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군인의 자화상 - ‘반(反)봉기’ 작전에 적용되는 사회과학

2019-03-29     올리비에 코흐 l 연구원

인간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는, 대상자는 물론 모든 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위험하다고 추정하는 인물의 위치를 파악한 군부대 관련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고, 여차하면 제거할 요량으로 정보망을 활용한다. 정보력에 대한 막연한 믿음이 다시 살아났고, 시민들 사이에서 발발할 폭동을 예측하는 용도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화면 뒤에서 한 병사가 드론을 조종한다. 작전지역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병사는 몇 명을 향해 사격을 개시한다.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는 이 장면은 이슬람 마그레브 지역의 알카에다와 보코하람을 퇴치하기 위한 일환으로 이라크, 예멘, 아프리카에서 종종 연출된다. 어떻게 적의 위치를 탐지할 수 있는 것일까? 

군부대는 인사기록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 그 사람을 판단한다. 비정상적인 행동을 판별해낼 정보망을 통해 구별하는 것이다. 만약 분석가들이 위험한 인물이라고 판단을 내리면, 해당 인물을 ‘제압’할 수도 있다. 사살되기 전까지는 신원과 이름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신원과 이름이 아니라, 그가 무엇을 하고, 주로 만나는 사람은 누구며, 어디를 자주 가는지 등의 정보와 흔적을 수집하는 것이다. 이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인물정보를 작성하고, ‘정상’ 범주를 벗어난 사람은 격리한다. 

 

표적들의 감정 별자리

전쟁터에서 정보통신기술을 처음으로 사용한 것은 1940년대다. 바로 이때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가 등장했는데, 사이버네틱스는 베트남전쟁(1955~1975) 당시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시행한 연구 덕분에 더욱 발달할 수 있었다. 이후, 군부대는 컴퓨터와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무기를 조종하고 원격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라크 침공 이후 큰 변화가 찾아온다. 미국 국방성은 정보통신 기술을 동원해 병력을 “주민 지역(민간인을 완곡하게 표현한 군사용어)”에 배치했는데. 이는 전례 없는 작전이었다.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되고, 전쟁은 국제연합전선과 군부대가 대치하는 구도로 변모했다. 미군은 베트남에서 진행된 바 있는 반(反)봉기 작전에 돌입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전략이 있었다. 우선 전투원과 비전투원을 구별하는 것, 그리고 민간인들의 군부대 지지를 제한하는 것이었다. 군은 산, 벌판, 하천이 표시된 지도가 아니라 새로운 사회지도를 활용했다. 이 지도는 주민들의 이동경로와 이들이 맺는 인간관계 등을 파악하고 시각화한 지도다. 결과물은 모니터에 표시되고, 이렇게 완성된 지도에 ‘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반봉기 소프트웨어는 몇 가지 행동양식을 기반으로 하며, 두 가지 방법으로 이 행동양식을 분석한다. 사회과학 분야 연구원을 통하거나, 주민들을 밀접하게 감시하는 것이다. 2008년, 국방부 내 엔지니어와 연구원이 행동모델링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이것이 인간의 사회문화적 행동모델링 프로그램(Human Socio-Cultural Behavior Modeling Program, HSCB)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소셜 레이더’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반봉기 소프트웨어는 각종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 군 자료에서 발췌한 대량의 정보를 다룬다. 즉, 시민들 사이에서 분쟁의 흐름을 바꿀만한 의견이나 행동이 발생하는지 감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민들 사이에서 새로운 반체제 지도자에 대해 우호적이거나, 이와 반대로 점령군에게 반감을 갖는 의견이나 행동이 나오면 이를 감지한다. 따라서 소셜 레이더는 온라인 대화와 감정을 분석하며, 네티즌들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의 주된 주제를 찾아내고, 이때 표현된 감정들을 해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표적들의 감정 별자리”(1)를 만들고, 선전이나 심리 작전(Psyop)에 사용하는 것이다. 한 예로, 비행기나 선박에 탑재된 레이더가 전쟁 지역에서 시체를 발견하면, 소셜 레이더를 투입해 사망자 주변인들의 사회적 심리상태를 분석한다. 

한편 19세기에서 20세기 내내 가장 염려된 부분은 시민들의 의기(義氣)였다. 전쟁은 시민들의 도움 없이 승리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인문 사회과학 영역을 활용해 이들의 의기를 이끌어냈다. 심리학자, 사회학자, 정치인들은 국가가 사회를 통제할 때 필요한 설득기술을 고안해냈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 당시 처음 개발된 이 기술은 다소 환상에 가까웠다. 사회 불안정과 봉기를 일으킬만한 요소를 자동적으로 탐지할 수 있을 것이라 믿은 것이다. 

이에 따라, 기계와 컴퓨터가 인간의 분석을 대체했다. 시간을 두고 관찰하거나 사안을 해석하는 것보다 ‘실시간’으로,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전쟁을 지휘하는 지도자에게 다른 관점을 제시하던 전문가도 사라지고, 해석하고 추측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사회과학 분야의 전문가나 인간행동 분석 전문가들이 사회에서 목도되는 규칙성을 분석하고, 이들의 분석은 알고리즘 형태로 변환됐다. 알고리즘 형태로 변환된 후에는 기계가 맡아서 처리하게 된다. 

이라크에서 봉기가 일어날 당시, 봉기를 예측하는 일은 기계를 통해 이뤄졌다. 인간 행동 모델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미국 국방성은 위기 알림 시스템에 자본을 투자했는데 이것이 바로 통합 위기 조기경보시스템(Integrated Crisis Early Warning System, ICEWS)이다. 이 시스템은 다양한 국가와 시민들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미디어 및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처리한다. 이후 처리된 정보를 활용하는 일련의 과정은 기계가 총괄하게 된다. 사실, 이 기계가 사용될 때는 사회의 움직임을 보고 안전관리를 해야 할 때뿐이다. 이때, 공정함과 불공정함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안정적인지 그 여부만 판단해 사회 지도에 표시할 뿐이다. 

그러나 통합 위기 조기경보시스템이나 소셜 레이더에서 사용되는 모든 기술을 총동원해도, 기계가 내린 예측은 잘 들어맞지 않았다. ICEWS가 예측한 위기상황들은 마치 소셜 네트워크나 미디어에서 떠도는 이야기들을 조합해 도출해낸 결과물과 같았다. 이미 발생한 일이거나, 완전히 다른 형태의 위기가 발생하는 식이었다. (즉, 이 시스템이 내린 예측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 2011년과 2012년에 발생한 아랍의 봄 역시 레이더망을 피해갔다. 이집트와 튀니지에서 발생했던 혁명처럼, 봉기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아닌 오프라인에서도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다른 약점으로는, 미디어가 경제적 이권이나 정권에 통제당할 때는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결과물이 도출된다는 점이다. 

 

전쟁과 마케팅

국방부는 전쟁에서 민간인들을 중심으로 적용할 프로젝트를 개발했다. 학계에서는 새로운 사회문화정보 관련 공학을 개설했다. 사회과학 프로젝트인 미네르바 이니셔티브의 지원 하에, 학계에서도 테러조직의 사회학, 심리학을 연구하고 ‘폭도들’의 정형화된 행동패턴을 모델링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학계는 테러, 봉기 등이 과학적 연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받아들였다. 

한편, 이 주제를 연구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2011년에 민간, 공공연구 연맹을 결성하고자 문화 지식 컨소시엄(Cultural Knowledge Consortium, CKC)이 창설됐는데, 각종 협회, 사기업, 국방부에서 연구 중인 전문가와 연구원이 모였다. 이들은 컨소시엄 회원이라면 누구나 현지사회에 대한 정보지식을 온라인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는 2013년에 끝났지만, 2014년에 세계적인 문화 지식 네트워크(Global Cultural Knowledge Network, GCKN)가 그 뒤를 잇게 됐다. GCKN은 “미국의 모든 지능을 총동원해 향후 군 임무 수행 시 사회문화 지식을 통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2)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군부대와 관련된 새로운 산업이 등장했다. GCKN 외에도 행동 모델링 프로그램과 정부는 “컴퓨터를 활용한 사회학 시스템의 모델링”과 “과학적인 정보 분석”, “알고리즘 개발”(3)에 투자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바람은 민간기업에도 불어닥쳤다. MITRE 코퍼레이션(MITRE Corporation)은 1958년부터 항공연구를 지속해온 기업으로서, 2000년대 이후부터 봉기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소셜 네트워크를 분석하는 정보통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MITRE의 슬로건은 “좀 더 안전한 세상을 위해 모든 문제점들을 해결하자”다. 또한, 미국의 한 엔지니어링 회사인 APTIMA는 국방부의 재정지원을 받고 2006년부터 컴퓨터를 활용한 사회과학 및 통계를 사용해 인간의 행동을 예견하고 탐지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제 인간행동을 모델링하는 것은 하나의 산업이 됐다. 군대와 테러방지 분야 외에도, 안보 전문가들은 사회 불안정 현상을 자동으로 예측하고 감지하는 기술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13년, 미국 나반티 홀딩스(Navanti Holdings)는 네이티브 프로스펙터(Native Prospector) 프로그램을 개발해 북아프리카와 동아프리카 시민들을 관측했다. 아프리카 내 알카에다의 세력 확장을 억제하기 위함이었다. 2017년, 나반티 홀딩스는 신원확인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서비스를 아프리카나 근동에서 사업하려는 기업들에 추천하기도 했다. 

다른 기업들은 테러방지 목적으로 개발한 프로그램을 소비자들의 패턴을 파악할 마케팅 도구로 사용했다. 미국 정부에 “안보 및 보안과 관련해 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한 혁신적인 솔루션(인터넷 사이트에 언급된 표현)”을 제공하기 위해 2007년에 설립된 NSI사는, 2011년 이후 이 혁신적인 솔루션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 바로 ‘폭동’을 예측할 때 사용되는 인간의 행동패턴 분석방법을 마케팅에서도 똑같이 적용한 것이다. 

이라크 전쟁은 ‘폭도들’을 색출하고 예측하는 통제자동화 기술을 실험해본 무대였다. 이 기술은 2010년대 들어서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등 분쟁발생 지역에서 계속 사용되고 있다. 현재는 민간분야에도 적용돼, 사회문화 데이터를 통해 시민들을 관리하고 있다.  

 

글·올리비에 코흐 Olivier Koch 
교사·연구원

번역·장혜진 hyejin871216@gmail.com
번역위원.

 

(1) Barry Costa(배리 코스타) 및 John Boiney(존 부아니), 『Social radar』, Mitre Corporation, Mc Lean(Virginie), 2012년, www.mitre.org
(2) 『Global Cultural Knowledge Network』, http://community.apan.org
(3) 『Socio-cultural analysis with the reconnaissance, surveillance, and intelligence paradigm』, US Army Engineer Research Development Center, 2014년, http://nsit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