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조율사는 무슨 소리를 들을까

2019-03-29     아르노 드 몽조예 Arnaud de Montjoye

 

“세상은 음표 하나와 수많은 별자리에서 탄생한 것이기에, 옛날에는 음악과 천문학만 공부했지.”

이타도리의 악기점에서 근무하는 선배 피아노 조율사 아키노가 신입직원 도무라에게 들려준 이야기다. 도무라는 조율사가 되기 위해 전문학교에서 2년간 공부한 후 몇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을 품는다. 도무라는 자신이 태어나 성장한 숲이 더 이상 자신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고 느껴, 피아노의 힘을 빌려 그 숲과 ‘대화’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가 피아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정작 들리는 것은 숲의 아우성이다. 그 아우성은 어떤 때는 산바람처럼 거칠고, 어떤 때는 양 떼가 목에 건 방울소리처럼 경쾌하다. 또 어떤 때는 보리수의 싱싱한 껍질처럼 무게감 있으면서 부드럽다. 

도무라는 곡이 들릴 때마다 전부 받아 적는다. 그리고 자발적인 의지만 있다면, 열심히만 하면 목표를 알 수 없어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의 고객 중 인상적인 인물은 천재적인 쌍둥이 자매 가즈네와 유니다. 가즈네는 자신도 모르는 천재성을 지니고 있고, 유니는 희한할 정도로 체념을 잘한다. 어느 날, 유니는 도무라에게 “손에 염증이 생겨서 피아노 연주를 포기하고 피아노 조율사가 되기로 했다”고 털어놓는다. 유니는 가즈네의 연주를 돕는 피아노 조율사가 되려고 한다. 하지만 피아노 조율은 도무라가 해야 할 일이다. 

그 후 도무라는 광기 혹은 우울증에 빠질 정도로 연습에 몰두한다. 피아노가 지닌 ‘양털과 강철(해머는 양털을 뭉쳐서 만들고 현은 강철로 만든다-역주)의 숲’에 들어가고자 손가락 근육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기억하며 모든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애쓴다. 훌륭한 조율사가 되려면, 아키노가 가끔 들려준 악몽에서처럼 그도 허공에 떨어지는 기분을 느껴봐야 할지도 모른다. 도무라는 그의 선배 야나기의 결혼식 날 결심한다. 가즈네의 담당 조율사에 그치지 않고 피아노 콘서트에서도 활동하는 조율사가 되기로 말이다. 
2016년 일본 서점대상을 수상한 소설 『양과 강철의 숲』은 교훈을 강요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결론과 주제가 모호하지만 삶에서 존재하는 여러 갈래의 길, 우리의 약한 마음을 뒤흔드는 질문들을 속삭일 뿐이다. 그 질문들은 결국 가장 섬세한 기쁨과 만난다. 그 기쁨은 도무라가 일본 작가 하라 다미키*의 글을 인용해 표현한다. “향수에 젖어 조용히 빛나는 스타일, 단단하고 깊은 것을 부드럽게 표현하는 스타일, 꿈처럼 아름답지만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현실적인 스타일.” 미야시타 나츠가 소설 『양과 강철의 숲』에서 정확히 우리에게 보여주는 문체다.
 
*작가 하라 다미키(原民喜)는 1905년 히로시마에서 출생한 일본 전후의 시인이며 소설가로, 히로시마에서의 피폭 체험을 담은 시 『원폭소경』과 소설 『여름 꽃』등의 작품을 남겼다. 다다이즘에 심취해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다가 1951년 기차선로에 몸을 눕혀 자살했다.   

 

 

글·아르노 드 몽조예 Arnaud de Montjoye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번역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