 나서야 물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라고 세네 씨는 이야기했다. 그도 그의 동료들도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었다. 유수파의 시신은 결국 발견하지 못했고, 세네 씨는 왼쪽 팔을 잃었다.
그곳에서 몇 km 떨어진, 북적이는 생루이의 해변에서는 무사귀환 한 어부들이 쪽배에서 뛰어내려 생선 상자들을 내리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무스타파 디엥 어부 조합 대표는 충돌이 “점점 더 자주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우리 생각에는 기업형 선박들이 밤이 되면 일정한 시각부터 자동 항해를 시작해, 키를 잡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다. 그들은 바로 앞에 있는 쪽배들을 더 이상 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멈추지도 않고 그대로 부딪치게 되는 것이다.”
유수파 세네의 목숨을 앗아간 그 사고는 돈을 둘러싼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의 결과이기도 하다. 불법어업이라는 저주에 설상가상으로 ‘합법’ 남획이 더해졌는데, 이는 연안 국가들과 선주들 사이에 이뤄진 비공식적인 (그리고 대개는 불투명한) 협약과 2014년, 유럽연합과 아프리카 10여 개국 사이에 조인된 ‘지속가능한 어업 협력을 위한 조약’에 의해 허가된 어획들이다. 이들 아프리카 국가들은, 가장 드넓고 물고기가 많은 해안에서 유럽 선박들에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자국 영해의 약 350km에 이르는 구역) 조업권을 넘겨주는 대신 기술 및 재정 지원(세네갈은 180만 유로, 모리타니는 6천만 유로 등 차이가 있음)을 받기로 했다.(1) 그러나 현지 어부들은 이 돈을 구경도 못 하며, 어업자원 관리를 위해 지급된 기금의 혜택도 보지 못한다.
“기업형 어업은 세네갈에 재앙이다.” 세네갈 자영 어부들의 플랫폼 대표이자, 세네갈 해양보호구역(AMP) 책임자인 압두 카림 살이 이렇게 평가했다. “그들은 금지된 구역에서 조업을 한다. 그들이 신고한 어획량은 결코 실제 어획량과 맞지 않는다. 5만 톤을 신고했다면 실제로는 10만 톤이다. 게다가 그들은 남획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해양생물들의 자연서식지를 파괴하는 장비까지 사용한다.”
여전히 걸음마 단계인 지역협력
자국 해안 근처에서는 어획량이 점점 더 줄어드는 바람에, 세네갈 어부들은 모리타니 바다로까지 나간다. 하지만, 이웃국가의 자국 내 자영어업을 허가하는 양국 간 조약이 2015년 만료된 이후, 모리타니는 침입자에게 총 쏘기를 더 이상 주저하지 않는다.(2) 여러 명의 세네갈 쪽배 어부들이 모리타니 해안 수비대의 총에 목숨을 잃었다. 2018년 1월, 8명의 동료 선원의 눈앞에서 일어난 19세 어부, 팔루 살의 죽음은 생루이에서 거친 항의사태를 촉발했고, 세네갈과 모리타니 간의 긴장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3주 후,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은 무함마드 울드 압델 아지즈 모리타니 대통령을 만나 새로운 협정을 체결하기로 약속했다.(3) 마키 살 대통령은, 세네갈에서 60만 명이 종사하는 어업 분야를 개혁하고, 부유국들의 요구를 조정하겠다는 공약으로 2012년에 당선됐다. 이후 세네갈은 법체계를 강화하고, 문제가 있는 여러 작업자들의 면허를 취소했으며, 부정행위를 줄이기 위한 자격제도를 수립했다. 추가보조금을 부여받은 어업 보호감시국(DPSP)은 더욱 높은 벌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해양과학프론티어 온라인에 게재된 불법어업에 관한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환영할 만한 노력이다.(4)
이 연구의 공동 저자인 다히아 벨아비브는 “신고도 제한도 되지 않은 극단적 형태의 불법어업을 제재하는 벌금이 많아짐에 따라, 불법어업에 따른 피해는 줄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녀는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인류와 환경이 어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소에서 ‘우리 주변의 바다(Sea around us)’ 프로젝트를 감독하고 있다. 벨아비브와 그녀의 모리타니·세네갈·감비아·기니·기니비사우·시에라리온 동료들에 의하면, 이들 6개국에서 이런 불법어업에 따른 손해는 한 해 20억 유로에 달한다. “불법어획량은 서아프리카에서 행해지는 합법어획량의 65%를 차지한다. 이는 이 지역 전체의 식량 및 경제 안보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UN에서 2050년까지 아프리카 인구가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 예측한 만큼 위급한 문제다.
저인망 어선들이 국경을 무시하는 상황임에도, 2017년 2월 25일 세네갈 해군의 정기 수색 때 발생한 사건이 보여주듯, 지역적 협력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그날 저녁 9시 무렵, 세네갈 당국은 자국 해역에서 불법어업 중이던 94m 규모의 공장선 고틀란드를 현장에서 적발했다. 감시 팀은 배에 오르기 위해 선장에게 무전으로 연락했지만, 고틀란드는 재빨리 달아나 버렸다. 이후 모리타니 해역에서 네 시간의 추격전이 벌어졌으나 모리타니 당국은 세네갈의 수색 지원요청을 거절했다. 고틀란드는 사라졌고, 추격자들은 분노한 채 세네갈로 돌아왔다.
“우리는 이웃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그들은 협조해주지 않았다.” 세네갈 어업보호감시국(DPSP)의 마마두 은디아예 국장이 한탄했다. “당신은 당신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항상 감시할 수 있지만, 이웃 국가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감시가 없다면, 선박들은 그곳으로 가서 숨어 있다가 우리가 항구로 돌아오는 즉시 다시 되돌아온다. 우리에게는 이 구역에서 24시간 수색을 유지할 여력이 없다.” 한편, 모리타니 수산자원 개발국(DGERH) 국장은 고틀란드에 관한 어떤 경보 메시지도 받은 바 없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연안국들은 자국 고유의 기업형 어업 선단을 구성하기보다는, 외국 작업자들에게 자국 영해 조업 허가권을 파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이런 조업권 판매가 이들 국가에 매해 4억 유로를 가져다주기는 하지만, 직접 조업에 나선다면 33억 유로의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5)
약탈자들이 버린 물고기를 주워 먹는 어부들
한편 몇몇 국가들은 해양자원을 더 잘 관리하기 위해 환경보호 단체들과 협력하기도 한다. 2017년 2월, 그린피스는 두 달간의 감시 임무를 위해 세네갈, 기니, 시에라리온 그리고 기니비사우 해안에 에스페란자 호를 급파했다. 소비에트 시절 러시아에서 건조된 이 웅대한 72m짜리 선박은 헬리콥터 한 대와 스피드보트들을 갖추고 있고, 이 선박에 승선한 활동가들과 선원들은 해안 경비대가 제공한 정보들을 사용해 의심스러운 대형 선박들의 위치를 파악한다. 그린피스 활동가들과 어업부 요원들로 구성된 팀들은 각 나라의 바다에서 7일간 수색하면서, 어떤 국가가 1년 내내 수색해서 체포하는 것보다 더 많은 선박들을 체포하고 있다. 붙잡힌 선박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등록된 것이었고, 다른 선박들은 유럽과 한국에서 온 것이었다.
아프리카 국가와 NGO들이 불법 감시를 위해 점점 더 자주 위성 이미지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수의 저인망 어선들이 발신신호를 위조하거나 비활성화시킨다. “배에서는 보이는 이 모든 저인망 어선들이 컴퓨터 화면에는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건 그들이 선박 자동식별장치를 껐다는 것”(6)이라고 에스페란자 임무의 대표를 맡고 있는 파벨 클링카메르 씨가 설명했다. 그는 취재진이 10일 이상 배에 머물 수 있도록 해줬다. 하루에 16시간씩 지도와 모니터 그리고 데이터 뱅크를 면밀히 조사하는 45세의 이 네덜란드 생태학자는 갑판에 올라 수평선을 가로지르는 선박들을 살펴볼 때를 제외하고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이 배들 중에 절반 이상이 신호를 송출하지 않는다. 숨어있는 배들이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한편 수십 년 집약어업의 결과가 현실로 나타났다. 작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모리타니에서 앙골라까지, 아프리카 해역에 서식하는 경골어류(골격의 일부 또는 전체가 굳고 단단한 뼈로 돼 있는 어류, 대부분 물고기가 여기에 속함-역주) 보유량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연안 주민들이 섭취하는 대부분의 식품에 속하는 51종 어류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었다.(7)
3월의 어느 아침, 파도가 높은 바다 한가운데서 에스페란자 호는 쓰레기 더미와 마주쳤다. 죽은 물고기 수백 마리가 물 위를 떠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선장에 의하면, 잘 팔리는 어종만 원하는 저인망 어선이 버린 것이라고 했다. 갑자기 두 척의 쪽배가 나타났다. 그 배의 선원들이 물에 뛰어들어 먹을 수 있는 물고기들, 특히 민어를 배로 가져갔다. 민어는 크고 살이 많아, 한 마리를 가지고 7~8명이 먹기에도 충분하다.
절망스럽게 몰려드는 이런 영세 어부들과, 이윤이 적은 물고기들을 배 위에서 버리는 기업들 특유의 행태가 대비된다. 압두 카림 살 씨는 이런 광경을 흔히 목격해왔다. “저인망 어선이 문어를 목표로 삼으면, 그들은 그물로 건져낸 다른 어종들은 물로 던져진다. 죽인 채로 말이다!” ‘우리 주변의 바다’의 추산에 따르면, 바다에서 잡히는 총 어획량의 10%에 해당하는 1,000만 톤의 물고기들이 매해 이런 식으로 사라지고 있다.(8)
에스페란자 호가 남쪽으로 향하고 있을 때, 배에 타고 있던 기니비사우의 공무원들이 코모로 국적 화물선 샐리 리퍼호와 동행하는 수상한 저인망 어선 한 척을 발견했다. 그린피스의 스피트 보트가 추격을 시작했다. 공무원 한 명이 무표정한 얼굴의 러시아인 선장에게, 저인망 어선의 물고기들이 바다 한가운데서 화물선으로 실린 탓에 불법 환적에 대한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그리고 항구까지 두 선박을 호송하겠다고 말했을 때 그는 반발하지 않았다. 몇 해리 너머로는 개입할 여력이 부족한 현지 당국들에는 작은 설욕전이었다.
기업들에 있어 ‘환적’은 물고기 포획에서 시장판매까지의 시간을 압축할 수 있는 빠르고 효과적인 수단이다. 특히, 사람들의 눈과 규제를 피해 바다 한가운데서 이뤄지는 작업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런 바다 위 환적은 합법어획물과 불법어획물들을 뒤섞어 원산지가 의심스러운 생산품을 신속히 상품화할 수 있게 해준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유럽연합에서는 매해 불법수입 되는 물고기가 1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9)
고틀란드나 샐리 리퍼처럼, 수많은 선박들이 유럽기업들을 위해 작업을 하면서, 대부분 가난하고 주의를 끌지 않는 외국적의 선박 뒤에 숨어 스스로를 보호하는데, 이 때문에 간혹 유럽연합의 징계를 받기도 한다.(10) 선주들에게 국제해양법은 맞춤식이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국기를 바꿔 달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일부는 겉치레식으로 국기를 빌려 다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선박의 이름을 마음껏 바꾸고, 위조문서들을 사용하거나 출자자의 신원을 감추기 위해 불투명한 조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고틀란드의 경우는 이노크 N.V.라는 벨기에 소재의 한 회사와 관련이 있다. 우리가 이 회사에 유선 연락을 시도하자 러시아 사무실로 연결됐고, 이 사무실에서는 또다시 고틀란드가 국기를 배서한, 카리브해의 작은 조세 천국,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으로 우리를 연결시켰다. 실제 소유주는 당연히 밝혀지지 않았다. 수사관들에게 혼선을 주기에 딱 좋은 몽타주다.
샐리 리퍼는 스페인에 소재한 시그룹 SL이라는 한 회사의 계열사처럼 소개되고 있지만, 반복된 접촉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와는 연락이 불가능했다. 이런 공식적인 소속관계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어업부는 이 선박이 자국의 한 재외국민 소유라고 공개적으로 부인하며 선수를 쳤다. 물론, 무기력했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스페인이 최근에는 비달 아르마도레스 같은 영향력 있는 선주들을 기소하며 불법어업에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비록, 작년에 있었던 비달 아르마도레스에 대한 재판이 대법원에서 패소했지만 말이다.
단백질은 빈국에서 부국으로 이동한다
소말리아에서는 드디어, 모하메드 어업부 차관이 희소식을 가져왔다. 그레코 1호가 몸바사 항구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경보가 케냐로부터 도착한 것이다. 몇 시간 뒤, 그의 팀은 케냐행 비행기에 올랐다. 신분증명서와 배의 닻까지 두고 급하게 모가디슈를 떠났던 인도인 선장과 그의 선원들은, 항구에서 제복차림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급습을 당했다. ‘환영위원회’는 케냐 경찰, 현지 항만 및 해양 당국 그리고 소말리아 대표들과 FISH-i 중재단원들로 구성됐다. “선박을 수색하면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물고기들을 발견했는데, 성냥 한 개비조차 들어갈 공간이 없을 정도였다”고 베르흐 씨가 말했다.
소말리아 대표들은 이들에게, 무면허, 국가가 지역 어부들에게만 할당한 24해리 내 조업 위반, 위조문서 소지 등 여러 혐의를 부과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협상을 통해 벌금 6만 5,000유로에 합의했다. 선박이 포획한 30만 유로에 달하는 어획물에 비하면 미약하기 짝이 없는 처벌이다.
하지만 소유주인 스타브로스 만달리오스 씨는 부당함을 부르짖었다. “우리에게 부과된 혐의사항에 대해 우리가 이의제기를 했다고 해도, 우리는 돈을 지불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사항이 없었을 것이다. 가능한 한 빨리 선박운행 정지를 끝내야 했고, 긴 법정 공방을 피하길 바랐다”고 그는 항변했다. 이 사건 이후, 벨리즈 정부는 그레코 1호에 대한 등록을 취소했고, 새로운 국기를 찾을 때까지 그레코 1호는 무국적 선박으로 남았다.
한편 그동안 법적 처벌을 적용받지 않던 유럽 어선들에도 새로운 규정이 생겨났다. 2017년, 유럽 연합은 유럽 바다 밖에서 작업하는 수천 척의 선박들에 더욱 강제적으로 공동어업정책(PCP)을 적용하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했다.(11) 2017년부터, 각각의 선박은 국내 등록부에 기록된 고유 식별번호를 부여 받게 된다. 회원국들은, 규정을 위반하거나 국기 변경을 남용하는 선박들을 이 등록부에서 제명할 수 있다.
“이 새로운 규제는 다른 국가들에 본보기가 된다. 어업은 큰 비용이 드는 산업이다. 단 1년이라도 조업권을 박탈당할 경우, 그 기업은 심각한 손실에 직면한다.” 베르흐 씨는 이렇게 말하며 그렇게 믿고 싶어 했다. 하지만 거대한 암초가 하나 있다. 기소된다고 해도, 만달리오스 씨의 경우처럼 선주들은 합의라는 협상의 가능성을 쥐고 있다. “대부분의 분쟁은 법정에 가지 않고 합의를 통해 해결된다. 이는 잠재적으로 난점으로 남는다. 선박 소유주들과 외교관들이 그 흥정에서 공통의 이익을 찾게 되고 또 결국에는 어떤 위반 흔적도 남지 않게 되기 때문”이라고 베르흐 씨가 지적했다.
비록 이 규제가 유럽연합의 미신고 불법어업(INN)에 대한 규정을 수없이 위반하는 중국 선단에 적용되지는 않지만, 중국은 지난 2월, 오성홍기를 단 선박들의 불법어업을 제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광활한 아프리카의 해양에서 얼마나 많은 고틀란드가 지속적으로 그물을 빠져나갈지 예측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여러 아프리카 국가들이 자국 감시체계를 강화했다는 점은 이제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징후다. FISH-i나 서아프리카 지역 어업위원회 같은 네트워크들에서는 자료, 정보 교환과 관련된 장치들을 개선하며 ‘해적’들의 활동을 좀 더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야당들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다른 정부들은 계속해서 이들을 환영하고 있다. 세네갈에서 영세어업 지원법이 채택됐지만, 기업형 어업을 보호하는 조항도 추가돼 이에 따른 불안정성도 함께 더해졌다.(12)
어찌 됐든 문제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원양 집약어업은, 엄청난 비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때까지 오래도록 번영할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국민 1인당 생선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연간 22kg에 달한다.(13) 같은 시기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에서는 국민 1인당 생선 소비가 연평균 12kg을 넘지 않는 등 크게 감소했다.(14) 이렇게, 빈국에서 부국으로의 ‘단백질 이동’은 엄청난 결과를 낳는다고 FAO는 경고한다. FAO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잡히는 어종 중 3/4이 남획의 대상이 되고 있거나 이미 고갈 상태다. “수년 동안, 세네갈은 자국의 자원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했고, 정부는 무분별하게 계약을 체결해왔다. 더 이상 물고기들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굶주리기 시작한 인간은 무슨 짓까지 할 수 있을까?” 압두 카림 살이 이렇게 내뱉었다.
글·카일 브라운 Kyle G. Brown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본 취재는 <Journalismfund.eu>에서 공동 출자함.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Accords de pêche bilatéraux avec les pays non membres de l’UE(비 EU국가와의 양자 어업협정)’, 유럽위원회 사이트, 브뤼셀, https://ec.europa.eu./ Jean-Sébastien Mora, ‘Ravages de la pêche industrielle en Afrique(아프리카 연안을 초토화하는 유럽어업)’,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2년 11월호.
(2) ‘Mauritanie: faute d’accord, les pêcheurs sénégalais sont au chômage technique(모리타니: 협약의 부재로 세네갈 사람들이 기술상의 조업 정지를 맞다)’, Radio France Internationale, 2017.2.10.
(3) Amadou Oury Diallo, ‘Sénégal-Mauritanie: le casse-tête des accords de pêche(세네갈-모리타니: 어업 협정이라는 골칫거리)’, Jeune Afrique, Paris, 2018.2.9.
(4) Collectif, ‘Assessing the effectiveness of monitoring control and surveillance of illegal fishing: The Case of West Africa’, Frontiers in Marine Science, 2017.3.7, www.frontiersin.org
(5) Gertjan de Graaf, Luca Garibaldi, 『La valeur des pêches africaines(아프리카 고기잡이의 가치)』, Circulaire sur les pêches et l’aquaculture n° 1093, FAO, Rome, 2014, www.fao.org
(6) 선박 자동 식별장치(AIS): 해상교통 감시 당국으로 하여금 항해 구역에 위치한 선박의 제원과 종류, 자격, 위치, 침로 등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자동정보 제공 네트워크.
(7) ‘Overfishing threatens food security off Africa’s western and central coast as many fish species in the region face extinction–IUNC report’, (IUCN), Gland (Suisse), 2017.1.19, www.iucn.org
(8) ‘Ten million tonnes of fish wasted every year despite declining fish stocks’, Sea Around Us, 2017.6.26, www.seaaroundus.org
(9) ‘Handbook on the practical application of Council Regulation(EC) establishing a Community system to prevent, deter and eliminate illegal, unreported and unregulated fishing’, 유럽위원회, 2009년 10월, https://ec.europa.eu
(10) ‘Lutte contre la pêche illicite: la Commission distribue des cartons jaunes à Taïwan et aux Comores, à titre d’avertissement, et se félicite des réformes menées au Ghana et en Papouasie(불법 어업 퇴치: 유럽위원회에서는 타이완과 코모로에 경고의 의미로 노란 상자들을 나눠주고 있으며, 가나와 파푸아에서 이뤄진 개혁을 자축한다)’, 유럽위원회, 2015.10.1, http://europa.eu
(11) ‘Règlement 2017/2403 du 12 décembre 2017 relatif à la gestion durable des flottes de pêche externes(외부 어업 선단의 지속가능한 관리에 대한 2017년 12월 12일의 2017/2403 규정)’, 유럽연합 공보, 2017.12.28, https://eur-lex.europa.eu
(12) ‘해상 어업법에 관한 2015년 7월 13일 2015-18법’, 세네갈 공화국 공보, 다카르, 2016.1.14.
(13) ‘The State of World Fisheries and Aquaculture 2016’, www.fao.org
(14) ‘Fish to 2030: Prospects for fisheries and agriculture’, 2013, www.fa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