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조프해(海),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대립의 장

2019-03-29     이고르 델라노에 l 프랑스-러시아 분석센터 부소장

2018년 11월 25일, 러시아 해안경비대가 케르치 해협을 통과하려던 우크라이나 군함 세 척을 나포했다. 이 함대는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서 수백 km 떨어진 흑해의 오데사 항구를 출발해 아조프해로 향하던 중이었다. 이번 해상충돌 사건은 2014년 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래 러시아가 장악한 역내 안보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면에서 주목해야 한다.

 

 

이제 케르치해협 진입과 관련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대립은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2018년 초부터 아조프해를 지나는 우크라이나 선박들에 대한 검문검색과 불시 점검을 해왔는데, 11월 25일의 이 사건은 가장 최근에 벌어진, 가장 중대한 사건이다. 2003년 맺은 조약에 따라 아조프해 수역은 오랫동안 법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공동영해였다. 이 조약은 케르치 해협 내에서 양국의 민간선박 및 군함들의 전면통행에 대한 자유를 보장해왔다. 그러나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하면서 케르치 해협의 양안을 지배하게 됐고, 아조프해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권을 얻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 또한 아조프해 연안 지역을 ‘러시아의 호수’로 탈바꿈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2018년 5월, 러시아는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다리를 개통했다. 약 30억 유로가 투입된 이 공사를 통해 러시아는 케르치 해협에 대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 정부는 건설현장을 보호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통행규정들을 만들고 이를 강제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러시아인들은 우크라이나인들이 다리를 부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정부 내 일부 세력들은 국회의원 이호르 모시이추크의 강경한 이미지를 내세우며 공공연하게 이를 주장하기도 했다.(1)

지난 11월에 닥친 위기상황 속에서, 우크라이나로서는 러시아가 강제한 통행절차들을 거부하고, 자국에 불리한 현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중요했다. 지난 9월에 초계함 두 척을 육로로 이동시켰듯, 우크라이나가 원했다면 11월에도 이 함정들을 충분히 육로로 이송할 수 있었다. 9월 24일, 러시아에 사전 통보를 한 뒤 우크라이나 예인선 한 척과 구조함 한 척은 러시아의 엄격한 감시 하에 어떤 마찰도 일으키지 않고 케르치 해협을 통과했다. 반면 11월에는 지루한 러시아의 통관 절차를 따르지 않고 자국 선박들을 통과시키기로 결정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 그토록 가입을 열망했던 유럽-대서양 공동체의 군사원조를 기대했으나 이는 소용없는 일이었다. 

문제가 된 초계정 2척(초계와 연안경비에 사용되는 해군함정-역주)은 미국 정부가 미 해안경비대용으로 1980년대 말 구축한 것으로, 9월 말경 1천만 달러에 우크라이나에 인도한 것이었다.(2) 군함 인도는 우크라이나 해군력의 실질적인 강화를 위한 것이면서 일종의 정치적 제스처를 포함한 행동이었다. 미국은 초계정 인도 시 전자 설비를 제거하고 무장을 해제했지만, 함정의 오래된 연식을 고려했을 때, 러시아의 해안 포대와 해군 항공대의 손쉬운 표적이 될 위험이 충분히 있었다. 

케르치 해협 봉쇄를 강화하려는 시도는 2019년 3월 31일 치러지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에 확실하게 영향을 미쳤다. 페트로 포로셴코 현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그리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그는 여론조사에서 유력 후보인 율리야 티모셴코에 한참 뒤진 채 지지율 약 10%를 획득하며 4위에 머무르고 있다.(3) 러시아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에서도 일부 사람들은 포로셴코가 기존의 선거 일정을 뒤흔들어 결선 투표까지 올라갈 기회를 만들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역에 60일간의 계엄령을 선포하려던 포로셴코는 의회의 반발을 고려해 그 수위를 낮춰서 동부 지방의 열 개 주에만 30일간의 계엄령을 선포했다. 설령 이 결정이 이번 대선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결정이 포로셴코에게 전쟁의 수장이라는 이미지를 부여함으로써 조롱거리에 불과한 그의 지지도를 끌어올리려는 시도일 수 있다. 

러시아로서는 이 사건을 통해 케르치 해협과 크림반도에 대한 주권을 재확인하고 러시아가 만든 규칙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무익한 일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2018년 초부터 시작된 이런 계획은 아조프해 항구들을 드나드는 우크라이나의 모든 해상 활동을 방해했고 이로 인해 해마다 마리우폴과 베르단스크 두 항구에서 벌어들이던 수익이 2,000~4,000만 달러 감소했다. 2015년부터 2017년 사이에 마리우폴과 베르단스크의 화물수송량은 각각 27%와 47%씩 하락했다.(4)

또한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봉쇄 정책으로 마리우폴과 베르단스크, 그리고 그 배후지역이 분리됐고, 두 도시의 물동량 감소로 국내총생산이 2013년 이래 40%까지 하락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해상활동을 압박했으나, 우크라이나 역시 크림반도 병합 이후 북크림 운하를 폐쇄했다. 이 운하는 크림반도에 신선한 용수를 공급하는 주요자원이었고 따라서 러시아는 운하의 재개방을 원하고 있다. 

 

미국의 걸림돌, 러시아의 힘…몽트뢰 협약

11월 25일의 충돌은 크림반도 병합 이후 흑해 일대에서 러시아의 군사적 영향력이 강화됐음을 의미한다. 아조프해와 케르치 해협은 볼가-돈 운하를 경유해 카스피해와 흑해를 연결하는 전략적인 통로를 형성하고 있다. 카스피해의 기지를 떠난 러시아의 전함들이 더욱 주기적으로 이 수역들을 이용하면서 이제 그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핵심 전력인 미군 제6함대가 관할하는 동지중해까지 넘보고 있다(지도 참조).(5)

병합 이후 크림반도는 러시아 남부의 가장자리에서 전진 기지라는 자신의 전통적인 역할을 되찾았다. 러시아 정부는 크림반도에 S-400 대공미사일 시스템과 해안방어용 바스티온 대함미사일 시스템, 그리고 전자전(電子戰)을 위한 일련의 방어시스템을 배치해 이 지역의 방위를 강화했다. 전투폭격기나 탄도미사일 등을 요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는 수백 ㎢에 걸친 흑해에서 NATO군의 영향력을 잠재웠고, 서방 지휘부는 이 진입금지 구역에 대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신형 디젤잠수함, 호위함과 미사일발사함들로 구성된 소선단 및 지하디스트를 상대로 시리아에서 사용됐던 칼리브르 순항미사일이 러시아 해군함대에 배치됐다. 그리고 러시아는 이 무기 배치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적들에게 타격을 가할 수단을 얻었다.

몽트뢰 협약은 흑해에서 외국 해군의 활동에 강한 제약을 가한 반면, 러시아 해군에는 힘을 실어줬다. 1936년 발효된 몽트뢰 협약은 보스포르 해협과 다르다넬스 해협에 대한 터키의 지배권을 인정함과 동시에 흑해에 연해 있지 않은 국가들의 선박에 대해 척수, 중량, 정박기간 등을 제한하고 있다(18조). 역사적으로 터키의 해협들과 터키 정부에 대한 서방의 지지가 지중해 진출을 꾀한 제정 러시아와 소비에트의 팽창주의를 억제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면, 오늘날 몽트뢰 협약은 러시아 흑해 함대의 증강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제해권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미 해군 함정은 몽트뢰 협약에 따라 흑해에 해안선이 없는 국가의 함정이기에 21일 이상 흑해에 머무를 수 없다-역주).

포로셴코 대통령은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케르치 사건 다음 날, 그는 터키 해협에서 러시아 선박들의 항해를 금지하는 구상을 표명했다. 터키는 크림반도의 병합과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에도 불구하고 달라질 것은 없다는 엄격함을 견지하면서, 여전히 몽트뢰 협약이 충실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포로셴코 대통령의 제안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얼마나 동요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터키 정부나 러시아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몽트뢰 협약에 대한 문제 제기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런 문제 제기는 역내 해역에 외부의 안보 당사자들을 끌어들이게 될 것이고, 결국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 이후 흑해를 러시아와 터키의 안보상 공동해역으로 두게 한 타협안을 위태롭게 할 것이다. 또한 터키는 NATO 동맹국의 일원으로서의 자신의 위치와 러시아와의 관계 사이에서 세심하게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자국이 NATO와 러시아 사이의 대립의 장이 되지 않도록 늘 경계해 왔다.  

터키는 러시아가 접근 금지를 적용한 세 지역, 즉 2014년 이래 크림반도, 군사력이 배치된 아르메니아의 코카서스, 2015년부터 무기들이 배치된 시리아 연안 지대가 교차하는 지점을 국경으로 접하고 있다. 터키는 러시아와 맺은 타협안을 주요 관심사로 삼고 있으면서도, 현재까지 흑해지역의 안전을 위한 공동관리 문제에 대해 본질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다. 터키는 지난 11월 완공한 터키 스트림(Turkish Stream)의 가스관과 러시아의 로사톰 사가 사이프러스 섬을 마주하는 남쪽 해안의 아유쿠에 건설한 터키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 등으로 에너지 분야에서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이로써, 터키는 또 하나의 안보망을 얻은 셈이다.

하지만 러시아와 터키의 협조체제가 가능한 것은, 양국이 전략적으로 공유하는 목표 때문이 아니라, 양국의 관계개선을 위한 노력 때문이다. 지정학적인 측면에서 러시아와 터키는 경쟁관계에 있지만 이런 경쟁 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흑해와 코카서스 지방, 그리고 근동 지방에서 제한적인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아스타나 회담과 2001년에 창설된 흑해연합기동대(BlackSeaFor) 등에서 양국의 협력체제를 볼 수 있다.(6) 2016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쿠데타 시도로 시작된 미국과 터키 간의 반목, 그리고 시리아에서의 미국과 쿠르드족 간의 군사협력체제가 터키 정부를 극도로 자극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런 경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흑해를 둘러싼 긴장, NATO의 해법은?

아조프해와 케르치 일대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NATO는 어떤 해답을 내놓을 것인가? 아마도 발트해에서 시행하고 있는 모델을 기준 삼아 상비군 체제의 공군편대를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유럽-대서양 동맹 또한, 자체 함대를 창설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 또한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의 취약한 해군력을 보완하기 위해 흑해의 비연안국 소속 해군 함정들에 임시로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의 국기를 달게 함으로써 몽트뢰 조약의 제한 조건들을 우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루마니아가 이와 유사한 내용을 2016년 바르샤바에서 열린 NATO 정상회담에서 발의했지만, 불가리아가 강력하게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결과 이 안건은 결국 부결됐다. 더욱이 이런 식의 발의안은 몽트뢰 조약의 정신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터키 정부를 자극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유럽-대서양 공동체의 재량권에 따른 유일한 수단은 러시아 정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 관해 미국과 유럽의 이해관계는 일치하지 않는다. 18년 12월, 유럽의회는 강제성 없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러시아에 더 강화된 제재를 적용하지도 않았다.(7) 

반면, 아조프해 사건 이후로 노스 스트림(North Stream) 가스관에 대한 미국의 반발은 한층 거세지고 있다. 이미 공사가 시작된 이 가스관은 우크라이나를 우회하면서 발트 해를 통해 러시아의 가스를 유럽에 공급하게 된다. 이 가스관을 건설하고 있는 가스프롬 사에 대해 미국 하원은 유럽이 이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적이라는 점을 들어 12월 11일 러시아의 에너지 분야를 엄격히 규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트럼프 행정부 또한, 이 사업에 연관된 유럽 기업들을 제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글·이고르 델라노에 Igor Delanoë 
역사학 박사, 러시아의 프랑스-러시아 분석센터(모스크바 소재) 부소장

번역·류연수 moragnan@gmail.com
번역위원.

 

(1) ‘우크라이나 국회의원, 크림 다리 파괴를 제안하다’, 유라시아 데일리, 2018년 5월 22일, https://eadaily.com
(2) ‘우크라이나, 4년간의 지루한 논의 끝에 미국 경비정 인수’, 키예프 포스트, 2018년 9월 27일.
(3) ‘우크라이나의 유권자 감성에 대한 모니터링’, 라주므코프 센터, 키예프, 2018년 11월 19일.
(4)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바다를 두고 충돌하다’, 스트래트포, 2018년 9월 24일, https://worldview.stratfor.com
(5) 팀 리플리, ‘러시아 콜베트함(카스피 해 함대 소속 초계함), 지중해 진입’, 제인의 360, 2018년 6월 21일, https://www.janes.com
(6) 러시아와 터키가 주도한 이 발의안은 NATO의 액티브 엔데버(Active Endeavour) 작전에 대한 반발이었다. 9·11 테러에 대한 대응으로 NATO가 시행한 이 작전에서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는 보스포르 해협의 개방을 원했다. 
(7) ‘다년간 경제 체제와 대외 관계에 관한 유럽의회 의결사항’, 유럽의회, 브뤼셀, 2018년 12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