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의 둔갑술, 경제효과 분석의 현혹술

[Corée]

2010-12-03     홍헌호/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일부 연구기관이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의 경제적 효과가 30조 원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내놓자, 많은 지식인들 사이에서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국제적 컨설팅업체인 PWC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1984년 LA올림픽의 경제적 효과는 23억 달러, 1988년 서울올림픽은 25억 달러, 2000년 시드니올림픽은 38억 달러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금 일부 연구기관이 G20 정상회의의 경제적 효과가 서울올림픽의 10배에 해당하는 260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G20 정상회의 개최 효과 뻥튀기가 도를 넘었다는 인식이 확산되자 스포츠신문도 반발하고 나섰다. <스포츠서울>은 지난 11월 11일자 기사에서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토론토 G20 정상회의 개최의 경제적 효과는 약 9540만 달러(약 1078억 원)에 불과했고, 미국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 효과도 1억3500만 달러(약 1525억 원)에 불과했다”고 썼다. 우리나라의 30조 원과는 무려 200~300배 차이가 난다.

일부 연구기관의 경제효과 뻥튀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습관적이라 할 만큼 이들의 뻥튀기는 다반사였다. 이 글에서는 그 사례 중 몇 개를 뽑아 어떤 방식으로 경제효과를 뻥튀기했는지 그 실체를 들여다보기로 한다.  

1. 4대강 사업 부풀리기

국책사업의 경제효과가 뻥튀기된 대표적인 사례는 4대강 사업이다. 정부와 일부 연구기관은 “4대강 사업에 22조원을 투입하면 일자리가 35만 개 창출된다”며 대대적인 홍보전을 폈다. 그러나 나는 지난해 초부터 일관되게 이 사업으로 창출되는 일자리가 많아야 2만~3만 개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에게는 매우 유감스럽게도 현재 4대강 사업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고작 1만 명 남짓에 불과하다. 국토해양부는 얼마 전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진실이 내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정부와 일부 연구기관이 이런 어이없는 오류에 빠진 원인은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취업계수’와 ‘취업유발계수’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취업계수는 단순히 일자리 유지 효과를 나타낼 뿐 그 자체가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나타내는 계수는 아니다.

유비 개념 적용해 뻥튀기

한국은행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08년 우리나라 각 경제주체들은 1685조 원의 중간재·중간서비스를 투입해 920조 원의 부가가치를 남겼다. 따라서 총산출액은 2605조원이 되고, 이로 인해 유지되는 일자리는 2358만 개가 된다. 이때 취업계수는 일자리 2358만 개를 총산출 2605조원으로 나누어서 계산한다. 한국은행은 연간 총산출액 10억 원이 존재함에 따라 유지되는 일자리 9.05개를 ‘취업계수’라 부른다.

취업계수와 신규 일자리와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2009년 실질성장률이 5%였고 경상성장률이 8%여서 총산출도 동시에 8% 증가한다고 가정하면, 2008년 2605조 원이던 총산출액도 2009년 208조 원 증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취업계수 9.05와 총산출 증가분 208조 원을 곱해서 일자리 창출분을 계산하면 1년에 188만 개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질 것이다. 또 정부 방식대로 취업유발계수를 적용해 일자리 창출분을 계산하면, 취업유발계수 15.39(통계적으로 취업유발계수는 취업계수의 1.7배 안팎이다)와 총산출 증가분 208조 원을 곱했을 때 1년에 320만 개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실질성장률이 5%이고 경상성장률이 8%면 대략 30만 개 일자리가 창출될 뿐이다. 정부 추정방식과는 무려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정부 추정방식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를 추정해야 현실에 부합하는 수치를 얻을 수 있을까? 그것은 현실을 나타내는 통계자료를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4대강 사업의 경우, 최근 몇 년간 토목 부문에서 1조 원의 추가 투자가 약 1천 개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2010년과 2011년에는 이 부문에 연간 10조 원의 추가 투자를 하면 한 해 1만 개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고 추정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일자리가 2만 개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 1만 개 일자리가 창출되어 그것이 2년간 유지되는 효과만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요컨대 현실 속의 일자리는 정부 추정치와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2.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 부풀리기

국책사업 효과 뻥튀기 사례를 거론할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빼놓을 수 없다. 한-미 FTA 논쟁이 한창이던 2006년과 2007년에 정부는 지하철 광고 등을 통해 한-미 FTA로 “10년간 수출을 연평균 23억 달러 증가시킬 수 있고, 10년간 일자리를 34만 개 창출할 수 있으며, 연간 소비자 혜택을 20조 원 늘려놓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근거 있는 주장이었을까?

먼저 수출 부문부터 살펴보자. 2006년 산업연구원과 현대자동차 관계자들은 한-미 FTA 발효 첫해에 자동차 수출이 약 7억 달러, 섬유 등 기타 부문 수출이 약 3억 달러, 모두 합해서 10억 달러(약 1조 원)의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 예측했다. 반면 정부는 한-미 FTA로 10년간 수출이 연평균 23억 달러씩 늘어날 것이라고 강변했다.

어느 쪽 주장이 진실에 가까울까? 이 글에서는 편의상 자동차 부문만 다루기로 한다. 2.5%인 미국의 자동차 수입 관세율이 10년간 매년 0.25%포인트씩 인하되는 한-미 FTA 협정이 체결되고, 매년 관세율 0.25%포인트씩 인하될 때마다 수출이 16억 달러씩 늘어난다면 정부 주장은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한-미 FTA로 전체 대미 수출이 23억 달러 증가할 때 그것의 70%에 해당하는 자동차 수출이 16억 원 증가한다고 가정).

그러나 2006년 미국에 대한 자동차 수출이 109억 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의 자동차 관세율이 0.25%포인트씩 내려갈 때 자동차 수출이 14.7%(16억 달러)씩 늘어난다는 가정은 현실성이 전혀 없는 것이다. 반대로 관세율 2.5%포인트 인하로 한-미 FTA 발효 첫해에 7억 달러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산업연구원의 초기 주장은 설득력이 매우 높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들이 확인해주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일자리 창출 144배 부풀려

한-미 FTA로 “10년간 일자리를 34만 개 창출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도 터무니없다. 2006년과 2007년 사이 우리 경제는 소비·투자·수출이라는 3대 수요를 113조 원 증가시키고, 그것에 힘입어 일자리를 28만 개 증가시켰다. 3대 수요가 1조 원씩 늘어날 때 일자리도 2500개씩 늘어난 셈이다. 요컨대 산업연구원의 초기 주장처럼 한-미 FTA 발효 첫해에 약 10억 달러(약 1조 원)의 수출이 늘어난다면 그것은 2500개 일자리를 늘릴 뿐이다. 34만 개라는 정부의 주장과는 무려 144배 차이가 난다.

정부는 또 지하철 광고 등을 통해 한-미 FTA로 “연간 소비자 혜택을 20조 원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로 인한 연간 관세세수 감소액이 1500억 원 안팎인데 연간 소비자 혜택이 20조 원이라는 주장이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황당무계한 수치였다.

3. 집회·시위로 인한 피해 부풀리기

연구기관은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에게 어떤 태도를 보여왔을까? 이들은 정부에 비판적인 집회와 시위에 대해서는 그 피해를 부풀리는 데 주력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07년 내놓은 ‘법질서의 준수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다. KDI는 이 보고서에서 “빈발하는 불법·폭력시위는 이로 인한 직접적 피해 이외에 교통 체증, 국가 이미지 훼손, 경제의 불안정성 증가 등 다양한 형태의 피해를 경제 전체에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법·질서 준수 수준을 유지했다면 1991~2000년의 10년간 약 1%포인트 내외의 추가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보고서만 보면 마치 매년 발생하는 1%포인트 성장 손실의 주범이 불법시위와 불법파업인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나라의 위법 행위 중 경제에 가장 큰 악영향을 주는 것이 ‘탈세’라는 사실에는 침묵했다. 지하경제 연구부문에서 독보적인 권위를 가진 오스트리아 슈나이더 교수는 “최근 OECD 회원국의 GDP 대비 지하경제 비율은 평균 13.6%인 반면, 우리나라는 27.6%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OECD 평균보다 14%포인트 높은 수치다.

물론, 위법 행위 중 범죄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경찰청에 따르면 KDI의 분석 대상이 된 2006년 총범죄 172만 건 중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분류된 건수는 689건에 불과했다.

또 연구기관들은 “노사분규가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도 전혀 근거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노사분규로 발생하는 노동손실일수(노사분규 참여자들이 노동에 불참해 발생한 노동손실일수)는 연평균 120만 일 정도다. 그러나 이 수치는 우리나라 취업자의 연간 노동일수(2315만 취업자들이 1년간 노동에 참여한 노동일수) 58억 일에 비추어볼 때 극히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노사분규로 인한 노동손실일수 120만 일은 총노동일수 59억 일 중 0.02%에 해당하는 것으로, 우리 경제가 5% 성장할 때 0.02%포인트만큼 성장을 방해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일국의 경제에서 0.02%포인트의 성장률 지체는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치러야 할 수업료로는 그렇게 큰 수치가 아니며, 선진국과 비교해보더라도 결코 과도한 것은 아니다.

국책사업 효과 왜곡, 치명적 결과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은 숨기려 하고, 유리한 사실은 널리 알리고 싶어한다. 필자는 이런 인간의 본능까지 잘못되었다고 비난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자신에게 유리한 것이든 불리한 것이든 사실을 왜곡해 전달해서는 안 된다. 특히 국가 발전(혹은 퇴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책사업인 경우 왜곡된 사실은 재원 배분의 효율성을 해치고, 저성장과 저고용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그 악영향은 치명적이다.

최근 일본 정부와 지자체들은 “1990년대 토목 중심 경기부양책이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왔다”는 국민의 질타를 겸허히 받아들여, 이 부분에 대한 투자 비중을 대폭 줄이고 교육과 복지 등에 지출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여전히 토목 중심형 전시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연구기관은 지속적으로 잘못된 보고서들을 내놓아 정부와 지자체의 잘못된 행태를 정당화해주고 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글•홍헌호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 4대강 국민소송단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