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단신

2010-11-05     편집부

<니체와 시몽동>  알랭 쥐뇽
철학자 니체와 시몽동을 번갈아 다룬 이 책은, 연극을 인생이라는 게임에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라고 암시한다. 또한 전통적 철학가인 아리스토텔레스·라이프니츠·비트겐슈타인·들뢰즈뿐 아니라 문학가인 클레스트·아르토 등의 작품도 다룬다. 하지만 여러 인물의 작품을 다루다 보니 연극의 정치 개입에 대한 분석에는 한계를 보인다. 저자는 에세이 형식의 이 책에서 보르헤스의 문학, 생물학, 존재 문제, 비극 작품을 다루지만 정치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대신 배우의 몸이나 소리 개념에 대해 설득력 있게 상세한 분석을 내놓는다. 특히 소리에 대해 언제나 살아 있는 공간에서 몸의 존재를 앞서는 것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은 흥미롭다.

<릴 파워: 할리우드 영화와 미국 패권> 매슈 알포드
저자 매슈 알포드는 할리우드가 ‘극좌파 양성소’라는 신화를 깨버린다. 그에 따르면 정치를 가장 그럴듯하게 다룬 영화조차 미국 외교정책의 기본인 ‘온정’이 과연 진실한 것인지 문제 삼지 않는다. 저자는 다른 현실을 제안하는 것이 실질적으로는 불가능해졌다고 말한다. 펜타곤은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자발적으로 지원한다. 촬영에 직접 참여한 미군 참사관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가 말한 대로 스태프가 하지 않으면 그냥 짐 싸서 나와버립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2002년작 <블랙 호크 다운>에는 헬리콥터 8대와 병사 100여 명이 등장한다. 미국의 고통과 순수함을 보여주려 하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스타들 역시 미국 패권을 지지한다. 브루스 윌리스는 사담 후세인을 생포하는 군인에게 상금으로 주라며 이라크의 미군 부대에 100만 달러를 내놓았다. 톰 크루즈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전, 기자들을 대상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정책은 매우 현실적”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다소 할리우드적이다.


<다른 방식의 자본주의는 불가능하다> 레미 에르라
저자는 먼저 유용한 인용문, 세계 주류인 신고전주의 경제의 기술 및 이데올로기 기본 원칙을 사용해 비평을 내놓는다. 그리고 신고전주의 경제를 뒤엎으려는 여러 가지 시도를 분석한다. 1981년 프랑수아 미테랑이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되고, 2009년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고, 2002년 룰라 다 시우바가 브라질 대통령에 당선된 일이 이같은 시도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신고전주의 이론가 자비에 살라이의 주장이 실제로 들어맞을 것이라고 본다. “자유화는 오로지 좌파밖에 할 수 없다. 우파가 개혁을 하면 좌파는 파업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자비에 살라이의 주장이다. 세상을 바꿀 수 없는 걸까? 저자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며, 특히 베네수엘라를 예로 든다. 예산 확대, 환율 통제, 공공지출 증가가 베네수엘라에서 나타나고 있어서다. 베네수엘라에도 모순은 많으며,  앞으로도 자본주의에서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래도 저자의 눈에 베네수엘라는 라틴아메리카 저항의 진원지를 상징한다.

<근동과 중동의 지정학 아틀라스>  피에르 발로, 자비에 바롱
중동의 지정학 아틀라스를 주로 다룬 책이다. 단점이라면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는 중동 정세를 지나치게 단순화한다는 것이다. <AFP> 중동 특파원으로 활동하는 자비에 바롱과 베이루트 생조제프 대학에서 국제관계를 강의하는 피에르 발로가 집필한 이 책은 중동의 지정학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1부에서는 과거 중동이 거친 중요한 단계에서 형성된 사상을 새롭게 조명하고, 2부에서는 석유·물·인종·종교를 다룬다. 특히 2부에서는 각 테마가 두 페이지로 돼 있는데 왼쪽은 텍스트, 오른쪽은 지도다. 국가마다 단순하게 다뤄진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 현재 근동과 중동에서 벌어지는 문제, 즉 아랍인 간의 갈등, 이스라엘과의 전쟁, 이란 문제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레바논·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가 안정될지, 이스라엘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의문을 제기하며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