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과 구글의 자홍빛 양말

2019-02-28     피에르 랭베르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구글은 ‘전 세계의 정보를 체계화해 누구나 쉽게 정보에 접근 및 이용 가능하게 하고자’ 한다. 한편 페이스북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세상을 더 가깝게 하고자’ 한다. 날마다 1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들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기업들이 교묘히 납세의무를 피해가듯 민첩하게 정치적 압력에서 벗어난다. 빈틈없는 알고리즘을 통해 산출된 검색결과나 뉴스피드엔 종종 광고가 섞이긴 해도, 이용자의 이데올로기적 성향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그 검색 결과는 좌파 사상을 담든 우파 사상을 담든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또 그래서도 안 된다.

지난 11월 18일,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Alphabet)의 회장 에릭 슈미트는 한 국제 보안포럼에서, 독일의 한 스마트폰 이용자가 러시아의 관영매체 스푸트니크(Sputnik)에서 보내는 ‘구글 알리미(Google Alerts, 구글에서 제공하는 모니터링 서비스. 사용자가 관심분야의 키워드를 입력하면 웹, 뉴스, 블로그 등 관련 콘텐츠를 선별해 이메일로 보내준다-역주)’의 메시지 폭탄으로 자신의 스마트폰이 어지럽다면서 격분하자, 이렇게 응수했다. 

“우리는 특히 RT(Russia Today, 러시아의 공영 TV 네트워크)나 스푸트니크 같은 웹사이트들을 탐지하고 역참조(dereferencing)하는 일을 한다. 우리는 이런 매체들이 벌이는 일들에 대해 잘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자홍빛(Fuchsia, ‘푸크시아’는 구글이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운영체제로, 구글은 이 새로운 운영체제의 용도를 아직까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역주) 넥타이, 그리고 그와 구색을 맞춘 양말을 착용한 에릭 슈미트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검색엔진이 가짜뉴스를 퍼 나른다는 의혹을 보도하는 일부 매체들이 검색결과들을 날조하고 있다고 침착하게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 매체중 상당수가 미 국방성의 감시망 내에 있으며, 어떤 면에서는 에릭 슈미트는 그 고문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2016년 미 대선 이후 바짝 긴장한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크렘린과 연결된 계좌 관련 광고들을 추적 중인 반면, 구글은 모스크바의 관점에 매우 근접한 검색결과들을 순위의 최하단에 분류하느라 노력 중이다. 그러나 진짜와 가짜를 어떻게 자동으로 가려낸단 말인가? ‘세계 사회주의 웹사이트(World Socialist WebSite, WSWS)’ 소속 앙드레 데이먼과 데이비드 노스는 “벤 곰스(Ben Gomes) 구글 엔지니어링 부회장이 지난해 4월 25일에 발표한 성명에서 새로운 검색엔진 시스템이 ‘유해한’ 사이트를 검색 순위에서 뒤로 밀어내고, 보다 ‘권위 있는 콘텐츠’를 상위로 올려줄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전했다(WSWS, 2017년 8월 2일). 

극좌파인 트로츠키주의 성향의 WSWS는 ‘검색엔진 최적화’ 서비스 업체를 통해 이 새 알고리즘의 결과를 평가했다. “지난 3개월 동안 사회주의, 반전(反戰), 진보주의 관련 사이트의 독자 수가 곤두박질쳤으며, 더불어 구글에서 전송된 트래픽의 45%가 누적 감소했음을 관찰했다.” 2017년 5~7월, 구글을 통한 wsws.org 방문자는 67% 감소했으며, 미국의 진보적 비영리 대안매체인 Alternet.org의 방문자는 63% 감소했다. 또 다른 독립언론 Democracynow.org은 36%, Counterpunch.org(격월로 발간되는 미국의 급진적 잡지-역주)는 21%, Theintercept.com(‘공격적 저널리즘’을 표방하는 미국의 온라인 뉴스-역주)은 19%로 방문자 수 급락을 기록했다. 미국의 미디어 감시 및 비평단체인 ‘공정하고 정확한 보도(Fairness and Accuracy in Reporting, FAIR)’는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가짜 뉴스와의 전쟁에서, 가장 독립적이고 가장 정확한 보도의 상당 부분이 구글의 검색결과에서 사라지고 있다.”(1)

‘정보 판별’이라는 명분 하에 행해지는 다원주의의 말살인가? 

 

글·피에르 랭베르 Pierre Rimber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조민영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석사 졸업. 역서로 『지도로 읽는 아시아』 등이 있다.

(1) 로빈 앤더슨, ‘Backlash Against Russian ‘Fake News’ is Shutting Down Debate for Real’, <Fair.org>, 2017년 11월 29일, 현재 게재된 기사는 몇 군데 수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