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시장 죽인 건 음반사 자신이다

2010-12-03     로랑 셈라

음반시장이 위기에 이른 것은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 때문이다. 매번 되풀이되는 모범 답안이다. 그러나 음반시장의 거인들이 여러 해 전부터 내세워온 이 논리는 좀더 폭넓은 검토가 필요하다.

인터넷상에서 지적소유권을 보호하는 ‘하도피(Hadopi)법’(1)에 반대하는 투쟁이 좀더 설득력을 얻으려면, 이에 반대하는 쪽에서 이른바 ‘해적판’이나 P2P를 통한 불법 유통으로 고통받는 예술가들을 구하기 위한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일괄 라이선스’라든가 창조에 기여한다는 식의 명분을 내세우는 제안을 한다면 그것은 곧 음반계 거인들의 거짓말을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 즉, 음악가에게 ‘급여를 지불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는다는 것은 P2P가 음악가에게서 돈을 뺏어간다고 인정하는 꼴이 된다. 대형 음반업체들이 몇 년째 반복하는 논리를 인정하는 셈이다.

진짜 속셈이 무엇이든 간에 그들이 내세우는 과대 선전은 대중의 집단의식 속에 잘 스며들어 있다. 그리하여 디지털 작품의 무단 교환이 예술가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빼앗았으며, 어떻게든 이 손해를 보상해줘야 한다고 대중은 인식하게 된다.

그런데 대형 음반사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최근의 독립적인 연구들은 (예컨대 캐나다 산업성, 크슈아지르(Que-choisir) 소비자연맹, 네덜란드 정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만일 음반 발매에 P2P의 충격이 있다면 그것은 아주 최소한이며, 게다가 아주 미세하며 긍정적이다”로 요약될 수 있는 비슷한 결론에 이르렀다. 어떤 경우에도 P2P와 음반 판매 감소 위기 사이의 인과관계를 설정할 만한 결론은 없었다.

무단 복제 탓? 그럼 DVD는 왜?

아무도 음반 판매 위기의 실상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CD 판매는 2002년 1억5천만 장에서 2006년 9천만 장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정부와 전국 음반제작사연맹(SNEP), 음반제작산업국제연맹(IFPI) 등이 주장하는 것처럼 판매 추락의 원인이 오로지 파일 공유 때문이라고 한다면 이는 좋게 말해도 심한 과장이며, 나쁘게 말하면 완전한 거짓말이다.

반대로 DVD 시장은 확대되고 있다. 판매는 2009년 첫 3분기 동안 11% 증가했다. 블루레이 디스크는 156% 증가했다. 재미 삼아 비디오게임의 경우를 연구해도 좋을 것이다. 비디오게임 역시 복사가 쉽고 불법 유통도 광범위하게 벌어지지만, 이미 예외적인 성장을 보여준 2007년에 비해 2008년엔 22%나 증가했다. 그런데 DVD도 CD와 마찬가지로 형태상 복사가 가능한 디지털이라는 속성 탓에 해적판이 광범위하게 유통되며, 심지어는 공식적으로 출판돼 정품 판매량을 능가한다. 업로드와 다운로드의 뛰어난 송출 능력이 보편화돼 영화 한 편을 다운받는 데 1시간도 안 걸린다. 영화감독 뤼크 베송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50만 편 조금 못 되는 영화가 매일 불법으로 복제된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만큼 되는 양의 DVD를 판매한 적도 없다.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좀더 진지한 대책을 마련하려면 정부는 음반제작사가 조종하는 예술가들의 말만 듣지 말고 그 이름에 걸맞은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 이 주제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먼저 명백한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수입 규모가 뻔한 가계의 예산은 무한정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비디오게임기의 유행과 더불어 DVD와 MP3 판매가 늘고 디지털 카메라, 가족 전체가 각자 사용하는 휴대전화, 인터넷 라인 가입비 등이 줄줄이 늘어났다. 가구 예산의 분배가 쉽지 않고, 그러니 개혁할 줄 모르는 음악산업이 피해를 입는 것이다.

창작자 꼭두각시 세우지 마라

영화산업이 ‘정기 구독자’ 카드를 발급하고 멀티플렉스, 홈시네마, 주문형 비디오(VOD), 고화질 영상 등으로 출구를 찾는 동안, 음반산업은 구식의 CD에 만족하고 있다. 공급 방식도 구식이고 한정돼 있다(예컨대 아이튠즈(ITunes)나 ACDC, 혹은 비틀스는 구매할 수도 없다). 한때 CD의 발명으로 LP 디스크 세대가 모두 그 디스크를 바꾸었다. 그런데 일단 이 현상이 안정되자 판매가 감소하고 공급도 더불어 감소된 것은 놀랍지 않은가?

프랑스 문화부의 2008년 보고서에 따르면,(2) 프랑스에서 4대 거대 음반사가 제작한 앨범 수는 2001년 2672장, 2006년에는 1245장이다. 5년 만에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그런데 판매 감소를 P2P 탓으로 돌리기만 한다. 놀랍지 않은가?

같은 연구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동안 적어도 한 장 이상의 음반을 구매한 적이 있는 비율은 11∼65살이 평균 77%에 달한다. 그리고 음악회는 정기적으로 더 자주 열린다. 외관상으로는 프랑스인들이 유료 음악에 완전히 등을 돌린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예전보다 덜 구매하는 것은 사실이다. 왜일까?

2004년 DVD의 평균 가격은 15유로였다. 4년 뒤 CD의 평균 가격은 14.40유로였다.(3) 일반적으로 영화 한 편을 제작하는 데 참여하는 기술자와 예술가의 수는 음악 앨범 한 장을 제작하는 데 투여되는 인원보다 많으면 많지 적지는 않다. 그렇다면 배우가 가수보다 수고비를 더 적게 받는다는 말인가? 믿기 어렵다.

DVD와 CD라는 두 대상을 비교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영화가 DVD로 출시될 때 영화음악이 CD로 같이 출시되는 건 관례에 속한다. 누구에게나 그 공로에 합당한 예우를 해야 하지만, (하두피의 열렬한 지지자인) 뤼크 베송의 예를 들어보자. <그랑블루>의 첫 DVD는 아마존에서 13.99유로에 팔린다. 첫 오리지널 O.S.T CD는 6.68유로다. 이 가격은 앨범의 다운로드 가격이 9.99유로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음반 판매의 위기가 음악의 다양성을 해치지는 않는다. 이 두 가지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한편에는 유통의 위기가 있고, 다른 한편에는 작가가 있을 뿐이다. 그만큼 낮은 가격으로 앨범을 사기가 어려운 것이다. (작곡가인) 에리크 세라가 혼자서 DVD 수입의 절반을 가져가면 영화에 참여한 기술자·감독·제작자는 어떻게 먹고살겠는가? 음악가 한 사람에게 지급해야 할 보상액이 제작에 참여한 나머지 전체 인원과 보수 면에서 맞먹는다는 뜻인가? 역시 믿기 어렵다. 영화산업이 이미 다양한 층으로 확대된 고객에 맞춰 가격을 조정할 줄 알았다면, 음반산업은 다른 경쟁 오락산업이 없어 잘나가던 시절의 향수에만 젖어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DVD가 비교적 양호한 시절을 보내는 데 반해, CD가 자유낙하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음악가와 음악을 구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음반 판매 부진이 음악의 다양성을 해친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음악은 언제나 존속해왔으며, 수고의 보상이 있든 없든 앞으로도 여전히 존속할 것이다. 자유음악 시장(인터넷 사이트 음악시장인 ‘도그마직’이나 ‘자멘도’)이 활발히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음반산업의 문제가 창조성을 해치지 않음을 증명한다.

낡은 공급 방식부터 벗어나야

그러므로 이 두 가지 대상을 잘 구분해야 한다. 한편에 유통의 위기가 있으며, 다른 한편에는 예술가들의 위기가 있다. 만일 거대 음반 기업이 예술가를 대중의 반대편에 세워 자신을 위해 싸우게 하려고 둘 다 같은 함정에 빠져 있다고 주장하는 건 온당치 않다. 이는 예술가가 책임져야 할 일이 아니다. 물론 침묵하는 실수를 범하긴 했지만, 대중과 마찬가지로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산업의 피해자일 뿐이다.

글•로랑 셈라 Laurent Chemla
정보처리 기사, Gandi.net의 공동 창업자. 주요 저서로 <한 도둑의 고백>(파리 드노엘 출판사·2002)이 있다. 이 글의 주제와 관련된 상세한 그의 글은 <하도피 투>(La Bataille Hadopi·In Libro Veritas·Cergy-Pontoise·2009)에 실려 있다. www.inlibroveritas.net 참조.

번역•이진홍 memosia@ilemonde.com
파리7대학 불문학 박사. 주요 저서로 <자살> <여행 이야기> 등이 있다.

<각주>
(1) 최종적으로 2009년 9월 채택된 인터넷상에서의 예술적·문학적·지적 소유권 보호 관련 프랑스 법.
(2) La Documentation francaise, Paris, 2008, www.culture.gouv.fr.
(3) Sacem.fr, 2009년 3월 10일.