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폭력에서 사법폭력으로 - 점점 과격해지는 시위진압

2019-03-29     라파엘 켐프 l 변호사

전례 없는 사회운동으로 몸살을 앓던 정부는, 급기야 시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까지 감수하며 사법적 과잉조치를 취하기에 이르렀다. 평소 정부는 폭력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며 모두에게 폭력을 단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정작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폭력에 대해서만은 예외를 두고 있다. 정치적 탈출구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는 점점 악화일로 전략으로 치달으며, 1960년대 이래로 가장 강경한 시위진압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15일 카르카손을 방문한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는, 자신이 맡은 내무장관 역할에 대단히 열심이었다. “나는 ‘노란조끼’ 시위대를 공격한 경찰관이나 헌병은 단 한 명도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건 오로지 방어용 수단을 사용한 경찰관이나 헌병뿐이다.” 이 말을 들은 앙토니오 바르베의 입에서는 그만 실소가 터져 나왔다. 이 40세 남성은 우와즈 지역 콩페에뉴 근방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2개월 전까지 최저임금을 받고 임시직으로 고객 관리업무를 했었다.

‘노란조끼’ 운동이 시작된 후 줄곧 주요 길목의 로터리를 지켜온 그는 11월 24일 처음으로 파리 시위에 동참했다. 늦은 오후, 그때까지 비교적 평온하던 샹젤리제 근방 한 거리에서 별안간 시위진압대가 GLI-F4형 최루탄으로 강하게 추정되는 무기를 투척했다. 이 진압용 무기는 그만 바르베의 발밑에서 터졌다.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난 현재, 그는 여전히 목발을 짚고 다니는 신세다. 임시직 일자리도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프리랜서 기자 다비드 뒤프렌은 ‘노란 조끼’ 운동이 시작된 초기부터 시위자들이 입은 경찰폭력 피해 현황을 트위터를 통해 조직적으로 조사해왔다. 1월 19일 제10차 집회가 열린 날 저녁 트위터에는 오른 경찰폭력은 증거사진과 함께 집계된 피해 건수가 무려 330건을 넘었다. 뒤프렌은 2007년 저술한 질서유지 관련 저서(1)에서, 도미니크 드 빌팽 당시 내무부 장관의 발언, 시위대와 일정 거리를 유지할 것을 기록한 프랑스식 교범에 대해 했던 말을 소개했다. 그 말은 다음과 같다. “이런 공공질서관이야말로 프랑스의 우수한 정신을 잘 보여주는 예다.” 10여 년 후 기존의 프랑스식 질서유지 원칙은 찾기 어려워졌고, 이에 대해 학계는 비판을 가하기 시작했다. 실상 오늘날의 프랑스는 진압 쪽에 더욱 방점을 두고, 다른 유럽국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화나 사태 진정 같은 평화적 방식에는 귀를 닫아버렸다.(2)

2017년 12월, 이 문제에 대한 한 보고서에서 인권변호사 자크 투봉은 질서유지에 관한 기존의 전통적 원칙에 대해 거론했다.(3) 프랑스경찰기동대(CRS), 기동헌병대 등 시위를 다루는 전문 조직들은 집단적이고 위계적인 행동을 질서유지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가령, 정당방위를 제외하고는 개인에 대해 무력을 사용할 수 없으며, “절대적인 필요성, 점진적 조치, 사후 회복이 가능한 수준의 조치” 등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보안개입부(CSI)나 범죄대책부(BAC)와 같이 지원 인력으로 투입된 예외적 조직들은 이런 원칙을 잘 지키지 않는다. “대개 기존의 질서유지 원칙이나 교범에 관한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이들은 시위대와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깨고 검문과 접촉을 서슴지 않는다.

이런 변화는 사실상 정치적 의사결정에서부터 기인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르베의 발 부상을 비롯해, ‘노란조끼’ 운동 초기부터 특히 눈과 손 등 신체에 중상을 입거나 부상당한 수백 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은 그저 단순 사고에 따른 피해자라고 보기 어렵다. 

2014년 작성한 한 공동 보고서에서,(4) 프랑스경찰·헌병총국은 유럽국가 중 유일하게 프랑스만이 질서유지 작전에 폭발형 탄환과 특히 GLI-F4형 최루탄을 사용했다(물론 지금도 여전히)는 점을 지적했다. “폭연물질과 폭발력을 지닌 장비들은 인체에 치명적인 상처나 신체훼손 등의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또한 음향효과를 내는 장비들 역시 청각에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불러올 수 있다. (…) 그런가 하면 불꽃을 일으키는 장비처럼, 두부나 안면에 상해를 입힐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즉, 국가는 위험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의도적으로 위험한 행위를 감행한 셈이다. 2018년 11월 말~12월 초, 다수의 변호사들은 카스타네 장관과 에두아르 필립 총리에게 이런 종류의 진압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할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지난 11월 중순 이후 시위대를 향해 수천 번은 넘게 사용된 ‘방어용 탄환 발사기’라고 불리는 고무탄(LBD)은 실상 말이 좋아 방어용이지 제 이름에 전혀 걸맞지 않다. 

지난 7월 5일, 낭트 고등행정법원은 2007년 시위 때 우연히 고무탄 발사장비 근처에 서 있었던 16세 소년에게 이 ‘위험한’ 무기를 사용한 데 대해 국가책임을 인정하고 상당한 액수의 손해배상액을 지불하라는 선고를 내렸다.(5) 2017년 12월 이후 이 인권변호사는 LBD의 특성과 사용 조건이 “질서유지 작전에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LBD가 “질서유지 작전에 투입된 경찰에게 소지를 금지”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2019년 1월에도 비슷한 경고를 반복했다. 사실 그것은 그가 굳이 경고에 나설 필요조차 없는 문제였다. 이미 파리 경찰청은 2017년 이 인권변호사 자크 투봉에게 경찰은 “질서유지 작전에 투입되기에는 위험하고 부적합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 40x46구경 LBD의 사용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고 확언했던 것이다. 하지만 경찰청의 결정은 결국 공염불에 불과했다.

이런 종류의 무기와 종종 경찰이 보이는 문제 행위는 ‘노란 조끼’ 시위에서 수백 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이례적인 피해 규모는 많은 시위자들의 분노에 불을 댕겼다. 그들 중 상당수는 생애 처음으로 시위에 나선 사람들이었다. 이쯤 되면, 정부가 사상자나 부상자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도 이런 무기나 장비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어찌 보면 시민들이 시위에 나서지 못하게 저지하기 위한 어떤 의도적인 전략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시위 초기부터, 상드린 페쇠르(6)는 두에와 발렝시엔느 사이에 위치한 집 근처 로터리를 찾곤 했다. 아이 돌보미로 일하는 이 40세 여성은 대형마트 점원인 남편과 함께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다. ‘노란 조끼’ 운동을 계기로 비로소 그녀는 정치적, 집단적 참여의 참의미를 깨달았다. 1월 초 그녀는 릴르 시위에서 경찰의 폭력에 직면했다. 심각한 부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최루탄 때문에 몸살을 앓은 그녀는 “때로는 경찰이 위험한 존재다”라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1월 12일 다시 릴르를 방문할 때는 잠수안경과 공사장마스크, 생리식염수까지 단단히 챙겨갔다. 하지만 그녀는 시위대에 합류조차 할 수 없었다.

 

조직결성죄로 6개월형, 시민기본권 침해

시위대 대열 바깥에서 친구 셋과 단속에 걸린 그녀는 릴르 시 경찰서 유치장에 구류됐다. “1개 이상의 실물증거를 토대로, 의도적인 대인폭력이나 재산파손 및 파괴를 계획할 목적으로, 일시적으로라도 조직 결성”(7)에 동참한 것이 이유였다. 크리스티앙 에스트로시 공화당 의원이 발의한 2010년 3월 2일 자 법에 따라 새롭게 신설된 이 죄목은 본래 “일명 취약지역”의 “폭력적인 불량배 무리”에 대응하기 위해 생겨났다. 젊은이들이 공공장소에 모인 이유가 다른 이유 없이 오로지 소동을 피울 목적으로만 보일 때 그들이 해당 범죄를 저지르기 전, ‘사전에’ 처벌을 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수년간 거의 유명무실화됐던 이 법률은 2016년 노동법 개혁 규탄 시위 때 장자크 위르보아스 법무장관(8)이 부활시켰다. 이후 검찰은 이 죄목을 빌미로 아무런 폭력이나 파괴 행위도 일절 저지르지 않은 시위자들을 무더기로 기소하기 시작했다. ‘노란 조끼’ 시위, 특히 12월 8일 시위 때도 조직 결성의 죄를 마구잡이로 남발하며 사상초유의 예방적 성격의 검문과 구류 사태를 낳기도 했다.

11월 말 니콜 벨루베 법무부 장관은 ‘노란 조끼’에 대해 특별 공문을 띄우고, 검찰은 경찰에게 파리를 비롯한 대도시 및 대도시를 연결하는 도로에서 매주 토요일 시위에, 모든 개인을 상대로 수색과 검문을 허용할 것을 요청했다.(9) 이런 자유침해 사태가 얼마나 자의적인 조치였는지는 단속에 걸린 사람과 실제 유죄가 인정된 사람 사이의 차이를 보면 알 수 있다. 12월 8일 파리에서 검문에 걸린 1082명 가운데 대다수는 기소조치 없이 그대로 풀려났다. 이와 같은 과잉검문 조치는 사실상 ‘노란조끼’의 시위권 행사를 방해하려는 목적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이틀 후인 12월 10일, 피에릭 P(10)는 잔뜩 얼이 빠진 채, 파리법원 재판대에 섰다. 그는 48시간 구류조치에 이어, “폭력 및 파괴 행위를 자행할 목적으로 조직을 결성하는 데 동참”한 죄로 (혼자) 재판을 받았다. 친구 4명과 브르타뉴에서 상경한 그는, 돼지고기 해체작업 노동자였다. 그러나 2016년 2월 공장에서 큰 사고를 당한 뒤 일을 그만뒀다. 다른 이들처럼 그에게도 ‘노란 조끼’는 공개적이고도 집단적으로 분노를 표시할 방법이었다. 12월 8일 아침 7시 시위가 일어난 파리 서부에서 멀찍이 떨어진 한 주차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있다가 검문을 받은 그의 몸에는, 당시 보호장구(핼멧, 흔히 모토크로스 경주에서 착용하는 종류의 상체 보호대 등)를 소지하고, 차량에도 곤봉을 지닌 채였다. 결국 그와 4명의 친구는 유치장에서 주말을 보내야만 했다.

그런데, 4명의 친구가 모두 무사히 풀려난 후에도, 유독 그만은 혼자 법원에 출두해 징역 6개월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조직결성죄는, 집단적인 의도를 전제로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판사 앞에 출두하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그는 항소도 포기했다. 시위참가가 금지사항은 아니었지만, 그는 두 번 다시 경찰에 체포되는 것이 두려워 대규모 거리 행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집 근처 로터리 시위에도 아주 가끔씩 나갈 뿐이다. 

물론 ‘노란 조끼’ 시위자 중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수치를 파악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파리에서는 점점 중형선고를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판사들은 징역형 실형을 선고하는 것을 전혀 주저하지 않으며, 거의 무조건적으로 지방출신자들 중 단속에 걸린 상당수에 대해서는 수년간 수도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심지어 사회적 불평등(노동자, 실업자 대 그들에게 판결을 내리는 법관)에 지리적 분리까지 가세하고 있다. 가령 검사가 ‘노란 조끼’ 시위자에 대해 시위는 집 근처에서 하라며 충고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상징적인 차원의 폭력은 말하자면 수도에 가서 가두행진에 참여할 그들의 권리를 암묵적으로 부인하는 것과 같다.

엄격한 형법해석 원칙을 무시하고, 조직결성죄를 확대적용한 덕분에 이뤄진 이 수많은 유죄선고는 오늘날 실질적인 질서유지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이런 사법적 조치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한 경찰의 폭력을 대신하고, 시민의 기본권 행사를 침해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무리 경찰과 법원이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해도, 오히려 과잉 처벌과 진압은 초보시위자들의 결심과 분노만 더욱 부채질할 뿐이다.

바르베는 여전히 아무 감각도 느낄 수 없는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카스타네 장관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초기 부상자에 속하는 나 역시 이제는 부상자들이 독점관리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희생자들의 증언을 수집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11) 

관점에 따라 사고일 수도 있고, 가해일 수도 있는 한 사건이 어쩌면 그에게 경찰폭력 규탄 운동의 시발점이 돼줬는지도 모른다. 그는 11월 24일 이후 더 이상 시위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2월 2일은 반드시 파리를 방문해 자신이 열심히 계획한 ‘노란 조끼’ 부상자들의 시위에 참여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글·라파엘 켐프 Raphaël Kempf
파리 변호사, 다수의 ‘노란 조끼’ 시위자를 변호하고 있다.

번역·허보미 jinougy@naver.com
번역위원

 

(1) David Dufresn, 『Maintien de l'ordre(질서유지)』, 파야르 출판사, 플뤼리엘 총서, 파리, 2013년(2007년 초판 발행)
(2) Olivier Fillieule, Fabien Jobard, ‘Un splendide isolement. Les politiques françaises du maintien de l'ordre(화려한 결별. 프랑스의 질서유지정책)’, <La Vie des idées>, 2016년 5월 24일, http://lavidesidees.fr.
(3) ‘Le maintien de l'ordre au regard des règles de déontologie’, 인권변호사 보고서, 파리, 2017년 12월.
(4) ‘Rapport relatif à l'emploi des munitions en opérations de maintien de l'ordre’, 프랑스경찰총국(IGPN), 프랑스헌병총국(IGGN), 내무부, 파리, 2014년 11월.
(5) 『L'armes à l'oeil. Violences d'Etat et militarisation de la police』(Le Bord de l'eau, 로르몽, 2016)의 저자인 피에르 두이야르-르페브르와 관련한 법령 제17NT00411호.
(6) 가명으로 처리했음.
(7) 형법 제222-14-2조
(8) ‘Circulaire du 20 septembre 2016 relative à la lutte contre les infractions commises à l'occasion des manifestations et autres mouvements collectifs(시위 및 기타 집단운동 중에 일어난 불법행위 대응 관련 2016년 9월 20일자 회람’, Légifrance, http://circulaires.legifrance.gouv.fr.
(9) ‘Circulaire du 22 septembre 2018 relative au traitement judiciaire des infractions commises en lien avec le mouvement dit des “gilets jaunes”(‘노란조끼’ 운동과 관련해 일어난 불법행위 관련 사법적 조치에 관한 2018년 9월 22일자 회람)’, Légifrance, http://circulaires.legifrance.gouv.fr.
(10) 가명으로 처리했음.
(11) www.facebook.com/FranceBlessesG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