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유럽의 봄’을 향해
2008년 세계 금융위기(1929년 대공황과 비슷한)는 유럽 전역에 연쇄적인 후폭풍을 몰고 왔다. 2010년을 목전에 두고 일어난 금융위기는 일찌감치 유로존의 근간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사실상 기득권층을 구성하는 회원국들은, 친구인 은행가들의 판돈을 구제해주겠다며 자신들이 세운 규칙을 스스로 깨버렸다. 2013년, 유럽연합의 올리가르히 기술관료들의 존재기반을 이루던 신자유주의 이념은, 그렇게 수백만 시민들을 비참한 삶으로 내몰며 너덜너덜한 걸레처럼 됐다.
그것도 공인된 정책까지 사용해 가면서 말이다. 그들은 금융가에는 사회주의 정책을, 다수의 시민에게는 엄혹한 긴축정책을 휘둘렀다. 이런 정책은 보수주의자들만이 아니라 사회민주주의자들에 의해서도 실시됐다. 2015년 여름, 그리스 시리자 정권의 항복은 실상 좌파를 분열시키고, 좌파의 사기를 땅에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절망은 분노로, 분노는 ‘인간혐오’를 불러왔다. 유럽 구석구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칭송하는, 민족주의 인터내셔널의 조직적인 인간혐오로 채워진 것이다. 저 불행한 바이마르 공화국을 떠올리게 하는 기득질서와 디플레이션 옹호세력이 잉태한 인종차별주의에 짓눌려, 결국 유럽연합은 사분오열됐다. 독일 총리는 탈출구를 찾아 나서는 데 혈안이 됐고, 프랑스 대통령이 보여줬던 유럽연합의 청사진은 탯속에서 죽어있었던, 사산된 계획임이 드러났다. 아마도 오늘 5월 개최될 유럽의회 선거는 진보주의 세력이 범유럽 차원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2016년 창설 시점부터 유럽민주주의운동25(DiEM25)의 목표는 바로 이런 기회를 잡는 데 있었다.(1)
처음에 우리는 우리의 정책으로 ‘유럽식 뉴딜’을 준비했다. 그러다 다른 운동과 정당이 동참함에 따라, 우리의 비전을 더욱 보강해 유럽차원에서 공동정책을 표방할 초국적 공동후보를 내세우기 위한 우리만의 ‘유럽의 봄’을 계획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런 논의가 가능하려면 좌파는 먼저 거의 모든 유럽 국가에서 스스로 해체하여, 진보주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두 가지 첨예한 문제부터 정면으로 해결해야 한다.
국경개방을 반대하는 좌파 민족주의, 만국의 노동자를 결집시키는 자본주의
최근 우리는 흥미로운 현상을 지켜보고 있다. 많은 좌파 시민들이, 개방된 국경은 노동자 계급에 해롭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가령 장 뤽 멜랑숑(프랑스 앵수미즈: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은 수차례에 걸쳐 “나는 결코 정착의 자유를 좋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2016년 7월 유럽의회에서 그는 외국인 파견노동자 문제에 대해 그들의 국내유입은 언제나 어김없이 “국내 노동자들의 빵을 빼앗아간다”고 지적했다. 훗날 그는 이 말을 후회했지만, 정작 외국인 노동자의 이주가 국내 임금수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에 대해서만큼은 의견을 바꾸지 않았다. 사실 이런 종류의 논쟁은 전혀 새롭지 않다.
1907년에 이미 미국 사회당을 창당한 모리스 힐퀴트가 “이주민은 자신도 모르게, 파업파괴자(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계속 일하는 노동자-역주)의 근간을 이룬다”며, “값싼 외국인 노동력의 자발적 유입”을 막기 위한 결의안을 발의하는 일에 앞장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오늘날 새로운 점이 있다면, 좌파의 상당수가 1915년 레닌이 했던 신랄한 비판을 까맣게 잊어버렸다는 것이리라. “우리는 그런 규제책에 찬성하는 동시에 국제주의자가 될 수는 없다. 그런 사회주의자란 실상 국수주의자에 지나지 않는다.” 1913년 10월 29일 한 언론기사에서 밝힌 레닌의 이 말은, 그가 그렇게 말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준다.
“사람들이 고향을 버리고 떠나는 이유는 극빈한 삶 때문이다. 자본가가 가장 떳떳하지 못한 방식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착취한다는 점만은 의심할 바 없이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반동주의자들만이 이런 근대 이주가 지닌 진보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자본주의는 전 세계 노동자를 한데 결집시킨다. 자본주의는 각국의 장벽을 깨부수고, 국민의 편견을 타파하며, 만국의 노동자를 단결시킨다.”
우리 유럽민주주의운동25(DiEM25)도 레닌의 분석을 계승한다. 우리도 인간과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저해하는 장벽은 자본주의에 대한 반동적인 해법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국가 간 장벽을 허물고, 우리가 착취에 반대하는 초국적 저항에 나서는 동안 자본주의가 스스로 무너지도록 놔두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회주의적 해법이라 할 것이다. 사실 국내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것은 결코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긴축정책이다. 각국의 부르주아지에 유리한 방향으로 계급투쟁을 이끌어 가고 있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우리는 외국인 혐오주의가 우리 정책을 더럽히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슬라보예 지젝이 말했듯, 좌파의 민족주의는 민족사회주의에 대한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 땅을 찾아오는 이들에 대한 입장을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우리는 이주민과 난민을 따로 구분 짓지 않는다. 둘째, 유럽이 외국인을 향해 문을 활짝 열 것(#LetThemIn)을 요구한다.
여러 나라의 동지들은 우리를 가리켜 ‘이상주의자’라고 말한다. 그들은, 유럽연합의 개혁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만일 그들의 말대로라면 결국 진보주의자들이 추구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해법은 ‘렉시트(Lexit)’, 즉 좌파가 주창하는 유럽의 합리적 해체에 해당하는 것일까? 하지만 시리자(급진좌파연합)가 앙겔라 메르켈과 ‘트로이카’(2)에게 무릎을 꿇은 다음 날, 필자는 객석을 가득 채운 좌중 앞에서 느꼈던 감명 깊은 연설의 순간을 결코 잊을 수 없다.
DiEM25 참석자들은 그리스에 일어난 일들은 결코 그들의 책임 아래 또는 독일 민중의 책임 아래 행해진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DiEM25가 유럽연합 기구들(유럽투자은행(EIB), 유럽중앙은행(ECB) 등)에 대한 통제권을 손에 넣고, 이들 기구가 모든 시민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초국적 운동을 창설하자고 호소한 데 대해 나는 참석자들이 당시 얼마나 큰 안도감을 느꼈었는지 생생히 기억한다.
독일의 동지들도 유럽의회 선거에 독일에 거주하는 그리스인, 그리스에 거주하는 독일인을 후보로 내세우려는 아이디어에 얼마나 크게 기뻐했는지 지금도 필자는 기억이 생생하다. 그것은 곧 우리의 운동이 초국적인 성격을 지니며, 신자유주의 질서에 속한 기구들을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했다. 그것은 결코 그 기구들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 기구들이 브뤼셀, 베를린, 아테네, 파리 등에서 최대 다수의 이익을 위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만일 내가 그와 반대로 저들에게 이런 연설을 했었다면 어땠을까. “유럽연합은 개혁이 불가능하며 해체밖에는 길이 없다. 우리 그리스인은 이제부터 우리의 국가만 신경 쓸 것이고, 조국에 사회주의를 건설하는 데 더욱 힘을 쓸 것이다. 당신들도 독일에서 우리와 똑같이 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각자가 이런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고 나면, 그 후에 양국의 대표단이 만나 새롭게 들어선 각자의 진보주의 주권국가 사이에 협력 방안을 함께 논의하자.” 아마도 이런 말을 했다면, 독일의 동지들은 사기가 땅에 떨어지고, 초국적 운동의 일원이 아닌 독일인으로서 독일의 기득질서에 맞서야 한다는 생각에 잔뜩 침울해진 채 힘없이 독일로 돌아갔을 것이다.
나의 분석이 옳다면, 유럽연합의 개혁가능 여부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정말로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유럽연합 기구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것은 엉뚱하거나 이상적인 방안이어서는 결코 안 된다. 오히려 현 법규를 준수하고, 기존의 수단을 활용하는 범위 안에서, 이번 주, 다음 달, 혹은 다음 해에 우리가 펼칠 구체적 활동 계획을 상세하게 제시할 수 있는 방안이어야 한다.
가령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SM)이라는 저 가당치 않은 이름으로 불리는 제도를 어떻게 새롭게 손질할 것인지, 유럽중앙은행이 실시하는 일명 ‘양적완화’ 정책의 방향을 어떤 식으로 새롭게 재조정할지, 어떻게 하면 새로운 세제를 신설하지 않고도 친환경 체제로 이행하거나 빈곤퇴치 계획에 필요한 재정을 즉각적으로 마련할지 등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가? 그것은 상위 1% 부유층을 위한 제도 안에서도 충분히 해법이란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권자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물론 유럽연합 기구들이 우리의 제안에 동조할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특히 우리 중에는 더욱) 없을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외국인 혐오주의를 표방하는 우파에 현혹되지 않고, 기득질서의 민낯을 까발리는 식으로, 기존 정책을 탈피한 새로운 정책의 가능성이 존재함을 유권자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만이 좌파가 현재의 한계를 뛰어넘어 더 폭넓은 진보주의 연대를 구축할 방법일 것이다.
명확한 답변을 제시할 ‘유럽식 뉴딜’
‘유럽식 뉴딜’의 목표는 명확하다. 먼저 현 법규와 제도의 틀 안에서도 충분히 단기간에 대다수 시민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현 제도가 어떤 식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 윤곽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테면 제헌 과정을 통해, 조금 더 장기적으로는 민주적인 유럽의회를 세움으로써 지금의 유럽연합 조약을 대체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이 해체할 경우에는 우리가 만들어내려는 메커니즘이 어떻게 산산이 조각난 유럽을 재결집하는 데 도움이 될지 입증해 보이는 것이다.
오늘날 친환경체제로의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정작 그 일을 위해 어떻게 재정을 마련할 것인지, 누가 재정운용 계획을 세울 것인지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는 이와 관련해서도 명확한 답변을 제시할 수 있다. 유럽은 2019~2023년, 녹색기술, 녹색에너지 분야 등에 2조 유로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우리는 유럽투자은행이 4년에 걸쳐 모두 5천억 유로 규모의 추가 채권을 발행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유럽중앙은행이 채권의 가치가 하락하는 경우 유통시장에서 채권을 매입할 의사가 있음을 공식발표하기를 제안한다. 이 같은 발표만 있다면 전 세계적인 예금규모를 고려할 때 아마도 유럽중앙은행은 단 한 푼도 들 일이 없을 것이다. 채권이 발행되자마자 전부 소진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1948년 마셜플랜의 자금 배분을 담당하기 위해 설립된 유럽경제협력기구(OEEC: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신)처럼, 우리도 유럽전역에 ‘녹색’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지원을 맡기기 위해, 친환경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새로운 유럽기구를 창설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가 앞서 제안한 정책들은, 사실 새로운 세금 없이 기존의 유럽채권만으로도 충분히 실시 가능한 방안들이다. 또한 현행 법규상에서 볼 때 철저히 합법적인 방안들이다. 그 외 즉각시행이 가능한 또 다른 ‘뉴딜’ 방안들도 역시 그와 마찬가지다. 가령 빈곤퇴치기금이 대표적이다. 우리는 유럽중앙은행제도(ESCB)가 양적완화로 매입한 자산들로부터 올린 수십억 유로에 달하는 수익을 각 시민의 식량과 보금자리, 안정적 에너지를 공급하는 데 사용하기를 제안한다.
또 다른 예로는 유로존의 공공부채 재조정 방안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금융시장과 국가 간에 중재자 역할을 다함으로써, 부디 돈을 추가로 찍어내거나 독일이 부채국의 공공부채를 대신 부담하고 보증해주는 일 없이, 부채국이 짊어진 무거운 빚을 전부 탕감할 수 있도록 힘을 써야 한다.
앞선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의 ‘뉴딜’이 추구하는 방안은 현 유럽연합 제도 내에서도 충분히 적용해볼 수 있는 방안으로, 고도의 기술적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동시에 저 저승사자와도 같은 ‘트로이카’가 강요하는 ‘구제’의 논리나 긴축정책과는 결별할 것을 요구한다.
더욱이 우리가 표방하는 ‘뉴딜’은 탈자본주의 시대 유럽의 미래에 탄탄한 기반이 돼줄 수도 있다. 가령 자동화로 얻는 수익이나 혹은 자본 일부를 사회화하는 방안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말하자면 대기업들이 유럽 내 사업권을 얻기 위해서는 무조건 일정 비율의 주식을 새로 신설될 유럽주식기금에 이전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배당수익을 사회급여나 실업급여 등과 별도로 모든 시민을 위한 보편적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데 재원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한편 그보다 급진적인 정책도 생각해볼 수 있다. 바로 유로화 개혁과 관련한 정책이다. 우리가 유럽중앙은행의 정관 수정을 놓고 허우적거리는 대신, 각 유로존 국가의 납세서비스를 이용해 새로운 디지털 공공결제시스템(일종의 유사은행시스템-역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납세자들이 납세 정보와 연동된 계좌를 통해 일종의 디지털 화폐(FT-coin: 선물세금코인-역주)를 사들여, 이를 개인들 간에 대금을 결제하거나 혹은 일정한 공제혜택을 받고 미래세금 납부에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때 가상통화는 유로화로 표시하고, 같은 나라의 납세자들 간에만 이체가 가능하도록 제한한다면, 갑작스러운 자본유출의 위험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동시에 각국의 정부는 이런 식으로 재정조달에 필요한 일정 수준의 유로화를 마련함으로써, 이를 취약계층 지원 및 공공사업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마련된 재정화폐는 어려움에 처한 정부가 내수를 진작하고, 부채를 축소하는 데 쓰일 것이다. 또한 유럽중앙은행의 전횡을 막고, 유로존 탈퇴나 해체에 드는 비용을 경감시키도록 도와줄 것이다. 이런 디지털 공공결제시스템은 장기적으로 각 회원국의 사정에 맞는 유로화 규제시스템을 구축하며, 일종의 국제어음교환소처럼 기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1944년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제안했으나, 불행하게도 결국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과거의 브레턴우즈체제의 현대판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있다.
요컨대 우리가 제안하는 ‘유럽식 뉴딜’은 한 마디로 첫째, 다수에게 이익이 되도록 기존의 제도를 지능적으로 재편하는 한편, 둘째, 급진적이고도 친환경적인 탈자본주의 미래를 계획하는 동시에, 셋째, 유럽연합이 해체될 경우 가리가리 찢긴 조각들을 다시 한데 모으는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한 총체적인 계획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분열과 모순, 좌파의 두 가지 적
좌파는 현재 두 가지 적과 마주하고 있다. 분열과 모순이 그것이다. 물론 단합은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논리적 일관성을 저버리면서까지 단합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유럽좌파 정당이 처한 작금의 현실을 보라. 어떻게 그들이, 오는 5월 유럽의회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표를 끌어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리스에서는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혹독한 긴축정책을 밀어붙인 한 정당이 좌파를 대표되는가 하면,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도 많은 좌파 지도자들이 유럽통합에 회의적인 생각을 품고 있는, 이런 현실에서 말이다.
일부 선한 의도를 지닌 좌파 동지들은, 어찌하여 우리 유럽민주주의운동25(DiEM25)가 프랑스의 장 뤽 멜랑숑이 이끄는 프랑스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나, 독일의 자라 바겐크네히트와 오스카어 라퐁텐이 이끄는 아우프슈테헨과 연대하지 않느냐고 묻곤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급진적이고 합리적이며, 국제주의적인 휴머니즘을 토대로 결속을 이뤄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것은 모든 유럽인들에게 공통된 급진적인 정책, 모든 국경장벽을 그저 지구 위에 난 상처로 인식하고, 우리 땅을 찾아오는 이들을 두 팔 벌려 환대할 열린 유럽을 위한 공동의 정책을 의미한다. 우리는 바로 그런 정책을 초석으로 삼고자 한다.
결속을 부르짖는 우리의 호소는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먼저 유럽민주주의운동25(DiEM25)는 모든 진보주의자들이 우리 ‘유럽식 뉴딜’의 공동주역이 되기를 간청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의 호소에 응답했다. 먼저 제네라시옹-에스(프랑스), 라젬(‘함께’라는 뜻, 폴란드), 대안당(덴마크), 데모크라치아 에 아우토노미아(이탈리아), MeRA25(그리스), 데모크라티 인 유로파(독일), 데르 반델(‘변혁’이란 뜻, 오스트리아), 악투아(스페인), 리브르(‘자유로운’이란 뜻, 포르투갈) 등이 우리 대열에 합류했다. 이어 그 외 세력도 우리의 운동에 동참할 준비에 나서고 있다. 우리는 다 함께 ‘유럽의 봄’이라는 연대를 구축하며 오는 5월 선거에 공동후보를 내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는 독재적인 유럽의 기득질서를 향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당신들보다 더 기술적으로 정교한 급진적 정책으로 기득질서에 저항할 것이다. 또한 파시즘을 조장하는 외국인 혐오주의자들을 상대로는 이런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 우리는 어디에서나 당신들과 맞서 싸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프랑스 앵수미즈를 비롯한 유럽의 좌파동지들을 향해서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언젠가 우리가 가는 길이 하나로 합쳐져 급진적이고 초국적인 휴머니즘을 실현하는 데 함께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또한, 우리는 언제나 여러분들과 전적인 연대를 할 준비가 돼 있다.
글·야니스 바루파키스 Yanis Varoufakis
경제학자. 2015년 1~7월 그리스 재무장관. 유럽민주주의운동25(DiEM25) 창설자.
번역·허보미 jinougy@naver.com
번역위원.
(1) 2025년은 우리 운동이 “철저히 민주적이고도 온전한 기능을 다하는 새로운 유럽을 만들기 위한” 목표 시한으로 정한 해다.
(2)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 유럽연합집행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