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프리카, 철도의 귀환

2019-02-28     안세실 로베르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부편집장

원자재 시장이 요동치면서, 동아프리카 지역 내 교통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이 커졌다. 장기간 방치됐던 동아프리카의 철로들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개발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인도양 연안에 위치한 항구들로 광물을 운송하는 철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개발 열풍이, 정작 국민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인가?
 

2018년 10월 12일, 탄자니아의 옛 수도 다르에스살람. 아이작 알로이스 캄웰웨 교통부 장관은 자부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탄자니아 국내에 건설 중인 철로들을 하나씩 소개했다. 화면에는 여러 장의 지도와 다양한 그래프들이 자료로 공개됐다. 앞으로 지어질 노선의 경로와 확정된 기차역 수, 그리고 시멘트와 자갈 등 건자재 분량이 명시됐다. 캄웰웨 장관은 다르에스살람을 출발해 콩고민주공화국과의 접경지역까지 이어지는 전기철도 구간에 대해, 총 711km 내에 교량 25개와 터널 30개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2018년 2월 체결된 계약에 대해 언급하며, 탄자니아와 르완다를 잇는 약 400km의 철도건설 프로젝트에 대해 밝혔다. 프로젝트의 비용은 약 80억 달러에 달하지만 조달 계획은 미정이었다.

소화하기 버거워 보이는 이번 발표는 제9차 동-중앙아프리카 도로 및 철도 정상회담의 포문을 여는 것이었다. 동-중앙아프리카의 모든 나라(에티오피아, 케냐, 우간다, 잠비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온 투자자, 기업가, 정책결정자 등 50여 명이 말없이 휴대폰 화면에 눈을 고정한 채, 열심히 메모하고 있었다. 홍콩에 기반을 둔 행사전문 기업 마젠타글로벌이 주관한 이번 회담에는 터키, 중국, 이스라엘, 벨기에, 한국, 일본, 독일 등에서 온 기업 대표들과 유럽연합 대표부 대표, 그리고 기자인 필자도 참석했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탄자니아도 수년 간 육로가 주로 사용돼왔기에 철도 개발은 비교적 뒤처져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철도가 화려하게 부각될 예정이다. 동아프리카는 아라비아반도와 닿아 있으며 아시아 대륙을 향한 항로도 열려 있는 등 다양한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어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아프리카 대륙 한복판에 놓인 콩고민주공화국의 풍부한 광물자원들은 항로를 통해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강국들로 수송되고 있다. 

현재는 케냐의 몸바사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더반항, 그리고 탄자니아의 다르에스살람항 덕분에 항로 사용이 간신히 가능한 상황이며, 케냐의 라무항 등 현재 몇몇 항구들은 건설 중이다. 그리고 다르에스살람보다 북쪽에 위치하게 될 바가모요항 등 아직 계획단계인 항구들도 있다. 탄자니아와 잠비아를 잇는 타자라(Tazara) 철도의 브루노 칭간도 대표는 “화물 운송에 대한 수요는 2015년부터 급증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키상가니와 카사이 지역에서 출발하는 화물 수송량이 18% 증가했다”고 밝혔다.

비록 2018년에는 다소 둔화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2000년대 초 이후로 원자재(석유, 금, 다이아몬드, 보크사이트, 금홍석, 목재, 구리 등) 시장은 유통량의 증가를 기록하며 가열되고 있다. 특히 다이아몬드와 구리, 보크사이트 등이 풍부하게 매장된 콩고민주공화국의 에콰퇴르 주를 중심으로 생산량도 증가 추세다. 그러나 1997년 모부투 세세 세코 정권이 붕괴하면서 내전이 발발하자, 콩고민주공화국의 광물 생산량이 감소했고 기존의 수송로들도 파괴됐다.(1) 그 이후로 콩고민주공화국은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있으며, 지난 12월 총선이 논란에 휩싸이고 동부 지역에는 여전히 분쟁이 일어나고 있지만, 광물자원의 대규모 채굴과 수출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가별로 제각각인 철도개발 계획

동아프리카공동체(EAC) 소속 전문가 조빈 므웨메지는 “특히 투자자들은 ‘코퍼 벨트’라고도 불리는 구리광산지역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현재 앙골라의 로비토항을 경로로 해 대서양 인접 국가들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러나 광산도시인 콜웨지부터 로비토까지 이어지는 지역은 내전을 겪으면서 콩고민주공화국과 앙골라 모두 피해를 입은 상황이다. 많은 광업 회사들이 콩고민주공화국의 정치적 안정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실제로 육로에서는 강도단이 트럭을 탈취하기도 하고 열차들이 카사이 지역 무장단체들의 공격을 받고 있어 이를 피하려면 수송로 안전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들어가는 수송비용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경우 수송비가 전체 생산비의 무려 50%에 달하는데, 이는 다른 지역의 2~3배 수준이다. 특히 동부 지역에선 아스팔트 포장이 완료된 구간이 전체 도로의 1/3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뤄지는 곳은 드물며, 악천후에 따른 파손도 잦다. 결국 광물을 항구까지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수송하는 역할을 육로에 기대하기는 어렵다. 가뭄과 홍수는 물론 곳곳에 생긴 포트홀 때문에 트럭이 도로 위를 빠르게 달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는 재정적․정치적으로 취약한 아프리카 정부들이 해외 국가와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시장을 개방하는 차원에서 인프라 건설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강경한 성격의 자칭 ‘인프라 대통령’인 존 마구풀리 탄자니아 대통령은 오늘날의 호재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EAC 역시 각국의 인프라 개발을 연계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나 콩고민주공화국은 중앙아프리카경제공동체(ECCAS)에 속해 있는 탓에 제외됐다. 그럼에도 콩고민주공화국은 철도개발 관련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동-중앙아프리카 지역을 위한 세 가지 수송로를 개발하고자 하고 있다.(2) 콩고민주공화국은 북쪽으로는 케냐(몸바사항), 남쪽으로는 탄자니아(다르에스살람)와 연계될 수 있기 때문에 두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편 중국은 케냐의 경우 항구부터 수도인 나이로비까지 472km의 최신 철도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이쪽을 더 선호하는 듯한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또한 콩고민주공화국이 항로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우간다도 주변 국가들과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주변 국가들과의 조화가 필요한 탓에 이런 호재에서 기대할 이익이 제한적이다. 우간다 철도공사의 샤를 카티바 대표는 인프라 개발에 대한 각국의 계획들이 하나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어 “철도가 통합의 요인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직 남아있는 정치적 변수가 있다. 탄자니아의 경우 바가모요항을 새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도 오로지 마구풀리 대통령만의 결정일 뿐이다. 물론 바가모요항이 생길 경우 기존의 다르에스살람항의 혼잡도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지리적으로 타당한 위치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전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늙고 가난한 부모 같은 모습의 철도

이처럼 인프라,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을 연결해주는 연계 시설의 부족은 항상 아프리카 대륙의 가장 큰 약점으로 손꼽혀 왔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아프리카 내 교통망은 식민시대의 유물로만 남아 있다. 연안 지역들은 대도시들로 물자수송기에 적합한 위치였던 덕분에, 내륙에 비해 비교적 시설들이 많이 갖춰져 있다. 특히 유럽 강국들은 광물이 매장된 지역이나 목화재배 지역에서 출발하는 철로를 만드는 데 많은 투자를 했다. 때로는 다카르-생루이-바마코를 연결하는 철로의 경우처럼 기반시설 건설에 때로는 인명피해라는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아프리카 국가들의 빈곤화와 1990~2000년대에 이뤄진 마구잡이식 민영화 추진으로 철로에 대한 필수적인 유지보수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실제로 현재 남아있는 철로들 중 대부분이 제대로 보수가 안 된 상태로 남아 있다. 결국 철로는 나이 들고 가난한 부모와 같은 형국이 됐고, 오늘날 화물 운송의 80%, 여객 수송의 90%는 육로로 이뤄지고 있다.

원자재 유통량 상승과 중국의 대폭적인 투자 증가로 현재 아프리카 내 인프라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아프리카연합(AU)은 아프리카 발전을 위한 ‘2063년 어젠다’에서 인프라 분야의 개발을 우선순위로 앞세웠다. 독일의 컨설팅 기업 ETC가우프의 교통 및 통신 분야 담당자인 하인리히 브뤼머는 “아프리카 개발계획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세계은행에 의하면 “인프라가 10% 증가할 때마다 국내총생산은 1%씩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철도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적을뿐더러, 속도도 2배에 달하고 특히 한 번의 수송으로도 장거리에 걸쳐 다량의 광물을 이동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가철로, 콘크리트 침목, 자갈 도상 등을 사용한다면 육로에 비해 악천후로 인한 영향도 대폭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철로의 건설비용은 매우 높은 편이다. 1km당 약 400~500만 달러가 필요한데, 이는 같은 길이의 육로에 비해 25% 더 높은 금액이다.

북측 구간의 교통 및 수송 연계 기관의 인프라 개발 담당자인 리에방 치르할위르와는 “현재 아프리카에 건설돼야 할 철로는 약 1만 km로, 연간 250억 달러의 투자금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철도개발 계획은 15~20년 등의 단기간에 수익을 낼 수 없다. 따라서 국가적 차원의 협조와 지지가 있어야 하는 막대한 프로젝트임을 전문가들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이 문제가 된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지난 30년간의 신자유주의로 많은 출혈을 경험했고 그 결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일부 기업들은 부실위험에 놓이기도 했다.

탄자니아 초대 대통령이었던 줄리어스 니에레레가 1999년 세상을 떠나면서 탄자니아의 사회주의는 그림자로밖에 남지 않게 됐지만, 그의 신화가 살아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많은 지도자들은 여전히 통일의 아버지였던 니에레레 전 대통령의 노선을 따르고 있다. 유럽연합 대표부의 조슬랭 코르네 대표는 이 지역의 철도 개발 계획이 지닌 과도함을 가리켜 ‘철도 선지자’와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

 

36시간에서 6시간으로! 새 철로 건설

한편 아프리카의 인프라 부족에 대한 논의는 남반구 지역들 간의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탄자니아에서는 중국계 건설사(와 그 외 15개의 해외기업)를 꺾고 터키 건설사 ‘야프메르케지’가 다르에스살람-모로고로 간 철도 구간 건설권을 따냈다. 이 구간은 세계은행과 탄자니아 정부의 후원으로 진행되는 총 300km 규모의 전기철도 구간으로, 다르에스살람부터 탕카니아 호수를 중심으로 콩고민주공화국과 닿아 있는 국경 지역의 키고마라는 도시까지 이어지는 전체 노선 중 첫 번째 구간에 해당한다.

야프메르케지는 낮은 견적과 유럽규격 준수를 앞세워 건설권 입찰을 확보했다. 특히 유럽규격 준수는 안전성을 보장하며, 해외 프로젝트가 발생할 경우 연계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다르에스살람에서 모로고로까지 가는 철도는 잦은 정차와 속도 저하로 무려 36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새 철로가 완성될 경우, 6시간 이하로 단축이 가능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야프메르케지는 아프리카 내에서 모로코의 카사블랑카 경전철 시장 점유와 세네갈 다카르부터 약 40km 떨어져 있는 블레즈-디아뉴 국제공항 간 공항철도 건설 등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공사 현장을 방문한 한 모로코 출신의 엔지니어는 “야프메르케지는 터키가 홍해와 수단을 넘어 동아프리카에 영향력을 펼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내 철도들이 그렇듯 이번에 건설될 철도도 1회 1대로 제한된 단일철로로, 여객수송과 화물운송이 모두 가능하게 지어질 예정이다.

이렇게 터키 기업이 만든 콘크리트 침목(목재 침목은 홍수로 파손될 위험이 높음) 위로 근사한 신식-일본산-레일이 깔리고 있는 곳에서 몇 m만 가면 무성한 잡초와 먼지구덩이 속에서 녹이 슬어있는 철로를 볼 수 있다. 이것은 독일과 영국이 탄자니아를 식민 지배했던 1889~1926년 건설됐던 철로들이다. 지금까지도 간헐적으로나마 중부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수도로 데려다주는 철도가 운행 중이다. 동쪽으로는 키고마부터 시작해 아루샤까지 이어지는 총 2,600km의 이 철로 위로 열차가 아주 느린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침목은 당연히 목재로 만들어졌고, 선로연결장치들은 고장 난 상태다. 또한, 화물과 승객을 번갈아 싣고 있는 열차의 속도도 시속 75km를 넘지 못하고 있다.

탄자니아 정부는 기존 철로를 보수하기보다는, 막대한 비용이 들더라도 새 철로를 건설하는 편을 선호하고 있다. 벨기에의 철도 및 유통 분야 컨설팅 기업 벡투리스의 에릭 페이페르는 “놀라운 결정이 아니다”라며,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이 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은 기존의 것을 보수하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편을 선호한다. 그편이 눈에 띄기 때문이고, 따라서 정치적으로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페이페르는 살짝 조소를 띠며 아프리카식의 “즉각적인 결과를 중시하는 문화”를 언급했다. 그리고 “우리가 10개년 계획을 내놓으며 그들을 괴롭히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 컨설팅 기업은 현재 콩고민주공화국, 잠비아, 탄자니아, 앙골라 등 다수의 아프리카 국가들의 광물수송로 개발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 철로를 건설하기로 한 탄자니아의 결정은 선로의 궤간규격을 과거 영국 식민시대에 사용됐던 것보다 더 넓은 표준궤(전 세계 60%가 사용 중인 규격)를 도입하기로 한 결정과도 부합한다. 남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지배적으로 사용되는 이 표준궤는 1968년과 1976년 중국이 건설한 역사적인 탄자니아-잠비아 간 철도(‘탄잠’ 철도)(하단 박스기사 참조)에도 사용됐던 규격이다.

2012년에는 EAC가 나서 표준궤를 동아프리카 내 기준궤간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로변경장치나 두 선로가 만나는 환승역에서의 연계장치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이 결정은 격렬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비용적인 측면이나 동아프리카 내 수송로 통합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궤간을 넓힐수록, 곡선구간에서도 주행속도를 높일 수 있다.

에릭 페이페르는 “아프리카는 두 가지 철도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 여객을 위한 고속철도와, 미국처럼 수 km에 달하는 긴 열차가 비교적 느린 속도로 이동하는 화물용 철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투자규모나 안전조건이 달라진다. 리에방 치르할위르와는 “상업적인 측면에서는 화물열차를 선택해야 하지만,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여객열차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탄자니아에는 여전히 줄리어스 니에레레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범아프리카주의와 확고한 사회주의로 이름을 남긴 통일의 아버지 니에레레는 국가의 모든 발전은 국민들, 특히 가장 빈곤한 국민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물론 이 사고방식이 다른 국가들과 충분히 공유된 것은 아니었다. 말리의 경우 철도 민영화 이후로 여객은 더 이상 고려되지 않으며 오로지 화물 운송만이 우선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탄자니아에서도 새로운 철로의 건설은 ‘퇴거’라는 결과를 낳고 있다. 과거 니에레레 전 대통령이 가장 중요시한다고 말한 빈곤한 국민들은 지역의 ‘현대화’와 건설공사 진척을 위해 기존 거주지를 떠나야 하게 된 것이다.

다르에스살람부터 모로고로까지 이어지는 첫 번째 구간은 이후 도도마를 거쳐 키고마 지역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 철로를 사용하면 많은 화물(연간 5백만 톤)과 여객(연간 120만 명)을 수송할 수 있을 것이며, 열차의 속도는 시속 160km로 예상된다. 수도에서 약 10km 떨어진 작은 마을 ‘푸구’에서는 콘크리트로 지어진 신식 플랫폼과 자동문을 갖춘 번듯한 신 역사가 지어지고 있다. 

하지만 공사 현장에서 불과 몇 m 거리에 있는 낡은 집들과 가축시장은 괴리감을 선사한다.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탄자니아의 대문 역할을 하는 다르에스살람은 인구 600만 명의 대도시로, 매년 꾸준히 인구가 늘고 있다. 철도가 신설되면, 다르에스살람의 혼잡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앞으로 도시개발계획과 함께 장거리 노선의 발전과 이스라엘 기업이 관리하는 현대식 버스노선 확충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탄잠 철도의 대서사시

“탄자니아와 잠비아를 잇는 철도는, 아프리카와 중국 간의 우정을 상징하는 기념물과도 같은 만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중국 출신 엔지니어인 두지엔 씨는 향수에 젖은 듯하면서도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1) 그는 50년 전 탄자니아의 다르에스살람부터 잠비아의 카피리음포시까지 이어지는 탄자니아-잠비아 간 철도건설에 참여했었다. 1968년, 문화대혁명이 한창이었던 중국은 전략적인 양국 관계에 필요한 철로를 구축하는 데 뛰어들었다. 

목적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광물이 풍부한 아프리카의 내륙 지방을 인도양과 인접한 항구들까지 연계하기 위함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리적으로도 둘러싸여 있으며, 남아프리카와 남로디지아의 인종차별주의 정책으로 완전히 봉쇄됐던 잠비아의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마오쩌둥 당시 주석은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중국의 이익관계를 확립하고 튀니지와 잠비아에 대한 자국의 연대성을 드러내며 특히 범아프리카주의와 아프리카 사회주의를 이끌고 있었던 탄자니아의 줄리우스 니에레레 대통령과의 연대관계 역시 드러내고자 했다.(2)

‘탄잠’이라는 이름의 이 철도를 건설하는 데는 6년이 걸렸고, 중국인 1만 6천 명과 현지인 6만 명이 투입됐다. 노동자들과 엔지니어들을 아프리카로 보내기 위해 중국은 5개 항로의 문을 열었다. 물자를 대기 위해 중국 철강소들 역시 쉬지 않고 돌아가기 시작했다. 상징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이 일을 완수하기 위해 준공이 가까워질수록 많은 공장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기계를 돌렸고, 공장 노동자들도 밤을 새우며 초과 근무를 해야 했다. 

그 결과 약 1백만 톤의 설비(시멘트, 기계, 다이너마이트 등)가 광저우 항구에서 출발해 아프리카 대륙으로 넘어왔다. 이 철도 공사의 총비용은 공식적으로는 5억 달러에 달하며, 여기에는 중국이 탄자니아와 잠비아에 무이자로 빌려준 9억 8천만 위안의 차관도 포함돼 있었다.

중국인 엔지니어들은 멀리 떨어진 타국에서 아프리카의 기후에도 적응해야 했다. 40도를 넘나드는 기온, 우기에는 진흙더미가 쏟아지는 날씨에도 산에 터널을 뚫고 다리를 지어 올려야 했다. 또한 언어가 서로 통하지 않아, 손짓발짓으로 소통을 해야 했다. 노동환경은 너무 열악했고, 노동자들은 굶주림을 달래기 위해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닭을 키우곤 했다. 

게다가 말라리아까지 돌아서 공식적으로는 65명이 말라리아에 감염된 것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신화에 가까운 철도를 짓기 위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건강, 심지어는 생명을 잃어가며 일을 계속했다. 두지엔 씨는 “우리는 집에 2년에 한 번씩밖에 돌아갈 수 없었다. 중국 정부는 그 대신 가족들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도록 특별우편서비스를 만들기도 했었다”고 회상했다.

공사가 끝나고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탄잠철도당국(타자라 철도)이 개발한 철로는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타자라 역시 잠비아와 탄자니아 소유의 공기업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긴 세월과 미흡한 유지보수에도 불구하고 운행이 가능할 정도로 이 철로가 견고하다는 사실은, 건설에 참여했던 관련 국가들에 존경과 자긍심을 안겨주고 있다. 당시 지어진 다르에스살람의 큰 기차역의 모습은 강철과 유리로 지어져 흡사 대성당을 떠오르게 할 정도다. 역사 내 벽에는 철도 노선을 보여주는 벽화가 그려져 있고, 탄자니아와 중국 간의 우정을 상징하는 기념 팻말도 걸려 있다. 

지난 2005년에는 탄자니아와 잠비아가 타자라 철도를 민영화하는 데 합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역사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중국의 투자자들이 민영화에 우선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1) Lu Rucai, ‘Témoin de l'histoire du chemin de fer Tanzanie-Zambie’, Chine-info.com, 2016/01/21.
(2) Dmitri-Georges Lavroff, ‘Le président Nyerere a réussi en dix ans à jeter les bases d'un socialisme africain’,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1972년 2월호.

 

전력수급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탄자니아 정부와 지역 당국들이 장밋빛 계획들을 내놓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는 데는 여전히 몇 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 먼저 유지보수 문제다. 건설이 완료된 뒤 건설사들이 떠나고 나면 철도망의 유지보수는 누가 맡을 수 있겠는가? 실제로 지난 아프리카의 역사들은 녹슬고 낡은 견인차들로 점철돼 있다. 벨기에의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티에리 미셸 역시 1990년대 말 콩고의 한 숲속에 버려진 기관차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기도 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야프메르케지는 탄자니아 현지 엔지니어들을 상대로 교육을 진행할 계획을 내놓았고, 한국 기업과 맺은 관련 분야 연수 계약을 통해서도 지속적인 교육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전력수급도 큰 문제다. 탄자니아는 기존 탄잠 철도에서 사용했던 경유 대신 전력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는데, 기관차에 충분한 전력이 확보하는 일이 관건이다. 하지만 수도에서도 송전중단 사태가 일어났던 탄자니아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탄자니아의 전력 생산량은 2015년 기준으로 11년 전보다 약 2배 증가한 시간당 6.3테라와트다. 그중 2/3는 화력발전소를 통해 생산되며, 여기에는 천연가스(44%)나 석유(22%)가 사용된다.

나머지 2/3의 전력은 수력발전소를 통해 생산된다. 탄자니아 정부는 루피지 강 스티글러 계곡에 대규모 댐을 건설하고 모로고로 지역 한복판에 위치한 셀로스 자연보호구역에 전력발전소를 두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에너지 관련 기본계획을 내놓았다. 수년 전부터 정부가 정책 카드로 꺼내 들었던 내용을 2017년 9월 마구풀리 대통령이 다시 한번 꺼내놓은 셈이다. 대규모 댐의 발전량은 2,100메가와트로, 연간 생산량은 현재 탄자니아의 총 전력 생산량에 맞먹는 수준인 시간당 6테라와트에 달할 예정이다.

한편 철도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는 관련 국가들을 부채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철도건설은 수년간에 걸쳐 수십억 달러가 필요하다. 그 자체만으로도 큰 비용이 드는 철로 건설은 영구적인 유지보수도 필요하다. 투자액회수로 부채를 줄이려면 적어도 15년은 기다려야 한다. 에릭 페이페르는 “경제모델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다. 기차표 요금조차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라며 유감을 표했다.  

 

 

 

글·안세실 로베르 Anne-Cécile Rober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부편집장, 파리8대학 유럽학연구소 조교수

번역·김보희 sltkimbh@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역서로 『미래 대예측』등이 있다.

(1) Sabine Cessou, ‘Transition à haut risque en République démocratique du Congo 콩고민주공화국, 예정된 반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6년 12월호.
(2) Tristan Coloma, ‘En attendant le port qui doit sauver le Kenya 아시아를 향해 손짓하는 케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3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